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원 릴레이 인터뷰> ‘보통의 정치’ 모경종 의원

“명심? 당원이 최우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2대 국회가 활짝 열렸다. 131명의 초선 의원을 맞이한 여의도가 어느 때보다도 바쁘게 돌아간다. 더불어민주당은 60여명의 정치 신인을 맞이했다. <일요시사>가 만난 여섯 번째 주자는 더불어민주당 모경종 의원이다.

‘이재명 키즈’ ‘이재명 최측근’ 모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모경종 의원을 가리키는 별명이다. 모 의원은 2019년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청년비서관을 시작으로 대선후보 수행비서를 거쳐 당 대표 비서실 차장까지 인연을 함께했다. 이제 국회서 직접 뛰게 된 모 의원은 ‘평범한 보통의 삶’을 강조한다. 다음은 모 의원과의 일문일답.

-22대 국회가 개원했다. 앞으로 4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서 국회의원에 도전한 게 아니다.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서 국민의 평균적이고 보통인 시각을 국회에 투영해야겠다는 목표로 시작했다. 움직이는 국회의원이 될 것을 약속드린다. 국회와 당도 마찬가지로 정체되고 분열된 소극적인 자세서 벗어나야 한다.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위한 ‘법쟁’을 했으면 좋겠다.

-지근거리서 이재명 대표를 보좌했다. 이 대표로부터 배운 정치적 자산이 있다면?

▲요즘 표현으로 치면 빅데이터와 알고리즘 같은 능력이다. 이 대표는 모든 분야의 정보를 넓고 깊게 습득한다. 이 데이터를 시기적절하게 활용하는 좋은 알고리즘 능력도 갖추고 있다. 나 역시 다양한 정보를 고루 습득해 체제화할 수 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이를 바탕으로 정답에 가까운 모범답안을 말하고 좋은 의제로 입법 활동을 하는 게 목표다.


-‘이재명 키즈’라는 꼬리표가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부담스럽지 않다. 오히려 나의 밑바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덧붙이자면 스스로 ‘이재명 키즈’라고 인정해본 적이 없다. 어떻게 불렸는지가 아니라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 중요하지 않을까? 모경종이라는 국회의원의 본 모습에 집중해 주셨으면 좋겠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 국회의장 선거로 인해 ‘명심 대이변’이라는 평가도 나오는데?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명심이 깨진 게 아니라 이번 결과가 당원의 목소리와 다소 다르게 나왔을 뿐이다. 명심은 중요치 않다. 대표는 당원의 생각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당원의 생각이 곧 대표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당 대표 연임론 역시 “저 자리에 맞는 사람이 이재명”이라는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에 (연임 가능성이)제기된 것 아닐까 싶다.

이재명 키즈? 젊은 피 정치인?
꼬리표 아닌 ‘모경종’에 집중

-인천 최연소 국회의원이지만 ‘청년 정치인’이란 단어에 갇히는 걸 경계한다고?

▲지금 국회에 필요한 건 단순히 생물학적으로 젊은 사고가 아니다. 법적인 나이가 아닌 생애 주기가 중요하다.숫자로 줄을 세우고 청년이라는 범주로 묶는 순간 국가 서비스의 세부적인 항목들은 오히려 모호해진다. 예를 들어 “신혼인 34세까지만 주택 관련 혜택을 줄게”라고 규정을 해버리면 친절하지 못한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각자 주기에 맞는 정책과 입법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스스로 청년이라는 단어를 거부하는 것이다. 청년 정치인이 아닌 ‘집과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세대’의 정치인으로 불리길 원한다.

-각종 SNS를 통해 다방면으로 지지자와 소통하고 있다. 평소에도 양방향 소통을 강조해 왔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소통방식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과 대통령의 소통 결과는 선거를 통해 나타난다. 이번 총선서 국민이 뜻을 전달했음에도 대통령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채 상병 특검법을 포함해 14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계속되는 거부권에 대해 이제는 국민이 의심하기 시작했다.

-주말마다 열리는 특검법 거부 규탄대회서 “거부권을 거부한다”는 외침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

▲현 상황이 장기화되면 대통령의 지위와 권력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비극으로 향하는 그 ‘두 글자’를 구태여 말하진 않겠다.

“윤, 소통하랬더니 또다시 거부권”
“총선 참패의 뜻 아직도 모르나?”

-22대 국회 초반부터 각종 특검법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형국이다. 새로운 국회를 맞아 윤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밖에서 답을 찾으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분명 대통령 본인이 생각하는 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으로 마주한 대통령이라는 자리와 참모진의 생각을 벗어나야 할 때도 있다. 졌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밖에서 답을 찾는 게 결국 이기는 사람이다.

-특별히 관심이 있는 현안이 궁금하다.

▲채 상병 특검법을 비롯해 대통령이 거부했던 민생법안을 1순위로 두고 있다. 이외에도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국민의 생애 주기별에 해당하는 법안과 저출생 문제도 들여다보고 있다. 대한민국이 살기 좋아지려면 균형 발전을 맞춰 소외당하는 이가 없도록 해야 한다.

지역구인 인천 서구병은 흔히 검단 신도시라고 알려진 곳인데 각종 인프라 면에서 편차가 존재한다.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면 인위적인 개입도 분명 필요하다. 특히 교통문제가 심각한 편인데 개인이 교통망을 깔 수 없으니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자연스럽게 지역구 이야기로 넘어오게 됐다. 검단과 김포가 5호선을 두고 팽팽히 대립 중인데?


▲서울5호선 검단·김포 연장 문제를 두고 국토교통부가 조정안을 내놨다. 검단에 있던 역을 옆에 있는 김포로 옮기자는 것인데, 인천이 제시했던 안과 비교했을 때 불과 1분밖에 차이가 안 난다. 이 1분을 위해 노선을 바꾸는 건 말도 안 된다. 불편한 교통망 때문에 검단 주민은 매일같이 길바닥에 시간을 뿌리고 있다. 당선되기 전부터 5호선 연장 문제에 힘을 쏟은 이유다.

-끝으로 국민에게 한마디.

▲많은 불의의 세력이 국민을, 민주당을, 올바른 길을 가려는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있다. 조금만 참아주시면 지치지 않는 사회가 올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겠다. 본인을 비롯해 국가와 소중한 이들의 삶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 대우받는 대한민국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말씀드린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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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