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아버지 등진 박세리

돈으로 끊긴 부녀의 끈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골프선수 출신 박세리가 이끄는 박세리희망재단이 박세리의 부친 박준철씨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박씨는 새만금에 국제골프학교를 설립하는 업체로부터 참여 제안을 받고 재단의 법인 도장을 몰래 제작해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가 검찰 수사를 받는 가운데 박세리가 과거 아버지에 대해 언급한 방송이 재조명되고 있다.

한국 여자골프의 전설 박세리가 이사장으로 있는 ‘박세리희망재단’이 박세리의 아버지 박준철씨를 고소했다. 지난 11일 <텐아시아>에 따르면 박세리희망재단은 지난해 9월 박씨를 사문서위조 및 사문서위조 행사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금전 문제
‘리치 언니’

박세리희망재단은 박세리가 지난 2016년 골프 인재 양성 및 스포츠산업 발전을 위해 설립한 재단으로 이사장을 맡고 있다. 경찰은 이미 고소인과 참고인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또 아버지 박씨에 대한 혐의를 인정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리희망재단 측 변호인은 “박세리희망재단이 박씨를 고소한 것이며 박세리 개인이 고소를 한 게 아니다” “재단 이사회를 통해 고소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한 뒤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자세한 이야기는 드릴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사태가 부녀 갈등으로 보기엔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박씨가 박세리의 이름을 내세워 사익을 추구하는 과정서 사문서 위조를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박세리희망재단이 박씨를 고소한 배경에는 새만금 지역 국제골프학교 설립을 둘러싼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골프학교 설립을 추진한 A사는 박씨를 통해 박세리희망재단에 운영 참여를 제안했다. 이후 박씨로부터 도장이 찍힌 사업참가의향서를 받아 새만금개발청에 제출하고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박세리희망재단은 사업참가의향서에 찍힌 도장이 위조라며 박씨를 고소했다. 이에 박씨는 재단의 법인 도장을 몰래 제작해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만금청은 박세리희망재단의 고소 이후 사업참가의향서 도장 위조에 대한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사업을 중단시킨 상황이다.

박세리희망재단과 박세리가 대표로 있는 바즈인터내셔널 홈페이지에는 “최근 박세리 감독의 성명을 무단으로 사용해 진행하고 있는 광고를 확인했다” “이에 박세리 감독은 국제골프스쿨 및 박세리 국제학교(골프아카데미, 태안 및 새만금 등 전국 모든 곳 포함) 유치 및 설립에 대한 전국 어느 곳에도 계획 및 예정도 없음을 밝힌다” “홍보한 사실과 관련해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며 이 같은 허위, 과장 광고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글이 이전부터 게재돼있다.    

재단 이사장이 박세리인 만큼 간접적으로 딸이 아버지 박씨를 고소한 것이 돼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 사건의 배경에는 3000억원대 새만금 레저시설 조성사업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희망재단, 박씨 고소한 이유는?
“3000억대 새만금 사업 있었다”

새만금 관광단지 개발사업은 새만금 관광레저용지에 민간 주도로 1.64㎢ 규모의 해양레저관광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새만금개발청은 지난 2022년 6월 새만금 해양레저관광복합단지 개발사업 우선협상자로 6개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해당 컨소시엄은 해양 골프장과 웨이브 파크, 마리나 및 해양 레포츠센터 등 관광·레저시설과 요트 빌리지, 골프 풀빌라 등 주거·숙박시설, 국제골프학교 조성 등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박씨가 가짜로 꾸민 박세리희망재단 명의 의향서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세리 골프 아카데미를 세우겠다는 계획은 우선협상자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후 새만금개발청은 박세리희망재단 측에 골프 관광 개발사업에 협조할 의향이 있는지 확인 요청을 했으나 사실무근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제야 서류 위조 사실을 알게 된 재단 측도 박세리의 부친 박씨를 고소하게 된 것이다. 

새만금개발청 측은 지난해 허위문서 제출에 대한 문제 상황을 인지한 후 해당 업체에 대한 선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추후 손해배상청구소송, 관련 사업자에 대한 사업 참여 제한 조처를 고려 중이다. 

