떠오르는 신흥 세력 ‘찐명’ 쟁탈전

‘찐’ 감투 놓고 진검승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2기 체제’ 모집 마감이 임박했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민주당을 뒤덮으면서 최고위원직이라도 거머쥐기 위한 경쟁이 박 터지는 모양새다.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친명(친 이재명)보다 더 진한 찐명(진짜 친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지난달 24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사퇴의 뜻을 밝혔다. 이날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의례적인 당원의 축제가 아니라 희망을 잃어버린 국민께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중요한 모멘텀이 돼야 한다”며 “길지 않게 고민해서 저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나 마나
전대 초읽기

이 전 대표가 사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같은 달 28일, 민주당은 전당대회 룰 손질에 나섰다. 민주당 전당준비위원회(이하 전준위)는 중앙위원 70%, 국민여론조사 30%로 산출되던 기존 당 대표 예비경선을 ▲중앙위원 50% ▲권리당원 25% ▲국민 25%로 조정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최고위원 예비경선 역시 기존 중앙위원 100%서 ▲중앙위원 50% ▲권리당원 50%로 결정됐다. 이 밖에도 당원의 투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대의원 투표를 시행키로 했으며 동점자가 나오면 권리당원 득표율이 가장 높은 후보를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최고위원회는 지난 1일 이를 바탕으로 당대표 및 최고위원 본·경선 투표 반영 비율을 ▲대의원 14% ▲권리당원 56%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로 의결했다. 해당 안건은 같은 날 당무위원회서 최종 확정됐다.


다만 이 전 대표의 단독 출마에 대비한 룰은 논의되지 않았다. 섣부르게 단독 입후보로 결론 내는 건 당 차원서 부담스러울 뿐더러 타 후보의 출마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와 관련해 전준위는 후보 등록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도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전당대회 분위기가 무르익었지만 이 전 대표는 여전히 출마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 중도층을 포섭하기 위해 자신의 연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희석하면서도 민생에 초점을 맞춘 메시지를 다듬는 중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고심을 거듭하는 사이 새로운 대항마가 세워졌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5선 이인영 의원이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짐작했지만 결국 불출마로 가닥이 잡혔다. 또다시 이 전 대표 일극 체제로 굳어지나 싶더니 이번엔 ‘친문(친 문재인)계’ 김두관 전 의원이 확고한 출마 의지를 밝히면서 양대 산맥이 우뚝 세워졌다.

김두관, 막판 등장에 관심 ‘쑥’
‘어대명 불패’ 깨질까 노심초사

김 전 의원의 출마를 둘러싸고 당의 분위기가 갈렸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 인터뷰서 “김두관 전 의원이(출마를) 검토를 한다더라”며 “어제 통화해서 ‘안 나오는 게 좋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어차피 이 전 대표는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고, 우리 민주당의 절체절명의 목표인 정권교체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가장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며 “2년 내내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종 선택은 김 전 의원의 몫이라고 덧붙였지만, 이 전 대표 추대론이라는 암묵적 여론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김 전 의원의 출마가 이 전 대표 일극 체제라는 프레임을 깨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서 이 전 대표를 꺾고 당 대표직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내 잠룡으로 거론됐던 이들이 국회의장이나 원내대표 등으로 일찌감치 눈을 돌린 이유다.

이렇듯 당 대표를 향한 허들이 높아지자 당의 쟁쟁한 후보군이 최고위원직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의 스포트라이트가 이 전 대표에게로 쏠려 흥행에 실패할 것이란 지적이 나왔지만 친명을 넘어 찐명을 가리기 위한 최고위원 후보들의 경쟁이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전당대회서 민주당은 최고위원 5명을 선출한다. 후보자가 9명 이상일 경우 오는 14일 예비경선을 통해 최종 8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이는 강선우 의원이다. 강 의원은 지난 21대 국회서 당 대변인을 지낸 신친명(새로운 친명계)로 이번 총선서 재선에 성공했다.

