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공룡’ MBK 손익 계산서

갈수록 간절해지는 본전 생각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잇따른 투자 실패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큰 기대를 안고 사들였다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매물이 곳곳에서 눈에 밟힌다. 차익은커녕 본전 뽑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바이아웃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사모펀드 운용사다. 매물로 나온 기업을 인수한 뒤 재투자를 통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한 후 재매각하는 투자전략을 기초로 한다.

확연했던
파죽지세

MBK 성공신화의 주역은 단연 창업주인 김병주 회장이다. 골드만삭스, 칼라일그룹 등을 거친 김 회장은 2005년 MBK를 설립 이후 하락기에 기업을 인수해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키웠다.

한미캐피탈(현 KB캐피탈) 인수 및 매각은 관련 업계에서 MBK를 주목하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MBK는 2006년 626억원을 투입해 한국씨티은행으로부터 한미캐피탈을 매입했고, 이듬해 우리은행에 한미캐피탈을 2711억원을 받고 되팔았다.

한미캐피탈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MBK가 거둔 차익은 1840억원에 달했다.


금호렌터카 인수 및 매각은 MBK의 투자 능력을 가감 없이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였다. MBK는 2010년 KT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한통운으로부터 금호렌터카 지분 100%를 2890억원에 인수했고, 금호렌터카와 KT렌탈이 합병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KT렌탈 2대 주주로 올라섰다.

MBK는 2013년에 자금회수에 나섰고, KT렌탈 보유 지분 42%를 KT에게 넘긴 대가로 2200억원을 챙겼다. 표면적인 차익은 800억원 수준이었지만, 금호렌터카 지분 인수 당시 40%가량을 금융권에서 차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수익은 훨씬 더 컸다.

ING생명(현 신한라이프) 인수 및 매각 과정에서도 남다른 수완이 돋보였다. ING생명은 2012년 네덜란드 본사의 경영난 여파로 시장에 매물로 나왔고, 1조8000억원을 지불한 MBK의 특수목적회사인 라이프투자유한회사가 새 주인으로 등극했다.

MBK 휘하에서 5년을 보낸 ING생명은 2018년 다시 시장에 나왔고, 신한금융지주가 최종 인수자로 결정됐다. MBK는 ING생명 주식 4850만주(지분율 59.15%)를 주당 4만7400원에 넘기는 대신 신한금융지주로부터 약 2조3000억원을 넘겨받았다.

2020년 매각한 코웨이는 가장 극대화된 이익을 남긴 투자 사례로 평가된다. 2013년 MBK는 극동건설 인수 여파로 자금사정이 악화된 웅진그룹으로부터 코웨이를 1조19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MBK는 3700억원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인수를 진행했다. 또 인수금융으로 4700억원을 마련했고, 상환전환우선주(3500억원)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MBK는 코웨이를 사들인 직후부터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에 힘을 쏟았고 효과는 확실했다. 강도 높은 체질 개선 작업에 힘입어 인수 3년째인 2015년에 2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정도로 수익성이 극대화됐다. MBK는 2020년에 코웨이를 넷마블에 되팔면서 1조원대 차익을 남겼다.

쏠쏠했던
차익 장사


MBK는 연이은 투자 성공에 힘입어 금융투자업계에서 동아시아 지역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출범 당시 11억달러에 불과했던 운용 자금이 20년 만에 300억달러 규모로 커진 상태다.

물론 MBK가 무결점 성공가도를 달려온 건 아니다. 크고 작은 투자 실패 사례가 심심치 않게 목격됐으며, 몇몇 투자는 흑역사로 남기도 했다. 2008년 인수했던 씨앤엠(현 딜라이브)이 대표적이다.

MBK는 케이블TV 1위였던 씨앤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2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강수를 뒀지만, 이는 패착이었다. 씨앤엠은 케이블TV에서 인터넷방송(IPTV)으로 시장 주도권이 넘어가는 흐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고, 결국 2016년 채권단 경영관리체제로 전환했다. 채권단이 매각을 주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MBK는 산업 흐름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2010년 중후반에 인수한 ▲홈플러스 ▲롯데카드 ▲네파 등이 재매각에 어려움을 겪자, 이 같은 기류가 부각되는 양상이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9월 영국 대형마트 기업 테스코로부터 대형마트 업체인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당시 홈플러스에 책정된 몸값은 7조2000억원에 달했고, 이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인수·합병 사례였다.