본래 새만금 해양레저복합단지는 오는 10월 개장 예정이었지만 박씨의 위조문서 제출로 현재는 사업이 중단됐다.

특히 박세리는 과거 방송서 아버지와 동반 출연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인터뷰를 통해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던 바 있어 안타까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박세리희망재단이 박세리의 아버지를 고소하자 박세리가 부친과의 관계를 언급했던 과거 방송 내용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무산된 사업
부녀간 충돌

박세리는 지난 2013년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해 아버지의 빚을 갚는 데 자신의 골프 상금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당시 박세리는 “은퇴 전까지 미국서만 상금으로 126억원 정도 벌었다”며 “상금만 그 정도였고 추가적인 비용까지 모두 합치면 수입이 500억원 정도는 될 텐데, 상금의 대부분은 아버지 빚 갚는 데 사용했다”고 털어놨다. 

박세리는 “골프가 재밌어진 순간 아버지 사업이 갑자기 어려워졌다”며 “그렇게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는데 아버지가 제 골프를 계속 시켜주시고자 끊임없이 돈을 빌리셨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런 이유가 있었던 탓에 상금을 가장 먼저 아버지 빚 갚는 데 쓴 것”이라며 “모든 상금과 계약금은 남한테 아쉬운 소리까지 하며 날 뒷바라지해 준 부모님께 다 드렸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SBS 예능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에서는 아버지와 함께 출연해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세리는 해당 방송서 “아버지는 제 첫 번째 코치”라며 “아버지가 있었기에 모든 걸 헤쳐 나갈 수 있었고 제가 이 자리에 온 것도 아버지 덕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박씨는 “살기 위해 노력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을 때였다” “늘 딸에게 미안하다” “이젠 무서운 코치가 아닌 좋은 아빠로 기억되고 싶다”며 오랫동안 정상의 자리에 서기 위해 노력한 딸을 생각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또 앞서 방송된 지난해 9월27일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서 박세리가 골프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제가 두 번째 딸이고 막내와 언니가 있는데 저만 운동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육상을 시작했고 중학교도 육상부 스카우트를 받아 입학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골프를 권유하신 건 제가 6학년 때쯤이었다” “연습장에 저를 데리고 가셔서 쳐보라고 하셨다” “당시 골프 연습장에는 어르신들만 계셔서 큰 관심은 없었다”고 소개했다.

박세리는 “아버지 친구분이 저를 골프대회 관람에 데려가 선수 몇 명을 소개해 주셨다” “당시 최고 또래 선수들을 소개받으면서 뭔지 모를 스파크가 딱 왔다” “그 후로 본격적으로 골프를 해보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욕심이 좀 많아서 무엇을 하든 최고가 되고 싶었다”며 “이후 아버지 사업도 기울면서 마음 잡고 골프에 집중했다” “골프로 어머니를 돈방석에 앉게 해주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박세리는 과거 한 방송서 “이제부터 열심히 벌어야 한다”며 “대전에 부모님을 위해 저택을 마련해 드렸다” “부모님께 해드린 것은 절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지극한 효심
과거 재조명

한편 과거 아버지 박씨는 불법·도박 및 폭행 가담 의혹에 휘말리기도 했었다.

<비즈한국>은 지난 2016년 6월 박씨가 불법 도박 폭행 의혹에 휘말렸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2016년 2월20일 충남 공주시 한 사택에 개설된 속칭 하우스 도박장서 벌어진 도박판 현장에 있었다.

당시 도박에 참가했던 A씨는 청주지방검찰청에 박씨를 고소했다. 그는 “도박장서 상대를 속이는 수법으로 화투를 치다 적발됐고 함께 도박을 한 이들에게 폭행을 당했는데 당시 박씨가 내 손을 붙잡은 기억이 난다”고 주장했다.