강 의원은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며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다시 이 대표로 돌아와야 한다”며 “그 길 위에서 우리 당 최고위원 후보로 이 대표의 곁을 지키겠다”고 소리 높였다.

유턴 없는
슈퍼레이스

강 의원은 총선 압승을 이유로 “어대명이 아니라 당대명(당연히 대표는 이재명)”이라며 “이 대표 연임은 당원의 명령이다. 깨어 있는 당원의 조직된 힘으로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날 재선인 김병주 의원 역시 “이 대표와 함께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고 지켜내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일에도 친명 타이틀을 내건 이들이 속속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초선 이성윤 의원과 ‘후방 저격수’로 불리는 재선 한준호 의원, 그리고 4선인 김민석 의원이 출마 대열에 합류했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같은 반 같은 조에서 공부한 동기”라며 “그가 거친 성정으로 인권을 짓밟으며, 사냥하듯 수사하는 무도한 수사 방식을 오랫동안 지켜봤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최고위원이 돼 윤석열 용산 대통령과 외나무다리서 제대로 한번 맞짱 뜨겠다”며 “‘민심동일체’가 돼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당원동일체’가 돼 당원들의 목소리를 크게 내겠다”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이제 후방 저격수가 아닌 선봉장이 돼야 할 때”라며 “언론개혁을 비롯한 모든 개혁의 선봉에 서는 최고위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강 의원과 마찬가지로 신친명계 인사다.

김 의원도 “민심의 지원과 강력한 대선주자를 가진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본격적 집권 준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당 대표와 협력해 집권 준비를 담당할 집권플랜 본부장도 선택해 달라”고 설득했다.


민주연구원장을 지낸 김 의원은 이 전 대표 체제 당시 정책위의장을 맡았다. 지난 총선에선 상황실장을 맡아 선거를 이끌었으며 이 전 대표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된 바 있다.

이언주 의원도 지난 7일 “‘민주 보수’까지의 외연 확장에 가장 확실히 도움이 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원외에서는 ▲정봉주 전 의원 ▲김지호 상근부대변인 ▲최대호 안양시장 ▲박완희 청주시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원내 인사와 마찬가지로 이들 또한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정권 교체에 앞장서겠다” “이 전 대표를 지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친명, 찐명, 신친명 모두 다른 듯 비슷한 말”이라면서도 “아무래도 같은 단어로 묶일 때 유대감이 돈독해지지 않겠느냐.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되면 이재명 체제 2기 멤버들이 또 새로운 이름으로 똘똘 뭉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건은 표를 쥔 권리당원과 중앙위원를 동시에 사로잡는 것이다. 예비경선을 거칠 경우 권리당원 비중이 50%로 커진 만큼 두 집단을 사로잡을 균형 있는 메시지를 내야 하는 셈이다.

존재감
키우기


지금까지 출마 의지를 밝힌 후보들은 모두 ‘이재명 원팀’을 외치고 나섰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4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이는 만큼 최고위원 후보군도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전 대표 1인 체제로 꾸려지는 지도부다 보니 한쪽으로 목소리가 쏠릴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렇듯 여의도 안팎을 막론하고 너도나도 원조 ‘찐명’을 자처하다 보니 당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잘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고 못하는 건 모두 이 전 대표와 한 배를 탄 이들이 독박 쓰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지금 정부여당이 하는 일을 봤을 때 당분간은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얻는 구조로 이어지겠지만, 여의도는 한 시간마다 의제가 바뀌는 만큼 언제 민심이 뒤집힐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찐명을 가르기 위해서는 중앙위원의 표심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모든 후보가 친명을 자처하는 상황서 권리당원의 주목을 받는 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주요 당직자와 단체장 출신 인사로 꾸려진 중앙위원회가 어디에 힘을 싣느냐에 따라 결과가 뒤집힐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전당대회서 원내 후보가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반대로 중앙위원과 친밀감을 쌓아온 단체장 등 원외의 숨은 잠룡이 호재를 거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렇다 보니 친명 마케팅에 치중한 나머지 후보들의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걸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수호대’라는 비판이 나와도 친명 타이틀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서 명심(이재명의 마음) 경쟁에 대해 “최고위원 선거 전략상 필요한 부분”이라며 “굳이 안 할 이유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하다는 비판이 있지만 남들 다 하는데 안 할 이유도 없으니 그냥 선거운동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 역시 “최고위원 후보들의 친명 마케팅이 무조건 비판받아야 할 건 아니다”라며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두들겨서 커진 세력이다. 민주당을 지키기 위한(후보들의) 자발적인 선택인 만큼 이해할 부분도 있다”고 평가했다.

