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이후…4인 파워게임> 코너 몰린 윤석열

“할 수 있는 게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진짜 큰일났다. 22대 총선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5년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 ‘식물’이 될 처지가 됐다. 문제는 아직 임기 절반도 지나지 않은 점이라는 것이다. 위기를 돌파할 돌파구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일단 책임론을 피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앞으로 추락하는 일만 남은 게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시작과 끝을 여소야대 정국서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국민의힘이 22대 총선서 참패한 탓이다. 여소야대 정국이었던 윤 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 제대로 일할 수 없었다. 지방선거에서는 윤 대통령을 지원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승리했지만, 이번 총선은 달랐다. 

그의 얼굴은 총선서 사라졌고, 대통령실의 물밑 지원도 유야무야했다. 윤석열정부 중간 평가격인 총선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등판시켰으나, 역부족이었다. 총선 참패로 인해 윤정부의 국정운영은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설마하다…
무서운 민심

총선을 통해 드러난 민심은 무서웠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범야권은 192석을 확보한 반면, 국민의힘은 108석을 가져오는 데 그쳤다. 국민의힘은 지난 21대 총선 때보다 늘었지만 한강 벨트 등 수도권을 지키지 못해 사실상 완패다. 서울은 의석수가 늘었으나 경기도 60개 지역구 중 7곳에만 깃발을 꼽았다. 인천도 14곳 중 단 2곳만 얻었다. 

지난 20대 대선서 윤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던 충청 민심도 철저하게 국민의힘을 외면했다. 충북·충남 19곳 중 6곳, 대전·세종 9곳 중 1곳만 가져오며 체면치레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총선 결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레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외신들 역시 윤 대통령이 낙제점을 받아 레임덕에 빠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과거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와 이번 승리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문재인정부 당시 야당은 국민의힘이었던 반면, 이번 총선서 국민의힘은 여당인 상황서 패배했다는 점이다. 패배 원인으로는 ▲대통령실의 과도한 정무 개입 ▲황상무 전 민정수석 막말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수사외압 논란 등이 지목됐다. 

보스형 리더십으로 대표되는 윤 대통령에게는 어느덧 오만과 불통, 그리고 독선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졌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을 주무르려는 정황도 다수 포착돼 왔다. 이런 부분들로 하여금 중도층이 등을 돌린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정과 상식을 기반으로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약속은 모두 허상이었다. 소통하겠다고 옮긴 대통령실서 시행됐던 도어스테핑은 폐지를 선언한 뒤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며, 기자회견은 항상 일방적으로 진행됐다. 질문을 받지 않고, 황급히 자리를 떠나는 식이다.

거세지는 용산 책임론
대통령실·내각 개편

앞서 이미 민심은 윤정부를 향해 한 차례 경고를 날렸던 바 있다. 지난해 10월11일,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선거 당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등판시켰다. 김 전 구청장 후보는 막대한 지원 속에서도 17%p가 넘는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본격적인 총선 레이스가 시작되자,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은 비슷한 추이를 보이다가 국민의힘 위기론이 불붙었다. 이런 탓에 총선 패배의 원인이 윤 대통령에게 있는 게 아니냐는 부정 여론이 들끓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 결과가 참패로 발표되자 사퇴를 선언했다. 


총선 참패의 여파는 대통령실도 비켜갈 수 없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줄줄이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11일, 대통령실 소속 이관섭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이 총선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며 줄줄이 물러났다.

대통령실 고위 참모들의 대거 사의 표명은 윤정부 들어선 이후 최로로, 용산 역시 상당한 위기를 감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추후 내각 개편 및 새 참모진을 꾸려 사태를 하루 발리 수습하는 게 관건이다. 

내각 구성은 엄선해야 한다. 과반 이상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단독으로도 인사동의안 처리가 가능하다. 어떤 인사를 데려오든 인사청문회서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대통령실이 인사청문회 부담이 낮은 ‘차관 정치’를 실행해 온 이유다. 

