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신흥 세력 ‘찐명’ 쟁탈전

‘찐’ 감투 놓고 진검승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2기 체제’ 모집 마감이 임박했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민주당을 뒤덮으면서 최고위원직이라도 거머쥐기 위한 경쟁이 박 터지는 모양새다.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친명(친 이재명)보다 더 진한 찐명(진짜 친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지난달 24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사퇴의 뜻을 밝혔다. 이날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의례적인 당원의 축제가 아니라 희망을 잃어버린 국민께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중요한 모멘텀이 돼야 한다”며 “길지 않게 고민해서 저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나 마나
전대 초읽기

이 전 대표가 사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같은 달 28일, 민주당은 전당대회 룰 손질에 나섰다. 민주당 전당준비위원회(이하 전준위)는 중앙위원 70%, 국민여론조사 30%로 산출되던 기존 당 대표 예비경선을 ▲중앙위원 50% ▲권리당원 25% ▲국민 25%로 조정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최고위원 예비경선 역시 기존 중앙위원 100%서 ▲중앙위원 50% ▲권리당원 50%로 결정됐다. 이 밖에도 당원의 투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대의원 투표를 시행키로 했으며 동점자가 나오면 권리당원 득표율이 가장 높은 후보를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최고위원회는 지난 1일 이를 바탕으로 당대표 및 최고위원 본·경선 투표 반영 비율을 ▲대의원 14% ▲권리당원 56%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로 의결했다. 해당 안건은 같은 날 당무위원회서 최종 확정됐다.


다만 이 전 대표의 단독 출마에 대비한 룰은 논의되지 않았다. 섣부르게 단독 입후보로 결론 내는 건 당 차원서 부담스러울 뿐더러 타 후보의 출마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와 관련해 전준위는 후보 등록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도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전당대회 분위기가 무르익었지만 이 전 대표는 여전히 출마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 중도층을 포섭하기 위해 자신의 연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희석하면서도 민생에 초점을 맞춘 메시지를 다듬는 중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고심을 거듭하는 사이 새로운 대항마가 세워졌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5선 이인영 의원이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짐작했지만 결국 불출마로 가닥이 잡혔다. 또다시 이 전 대표 일극 체제로 굳어지나 싶더니 이번엔 ‘친문(친 문재인)계’ 김두관 전 의원이 확고한 출마 의지를 밝히면서 양대 산맥이 우뚝 세워졌다.

김두관, 막판 등장에 관심 ‘쑥’
‘어대명 불패’ 깨질까 노심초사

김 전 의원의 출마를 둘러싸고 당의 분위기가 갈렸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 인터뷰서 “김두관 전 의원이(출마를) 검토를 한다더라”며 “어제 통화해서 ‘안 나오는 게 좋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어차피 이 전 대표는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고, 우리 민주당의 절체절명의 목표인 정권교체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가장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며 “2년 내내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종 선택은 김 전 의원의 몫이라고 덧붙였지만, 이 전 대표 추대론이라는 암묵적 여론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김 전 의원의 출마가 이 전 대표 일극 체제라는 프레임을 깨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서 이 전 대표를 꺾고 당 대표직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내 잠룡으로 거론됐던 이들이 국회의장이나 원내대표 등으로 일찌감치 눈을 돌린 이유다.

이렇듯 당 대표를 향한 허들이 높아지자 당의 쟁쟁한 후보군이 최고위원직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의 스포트라이트가 이 전 대표에게로 쏠려 흥행에 실패할 것이란 지적이 나왔지만 친명을 넘어 찐명을 가리기 위한 최고위원 후보들의 경쟁이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전당대회서 민주당은 최고위원 5명을 선출한다. 후보자가 9명 이상일 경우 오는 14일 예비경선을 통해 최종 8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이는 강선우 의원이다. 강 의원은 지난 21대 국회서 당 대변인을 지낸 신친명(새로운 친명계)로 이번 총선서 재선에 성공했다.

