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 4파전 한동훈 고사 작전

“셋이 왕따 만든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인기는 높은데 이렇게 외로울 수가 없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이야기인데, 과거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출마한 직후가 떠오른다. 보수의 심장의 큰 인물들은 만나주지도 않는다. 분명히 1위를 질주 중인데 너무 많은 견제를 받고 있다. 이대로 괜찮을까?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실상 기댈 구석이 없다. 그를 향한 민심이 가장 뜨겁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당 안팎으로의 견제 세력이 너무도 많은 탓이다. 최근 한 전 위원장은 2박3일 일정으로 ‘보수의 성지’로 불리는 대구·경북(TK)을 찾았다. 

혼자서만 
다른 노선

이번 전당대회서 영남 민심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평가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TK 지역은 국민의힘 최다 책임당원 40%를 보유 중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당원투표 비율이 기존 100%서 80%로 변경됐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27일, 대구시 달서병, 달서을, 달성군, 수성갑 지역을 순차적으로 방문했다. 이튿날에는 부산 지역을 찾아 국민의힘 핵심 지역 공략에 나섰다. 

부산서 한 전 비대위원장의 인기는 상당히 높다. 하지만, 이들 조직을 쥐고 있는 핵심 세력과의 만남이 성사되지 못했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홍준표 대구시장 거절 의사를 내비치면서 한 전 비대위원장만 머쓱해진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동안 홍 시장은 한 전 비대위원장을 향해 타격했던 바 있다. 그는 한 비대위원장에 대해 “국정 농단 정치 수사로 한국 보수우파 진영을 궤멸시키기 위해 무자비하게 망나니 칼날을 휘두른 사람”이라며 “그 시절을 화양연화라고 막말하는 사람이 당 대표를 하겠다고 억지 부리는 것은 희대의 정치 코미디”라고 맹폭했다.


이렇게 두 사람의 면담은 개인 일정 등을 이유로 무위에 그쳤다. 게다가 최근 이철우 경북도지사와의 만남도 끝내 무산됐다. 캠프 측은 조율 과정서 일정상 변수가 생겨 다시 정하겠다고 했으나 정가에선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다. 이 지사 역시 한 전 비대위원장을 향해 날을 세웠던 탓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에 반감을 드러낸 영남권의 표심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대다수 TK 의원들은 물밑서 한 전 비대위원장을 돕고 있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실제로 한 전 비대위원장 캠프에는 영남권 의원들이 다수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진우·김형동·우재준 의원 등이 합류했다. 문제는 TK 의원들의 지원을 극대화시킬 방안이 딱히 없다는 점이다. 당규가 있는 탓에 대놓고 표현하기 어렵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영남서 민심만 얻고 돌아오게 될 경우, 그다지 좋은 소득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중요한 것은 당원들의 마음(당심)인데, 다른 당권주자들은 잇따라 홍 시장과 만남을 가지며 든든한 우군을 얻었다. 

영남권 수장들 연일 공격 개시
당권주자 후보들 일제히 맹폭

정가에선 홍 시장이 한 전 비대위원장과 만남을 거절한 이유는 자신의 잠재적인 대권 경쟁자로 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강하다. 사실상 국민의힘서 윤석열 대통령의 차기 대선후보로 홍 시장이 나서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홍 시장은 최근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다져왔다. 

4·10 총선 직후에도 윤 대통령과 만남을 가지며 전체적인 국정 방향 등을 논의하며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홍 시장이 일종의 보강재 역할을 하는 게 가능하다. 홍 시장을 통해 강한 메시지, 화법으로 한 전 비대위원장을 때리며 반 한동훈 연대를 구축하려는 모양새다. 


당원들에게 반한 감정을 심어줄수록 한 전 비대위원장의 당내 지지율은 흔들릴 수 있다. 윤 대통령을 향한 반감도 늘었지만, 조직적인 당원의 표심은 한 인물로 좌지우지 되지 않기 마련이다. 