윤 대통령도 “총선을 통해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국정기조 변경을 시사했다. 

스피커들
대기 중

총선 기간 정권 심판론이 먹혀 들어간 탓에 윤 대통령은 제대로 된 총선 지원을 하지 못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전국 ‘민생 토론회’가 전부였다. 이마저도 총선을 앞두고 급조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탓에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가 나기도 했다. 

윤석열정부 탄생 이후 2년 동안 윤 대통령은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지난 21대 국회보다 의석수를 늘린 민주당은 추후 윤정부를 한층 더 압박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재선에 성공한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국민의힘에서 당 대표를 지냈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윤 대통령의 검찰 시절 대립각을 세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생환에 성공했다.

민주당 당선인들은 즉시 ‘김건희 여사 특검법’ 발의하겠다고 포석을 깔기 시작했다. 김 여사 특검법을 통해 주가조작, 명품백 수수 사건 등의 리스크를 더욱 키워 본격적으로 윤 대통령을 압박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 과정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정 동력이 더욱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레임덕을 지나 데드덕까지 빠져들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더해 채 상병 특검법까지 발의된다면 윤 대통령을 향한 압박 수위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껄끄러운 상대로 여겨졌던 한 비대위원장과의 대결서 승리하면서 거칠 게 없어졌다. 당은 비명횡사라는 말을 들어가면서까지 특정 인사들을 공천해 잡음이 일었지만, 결국 승리한 당 대표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불편한 관계 대거 생존
남은 3년 국정운영 험로


이 대표가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되면서 영수회담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이제껏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단 한 번도 갖지 않았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해지는 쪽은 윤 대통령이다. 만약 만나지 않는다면 야당과의 불통 이미지가 커질 수도 있다. 

부활한 조 대표도 윤 대통령 압박 대열에 합류했다. 창당 두 달 만에 비례대표 12명 당선이라는 쾌거와 함께 원내 제3당이 된 조국혁신당은 추후 패스트트랙 지정 국면서 캐스팅보트 역할도 가능해졌다. 

조 대표와 윤 대통령은 상당한 악연 관계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시절, 조 대표가 법무부 장관을 맡았을 당시 조국 사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두 인물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자녀 입시 비리 수사건으로 얽혀있다. 

조 대표는 앞으로 김 여사 특검법과 각종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복수 의지를 대놓고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민주당이 손을 잡는다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달리 막아낼 방법이 없다. 사실상 거야 주도의 특검 정국이 시작되는 셈이다. 

‘추나땡(추미애 나오면 땡큐)’라는 웃지 못할 별명을 가졌던 추 당선인도 22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6선 의원이라는 타이틀을 힘겹게 거머쥐었다. 추 당선인과 윤 대통령의 관계 역시 상당히 불편하다.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추 당선인은 헌정사상 최초로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직무배제를 처분했던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추 장관 처분에 맞서면서 존재감을 키웠다. 이후 검찰총장직서 물러나 대선 출마로까지 이어졌다. 당시 여론은 추 당선인이 윤 대통령의 대선행에 불을 붙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추 당선인은 국회의장직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이 제1당을 차지해 국회의장 몫을 차지하게 된 상황서 그의 국회의장행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꿈틀대는
비윤계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정치적 중립을 위해 당적을 갖지 않도록 돼있다. 실제로 현행 국회법 제20조의2엔 “의원이 의장으로 당선된 때에는 당선된 다음날부터 의장으로 재직하는 동안은 당적을 가질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의장에게 당적 보유를 금지한 것은 특정 정당의 이해관계서 벗어나 국회를 공정하게 운영해 ‘국민의 국회’로 만들라는 책무 때문이다.

하지만, 추 당선인은 “국회의장이 좌파도 우파도 아니지만, 중립은 아니다”라며 “중립은 가만히 있는 것으로 절충점을 찾으라는 이유로 개혁 입법이 좌초되거나 알맹이가 빠지는 일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개혁신당 이 대표도 상대해야 한다. 이 대표는 민주당 공영운 후보에 맞서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며 천신만고 끝에 당선됐다. 

