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별곡 ④화순 무등산 바우정원

자연과 버려진 것의 재발견

흔한 바윗돌서 수천년의 역사를 읽는다. 폐품인 쇳덩이가 멋스러운 작품이 되고, 버려진 나뭇조각은 생명력 가득한 조형물로 변한다. 5만평 규모의 무등산 ‘바우정원’은 걸음마다 무한의 상상이 따라오는 전라도 제11호 민간정원이다.

이곳의 수목(樹木)은 안목 있는 주인을 만나 참모습을 발휘한다. ‘자연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설립자 안국현 대표의 인생 작품이기도 하다. 정원, 건축, 공연문화, 휴양, 체험, 교육, 치유 등의 공간으로 결실을 맺은 것은 안 대표가 깊은 산속 오지였던 지금의 터를 가꾼 지 꼬박 20년 만의 일이다. 인위적인 조성을 최소화하고 자연의 지형과 지물을 최대한 활용한 덕에 정원이 하나의 자연 미술관 같다. 

자연 그대로의 자연스러움

초입서 만나는 ‘수만리 커피’는 바우정원서 운영하는 카페로 정원의 쉼터다. 비탈길과 경사가 많은 산림 정원이기 때문에, 산책 중 쉬어갈 공간으로 제격이다. SNS를 통해 뷰 맛집으로 소문나 이제는 연간 10만명 이상이 찾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녹음이 파도처럼 물결치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바우정원’은 버려진 물건이 ‘임자’를 만나 작품으로 재탄생한 업사이클링 정원이다. 화가, 조각가, 설치미술가, 목공예가, 문화재 석공들과 공동 작업을 통해 정원의 조형물 하나도 기능과 디자인에 초점을 두어 제작됐다. 카페 난간만 봐도 그렇다. 

안국현 대표는 우연히 고물상서 구부러진 철재를 보고 무릎을 ‘탁’ 쳤단다. 일제강점기에 만든 화순 동복교가 철거된 후 남은 철제였던 것.


카페가 5.2m 높이의 2층 건물이기 때문에 난간이 필요하던 차였다. 당시 굴삭기로 철거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구부러진 형태 역시 그대로 살려 조각가 박병철 작가가 카페 난간을 완성시켰다. 작품명은 ‘동복교 100년의 추억’이다. 정원 곳곳에 수많은 작품에 이렇게 사연이 녹아들어 있다. 

카페를 뒤로하고 가장 먼저 만나는 수평창고는 정원을 가꾸면서 수집한 자재들을 전시한 공간이다. 창고 벽면에 바우정원의 지도를 보며 이곳의 공간감과 동선을 익힐 수 있다. 이끼정원, 쑥부쟁이 갤러리, 벼락바우, 노루잠자리, 수평계곡, 고래눈물바우, 비틀깡통 등 호기심이 절로 생겨나는 작명이다.

약 5만여평의 바우정원 중심만 가볍게 돌아보는 코스는 40여분, 큰 원형으로 편백숲 트리하우스와 수평계곡까지 전체를 살펴보는 것은 약 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각 공간에 매료돼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문다면 반나절도 모자라다.  

‘이끼정원’은 최은태 작가의 독창적인 나선형 안개 분사 방식의 조형으로 작은 골짜기에 이끼가 자생하는 신비로운 공간이다. 석굴이 있는 ‘노루잠자리’는 해가 지면 노루가 잠을 자러 올 것만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6·25 전쟁 때는 피란민들이 몸을 피한 역사적 현장도 있다.

물탱크를 잠수함 모양으로 리모델링한 ‘비틀깡통’은 비틀스의 ‘옐로 서브마린’을 연상시킨다. 바로 옆 울창한 편백 숲 사이 2층 트리하우스에 오르면 피톤치드 향 가득한 바람이 불어온다. 무심히 놓인 의자에 앉아있노라면 모든 시름 내려놓고, 달콤한 낮잠에 빠질 듯하다.

쑥부쟁이 갤러리는 이곳 수평커뮤니티의 소장 작품을 상설 전시 중이다. 곧 갤러리를 둘러싼 언덕에 쑥부쟁이가 한가득 피어날 게다. 

바우정원 숲속을 거닐면 덜꿩나무, 박쥐나무, 고욤나무, 광대싸리, 물푸레나무 등 수십종이 빽빽이 그늘을 드리운다. 그 아래 약초와 야생화들이 자생한다. 보편적으로 정원은 장비를 사용해 땅을 갈아엎은 후 조경계획을 세워 식재를 하는 식이다.


화려한 외국 꽃이 많은 정원은 눈에는 확 들어오지만, 잔상과 여운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 안 대표의 설명이다. 

바우정원은 한국의 미로 꼽히는 지붕과 산의 곡선과 은근과 끈기의 정신을 정원에 그대로 담아내는 데 초점을 뒀다. 그 어느 하나 함부로 해치지 않고, 자연 상태보다 더 나은 상태로 복원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바우정원은 지질학적으로는 8600만년 전 형성된 주상절리대 서석대, 입석대와 같은 무등산 지형과 비슷하다.

