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 4파전 한동훈 고사 작전

“셋이 왕따 만든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인기는 높은데 이렇게 외로울 수가 없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이야기인데, 과거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출마한 직후가 떠오른다. 보수의 심장의 큰 인물들은 만나주지도 않는다. 분명히 1위를 질주 중인데 너무 많은 견제를 받고 있다. 이대로 괜찮을까?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실상 기댈 구석이 없다. 그를 향한 민심이 가장 뜨겁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당 안팎으로의 견제 세력이 너무도 많은 탓이다. 최근 한 전 위원장은 2박3일 일정으로 ‘보수의 성지’로 불리는 대구·경북(TK)을 찾았다. 

혼자서만 
다른 노선

이번 전당대회서 영남 민심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평가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TK 지역은 국민의힘 최다 책임당원 40%를 보유 중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당원투표 비율이 기존 100%서 80%로 변경됐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27일, 대구시 달서병, 달서을, 달성군, 수성갑 지역을 순차적으로 방문했다. 이튿날에는 부산 지역을 찾아 국민의힘 핵심 지역 공략에 나섰다. 

부산서 한 전 비대위원장의 인기는 상당히 높다. 하지만, 이들 조직을 쥐고 있는 핵심 세력과의 만남이 성사되지 못했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홍준표 대구시장 거절 의사를 내비치면서 한 전 비대위원장만 머쓱해진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동안 홍 시장은 한 전 비대위원장을 향해 타격했던 바 있다. 그는 한 비대위원장에 대해 “국정 농단 정치 수사로 한국 보수우파 진영을 궤멸시키기 위해 무자비하게 망나니 칼날을 휘두른 사람”이라며 “그 시절을 화양연화라고 막말하는 사람이 당 대표를 하겠다고 억지 부리는 것은 희대의 정치 코미디”라고 맹폭했다.


이렇게 두 사람의 면담은 개인 일정 등을 이유로 무위에 그쳤다. 게다가 최근 이철우 경북도지사와의 만남도 끝내 무산됐다. 캠프 측은 조율 과정서 일정상 변수가 생겨 다시 정하겠다고 했으나 정가에선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다. 이 지사 역시 한 전 비대위원장을 향해 날을 세웠던 탓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에 반감을 드러낸 영남권의 표심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대다수 TK 의원들은 물밑서 한 전 비대위원장을 돕고 있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실제로 한 전 비대위원장 캠프에는 영남권 의원들이 다수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진우·김형동·우재준 의원 등이 합류했다. 문제는 TK 의원들의 지원을 극대화시킬 방안이 딱히 없다는 점이다. 당규가 있는 탓에 대놓고 표현하기 어렵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영남서 민심만 얻고 돌아오게 될 경우, 그다지 좋은 소득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중요한 것은 당원들의 마음(당심)인데, 다른 당권주자들은 잇따라 홍 시장과 만남을 가지며 든든한 우군을 얻었다. 

영남권 수장들 연일 공격 개시
당권주자 후보들 일제히 맹폭

정가에선 홍 시장이 한 전 비대위원장과 만남을 거절한 이유는 자신의 잠재적인 대권 경쟁자로 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강하다. 사실상 국민의힘서 윤석열 대통령의 차기 대선후보로 홍 시장이 나서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홍 시장은 최근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다져왔다. 

4·10 총선 직후에도 윤 대통령과 만남을 가지며 전체적인 국정 방향 등을 논의하며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홍 시장이 일종의 보강재 역할을 하는 게 가능하다. 홍 시장을 통해 강한 메시지, 화법으로 한 전 비대위원장을 때리며 반 한동훈 연대를 구축하려는 모양새다. 


당원들에게 반한 감정을 심어줄수록 한 전 비대위원장의 당내 지지율은 흔들릴 수 있다. 윤 대통령을 향한 반감도 늘었지만, 조직적인 당원의 표심은 한 인물로 좌지우지 되지 않기 마련이다. 

