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원익그룹’ 급성장 이면

뒤돌아보니 어느새 ‘공룡’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원익이 올해 처음으로 대기업에 편입됐다. 글로벌 기업과의 끈끈한 파트너십에 힘입어 대외 위상을 한껏 드높인 모양새다. 다만 대기업으로 인정받는 게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당장 ‘옥상옥’ 지배구조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과 각종 규제를 감내해야 하는 불편함이 뒤따른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매년 5월 ‘공시대상기업집단’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은 시장지배력 남용 억제를 목적으로 1986년 12월 도입됐으며, 2009년부터 자산총액 5조원을 기준 삼아 기업집단을 지정하는 방향으로 지금껏 유지돼 왔다.

순식간에
올라간 위상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된 기업집단 수는 최근 들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71곳이었던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이듬해 76곳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기업집단 82곳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역시 비슷한 흐름이 목격됐다. 지난달 15일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88곳을 지정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7곳이 재지정 및 신규 지정됐고, 한화에 인수된 대우조선해양은 공시대상기업집단 명단에서 제외됐다.

신규 지정된 기업집단 6곳은 ▲영원(73위, 자산총액 6조900억원) ▲대신증권(78위, 자산총액 5조7600억원) ▲하이브(85위, 자산총액 5조2500억원) ▲소노인터내셔널(86위, 자산총액 5조1800억원) ▲원익(87위, 자산총액 5조300억원) ▲파라다이스(88위, 자산총액 5조100억원) 등이다.


대다수는 그리 낯설지 않다. ‘하이브’는 BTS가 속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잘 알려져 있으며, ‘소노인터내셔널’은 호텔·관광업, ‘파라다이스’는 카지노·관광업을 기반으로 인지도를 확보했다. 노스페이스 OEM(상표부착생산) 제조사인 ‘영원’, 증권업계에서 오랜 연혁을 자랑하는 ‘대신증권’ 등도 마찬가지다.

‘원익’은 앞에서 열거한 기업집단과 사뭇 다르다. 재고자산과 매출 채권 증가에 힘입어 대기업집단에 포함됐지만, 장비·소재 등 대중이 낯설게 느낄 법한 업종에서 사세를 확장했기 때문에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분명했다.

이런 가운데 결정된 공시대상기업집단 편입은 원익에 대한 주목도를 높인 계기가 됐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었다.

원익은 이용한 회장이 1981년 설립한 무역회사 ‘원익통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원익통상은 1985년 반도체용 석영(쿼츠) 제조사인 ‘한국큐엠이’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부품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그간 수입에 의존해 온 반도체용 석영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에 납품했고, 이를 계기로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원익은 반도체·패널 관련 기업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기업집단 면모를 갖췄고, 2016년 4월 원익IPS를 지주회사(현 원익홀딩스)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수순을 밟으면서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 무렵 이 회장은 보유 중이었던 계열사 지분을 원익홀딩스에 넘기는 방식으로 지주사 체제 굳히기에 힘을 실었다.

지주회사인 원익홀딩스는 반도체·배터리·헬스케어 등 그룹 내 핵심 사업을 담당하는 법인들을 아우르는 위치에 올라 있다. 당장 캐시카우라고 분류될 법한 ▲원익IPS ▲원익QnC ▲원익머트리얼즈 등이 원익홀딩스 휘하에 포진한 모양새다. 

재계 서열 87위 안착
녹록지 않은 완장 무게


핵심 계열회사들은 영위하는 업종 특성상 반도체 생산량 증감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원익IPS는 반도체 전 공정 생산에 필요한 증착장비가 주력사업이고, 삼성전자가 최대 고객사다. 원익QnC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에 사용되는 석영 제품과 산업용 세라믹을 제조하고 있다. 원익머트리얼즈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특수가스를 전문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원익홀딩스가 그룹 지배구조에서 최상단에 올라선 건 아니다. 지주회사가 지배구조에서 정점에 있는 통상적인 지주사 체제와 달리, 원익의 경우 원익홀딩스가 ㈜원익의 지배를 받는 ‘옥상옥’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원익홀딩스 최대주주는 지분 28.96%를 보유한 ㈜원익이다. ㈜원익은 2016년 6월 원익홀딩스 유상증자에 원익IPS 보유주식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참여했고, 그 결과 원익홀딩스 지분 23%를 확보했다.

원익홀딩스 지분확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원익은 2017년 12월 원익홀딩스 지분 3%를 179억원에 추가 매입하면서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원익은 자금조달을 위해 143억원대 단기차입에 나설 만큼, 원익홀딩스 지분확보에 적극적이었다.

㈜원익 최대주주는 지분 38.18%를 보유한 이 회장이고, 호라이즌캐피탈은 지분율 8.15%로 2대 주주에 등재돼있다. 이 회장이 호라이즌캐피탈 지분 100%를 보유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익에 대한 이 회장의 실질 지분율은 46.33%다.

그룹 지배구조가 ‘이 회장→㈜원익→원익홀딩스→원익IPS 등 사업회사’로 이어지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을 고려해 옥상옥 구조의 틀을 만들었다고 보기도 한다. 원익홀딩스 지분을 승계하는 것보다 ㈜원익 지분을 승계하는 게 비용을 절감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 자녀는 ㈜원익 지분만 넘겨받으면 대다수 그룹 계열회사를 지배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이 회장이 보유한 ㈜원익 주식의 가치는 약 3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옥상옥 구조는 지주사와 지주사의 지배기업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다. SK의 경우 과거 최태원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SK C&C를 통해 지주사인 ㈜SK를 지배했고, 최 회장은 지주사 지분을 0.02%만 지닌 상태였다. 이후 SK는 지배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2016년 4월 SK C&C-㈜SK 합병을 결정했고, SK C&C는 소멸했다.

당장 닥친
투명성 숙제

일각에서는 원익 지배구조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대기업집단 편입으로 그룹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과 별개로 각종 규제에 발목 잡힐 가능성이 커졌다는 건 걱정거리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최대주주와 주요주주 주식 보유 현황, 변동사항, 임원의 변동 등 회사 소유 지배구조와 관련된 중요 사항 발생 등에 대한 공시의무를 지게 됐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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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