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국민의힘 참패 예견한 유준상 상임고문

“결국 대통령이 풀어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을 100일 앞두고 쓴소리를 쏟아냈던 정치 원로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후보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했고 선거전략도 부족했다. 공당의 자산으로 여겼던 인물은 정치 생명에 치명상을 입고 물러났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상태다. 4개월 만에 다시 마주 앉은 국민의힘 원로들은 “간절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난 17일, 국민의힘 원로들이 한자리에 모여 4·10 총선 패배와 관련해 정부여당에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당의 무능, 국민의 정권 심판 등 총선 참패의 배경을 두고 상임고문단의 성토가 이어졌다. 당의 내홍을 수습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워 총선 승리를 노렸다. 정치 경험은 없지만 국민 호감도가 높은 인물로 당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야당과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기세를 보여준 것은 선거 초반뿐이었다. 대통령실발 악재 등이 거듭되면서 선거 막판에 이르러서는 ‘읍소’만이 남았다. 

결국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을 합해 108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192석을 얻은 것과 비교하면 궤멸에 가까운 수치다. 국민은 집권 3년차에 접어든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낙제점을 매겼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개헌과 대통령 탄핵이 가능한 범야권 200석을 저지한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국민의힘 유준상 상임고문은 “선거는 바람이다. 총선 기간 내내 정권 심판의 바람이 세게 불었다. 채 상병 사건, 황(상무) 수석 발언, 대파 사건, 김건희 여사 디올백 사건 등이 거듭 불거지면서 정권에 대한 분노가 커졌고 심판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반면에 국민의힘 지지층은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유 상임고문은 지난해 12월15일과 26일 총선을 100일가량 앞두고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그는 이번 총선서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는 물론 여야 정치인에 대한 국민 심판이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국민의힘 공천 과정서 영남권의 다선 중진 의원이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는 등 혁명에 가까운 공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인터뷰 당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한 전 장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한 전 장관이)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 인재를 영입하고 이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선거를 진두지휘하길 바랐다. 이미 비대위원장으로 결정된 이상 흔들림 없이 나아갔으면 하지만 총선서 패배할 경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로부터 4개월 뒤 정치 원로의 진단은 족집게처럼 맞아 떨어졌다. 국민의힘이 내세운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은 정권 심판 바람에 밀렸고 대통령실 등에서 터진 각종 악재들은 유권자의 표심은 물론, 보수 지지자들의 투표 의욕까지 갉아먹었다.

유 상임고문은 지난달 4일 윤 대통령이 이종섭 전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했을 당시를 총선 참패의 결정적인 순간으로 꼽았다.

“그때 제가 상임고문단 회의를 소집해달라고 정의화 의장한테 요청했어요. 대통령이 대사 임명을 취소하도록 성명서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안됐습니다. 그때 ‘선거 망했다’고 생각했어요. 100석 이하로 봤습니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의 한 카페서 유 상임고문을 만났다.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간담회를 마친 직후였다. 다음은 유 상임고문과의 일문일답.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정책을 하나도 내놓지 못했습니다. 또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한 해결책 제시도 늦었습니다. 김건희 여사 디올백, 채 상병 사건이 터졌을 때 빠르게 해명하고 사과했으면 끝날 일이었습니다. 또 의정 갈등을 추진하는 과정서 유연성을 보여주지 못한 면도 감표의 요인으로 생각됩니다. 


-여당의 선거 전략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앞서 말한 대로 대통령실서 사안에 대한 해결책을 즉시 내놓지 못하면서 일을 키운 감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거듭되면서 야당의 선거전략인 정권 심판이 국민의 분노와 맞물려 폭발력을 갖게 됐습니다. 또 지난 대선서 윤 대통령을 선택했던 지지자들의 실망감이 더해지면서 투표장에 나오지 않게 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결정적 순간
6월 안에 조기 전당대회 열고 수습

-‘한동훈 비대위’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한동훈 위원장은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사력을 다했다고 평가합니다. 한 위원장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대위원장에 임명되기 전 ‘공공선을 추구하고 개인에게 복종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국민의힘이 키워야 할 큰 자산이라고 여겼습니다. 이번 총선 참패로 상처를 입은 부분은 안타깝지만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상임고문단 간담회서 윤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하셨습니다. 

▲윤 대통령이 총선 참패 이후 국민을 상대로 입장을 밝히려 했다면 국무위원을 상대로 한 국무회의가 아니라 기자회견, 대국민 담화 등의 방식을 취했어야 합니다. 내용 또한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움츠러들 게 아니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자회견을 진행해 국민과의 접촉면을 넓혀야 합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소통하는 모습으로 불통 이미지를 씻어내야 합니다. 

-국무총리에 어떤 인물이 임명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지금까지 국무총리는 모두 관료 출신이었습니다. 이제는 윤 대통령의 부족한 정치 경험을 보완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합니다. 풍부한 정치적 경험과 정무적 판단 능력으로 대통령에게 정확한 정세를 말해줄 수 있고 여야 간 소통으로 협치를 이끌어내고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국무총리를 빠르게 임명해 국민의 불안감을 잠재워야 합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국무총리 추천을 요청하거나 야당과의 협의를 통해 국회 동의가 가능한 인물로 지명해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비서실장으로 정진석 전 의원을 발탁했습니다.

▲신임 정진석 비서실장은 언론계, 청와대 정무수석, 국회의원 5선 중진, 원내대표. 비대위원장, 국회부의장 등을 두루 역임한 분입니다. 충청도 출신이고 폭넓은 소통과 화합의 중진 정치인으로서 대통령과 철학을 공유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서실장직을 잘 수행하리라 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상황은 어떻게 수습될 것으로 보십니까?


▲2년 동안 비대위만 3번 구성됐습니다. 더 이상 비대위 체제로 가서는 안됩니다. 6월 안에 조기 전당대회를 열고 새로운 지도부를 뽑아야 합니다. 그래야 내부 정비는 물론 여야 간 소통, 당정 대화 등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당원과 국민에게 새롭게 변모한 집권당으로서의 모습을 빠른 시일 안에 보여줘야 합니다. 

-국민의힘은 두 번 연속 대패했습니다.

▲총선 기간 내내 주말을 이용해 전국의 선거현장을 다녔습니다. 민심은 정말로 무섭다는 것을 또 한 번 체감했습니다. 이번 선거서 다수 의석을 차지했지만 민주당이 교만과 오만, 불통의 정치를 한다면 삽시간에 무너질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낮은 자세로 정말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국민의힘과 함께 하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생긴다’는 구호를 국민에게 각인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이야말로 국민의힘에는 국민의 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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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