특히 한 전 비대위원장을 향한 당심에는 불안감이 상당수 내재돼있다. 그는 당권 출마 과정서 “채 해병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면서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종결 여부를 특검 발의 여부 조건으로 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사실상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노선과 차별점을 둔 셈이다. 

당시의 발언은 당내 지지자들 사이서 상당한 반발을 일으켰다. 일부 지지자는 한 전 비대위원장을 배신자라고 칭하게도 했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채 해병 특검법까지 노선을 달리한 이유는 반사이익 때문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이 작아질수록 커지는 게 그다. 자신만의 길을 만든 이유는 당내 전선을 친윤(친 윤석열), 비윤(비 윤석열), 반윤(반 윤석열)이 아닌 친한(친 한동훈)과 반한(반 한동훈)의 구도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분석된다.

정치권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을 두고 ‘절윤’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앞서 친윤 세력은 한 전 비대위원장에게 지속적으로 공격을 가했다. 이들은 압박은 거셌다. 한 전 비대위원장의 출마 선언에 대해 옳지 않다며 견제했고, 총선 패배의 책임이 크다며 지속적으로 패배한 수장임을 강조했다.

연합으로
원팀 구성?

다른 당권주자들도 한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앞서 당권 도전을 선언했던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한결같이 한 전 비대위원장이 출마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로를 견제하기보다는 1등을 달리고 있는 한 전 비대위원장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채 해병 특검법의 경우, 모두 반대 의견이 강하다. “다 꺼져가는 특검에 다시 불을 붙였다”(나 후보) “채 해병 특검법 수정은 위험한 발상”(원 후보) “윤 대통령과 의도적인 각 세우기”(윤 후보) 등 날을 세웠다. 이들은 한 전 비대위원장에게 어깃장을 놓으면서 반발효과로 당내 세력을 다지는 모습이다.

이들 역시 영남을 찾으며 본격적으로 보수의 심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나 후보는 경남 및 부산 울산을 훑으며 박완수 경남도지사, 박형준 부산시장 등과 만났다.

원 후보도 부산을 찾아 당원들의 지지세를 끌어모았다. 박 시장을 만난 자리에선 “부산을 팍팍 밀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이렇듯 대부분의 당권주자들이 한 전 비대위원장을 견제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1등 때리기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이들의 목표는 1차 투표서 한 전 비대위원장의 과반을 저지하는 것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과반에 실패한다면 결선투표서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일각에서는 나원(나경원-원희룡) 연대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나원 후보의 지지율도 동반 상승 중이다. 범 친윤의 지지를 받는 두 후보가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꺾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두 후보의 지지 세력은 일정 부분 겹치며 갈 길이 급한 만큼 서로를 견제하기도, 우호적으로 나서기에도 애매하다. 압도적인 1강인 한 전 비대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딱히 달리 방법이 없다. 이런 탓에 연대를 통해 지지층을 하나로 규합하는 게 수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윤이냐
비윤이냐

이와 관련해 원 후보는 “어떤 길이든 시간이 많다”며 “홍준표 대구시장도 잘 협력하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해당 발언은 연대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읽힌다. 반면, 나 후보는 원 후보와의 연대설에 대해 강력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연대설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오직 우리 당원, 국민과 연대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둘의 연대설은 충분히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사안임은 분명하다. 한 전 비대원장도 나원 연대설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물론, 연대에는 득실이 모두 존재한다.

연대를 통해 친윤, 비윤 당원을 끌어모을 수도 있지만, 친윤의 협력을 거부하는 나 후보에겐 다소 치명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 후보가 연판장 사태를 잊었다고 했지만, 지난 전당대회서 불출마했던 기억은 여전히 남아있다. 

나원 연대설과 함께 힘을 받는 게 바로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참전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전당대회 당시 당 대표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던 안철수 의원을 무너뜨렸다. 당시 후보로 나섰던 김기현 의원은 5위에 머물렀으나, 당시 정무수석이 전면에 나서면서 급반등을 시작했다.


