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반토막’ 성과급 논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2.15 16:00:06
  • 호수 14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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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엔 떵떵 내부선 끙끙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이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반면, 전기차 수요 증가세 둔화 영향 등으로 올해 성과급을 지난해 대비 대폭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일부 직원들은 전년 대비 반토막 난 성과급에 트럭을 동원한 집회에 나섰다. 경영진은 처우개선을 약속한 만큼 믿고 지켜봐달라는 입장이다.

LG엔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1632억원으로 전년보다 78.2% 증가했다. 하지만 2023년 성과급은 기본급의 362%로 책정돼 전년(870%)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었다. 앞서 회사는 성과에 따라 최대 900%까지 지급한 바 있다. 이는 회사 측이 지난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AMPC)’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성과지표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입 두말

LG엔솔 측은 지난해 최대 실적의 상당수를 세액공제 혜택이 차지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일부 직원들은 세액공제 혜택을 반영해 성과급을 책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5일부터 LG엔솔 직원 1700여명은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서울 여의도에서 3.5t 트럭 및 스피커를 동원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는 오는 29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며, 트럭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LG엔솔 본사가 있는 여의도 일대를 순회한다.

트럭 전광판에는 ‘경영목표 명확하게 성과보상 공정하게’ ‘피와 땀에 부합하는 성과체계 공개하라’ 등의 문구가 나온다.


트럭 시위 주최 측은 “IRA 관련 업무를 위해 노력하는 직원들의 노동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IRA에 따른 이익금을 재무제표상 이익으로 구분했으나, 성과급 산정 시에는 제외해 비용을 절감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과정서 적절한 설명과 양해가 없는 사측의 일방적 통보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회사 익명 게시판엔 “IRA 혜택을 위해 모든 부서가 합심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며 “IRA 관련 업무는 성과로 들어가지 않는데 지속해야 할 이유가 있는 건가”라고 토로했다. 일한 만큼의 보상을 받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IRA 포함 재무제표상 이익을 바탕으로 한 성과급 산정, 목표 달성치가 아닌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이익금의 일정 규모를 성과급 재원으로 설정하는 ‘프로핏 셰어링’ 방식 도입 등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IRA 세액공제의 경우 변동성이 크고 일시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목표 수립을 성과지표에 반영하지 않았으며, 이를 반영한다고 해도 회사의 성과급은 목표 대비 달성도에 기반하기 때문에 올해 성과급에는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성과급 논란이 일자 LG엔솔은 지난 2일, 김동명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이 자리서 김 사장은 “현행 성과급 방식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직원들의 의견에 공감하며, 많은 고민을 통해 1분기 내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향후 총 보상 경쟁력을 더 높여 경쟁사보다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기차 수요 증가세 둔화”
직원들 보너스 대폭 축소

성과급 논란에 대해 회사 측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성과에 걸맞은 대우를 통해 함께 최고의 회사를 만들어가고자 한다”면서도 “이미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성과급 기준 등 동일한 내용을 익명 트럭 집회를 통해 또다시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과 안타까움을 표한다”고 밝혔다.

LG엔솔은 최근 3·4분기 잠정실적 발표서 분기 사상 최대인 731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가 2155억원으로 29.4%가량을 차지했다. AMPC가 실적에 주요 근거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앞서 미국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 산업에 대한 자체 공급망 육성을 위해 IRA에 근거한 AMPC를 추진해왔다. 재생에너지·청정산업 기반 시설을 미국 내에 설치하면 세금혜택을 주는 게 핵심이다. AMPC는 미국 내에서 배터리 셀을 직접 생산할 경우, 1kWh당 35달러, 모듈을 생산하면 1kWh당 10달러의 혜택을 주고 있다. 

세액공제 대상은 2022년 12월31일 이후 생산이 완료된 제품으로 조항은 오는 2032년까지 적용된다. 다만, 배터리·태양광·풍력 부품의 세액공제 규모는 2030년부터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2030년 75%, 2031년 50%, 2032년 25% 순이다.

LG엔솔은 앞서 지난 1·4분기 1003억원, 2·4분기에는 1109억원의 AMPC 수혜를 봤다. 3·4분기에는 미국 오하이오주 GM 합작 공장 가동률 상승 등의 영향으로 AMPC 혜택이 전분기 대비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AMPC에 따른 수익은 일회성 요인에 그치지 않는다는 전망도 나왔다. 관련 업계에선 배터리 생산을 지속하면서 수익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배터리 3사(LG엔솔·SK온·삼성SDI)를 비롯해 주요 배터리 업체의 북미 생산라인 가동이 본격화되는 내년을 기점으로 AMPC 규모도 급증할 전망이다.