특히 한 전 비대위원장을 향한 당심에는 불안감이 상당수 내재돼있다. 그는 당권 출마 과정서 “채 해병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면서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종결 여부를 특검 발의 여부 조건으로 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사실상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노선과 차별점을 둔 셈이다. 

당시의 발언은 당내 지지자들 사이서 상당한 반발을 일으켰다. 일부 지지자는 한 전 비대위원장을 배신자라고 칭하게도 했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채 해병 특검법까지 노선을 달리한 이유는 반사이익 때문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이 작아질수록 커지는 게 그다. 자신만의 길을 만든 이유는 당내 전선을 친윤(친 윤석열), 비윤(비 윤석열), 반윤(반 윤석열)이 아닌 친한(친 한동훈)과 반한(반 한동훈)의 구도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분석된다.

정치권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을 두고 ‘절윤’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앞서 친윤 세력은 한 전 비대위원장에게 지속적으로 공격을 가했다. 이들은 압박은 거셌다. 한 전 비대위원장의 출마 선언에 대해 옳지 않다며 견제했고, 총선 패배의 책임이 크다며 지속적으로 패배한 수장임을 강조했다.

연합으로
원팀 구성?

다른 당권주자들도 한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앞서 당권 도전을 선언했던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한결같이 한 전 비대위원장이 출마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로를 견제하기보다는 1등을 달리고 있는 한 전 비대위원장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채 해병 특검법의 경우, 모두 반대 의견이 강하다. “다 꺼져가는 특검에 다시 불을 붙였다”(나 후보) “채 해병 특검법 수정은 위험한 발상”(원 후보) “윤 대통령과 의도적인 각 세우기”(윤 후보) 등 날을 세웠다. 이들은 한 전 비대위원장에게 어깃장을 놓으면서 반발효과로 당내 세력을 다지는 모습이다.

이들 역시 영남을 찾으며 본격적으로 보수의 심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나 후보는 경남 및 부산 울산을 훑으며 박완수 경남도지사, 박형준 부산시장 등과 만났다.

원 후보도 부산을 찾아 당원들의 지지세를 끌어모았다. 박 시장을 만난 자리에선 “부산을 팍팍 밀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이렇듯 대부분의 당권주자들이 한 전 비대위원장을 견제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1등 때리기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이들의 목표는 1차 투표서 한 전 비대위원장의 과반을 저지하는 것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과반에 실패한다면 결선투표서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일각에서는 나원(나경원-원희룡) 연대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나원 후보의 지지율도 동반 상승 중이다. 범 친윤의 지지를 받는 두 후보가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꺾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두 후보의 지지 세력은 일정 부분 겹치며 갈 길이 급한 만큼 서로를 견제하기도, 우호적으로 나서기에도 애매하다. 압도적인 1강인 한 전 비대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딱히 달리 방법이 없다. 이런 탓에 연대를 통해 지지층을 하나로 규합하는 게 수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윤이냐
비윤이냐

이와 관련해 원 후보는 “어떤 길이든 시간이 많다”며 “홍준표 대구시장도 잘 협력하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해당 발언은 연대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읽힌다. 반면, 나 후보는 원 후보와의 연대설에 대해 강력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연대설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오직 우리 당원, 국민과 연대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둘의 연대설은 충분히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사안임은 분명하다. 한 전 비대원장도 나원 연대설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물론, 연대에는 득실이 모두 존재한다.

연대를 통해 친윤, 비윤 당원을 끌어모을 수도 있지만, 친윤의 협력을 거부하는 나 후보에겐 다소 치명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 후보가 연판장 사태를 잊었다고 했지만, 지난 전당대회서 불출마했던 기억은 여전히 남아있다. 

나원 연대설과 함께 힘을 받는 게 바로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참전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전당대회 당시 당 대표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던 안철수 의원을 무너뜨렸다. 당시 후보로 나섰던 김기현 의원은 5위에 머물렀으나, 당시 정무수석이 전면에 나서면서 급반등을 시작했다.