국민의힘 대표 시절 친윤(친 윤석열)계와 대립각을 세우다가 징계를 받고 대표직서 물러났던 그는 개혁신당을 꾸렸다. 비교적 오랜 기간 잠행을 이어가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의 젊은 층 이탈을 노렸던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금배지를 달게 됐다. 

“(윤 대통령이)내가 왜 당을 옮겨 출마할 수밖에 없었는지 곱씹어봤으면 좋겠다”는 당선 소감을 밝혔던 그는 윤 대통령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야당인 이 대표가 선거 기간 동안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이 더 많았다. 

윤, 당무 개입도 사실상 어려워져
인청·특검 정국서 권력 누수 불가피

보수당으로 분류되는 개혁신당은 국민의힘이 각종 내분으로 흔들릴 경우, 개혁신당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민의힘 내부에는 윤 대통령을 엄호할 ‘빅 스피커’가 보이지 않는다. 한 전 비대위원장도 상당히 관계가 껄끄러워졌다는 평가다. 

황태자로 불린 그가 윤 대통령을 버리는 시나리오가 가동된다면 윤 대통령은 적잖은 위기를 맞게 된다. 실제로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한 이상 국민의힘서 8표가량의 이탈표가 나오게 될 경우, 탄핵 국면도 마주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탄핵 저지선을 막아달라고 읍소해 겨우 급한 불은 껐다. 다행스러운 지점은 권성동, 이철규 등 현역 친윤(친 윤석열) 의원들이 상당수 생환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핵심 친윤 그룹으로 윤 대통령을 엄호해 왔다. 이들의 역할에 따라 윤 대통령의 명운도 갈릴 전망이다. 

게다가 대구·경북(TK) 및 부산·경남(PK)은 선거 막판에 결집하면서 ‘전통적인 보수 텃밭’임을 증명해냈다.

국민의힘 곳곳에선 이미 친윤, 친한(친 한동훈)의 대결 구도가 그려지고 있다. 차기 당권 싸움서 승리하는 그룹만 정치적 미래를 도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만 현재는 비윤(비 윤석열)계에게 유리한 구도다. 그간 국민의힘서 당내 실세였던 친윤 그룹은 이번 총선 참패로 인해 전면에 나서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대부분의 비윤 세력은 개인기로 어려운 상황을 돌파해냈다. 윤정부와 차별화 전략을 꾀하려는 인물이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전당대회서 비윤 세력서 당 대표, 원내대표가 탄생할 경우, 당정 관계서 불리한 쪽은 윤 대통령이다.

반면, ‘당무 개입’도 어려워졌다. 이미 좋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당 상황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다시 야당에
공격의 빌미

여기에 더해 윤정부의 나라 살림 적자 규모는 87조원(관리재정수지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당초 예산보다 무려 29조원이 늘어난 규모다. 세수 펑크로 인해 지출 규모도 줄였지만, 재정 수지는 목표보다 악화됐다. 국가채무비율도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겼다.

윤정부는 나라살림 규모 발표를 국가재정법상 발표 시한 날짜를 하루 넘겨 발표하면서 야당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내각 구성에 따른 인사청문회 및 특검 정국 돌입 시 본격적인 권력 누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포스트 한동훈’ 누구? 버려진 사람들 급부상?

이번 4·10 총선서 개인의 능력을 앞세워 살아 돌아온 이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힘 나경원 당선인이다.

총선 기간 동안 대통령실의 지원을 거의 받지 않았던 두 인물은 출구조사 개표 결과에서 밀리는 것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역전에 성공했고, 결국 당선됐다.

안 의원과 나 당선인은 과거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만큼 차기 당 대표 후보군으로도 분류된다.

실제로 친윤·비윤계 인사가 대거 탈락한 상황인 만큼 이들은 당권 전쟁서 유력한 당 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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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