강 의원은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며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다시 이 대표로 돌아와야 한다”며 “그 길 위에서 우리 당 최고위원 후보로 이 대표의 곁을 지키겠다”고 소리 높였다.

유턴 없는
슈퍼레이스

강 의원은 총선 압승을 이유로 “어대명이 아니라 당대명(당연히 대표는 이재명)”이라며 “이 대표 연임은 당원의 명령이다. 깨어 있는 당원의 조직된 힘으로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날 재선인 김병주 의원 역시 “이 대표와 함께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고 지켜내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일에도 친명 타이틀을 내건 이들이 속속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초선 이성윤 의원과 ‘후방 저격수’로 불리는 재선 한준호 의원, 그리고 4선인 김민석 의원이 출마 대열에 합류했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같은 반 같은 조에서 공부한 동기”라며 “그가 거친 성정으로 인권을 짓밟으며, 사냥하듯 수사하는 무도한 수사 방식을 오랫동안 지켜봤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최고위원이 돼 윤석열 용산 대통령과 외나무다리서 제대로 한번 맞짱 뜨겠다”며 “‘민심동일체’가 돼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당원동일체’가 돼 당원들의 목소리를 크게 내겠다”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이제 후방 저격수가 아닌 선봉장이 돼야 할 때”라며 “언론개혁을 비롯한 모든 개혁의 선봉에 서는 최고위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강 의원과 마찬가지로 신친명계 인사다.

김 의원도 “민심의 지원과 강력한 대선주자를 가진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본격적 집권 준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당 대표와 협력해 집권 준비를 담당할 집권플랜 본부장도 선택해 달라”고 설득했다.


민주연구원장을 지낸 김 의원은 이 전 대표 체제 당시 정책위의장을 맡았다. 지난 총선에선 상황실장을 맡아 선거를 이끌었으며 이 전 대표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된 바 있다.

이언주 의원도 지난 7일 “‘민주 보수’까지의 외연 확장에 가장 확실히 도움이 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원외에서는 ▲정봉주 전 의원 ▲김지호 상근부대변인 ▲최대호 안양시장 ▲박완희 청주시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원내 인사와 마찬가지로 이들 또한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정권 교체에 앞장서겠다” “이 전 대표를 지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친명, 찐명, 신친명 모두 다른 듯 비슷한 말”이라면서도 “아무래도 같은 단어로 묶일 때 유대감이 돈독해지지 않겠느냐.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되면 이재명 체제 2기 멤버들이 또 새로운 이름으로 똘똘 뭉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건은 표를 쥔 권리당원과 중앙위원를 동시에 사로잡는 것이다. 예비경선을 거칠 경우 권리당원 비중이 50%로 커진 만큼 두 집단을 사로잡을 균형 있는 메시지를 내야 하는 셈이다.

존재감
키우기


지금까지 출마 의지를 밝힌 후보들은 모두 ‘이재명 원팀’을 외치고 나섰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4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이는 만큼 최고위원 후보군도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전 대표 1인 체제로 꾸려지는 지도부다 보니 한쪽으로 목소리가 쏠릴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렇듯 여의도 안팎을 막론하고 너도나도 원조 ‘찐명’을 자처하다 보니 당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잘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고 못하는 건 모두 이 전 대표와 한 배를 탄 이들이 독박 쓰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지금 정부여당이 하는 일을 봤을 때 당분간은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얻는 구조로 이어지겠지만, 여의도는 한 시간마다 의제가 바뀌는 만큼 언제 민심이 뒤집힐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찐명을 가르기 위해서는 중앙위원의 표심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모든 후보가 친명을 자처하는 상황서 권리당원의 주목을 받는 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주요 당직자와 단체장 출신 인사로 꾸려진 중앙위원회가 어디에 힘을 싣느냐에 따라 결과가 뒤집힐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전당대회서 원내 후보가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반대로 중앙위원과 친밀감을 쌓아온 단체장 등 원외의 숨은 잠룡이 호재를 거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렇다 보니 친명 마케팅에 치중한 나머지 후보들의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걸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수호대’라는 비판이 나와도 친명 타이틀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서 명심(이재명의 마음) 경쟁에 대해 “최고위원 선거 전략상 필요한 부분”이라며 “굳이 안 할 이유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하다는 비판이 있지만 남들 다 하는데 안 할 이유도 없으니 그냥 선거운동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 역시 “최고위원 후보들의 친명 마케팅이 무조건 비판받아야 할 건 아니다”라며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두들겨서 커진 세력이다. 민주당을 지키기 위한(후보들의) 자발적인 선택인 만큼 이해할 부분도 있다”고 평가했다.

