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앞세운 별들의 잔치

이름 세 글자에 깃든 무게감

박세리는 한국 여자 골프를 대표하던 최고의 선수였다. 은퇴한 이후에도 그의 영향력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본인의 이름을 내 건 골프대회가 열릴 때마다 골프계의 이목이 집중되곤 한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수지는 지난달 25일 충북 청주시 세레니티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OK금융그룹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최종 라운드에서 2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1언더파 205타로 정상에 올랐다. 시즌 첫 우승이자 KLPGA 투어 통산 3승째다.

볼거리

지난해 10월 하이트 진로 챔피언십 제패 이후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거두고도 좀처럼 우승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던 김수지는 이예원(19)과 치열한 우승 경쟁 끝에 1타 차 짜릿한 우승을 일궈냈다.

지난해 2승을 거두며 혜성처럼 등장한 김수지는 올 시즌에도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 대회 전까지 평균타수 4위, 상금랭킹 5위, 대상 포인트 4위에 이름을 올린 상태였다. 다만 최상위권 경기력과 별개로 우승을 차지하지 못해 애를 태웠고, 이런 이유로 이번 대회에 남다른 각오로 출전했다.

대회 첫날 공동 37위에 그쳤던 김수지는 2라운드에서 버디 10개로 무려 9타를 줄이며 코스 레코드를 기록, 단독 선두로 올라선 뒤 최종 라운드를 맞았다. 이예원과 챔피언조에 나선 그는 1번 홀(파4)에서 보기에 그치며 공동선두를 허용한 뒤, 2번 홀(파4)에선 이예원에게 선두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그러나 6번 홀(파5)과 9번 홀(파4)에서 잇따라 버디를 기록하며 다시 선두를 탈환한 뒤, 11번 홀(파4)에서도 버디를 기록하며 이예원에 1타 앞선 선두를 유지했다. 이예원이 13번 홀(파4)과 17번 홀(파3)에서 잇따라 보기에 그친 사이 김수지는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파를 지켜내며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김수지는 지난달 4일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을 황정미(23)에게 내준 아픔도 씻었다. 우승 상금 1억4400만원을 보탠 김수지는 시즌 상금랭킹에서도 4위(6억 5270만원)로 올라섰다.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김수지 첫 승 
11개월 만에 거둔 통산 3승의 기쁨

우승 후 김수지는 “올 시즌 초반부터 우승을 굉장히 하고 싶었다. 시즌 첫 우승을 해서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며 “우승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최대한 타수를 많이 줄이는 데 집중하려고 했다. 캐디와 편안한 마음으로 치자는 얘기를 많이 했다. 18번 홀 세컨드 샷을 치고 나서 ‘이제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마지막 날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2타를 줄인 이예원은 10언더파 206타를 기록, 시즌 두 번째 준우승에 만족했다. 유해란(21)이 9언더파 207타로 3위에 오른 가운데 어깨 통증에 시달리던 ‘디펜딩 챔피언’ 김효주(27)는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기록해 11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수지가 OK금융그룹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의 승자로 우뚝 선 이튿날 또 하나의 ‘박세리 대회’가 펼쳐졌다. 지난달 26일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LG전자 박세리 월드매치’가 바로 그것이다.

박세리 희망재단(이사장 박세리)이 개최한 이번 대회에는 박세리(LPGA 통산 25승)와 동시대에 활약한 레전드 선수 5명, 세리키즈 출신을 포함한 현역 6명 등 총 12명의 선수가 출전해 승부를 펼쳤다. 미국프로골프(LPGA) 투어의 레전드 선수들이 한국에서 한자리에 모여 과거 세계 무대를 호령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명품 승부를 펼쳤다. 


내한 선수의 면면은 어느 때보다 화려했다. ‘골프 여제’ 애니카 소렌스탐(LPGA 통산 72승)을 비롯해 ‘멕시코 골프 여왕’ 로레나 오초아(LPGA 통산 27승), 로라 데이비스(LPGA 통산 20승), 청야니(LPGA 통산 15승), 크리스티 커(LPGA 통산 20승) 등이 대회에 출전했다.

세리키즈로는 김효주(27), 박민지(24), 박현경(22), 조아연(22), 임희정(22), 황유민(19) 등 현역 선수로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는 ▲박세리·임희정 ▲오초아·박민지 ▲데이비스·황유민 ▲소렌스탐·박현경 ▲커·김효주 ▲쩡야니·조아연 등이 조를 이뤄 전반 9홀은 ‘포볼(2인 1조로 팀을 이뤄 각자의 공으로 경기해 더 좋은 성적을 팀 점수로 삼는 방식)’, 후반 9홀은 ‘포섬(1개의 공을 번갈아 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월드매치에 모인 왕년의 스타들 
어느 때보다 화려했던 내한 선수

우승은 2언더파 34타(후반 9홀 기준)를 기록한 오초아·박민지가 차지했다. 1억원의 기부금이 책정된 후반 포섬 경기에서 정상에 오른 오초아와 박민지는 자신들의 이름으로 기부금을 전달하게 됐다.

커·김효주와 쩡야니·조아연이 1언더파 35타로 공동 2위에 올랐고, 최고령·최연소 조합인 데이비스·황유민은 이븐파 36타로 4위를 차지했다. 박세리·임희정은 1오버파 37타로, 소렌스탐·박현경과 함께 공동 5위에 자리했다.

대회 호스트인 박세리는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대회다. 주니어 대회, KLPGA 투어도 하고 있고, 박세리 희망재단에서 기부 행사도 하고 있는 것처럼 오늘 이벤트를 하는 것은 앞으로 꿈을 위해서 달려가는 후배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소렌스탐은 “박세리 감독은 골프계 롤 모델 중 한 명이다. 오늘 재미있게 경기할 뿐만 아니라 박세리 희망재단이 내보인 좋은 취지의 응원에 함께하고자 이번 대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발자취

과거 한국에서 성 대결을 펼치기도 했던 데이비스는 “내 나이가 가장 많다. 하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오초아는 “재미있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골프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KLPGA 관련 소식도 듣고, 한국에 계신 훌륭한 후배들도 볼 수 있게 돼서 아주 새롭다. 또한 이렇게 함께 모여서 경기하다 보니까 옛날에 함께했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하는 것 같다”고 기뻐했다.

박민지는 “TV로만 레전드들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골프를 시작하고 쳐다도 볼 수 없는 그런 높은 곳에 계신 분들이었는데 이 자리에 내가 함께하게 돼서 정말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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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