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자전거 여행 ③영주 자전거길

마음이 소란할 때 자전거를 타 보자. 부드러운 바람이 마음을 어루만지고, 스치는 풍경에 시름을 던다. 물길 따라 산과 들의 평화로운 풍경이 이어지는 영주 자전거길은 봄에 가장 매력적이다. 낮에는 초록이 싱그럽고, 저녁 무렵에는 노을이 따듯한 분위기를 낸다.

영주는 자전거 여행하기 좋은 도시다. 영주 자전거길 4개 구간으로 주요 명소를 두루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1구간은 소백산역서 서천교까지 소백산의 활력을 얻는 길, 2구간은 소수서원과 선비촌서 서천교까지 전통문화의 향기가 흐르는 길이다. 3·4구간은 서천교와 무섬마을을 잇는다.

영주시 자전거공원

특히 3구간 중간에 자리한 영주시 자전거공원부터 4구간 무섬마을에 이르는 약 14.5㎞는 풍경이 빼어나고 길이 평이해서 초보자도 신나게 달릴 수 있다.

여행자라면 영주시 자전거공원서 출발하기를 권한다. 무섬마을까지 편도 약 1시간30분 거리지만, 곳곳에 있는 관광지와 소박한 마을을 둘러보고 아름다운 강변 풍경에 시선을 빼앗기다 보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공원을 빠져나가자 영주 시민의 힐링 공간, 서천 변으로 자전거길이 이어진다.

250m쯤 달리면 왼편 언덕에 우뚝 솟은 제민루가 보인다. 자전거를 끌고 언덕 위 구학공원에 올라보자. 조선시대 의국 제민루는 ‘백성을 구제하다’라는 뜻으로, 오늘날 보건소 같은 곳이다. 제민루의 역사는 1371년(공민왕 20년)에 시작하지만,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사라지기를 반복하다가 2007년에 다시 지었다. 그 위엄은 옛 모습 못지 않다.

제민루 앞에 삼판서고택이 자리한다.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판서 세 사람이 살았다는 집이다. 판서는 고려·조선시대 정무를 맡은 육조서 으뜸 벼슬을 일컫는다. 고택은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의 생가로도 알려졌으며, 2008년에 복원했다. 구학공원서 내려와 본격적인 라이딩을 즐긴다.

완연한 봄이면 서천 변으로 벚꽃이 흩날릴 터. 자전거길 곳곳에 나무가 우거진 덱 구간이 있어 싱그럽다. 구학공원서 약 7㎞를 달리니 문수면 적동2리 꾀꼬리마을에 닿는다. 여름새 꾀꼬리가 해마다 마을에 찾아와 어여쁜 이름이 붙었다. 마을 입구 100여년 된 아름드리 버드나무 쉼터서 잠시 머무르기 좋다. 쉼터 아래 은빛 백사장에는 맨발로 걷는 이도 종종 보인다.

꾀꼬리마을서 20여분 달리자 문수면 월호3리다. 강 건너편에 기찻길이 있어 열차와 나란히 달리는 기분이 색다르다. 월호3리서 약 1㎞ 가면 무섬마을(국가민속문화재)이 서서히 자태를 드러낸다. 안동 하회마을, 예천 회룡포와 함께 경북 3대 물돌이 마을로 꼽힌다. 반남 박씨와 선성 김씨 집성촌으로, 내성천이 삼면을 휘감아 섬처럼 보인다.

마을에 들어가는 외나무다리는 폭 30㎝로, 걸음을 뗄 때마다 스릴이 느껴진다. 자전거로 진입하려면 외나무다리 옆 수도교를 이용한다. 마을에는 전통 가옥 30여채가 있으며, 350년이 넘은 만죽재고택(경북민속문화재)이 가장 오래됐다. 아도서숙은 항일운동의 거점이었다. 마을 구석구석 자전거로 둘러보면 고즈넉한 분위기에 스며든다.

영주는 자전거길이 잘 조성됐고, 자전거 대여도 편리하다. 영주시 자전거공원에서는 신분증을 지참하면 자전거와 안전모, 자물쇠를 무료로 빌려준다. 담당자가 알맞은 자전거를 골라주고, 자전거 탐방로와 안전 수칙 등을 꼼꼼히 안내한다.