이때 A씨의 일행인 B씨는 “박씨가 A씨를 폭행한 것을 목격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으나 해당 수사에서 제외됐다. 이에 A씨는 “박씨가 지역 유지라서 봐주기 수사를 하는 것 같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들은 폭행을 직접 목격했는데 왜 수사 대상서 박씨가 제외됐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와 관련해 박씨는 “고추장을 사기 위해 갔다가 우연치 않게 도박장에 자리하게 됐다”며 현장에 있었던 사실은 인정했지만 “도박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폭행도 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 측은 “도박은 입건 사안이 아니며 사기, 개장, 폭행, 현금 갈취를 중점으로 조사가 됐다”며 “이 사건은 사기가 있었기 때문에 도박 참여자들은 모두 사기 피해자가 돼 법적으로 도박죄를 물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A씨가 내가 유명인의 아버지라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부녀 갈등이라고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박세리와 박씨의 갈등 관계가 수면 위로 표출됐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박세리는 아버지 박씨를 자신의 심장이자 첫 골프 스승이라고 밝히며 애정을 많이 드러냈다.

앞서 박씨가 불법 도박과 폭행에 연루된 일로 부녀 간의 갈등이 직접적으로 이어진다고 유추해 보기는 어렵다. 이번 일로 부녀 간의 갈등이 촉발됐을 가능성은 있지만 이전에 갈등이 원인으로 돼서 박세리가 아버지를 고소했다는 해석은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딸 이름 내세워 사익 추구
문서·법인 도장 위조 의혹

박세리의 사연이 알려지자 국내 여러 스타들도 부모와의 금전 거래로 논란을 겪은 사례들이 재소환되는 추세다. 가장 대표적으로 방송인 박수홍은 친형과 매니지먼트 자금 횡령을 두고 지난 2022년부터 법정 공방 중이다. 

박수홍의 친형은 지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동생의 매니지먼트를 전담하면서 운영한 연예기획사 라엘과 메디아붐서 약 20억원과 동생의 개인 자금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2022년 재판에 넘겨졌다. 형수 이씨도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법원은 1심서 박수홍의 친형이 20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동생의 개인 자금을 빼돌렸다는 점은 무죄로 판단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형수 이씨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박수홍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오는 7월 열리는 항소심 2차 공판서 직접 증인으로 출석해 진술할 예정이다.

트로트 가수 장윤정 역시 부모와의 금전 문제로 논란을 겪었다. 장윤정은 부모의 과도한 소비와 부채로 인해 가족 간 갈등을 겪었으며 이로 인해 법적 분쟁까지 이어졌던 바 있다.

박세리는 한국 여자골프의 전설이다. 지난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한국과 미국 무대를 오가며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활약했다. 특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서 통산 25승을 수확했으며 세계골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골프선수기도 하다.

지난 1998년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는 맨발의 투혼을 발휘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 화제가 됐다. 당시 신발을 벗고 맨발로 연못에 들어가 샷을 날리던 박세리의 모습은 IMF 외환위기로 신음하던 국민에게 희망과 환희를 안겨줬다.

박세리는 2000년대 중반까지 아니카 소렌스탐, 캐리 웹과 함께 여자 골프 시장을 장악했다. 박세리가 선수 생활 동안 우승 상금으로 번 수익만 1258만 달러(한화 약 173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광고 모델료 등을 더하면 수입은 더 늘어난다.

뛰어난 선수였을 뿐만 아니라 한국 여자골프의 발전에도 큰 역할을 했다. 박세리를 보고 자란 박인비, 신지애, 최나연 등 세리 키즈들이 박세리의 뒤를 이어 세계 무대를 누비며 한국 여자골프를 세계 최강으로 이끌었다. 

