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바다 ①인천 대이작도

느리게 흘러가는 바다 위 쉼표

복작복작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서, 차분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고르고 고른 여행지는 섬이다. 168개의 섬을 품고 있는 인천, 그중 대이작도는 한적함을 넘어 고적함이 흐른다.

육지서 먼 만큼 때 묻지 않은 자연과 비밀스러운 여행지를 만날 확률이 높다. 대이작도로 향하는 여객선은 인천항여안여객터미널과 대부도 방아머리항여객터미널서 하루 두세 차례 운항하는데, 인천서 길게는 2시간이 넘게 걸리는 여정이다. 대이작도 주변 해역은 해양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돼있으며 신비로운 모래섬 풀등도 포함한다.

하루 2번 썰물 때면 나타났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풀등은 파도와 바람에 따라 매일 다른 모양과 넓이, 무늬를 만든다. 대이작도의 또 다른 매력이라면, 고운 모래사장과 온갖 생물이 숨 쉬는 갯벌 해변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또 해풍을 온몸으로 맞고 있는 숲은 잎사귀의 색이 유난히 진하고 촘촘해 여름에 한층 푸르르다. 

비밀스러운 여행지

대이작도는 면적 약 2.57㎢, 해안선 길이 약 18㎞, 섬의 서쪽 선착장서 동쪽 끝 계남마을까지 직선 길이 약 4㎞에 이르는 작은 섬이다. 배에 따라 차량을 승선할 수 있지만, 걷는 여행을 추천한다. 섬에는 대중교통이 없으므로 차를 이용해야 한다면 머무는 펜션 주인장의 도움을 받거나 전기차를 렌트해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천천히 걸으며, 혹은 한곳에 오랫동안 머물며 섬과 친해져 보자. 숙소는 민박과 펜션을 이용할 수 있는데, 숙소마다 식사를 제공하기도 하고, 갯벌·바다낚시 체험 등을 신청해 즐길 수 있다. 또 해변 가까이 위치한 호젓한 캠핑장은 백패킹 여행자들의 성지다.


선착장서 가까운, 주황색 지붕이 촘촘한 큰마을에는 민박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1960년대 지어진 소담한 성당이 있고 약국이나 병원이 없는 마을에 유일하게 진료를 볼 수 있는 보건소가 자리한다. 갓 딴 블루베리를 갈아 만든 스무디를 내는 카페도 유명하다.

좁은 골목을 따라 언덕을 오를 때면 등 뒤로 바다가 잔잔히 펼쳐지는데 그 풍경이 평온하다. 섬의 중간에 위치한 장골마을은 섬 대표 해변인 작은풀안해수욕장을 곁에 둔다. 해변서 도보로 5분쯤 떨어진 숲속에 자리한 펜션들에서는 싱그러운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섬의 동쪽 끝, 계남마을은 빨간색 지붕의 집들이 모여 있다. 환상적인 일출을 볼 수 있는 포토존과 해변을 따라 덱이 조성돼있어 산책로로 그만이다. 고려 말에 공납품과 배를 탈취하던 바다 해적이 살았던 섬이었던 탓에 이름 붙여진 솔밭 해적길도 나 있다.

핸드드립으로 내려주는 향 그윽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가 있으며, 근처에는 마을의 수호신인 수령 300~350년 팽나무가 마을의 정취를 더한다.

무엇보다 섬을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는 4개의 트레킹 코스가 있다. 그중 1코스 부아산 구름다리 갯티길은 선착장서 출발, 삼신할미약수터까지 3.5㎞에 이르는 길로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부아산은 높이 약 159m로 정상까지 완만한 오솔길이라 가뿐하게 오를 수 있다.

코스의 시작, 덱으로 조성된 해변 산책로를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그 끝에 오형제바위가 등장한다. 고기잡이하러 간 부모님을 기다리며 망부석이 됐다는 오형제의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뾰족한 모양의 바위가 다섯 형제의 모습처럼 생겼다. 오형제바위서 부아산 정상까지는 야생화가 이따금 피어 있는 산길이다. 

오형제 전설이 전해지는 오형제바위
약수터 및 부아산 등 볼거리 가득


정상서 바라보는 대이작도와 소이작도의 항구가 만들어내는 하트 모양의 풍경이 절경이다. 등반을 끝낸 후, 시원한 약수 한 사발은 기운을 북돋아 줄 터. 삼신할미약수터는 고려 시대부터 병을 고치고 소원을 이뤄주며 아기를 점지해주는 효험이 있는 물로 알려져 있다. 

자그마한 섬에는 4개의 해수욕장이 있는데, 그중 작은풀안해수욕장은 대이작도를 대표하는 해변이다. 아담한 해변엔 고운 모래가 깔려 있고, 솔숲이 적당한 그늘막이 되어 준다. 샤워장, 화장실 등의 시설도 깔끔해 캠핑장으로 손색없다.