땅을 파보면 열에 아홉은 바위란 얘기다. 그런 바위투성이 악산(惡山)이 인간과 공존하는 정원으로 바뀌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붕·산의 곡선, 은근·끈기 정신
그대로 정원에 담아낸 모습

바르셀로나 구엘공원의 도마뱀을 떠올리게 하는 숲속 야영장의 아이콘, 치코스밸리(Chico’s Valley, 작은계곡)를 지나면 수평계곡에 다다른다. 산골짜기에 흐르는 시냇물의 유량을 조절하는 무등산 바우정원의 정점이다. 바우정원은 숲속 야영장 수만리 캠핑, 게스트하우스 등 힐링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 중이다.

미술관, 박물관에는 국내외 유명작가 600여점의 미술작품과 석물, 목제품 등의 민예품, 100여점의 전 세계 라디오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화순의 또 다른 힐링코스는 만연저수지를 품은 ‘동구리호수공원’과 ‘화순군립최상준미술관’이다. 30분 남짓 둘레길 코스를 걷는 수변산책로와 잔디광장, 어린이 놀이터가 있어 언제든 휴식하기 좋다. 그 곁의 화순군립최상준미술관은 화순을 대표하는 문화 예술기관으로 지역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선보이며, 다양한 시민 참여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화순 4경으로 꼽히는 ‘고인돌 유적지’는 도곡면 효산리를 잇는 고개의 양계곡 일대에 분포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고인돌유적지 가운데, 화순은 3㎞ 반경에 596기의 고인돌이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200t이 넘는 고인돌과 채석장이 발견됐으며, 주변 자연환경이 원형대로 보존돼 왔다는 데 큰 평가를 받고 있다. 

고인돌 유적지

국가 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양참사댁’은 화순고인돌공원 인근에 위치한 제주 양씨의 종택이다. 사대부가의 형태를 갖춘 300년 된 고택으로 소유주의 이름을 따서 ‘양동호 가옥’이라 불린다. 곳간이 많은 부유한 살림집의 전형을 살펴볼 수 있다. 현재는 지역 농산물과 제철 식재료로 소반에 차려진 별식 소반, 밥상 체험, 움직임명상 등 각종 고택문화체험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무등산편백자연휴양림 → 무등산 바우정원 → 화순군립최상준미술관 → 동구리호수공원 → 화순 꽃강길 음악분수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무등산편백자연휴양림 → 무등산 바우정원 → 화순군립최상준미술관 → 동구리호수공원 → 화순 꽃강길 음악분수 
-둘째 날 양참사댁 → 세계문화유산화순고인돌공원 → 화순군립운주사문화관 → 운주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화순군 문화관광 https://www.hwasun.go.kr/culture/index.do?S=S09
-세계유산화순고인돌유적 https://www.dolmen.or.kr/
-화순군립최상준미술관 http://sbart.or.kr/
-양참사댁 https://www.instagram.com/Livin_HANOK/

운영정보
-운영시간 10:00~17:00(마지막 입장~16:00)
-휴일 연중무휴
-요금 없음(※숲속야영장 오픈 후 변경가능)

문의 전화
-화순군청 관광기획팀 061)379-3501
-화순군청 문화예술과 세계유산팀 061)379-3515
-무등산 바우정원 061)374-1121
-화순군립최상준미술관 061)379-3835
-양참사댁 0507-1485-1230
-화순 꽃강길 음악분수 061)379-3777

대중교통
-기차 용산역-광주송정역-화순역, KTX(무궁화호 환승) 하루 4회 (08:20~17:44) 운행, 2시간45분~3시간5분 소요. 화순역서 무등산 바우정원까지 택시 이용, 약 20분(12㎞)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예매: https://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화순,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2회(09:50, 16 :05) 운행, 약 4시간15분 소요. 화순시외버스공용정류장서 택시 이용, 무등산 바우정원까지 약 16분 소요. 고속버스통합예매 https://www.kobus.co.kr/mrs/rotinf.do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화순시외버스공용정류장 061)374-22 54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 논산천안고속도로 → 호남고속도로 → 동광주TG → 문흥분기점서 ‘제2순환도로, 나주, 화순’ 방면 왼쪽 방향 → 소태TG → 내지교차로서 ‘보성, 화순’ 방면 왼쪽도로 → 교리교차로서 ‘화순전남대병원’ 방면으로 왼쪽 방향 → 신기교차로서 ‘만연폭포’ 방면 자회전 → 무등산 바우정원  

숙박 정보
-무등산편백자연휴양림: 이서면 안양산로, 061)373-2065, http://moodoong.com/
-금호화순스파리조트: 백아면 옥리길, 061) 372-8000, http://www.kumhoresort.co.kr
-더원비즈니스호텔: 도곡면 온천1길, 0507)1488-5000, https://www.theonehotel.co.kr/
-화순스테이호텔: 화순읍 칠충로, 061)374- 8844, https://stayhotelhwasun.modoo.at/

식당 정보
-벽오동(보리밥정식): 화순읍 안양산로, 061)373-9997
-구지가(갈치조림): 화순읍 지강로, 061)373-9452
-수림정(굴비백반): 화순읍 진각로, 061)374-6560
-홍제네 인생등갈비(등갈비): 화순읍 학포로, 0507)1441-6660

주변 볼거리
화순무등산 양떼목장, 세량제, 영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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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