맨발의 투혼
최정상 골퍼

지난 2016년 은퇴를 선언했던 박세리는 같은 해 2016 리우올림픽서 골프 여자국가대표팀의 감독을 맡아 박인비의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후 SBS <정글의 법칙>, MBC <나 혼자 산다>, E채널 <노는 언니> 등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서 남다른 예능감을 발휘하며 사랑받았다. 최근에는 SBS 금토드라마 <재벌X형사>에 특별 출연해 카메오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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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쌍방울 대북송금을 두고 수사기관이 대거 투입됐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수사팀을 꾸리고 ‘조작 기소’ 혐의를 받는 검사들을 겨눴다. 법조계에서는 두 기관이 대북송금 진상규명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사 전문성 논란에 이어 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서다. 검찰을 향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다. 쌍방울 대북송금과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을 ‘조작 기소’라고 규정하면서 복수의 기관이 수사에 착수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고질적 인력난이 걸림돌이다. 수사에 착수했다고 해도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이례적 수사 착수 서울고등검찰청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는 2022~2024년 대장동 사건을 수사해 이재명 대통령을 기소했던 서울중앙지검 2기 수사팀 검사 9명을 감찰 중이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 국회 기관보고에서 “지난해 9~12월 감찰 요청이 접수됐다”며 “별건 수사로 피의자를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회유, 정영학 녹취록을 조작한 내용 등”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9·11월 법무부에 엄희준, 강백신 등 대장동 사건 담당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요청했다. 이들은 민간사업자들 진술을 근거로 2023년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을 대장동·위례 사건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자신 몫 배당 이익이 “이재명 거니까 떼어먹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고, 남욱 변호사도 “천화동인 1호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본인 지분이 포함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민주당은 이후 조작 기소 의혹을 거론하고 나섰다. 대장동 피의자들의 주장도 뒤집히기 시작했다. 남 변호사는 재판에서 “검사들한테 ‘배 가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협박당했다고 주장했다. 정영학 회계사는 자신과 남 변호사 대화가 녹음된 녹취록에서 “위례신도시도 너 결정한 대로 해줄 테니까” 중 위례신도시를 검찰이 “윗 어르신”으로 왜곡해 이 대통령 또는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주장을 X(옛 트위터)에 공유해 “황당한 증거 조작”이라고 반박했다. 쌍방울 조작 기소 의혹의 핵심은 북한 공작원 리호남이 필리핀에 없었음에도 그가 “필리핀에 있었다”는 진술을 기반으로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측에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필리핀에서 리호남을 만나 이 대통령 방북 비용 일부인 70만달러(약 10억원)를 건넸다는 법정 진술이 사실이었는지 추궁 중이다. 만일 김 전 회장이 사실이라며 진술을 유지하면 민주당 측에선 위증이라며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은 지난 3일 국정조사에서 “리호남이 필리핀 아닌 제3국에 체류한 증거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중심 국조 후 수사기관 대거 투입 검찰→대통령실 연결고리 증거 확보 의문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도 고발당할 처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박 검사가 지난해 9~10월 국정감사에서 연어 술파티가 없었다는 등 취지로 증언한 것을 위증으로 보고 고발을 의결했다. 법사위에서 정 장관은 박 검사의 연어 술파티 의혹 감찰은 시효가 도래하는 5월17일 전 “후속 조치를 가능한 신속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박 검사가 전날 국민의힘이 개최한 ‘민주당 공소 취소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석한 것도 정치 중립 의무 위반으로 보고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종합특검팀도 조작 기소 의혹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당초 종합특검팀은 지난해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이 끝내지 못한 잔여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며 출범했다. 인력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음에도 수사 역량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조작 기소 의혹에 투입했다. 종합특검팀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윤석열 대통령실의 개입 시도를 확인했다”며 관련 사건을 서울고검TF에서 이첩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종합특검팀은 파견검사 1명, 특별수사관 2명, 파견경찰관 약간명으로 구성된 ‘국정 농단 의심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이 당시 수사 과정에 개입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실과의 연결고리를 입증할 수 있을지가 이번 수사의 관건으로 꼽힌다. 이번 수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자체보다는 수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성과 권한 남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국가정보원의 객관적 자료가 대북송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누락됐거나 국정원에 파견된 검찰 인사들이 대북송금 수사를 대통령실에 보고한 정황들이 사실인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중복수사 논란도 수사권에 대한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종합특검법상 수사 대상에는 ‘윤석열과 김건희가 본인 또는 타인의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수사 및 공소 제기 절차 관련 적법절차를 위반한 사건’이 포함돼있어 종합특검팀은 이를 근거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기준을 두고 대통령실이 보고받았을 모든 사건이 수사대상이 될 수 있어 ‘남용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박 검사가 핵심 증인들을 회유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연어 술파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과 형량 거래로 이 대통령이 대북송금의 주범이란 진술을 끌어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공수처도 박 검사를 직권남용, 그리고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왜곡죄로 수사 중이다. 