결국 김 의원은 대통령실을 등에 업고 과반을 넘기며 당 대표 당선을 확정지었다. 아직까지는 잠잠한 모양새지만 전당대회(오는 23일)가 점점 다가오면서 개입할 여지도 간과할 수 없다. 이미 윤 대통령과 한 전 비대위원장이 등을 돌려버린 이상 대통령실에서는 그의 당선을 달갑게 여길 수 없다.

현재 대통령실이 물밑서 미는 후보는 원 후보인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개입하면 모르는 싸움
‘나·원 연대’ 최대 변수 중 하나?

한 전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개인기’로 돌파구를 찾아야만 한다.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작은 실수 하나, 리스크 하나에도 사방서 거센 공격이 불가피하다. 살아남으려면 친윤을 완전히 포기해야 가능하다. 당내 친윤 세력에 대한 반발도 상당수 있는 만큼 반윤 당심을 끌어모아야 한다. 

수도권서 표를 쓸어 담고, 영남서 절반 정도만 챙긴다면 1차 투표만에 결론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자신의 능력이 당내서 통한다는 인상을 심어줘야 힘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2대 총선서 그의 개인기는 완전히 먹혀들지 않았다. 

개헌 저지선인 야당 200석을 간신히 막아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번만큼은 ‘혈혈단신 장수’의 모습을 보여줘야 입지를 더욱 다질 수 있다.

만약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당권을 잡게 될 경우, 윤 대통령은 고난의 시간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대통령실이 원 후보를 물밑 지원한다고 해도 한 전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때리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추후 한 전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계속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국민의힘 내에서 세력을 늘릴 수 있겠느냐는 숙제는 여전히 남는다. 총선서 영남 지역을 싹슬이하다시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권 붕괴 시 한 전 비대위원장도 좋을 리 없으며, 검사 출신의 대통령에 이어 또다시 민심이 검사 출신을 받아들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면 바로 
매장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전 비대위원장은 혼자 가는 길을 친윤, 대통령실, 다른 당권주자들과 싸우고 있다. 여기서 승리하면 단번에 대권주자로 발돋움하는 게 가능해진다”면서도 “당권을 잡지 못한다면 상상 이상의 타격을 받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선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힘 선관위 “러닝메이트 괜찮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의 동시 출마인 ‘러닝메이트’ 방식과 의원실 보좌진 파견에 행위가 당헌·당규에 따라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앞서 권성동 의원과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보좌진 파견과 러닝메이트 제도가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사실상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국토부 전 장관을 겨냥한 셈이다. 

현재 한 전 비대위원장 캠프에는 의원실 보좌진이 급파돼있다.

장동혁·진종오 의원은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다. 

서병수 선관위원장은 “당헌·당규상 선거운동은 당선되게 하거나 하지 못하도록 위한 행위”라며 “선거운동과 관련해서는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는 자, 당헌·당규상 할 수 없는 선거운동만 명시돼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따라 입후보자는 선거운동이 가능한 만큼 러닝메이트를 표방해 본인 및 타 후보를 당선토록 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줄 세우기가 가속화됐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차>

<기사 속 기사>컷오프 3인방 항변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 김소연 변호사, 김재원 전 최고위원을 컷오프시켰다.

선관위는 “후보 신청자가 제출한 서류 및 이력을 확인해 부적격 기준 해당 여부, 국민 눈높이 등을 중심으로 심사했다”고 밝혔다.

세 후보가 여러 논란이 발생했다는 측면서 당 선관위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컷오프된 당사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김 전 최고위원은 당헌·당규를 예로 들어 “나를 탈락시킨 근거가 선출 규정 제13조 제7호에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 컷오프 제도 도입 여부 및 심사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는 규정에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선이 확실한 특정 후보를 지목해 경선서 하는 것은 사실상 정적 죽이기”라고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선관위가 야권에 선명한 발언을 할 인사를 일부러 찍어내 탈락시켰다는 말도 나온다.

이 같은 선관위의 결정에 당권주자인 나경원 후보도 “김 전 최고위원의 소식은 안타깝다”며 “당원과 국민의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게 적절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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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