결국 김 의원은 대통령실을 등에 업고 과반을 넘기며 당 대표 당선을 확정지었다. 아직까지는 잠잠한 모양새지만 전당대회(오는 23일)가 점점 다가오면서 개입할 여지도 간과할 수 없다. 이미 윤 대통령과 한 전 비대위원장이 등을 돌려버린 이상 대통령실에서는 그의 당선을 달갑게 여길 수 없다.

현재 대통령실이 물밑서 미는 후보는 원 후보인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개입하면 모르는 싸움
‘나·원 연대’ 최대 변수 중 하나?

한 전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개인기’로 돌파구를 찾아야만 한다.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작은 실수 하나, 리스크 하나에도 사방서 거센 공격이 불가피하다. 살아남으려면 친윤을 완전히 포기해야 가능하다. 당내 친윤 세력에 대한 반발도 상당수 있는 만큼 반윤 당심을 끌어모아야 한다. 

수도권서 표를 쓸어 담고, 영남서 절반 정도만 챙긴다면 1차 투표만에 결론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자신의 능력이 당내서 통한다는 인상을 심어줘야 힘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2대 총선서 그의 개인기는 완전히 먹혀들지 않았다. 

개헌 저지선인 야당 200석을 간신히 막아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번만큼은 ‘혈혈단신 장수’의 모습을 보여줘야 입지를 더욱 다질 수 있다.

만약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당권을 잡게 될 경우, 윤 대통령은 고난의 시간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대통령실이 원 후보를 물밑 지원한다고 해도 한 전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때리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추후 한 전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계속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국민의힘 내에서 세력을 늘릴 수 있겠느냐는 숙제는 여전히 남는다. 총선서 영남 지역을 싹슬이하다시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권 붕괴 시 한 전 비대위원장도 좋을 리 없으며, 검사 출신의 대통령에 이어 또다시 민심이 검사 출신을 받아들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면 바로 
매장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전 비대위원장은 혼자 가는 길을 친윤, 대통령실, 다른 당권주자들과 싸우고 있다. 여기서 승리하면 단번에 대권주자로 발돋움하는 게 가능해진다”면서도 “당권을 잡지 못한다면 상상 이상의 타격을 받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선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힘 선관위 “러닝메이트 괜찮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의 동시 출마인 ‘러닝메이트’ 방식과 의원실 보좌진 파견에 행위가 당헌·당규에 따라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앞서 권성동 의원과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보좌진 파견과 러닝메이트 제도가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사실상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국토부 전 장관을 겨냥한 셈이다. 

현재 한 전 비대위원장 캠프에는 의원실 보좌진이 급파돼있다.

장동혁·진종오 의원은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다. 

서병수 선관위원장은 “당헌·당규상 선거운동은 당선되게 하거나 하지 못하도록 위한 행위”라며 “선거운동과 관련해서는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는 자, 당헌·당규상 할 수 없는 선거운동만 명시돼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따라 입후보자는 선거운동이 가능한 만큼 러닝메이트를 표방해 본인 및 타 후보를 당선토록 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줄 세우기가 가속화됐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차>

<기사 속 기사>컷오프 3인방 항변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 김소연 변호사, 김재원 전 최고위원을 컷오프시켰다.

선관위는 “후보 신청자가 제출한 서류 및 이력을 확인해 부적격 기준 해당 여부, 국민 눈높이 등을 중심으로 심사했다”고 밝혔다.

세 후보가 여러 논란이 발생했다는 측면서 당 선관위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컷오프된 당사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김 전 최고위원은 당헌·당규를 예로 들어 “나를 탈락시킨 근거가 선출 규정 제13조 제7호에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 컷오프 제도 도입 여부 및 심사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는 규정에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선이 확실한 특정 후보를 지목해 경선서 하는 것은 사실상 정적 죽이기”라고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선관위가 야권에 선명한 발언을 할 인사를 일부러 찍어내 탈락시켰다는 말도 나온다.

이 같은 선관위의 결정에 당권주자인 나경원 후보도 “김 전 최고위원의 소식은 안타깝다”며 “당원과 국민의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게 적절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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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