해변 근처, 최고령 바위를 찾아가는 여정에 도전해보자. 해변 덱을 따라 걷다 보면 25억1000만년 전의 흔적인 우리나라 최고령 바위를 만난다. 큰풀안해수욕장은 대이작도서 가장 긴 해변으로 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서 소라, 게, 조개 등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이작도를 더욱 특별한 섬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풀등이다. 광대한 모래섬을 의미하는 풀치 또는 하벌천퇴(바다 퇴적물이 오랜 시간 쌓여 조성된 모래톱)로 불리는 풀등은 동서로 약 3.6㎞ 남북으로 약 1.2㎞에 이르는 모래섬이다.

하루 2번 썰물 때 서서히 드러나며 섬 곳곳서 그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해양생태계 보고로 소중한 가치를 지니며 섬의 방파제 역할을 겸한다.

바다와 호수에 사는 대형 저서동물(늪, 하천, 호수 따위의 밑바닥서 사는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185종이 살아 숨 쉬는데, 과거에는 풀등의 물웅덩이에 갇힌 꽃게와 새우, 광어들을 손으로 주워 담을 수 있을 정도로 생물이 넘쳐났다고 한다.

마을에서는 썰물 때, 배를 타고 풀등에 도착, 20여분간 머무는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갯벌과 낚시, 풀등 투어 프로그램은 머무르는 펜션이나 마을어촌계에 문의하면 된다. 

대이작도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장골마을 입구, 해양생태관으로 향해보자. 입구에는 최고령 암석 몇 개가 놓여 있고, 건물 앞으로 너른 잔디가 펼쳐져 있다. 해양생태관 1층에는 섬의 역사와 생태를 알 수 있는 자료가 풍부하며, 대이작도 주민이 조개껍데기나 해양 생물로 만든 작품들도 전시돼있다.

2층에는 영화 <섬마을 선생> 일부 영상을 상영 중이다. 1960년대 대이작도 풍경과 흑백 영상이 주는 깊은 여운이 느껴진다. 해양생태관 개관은 금~일요일 및 공휴일로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다.

해양생태관

섬의 동남쪽 끝에는 폐교인 계남분교가 자리한다. 장년층에게 젊은 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영화 <섬마을 선생>(1967) 촬영지다. 영화는 이미자의 히트곡 ‘섬마을 선생님’을 영화화한 것으로 외딴 섬 분위기를 잘 담아냈다. 계남분교는 옛 모습 그대로 방치돼있어 다소 스산하지만, 영화 촬영 표지석과 바다와 어우러진 정자, 해변 덱이 근처에 조성돼있어 산책하기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광부아산→작은풀안해수욕장→최고령 암석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부아산→작은풀안해수욕장→최고령 암석
-둘째 날 삼신할미약수터→해양생태관→계남분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옹진관광문화 https://www.ongjin.go.kr/open_content/tour/
-㈔대이작바다생태마을운영위원회 http://www.daeijakdo.kr/ 

문의 전화
-자월면사무소 032)899-3750
-옹진군청 관광문화진흥과 032) 899-2210
-㈔대이작바다생태마을운영위원회 032)851-8881

대중교통
여객선 인천-대이작도,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서 하루 3회 평일(07:50, 08:30, 15:00), 토요일(07:50, 08:30, 12:00), 일요일(07 :50, 08:30, 14:00) 운항, 1시간25분~2시간 소요. 인천-대부도, 방아머리항여객선터미널 하루 1회 평일(09:00), 하루 2회 주말(08:40, 12:50) 운항, 약 1시간40분 소요.

*문의: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http://www.icferry.or.kr/index.do 1599-5985, 가보고싶은섬(여객선예매) https://island.haewoon.co.kr/, 고려고속훼리 http://www.kefship.com/ 1577-2891, 대부해운 http://www.daebuhw.com/ 032)886-7813

자가운전
-경인고속도로 인천IC→인천항사거리→제5부두→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제3경인고속화도로 정왕IC→정왕교차로→옥구고가교→대부도입구사거리→방아머리항여객선터미널 


숙박 정보
-좋은펜션: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로160번길 157, 010-6784-5561
-테라스의 아침: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로159번길 42, 010-9135-1105, https://terracemorning.modoo.at/
-아라펜션: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로42번길 117, 032)858-1163, https://www.arapension.co.kr/

식당 정보
-풀등이야기(회·농건어탕·백반):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로 169, 010-6322-3945
-이레식당(갈치조림·꽃게탕):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로70번길 3-15, 010-5343-0037
-이작회식당(해산물·회코스):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로 1, 032)834-9944

주변 볼거리
자월도, 승봉도, 소이작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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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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