경북 3대 물돌이 마을 중 한 곳인 무섬마을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전거로 둘러보기

공원 내 공공자전거대여소는 트레일러 자전거, 어린이용·성인용 자전거, 2인용 자전거, 전기 자전거 등 120여대를 비치해 선택의 폭이 넓고,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30분이다(대여 5시까지, 명절 당일 휴무). 공원은 상시 개방하며(연중무휴), 주차장과 물품 보관함, 화장실, 카페 등 편의 시설과 어린이들이 자전거 탈 공간도 갖췄다.

영주시 자전거공원 한편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하면 하루 1000원에 공공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공공 자전거는 무료 대여 자전거와 달리 반납 장소가 영주시 곳곳에 있다. 무섬마을에도 대여·반납 장소가 있으니 마을까지 편도로 자전거 여행을 하고 싶다면 공공 자전거를 이용한다.

영주 여행서 부석사를 빼놓을 수 없다. 676년(문무왕 16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문화재가 많다. 배흘림기둥은 무량수전(국보)의 건축미를 완성한다. 무량수전 앞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겹겹이 이어진 소백산 능선이 한 폭의 수묵화를 감상하는 듯하다.

소수서원(사적)은 ‘2023~2024 한국 관광 100선’에 들었다. 1542년(중종 37년) 우리나라 주자학의 시조 안향 선생을 배향하기 위해 세웠으며, 최초의 사액서원으로 퇴계 선생의 제자를 포함해 유생 4000여명을 배출했다. 강학 영역 뒤에 제향 영역이 있는 일반적인 서원과 달리, 소수서원은 좌우로 나란한 배치가 특징이다. 선조들이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긴 취한대는 고풍스러운 정자다.

영주호용마루공원

무섬마을서 자동차로 15분쯤 가면 영주호용마루공원에 닿는다. 영주호의 탁 트인 풍광을 바라보는 포인트다. 공원의 상징인 용미교와 용두교를 건너면 수변공원이 나오고, 영주댐 건설로 폐역이 되어 이전·복원한 평은역도 만난다. 용미교와 용두교는 어두울 때 더욱 신비롭다. 금~일요일과 공휴일 해가 진 뒤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조명이 들어와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영주 자전거길(영주시 자전거공원-무섬마을)→부석사→소수서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부석사→소수서원→선비촌
-둘째 날 영주 자전거길(영주시 자전거공원-무섬마을)→영주호용마루공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영주시 문화관광 https://www.yeongju.go.kr/open_content/tour/index.do
-부석사 http://www.pusoksa.org
-소수서원 https://www.yeongju.go.kr/open_content/sosuseowon/index.do

문의 전화
-영주시청 관광개발단 054)639-6601~6
-무섬마을안내소 054) 636-4700
-부석사 종합관광안내소 054)638-5833
-소수서원 안내소 054)639-5852

대중교통
-버스 서울-영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하루 13회(07:10~20:4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영주종합터미널 정류장서 3번 버스 이용, 건강나라건너 정류장 하차, 영주시자전거공원까지 도보 약 1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https://www.kobus.co.kr, 영주종합터미널 054)631-1006, https://yeongjuterminal.modoo.at

-기차 서울역-영주역, KTX 하루 4회(09:01~18:01) 운행, 약 2시간10분 소요. 청량리역-영주역, KTX 하루 8~9회(05:38~22:00)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영주역건너 정류장서 3번 버스 이용, 건강나라 정류장 하차, 영주시 자전거공원까지 도보 약 1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https://www.letskorail.com, 영주시내버스터미널 054)633-0011~3, 영주시시내버스노선안내(영주시농업기술센터) https://www.yeongju.go.kr/atec/page.do?mnu_uid=4098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풍기톨게이트→소백산국립공원·풍기·봉화 방면 우회전→봉현교차로서 단양·영주 방면 9시 방향→봉현교차로서 안동·영주·봉화 방면 왼쪽→영일사거리서 시청·영주역 방면 우회전→선비로225번길 방면 우회전→영주시 자전거공원

숙박 정보
-만죽재고택: 문수면 무섬로234번길, 010-5293-4010, http://무섬마을.net
-서늘기문화: 영주시 창진로194번길, 010-6242-2219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 풍기읍 죽령로, 054)604-1700, https://taliaresort.co.kr

식당 정보
-축산식육식당(한우구이·한우육회): 영주시 번영로173번길, 054) 631-1437
-흥부가(육회비빔밥): 영주시 대학로, 054)638-2094
-나드리(쫄면·돈가스): 영주시 중앙로, 054)633-5482, https://ww w.nadrifood.co.kr

주변 볼거리
국립산림치유원, 영주근대역사문화거리, 콩세계과학관, 여우생태관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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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