그러나 홈플러스에 매겨진 천문학적인 몸값은 재매각을 어렵게 만들었고,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실적은 뒷걸음질쳤다. MBK가 인수하기 직전인 2014 회계연도에 영업이익 2400억원을 거뒀던 홈플러스는 2022년에 영업손실 2602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좋은 시절은 다 끝났나?
팔리지 않고 쌓이는 매물

이런 가운데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지난달 28일, 홈플러스 기업어음·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로 유지했다. 지난해 2월28일 A3+에서 A3로 조정한 신용등급을 재평가에서 동일하게 적용한 것이다. 신용등급 A3는 적기 상환 가능성은 일정 수준 인정되나, 단기적인 환경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되는 등급이다.

한신평은 대형마트·SSM의 시장 지위 하락, 과거 대비 약화된 경쟁력,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부담 등을 평가 이유로 언급했다. 홈플러스가 지속된 점포 매각과 제한적인 설비 투자로 대형마트 시장 내 경쟁력이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금리·고물가로 소비가 둔화하고 온라인, 근거리·소량 구매 등 대형마트에 불리한 소비행태가 굳어져 단기간 내 유의미한 수준의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카드는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꾀하던 2019년 매물로 나왔고, MBK·우리은행 컨소시엄에 최종 매각됐다. 당시 MBK가 책정한 롯데카드의 기업가치는 1조8000억원 수준이었다.

MBK는 롯데카드가 2022년 말 역대 최대인 순이익 2780억원을 기록한 것을 계기로 롯데카드 매각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드 업황 부진으로 매각 작업은 순조롭지 않았다. 당시 MBK 측이 요구한 롯데카드 매각가는 약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MBK는 롯데카드 분리매각 수순을 밟았다. 지난해 맥쿼리자산운용에 롯데카드가 보유한 교통카드 사업 자회사 로카모빌리티 지분 100%를 4150억원에 매각하면서 다소 몸집을 줄인 상태다.

네파는 MBK가 2013년 1조원가량을 투자해 평안엘앤씨로부터 지분 94.2%를 사들인 아웃도어 업체다. 투자금 중 절반에 해당하는 50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했으며 2·3호 블라인드 펀드에서 나머지 금액을 부담했다. 

그러나 네파는 지금껏 재매각에 실패했다. 2022년 영업이익 264억원을 거두는 등 최근 들어 확연한 성장세를 나타냈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아웃도어를 포함한 국내 패션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식었다는 게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엉켜버린
엑시트

최근 들어 투자 실패 사례가 연이어 목격된 것과 별개로, 여전히 MBK 휘하에는 매력적인 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최근 수익성이 눈에 띄게 향상된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bhc), 모던하우스 등은 매각 가능성이 높은 매물로 분류된다.

MBK는 bhc를 지배하는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의 최대주주다. 2018년 전환사채(CB) 투자, 2020년 2차 투자를 통해 지분율을 끌어올렸으며, 경영권 인수가 아닌 지분 투자 형식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bhc는 기업가치가 3조원대로 평가받고 있다. 2018년(6800억원)과 비교해 4배가량 상승한 수치다. 30%대 영업이익률은 동종업계에서 가장 월등한 축이다. 지난해 11월 박현종 bhc 회장 해임을 계기로 bhc 매각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 분위기이며, 차영수 MBK 운영 파트너가 박 회장을 대체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1996년 이랜드그룹 생활 사업부로 출범한 모던하우스는 국내 홈·리빙 시장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MBK는 2017년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이랜드리테일로부터 모던하우스를 약 686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직후인 2018년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모던하우스는 영업이익 315억원을 기록하면서 확실한 실적 반등을 이뤄냈다. 수익성이 높아진 이후 MBK는 2021년 모던하우스 운영법인(엠에이치엔코) 지분 100%를 매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아직까지는 재매각을 실현하지 못한 상태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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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