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이른바 ‘시청역 역주행 사고’로 16명 사상자를 냈던 가해 차량 운전자 아내의 오락가락 발언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3일, 운전자 아내 A씨는 경찰 1차 조사에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시청역 사고 2차 남대문경찰서 브리핑에 따르면, 가해 차량의 동승자였던 그는 참고인 신분 조사에서 “브레이크가 듣지 않았다”며 급발진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씨 진술이 사실이라면 급발진 상황이었고 남편이었던 운전자 B씨가 차량을 멈추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작동이 되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같은 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선 이와 상반되는 증언을 했다. 해당 매체는 A씨가 B씨에게 “왜 그렇게 역주행했느냐?”고 묻자 “(브레이크를)밟을수록 더 가속이 돼서”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브레이크를 세게 밟을수록 차량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주장인데, 이는 실제로 당시 B씨가 밟았던 것은 브레이크가 아닌 액셀러레이터였던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부부가 주장하고 있는 ‘차량 급발진’의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는 형국이다.
일각에선 B씨가 현직 운수업에 종사 중이라고는 하지만, 순간적으로 제동장치와 가속장치를 헷갈린 나머지 잘못 밟았던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A씨의 답변에 대해 매체는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의 말을 빌려 “(브레이크를 밟을수록 더 가속이 된다는 건)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급발진 시 브레이크를 밟아도 먹통이 될 수는 있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김 교수는 “운전 베테랑들은 급발진이 의심될 때 일부러 가속페달, 브레이크페달 둘 다 밟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경찰 브리핑에 따르면, 차량 내 블랙박스의 음성 기록을 살펴봤으나 급발진을 의심할만한 유의미한 부부의 대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단순히 ‘어, 어’라고 외치는 음성만 담겼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는데 이는 석연치 않은 부분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A씨에 대한 참고인 진술 조사 및 매체 인터뷰, 블랙박스에 담긴 부부의 음성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이번 급발진 주장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 쪽으로 추가 기우는 모양새다. 게다가 지난 5년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차량 급발진 의심에 대한 정밀감식 중 단 한 건도 인정된 적이 없었던 사례는 이 같은 심증에 무게를 더한다.
이에 대해 A씨는 “(아마도 당시 나눴던 대화가)녹음이 안 됐나 보다”라고 언급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됐던 ‘부부싸움설’에 대해선 “(그 이야기는)병원서 뉴스로 다 봤다. 좋은 호텔에 갔다오면서 무슨 싸울 일이 있었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16명(사망 9명, 부상 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데에 대해선 “40대 자녀를 둔 부모로서 저도 너무 안타깝다. 나도 자식을 키우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A씨의 인터뷰 기사를 접한 일부 누리꾼들은 “9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당했는데 그분들게 안타깝다니…다른 사람이 사고낸 건가? 3인칭 시점으로 말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무엇보다 남일 이야기하듯 하는 것, 참사를 냈는데 뉴스 보고 사망 소식 알았다는 것, 사고 낸 후 지인에게 전화할 겨를이 있었다는 것 등 사람이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등의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오후 9시27분께 B씨는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호텔을 빠져나와 일방통행인 세종대로 18길을 역주행해 인도와 횡단보도에 있던 보행자들을 덮치며 대형 사고를 냈다. 이날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치는 등 총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시민들을 덮친 차량은 전방의 BMW, 소나타 차량과 충돌한 후 서서히 멈춰섰으며 B씨는 사고 직후 경찰에 “차량이 급발진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날 오후 경찰은 입원 중인 B씨를 찾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경찰이 신청했던 B씨에 대한 체포영장은 기각됐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의자가) 출석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있다거나 체포의 필요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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