당원만 잡으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
“중앙위가 ‘찐명력’ 가를 바로미터”

다만 이 관계자는 “가끔 ‘짭명(가짜 친명)’이라는 단어가 보이는데 친명의 척도는 대체 어떻게 구분 짓겠다는 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결국 목소리가 큰 사람이 주목을 받는다.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 대표 후보보다는 최고위원 후보들의 메시지는 더욱 날카로워질 것”이라며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병주 의원을 예시로 들었다.

지난 2일 김 의원은 논평에 ‘한·미·일 동맹’이란 표현을 쓴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정신이 나갔다”고 비판해 논란이 불거졌다. 이날 김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 자리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한·미·일 동맹이 가능하다고 보느냐, 특히 일본과 동맹”이라고 묻자 한 총리는 “지금 얘기할 것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에 김 의원은 “그런데도 여기 웃고 계시는 정신 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논평서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을 했다”며 비판했고 곧바로 국민의힘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여권에서는 김 의원의 발언을 두고 “정신장애인을 비하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라디오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어떻게 동맹을 맺나”라며 “이런 단어를 쓴 국민의힘이 사과해야지, 왜 내가 사과를 하느냐”고 반박했다.

최고위원 후보자로서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려 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안보 전문가로서, 육군 대장 출신으로서 국가 안위를 걱정하는 사람으로서 목청을 높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김 의원은 “최고위원 선거에 국민의힘이 도와준 꼴”이라며 논란에 기름을 부은 건 국민의힘이라고 말했다.

역시나 최고위원 출사표를 던진 정봉주 의원은 해당 사안에 대해 “(국민의힘이)정신 나갔다고 하는 것이 맞지, 박수라도 보내란 말인가”라며 “그래서 윤석열정부는 탄핵돼야 하고 국민의힘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 전 대표 일극 체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실제 친명으로 묶을 수 있는 세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소식에 밝은 한 야권 관계자는 “초선 의원을 친명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인재 영입으로 들어온 비례대표 일부나 이 전 대표와 호흡을 맞춰왔던 원외 인사만 친명인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알고 보면
신기루?

아무리 이 전 대표가 추대되고 친명 일색으로 지도부가 꾸려져도 비명(비 이재명)계가 우려하던 ‘이재명 사당화’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적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초선이 60명이다. 이 중에서는 이미 잔뼈가 굵어진 채로 여의도에 입성하거나 자신만의 신념이 견고한 분도 계신다”며 “언론은 마치 민주당 의원 175명이 전부 친명인 것처럼 표현하는데 사실 이 전 대표의 그림자로 가릴 수 있는 부분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커지는 개딸 입김

‘원조 찐명’으로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서 개딸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았던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이번에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서 국민의힘에 맞서지 않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다.

이날을 기점으로 이 전 대표의 온라인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운영위 생방송 보는데 박찬대 답답하네” “법사위 정청래가 사이다” 등의 게시글이 작성됐다.

한때 지지했던 이에 대한 날 선 비판도 서슴지 않자 일각에서는 강성 지지층이 혐오 국회를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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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