법왜곡죄는 지난달 시행되기 전 행위에 소급 적용할 수 없다. 하지만 공수처는 사건을 지난달 26일 수사3부에 배당했다. 다만 공수처는 법왜곡 혐의를 ‘단독’으로 수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으로 명시된 형법 제122조부터 제133조까지의 죄에 법왜곡죄(형법 123조의2)도 포함되지만, 수사 범위에 대한 판례와 적용 기준이 없어 추후 영장 청구나 재판 과정에서 수사권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종합특검팀과의 중복 수사 문제 등도 일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사 이후의 ‘공소 유지’ 단계 역시 공수처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공수처가 독자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하더라도 재판에서 공소를 유지하려면 결국 검찰의 협조가 필요하다. 향후 수사 주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종합특검팀이 사건 이첩을 요구할 경우 공수처가 이를 넘길 수 있다. 공정성 논란 종합특검팀은 수사 초기부터 흔들렸다. 권영빈 특검보가 이 전 부지사와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변호한 경력으로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박 검사는 최근 <한국일보>에 “조사 과정에서 방 전 부회장이 ‘사실 권 변호사와 진술을 짰는데, 거짓말하는 것이 힘들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 그대로 ‘진술 세미나’를 했다는 것”이라면서 “질문이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피의자의 말과 배치되는 물증이 있다 보니 허위로 답변하기가 힘들어졌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분석했다. 권 특검보는 2012~2014년 이 전 부지사가 저축은행 등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 1·2심 변호를 맡았다. 이 사건은 ‘금품을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긴 하나 객관적 물증이 없다’며 무죄로 확정됐다. 이후 이 전 부지사와 친분을 쌓은 권 특검보는 2022년 방 전 부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 법인카드 등 뇌물을 준 혐의 사건 변호를 맡았다. 방 전 부회장은 최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 전 부지사가 소개해 줬다”고 말했다. 수사 초기 “법인카드 등은 이 전 부지사의 측근에게 준 것”이라고 했다가, 김 전 회장이 국내 압송된 후 “이 전 부지사에게 줬다”고 말을 바꿨다. 재판에선 법인카드가 사용된 병원에서 발견된 이 전 부지사 진료 내역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이후 재판부 질의에 “검찰 조사 발언을 후회한다”면서 “변호사 사무실에서 권 변호사를 소개받고, ‘어떻게 줬냐’ 의논한 것에 맞춰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착수는 했는데…인력난에 골머리 수사 권한 정리 안 돼 공방 불가피 종합특검팀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입장문에서 “권 특검보가 상담이 끝난 후 (사무실)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방 전 부회장과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법정에서 쪽지를 주고받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종합특검팀은 지난 16일 언론 공지를 통해 “기존 사건 담당 특검보인 권 특검보가 과거 이화영, 방용철을 변호한 것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면서도 “향후 수사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공정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며 담당자를 김치헌 특검보로 전격 교체했다. 종합특검팀은 법무부에 검사 3명 추가 파견을 요청했으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배치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파견 절차가 진행되다가 최근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종합특검팀에 배치된 검사는 정원 15명 중 12명으로 인력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대북송금 사건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만 파견이 늦어지면서 수사 준비 단계부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검사 파견이 지연되는 배경으로는 사건의 민감성이 거론된다. 3대 특검팀과 상설특검팀에 투입된 검사들이 50명을 넘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인력 부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대체로 안 가려고 한다. 지금 수도권 검찰청은 사건 적체로 한 사람이 수백개의 사건을 처리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없다. 수도권 외 지청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며 “더군다나 같은 집단 사람을 겨누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파견을 꺼리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없다 실제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검찰청 장기 미제 사건은 12만1563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5만1825건 ▲2023년 5만7327건 ▲2024년 6만4546건 ▲2025년 9만6256건이던 미제 사건이 올해 들어 12만건을 넘어섰다. 불과 1년여 만에 약 2배 늘어난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 2월 기준 수원지검의 미제 사건은 2만139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의정부지검은 1만410건, 부산지검은 1만229건, 인천지검은 9764건, 대구지검은 9402건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인력 보강이 이뤄질 때까지 서울고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중심으로 기초 검토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