당원만 잡으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
“중앙위가 ‘찐명력’ 가를 바로미터”

다만 이 관계자는 “가끔 ‘짭명(가짜 친명)’이라는 단어가 보이는데 친명의 척도는 대체 어떻게 구분 짓겠다는 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결국 목소리가 큰 사람이 주목을 받는다.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 대표 후보보다는 최고위원 후보들의 메시지는 더욱 날카로워질 것”이라며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병주 의원을 예시로 들었다.

지난 2일 김 의원은 논평에 ‘한·미·일 동맹’이란 표현을 쓴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정신이 나갔다”고 비판해 논란이 불거졌다. 이날 김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 자리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한·미·일 동맹이 가능하다고 보느냐, 특히 일본과 동맹”이라고 묻자 한 총리는 “지금 얘기할 것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에 김 의원은 “그런데도 여기 웃고 계시는 정신 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논평서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을 했다”며 비판했고 곧바로 국민의힘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여권에서는 김 의원의 발언을 두고 “정신장애인을 비하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라디오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어떻게 동맹을 맺나”라며 “이런 단어를 쓴 국민의힘이 사과해야지, 왜 내가 사과를 하느냐”고 반박했다.

최고위원 후보자로서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려 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안보 전문가로서, 육군 대장 출신으로서 국가 안위를 걱정하는 사람으로서 목청을 높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김 의원은 “최고위원 선거에 국민의힘이 도와준 꼴”이라며 논란에 기름을 부은 건 국민의힘이라고 말했다.

역시나 최고위원 출사표를 던진 정봉주 의원은 해당 사안에 대해 “(국민의힘이)정신 나갔다고 하는 것이 맞지, 박수라도 보내란 말인가”라며 “그래서 윤석열정부는 탄핵돼야 하고 국민의힘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 전 대표 일극 체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실제 친명으로 묶을 수 있는 세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소식에 밝은 한 야권 관계자는 “초선 의원을 친명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인재 영입으로 들어온 비례대표 일부나 이 전 대표와 호흡을 맞춰왔던 원외 인사만 친명인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알고 보면
신기루?

아무리 이 전 대표가 추대되고 친명 일색으로 지도부가 꾸려져도 비명(비 이재명)계가 우려하던 ‘이재명 사당화’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적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초선이 60명이다. 이 중에서는 이미 잔뼈가 굵어진 채로 여의도에 입성하거나 자신만의 신념이 견고한 분도 계신다”며 “언론은 마치 민주당 의원 175명이 전부 친명인 것처럼 표현하는데 사실 이 전 대표의 그림자로 가릴 수 있는 부분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커지는 개딸 입김

‘원조 찐명’으로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서 개딸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았던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이번에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서 국민의힘에 맞서지 않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다.

이날을 기점으로 이 전 대표의 온라인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운영위 생방송 보는데 박찬대 답답하네” “법사위 정청래가 사이다” 등의 게시글이 작성됐다.

한때 지지했던 이에 대한 날 선 비판도 서슴지 않자 일각에서는 강성 지지층이 혐오 국회를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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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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