한국 정부도 미국에 생산시설을 구축한 배터리 기업 및 태양광·풍력 관련 우리 기업이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12월14일 미국 재무부는 배터리 부품, 태양광·풍력발전, 핵심광물 등의 품목에 대한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 잠정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IRA 관련 우리 업계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미 정부와 협의해 왔다”며 “업계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미국과의 협의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내년 LG엔솔의 AMPC 규모가 5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합작법인과 도요타 전용 생산라인 투자 결정 등을 반영하면 LG엔솔의 생산능력은 2026년 293GWh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영업익 2조1632억원…사상 최대치
미국 ‘IRA 보조금’ 수익 대부분

또, 미국 오하이오주의 지엠(GM) 합작 1공장을 지난해 11월부터 가동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LG엔솔은 GM 합작 2·3공장과 스텔란티스·혼다 합작공장도 설립 중이다. 해당 공장이 모두 가동되면 LG엔솔의 북미 생산능력은 연간 342GWh까지 늘어난다.


이는 80kWh 배터리를 탑재한 고성능 전기차 4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를 반영하면 2026년에 AMPC 수취 규모는 11조3000억원까지 확대된다. 2023년부터 2032년까지 누적 AMPC 규모도 기존 66조3000억원서 80조9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북미 투자를 늘린 SK온과 삼성SDI도 AMPC 수혜를 기대한다.

내년을 기점으로 배터리 3사의 북미 생산가동이 본격화된다는 예상하에 내년 10조원, 2026년에는 20조원가량의 AMPC 보너스가 예상된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서 1·2공장을 이미 운영하고 있다. 포드 합작 1·2·3공장, 현대자동차그룹 합작공장을 설립 중이다. 북미 생산공장이 모두 가동을 시작하면 SK온의 연간 북미 생산능력은 186GWh로 늘어난다. SK온의 북미 생산라인 추진 현황을 기반으로 내년 AMPC 규모는 3조910억원으로 추정된다.

북미 공장의 본격적인 가동이 예상되는 2026년에는 AMPC 금액이 6조8338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럭 집회


상대적으로 북미 진출이 늦은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스텔란티스 합작 1·2공장과 GM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다. 스텔란티스 1공장이 가동되는 내년부터 1조원 수준의 AMPC 수혜가 예상된다. 배터리 필수 요소인 양극재, 분리막, 전해액, 동박(전지박) 등의 기업들은 이미 북미에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거나 신규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업황 부진에도 향후 미국시장이 글로벌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북미 전기차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30%를 기록하며 25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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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표’ 극우 정당 개편 프로젝트

‘장동혁표’ 극우 정당 개편 프로젝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명 개정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했다. 극우 유튜버로 알려진 고성국씨도 전한길씨에 이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장 대표의 ‘국힘 극우 정당 개편’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7일 당명 개정 의사를 밝혔다. 장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해 3대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모든 당원의 뜻을 물어 당명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비판 세례 국민의힘은 지난 9일부터 3일 동안 책임당원에게 당명 개정 찬반을 물었고, 책임당원 중 68.19%는 찬성 의사를 밝혔다. 새 당명은 당원 의견수렴과 국민 공모를 거쳐 결정한 후 당헌 개정 등 절차를 진행해 다음달 중 확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새로운 당명을 내걸고 지방선거를 치른다. 하지만 장 대표가 당명 개정을 승부수로 제시한 것에 대해선 비판적인 의견이 다수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지난 8일 사설을 통해 “당명 개정 추진도 맞는 말이지만, 국민의힘은 반복적으로 ‘미래로 가겠다’라고 약속한 후 실제로는 과거로 퇴행해 왔다”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엔 부정선거 음모론·합리성을 상실한 극단 세력에 휘둘려 안방을 내주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3일 자 사설을 통해 “당명 교체는 민심의 외면을 받는 원인을 뿌리부터 제거하는 과정의 일환이어야 설득력이 있다”며 “그 핵심은 시대착오적 불법 계엄을 저지른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라고 주장했다. 당명 개정에 대해선 “장 대표가 정치적 상상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지나치게 잦은 당명 개정은 한국 정치의 오래된 문제점 중 하나로 거론된다. 당명을 지나치게 자주 바꾸면, 국민이 정당의 정체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런 정당들에 대해선 “당명 개정을 통해 지금의 상황을 면피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장 대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유로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매개로 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제명 결정 ▲장 대표 주변에 포진한 일부 윤 어게인 세력 등을 제시했다. 장 대표에 대해선 지난달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의 공개 지적 등 다양한 압박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도읍 전 정책위의장이 지난 5일 사퇴한 것에 대해서도 “장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한 항의성 사퇴를 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선 “장동혁 지도부가 2월 전후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을 제기한다. “장 대표가 물러난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수도 있다”는 설도 돌았다. 그러자 신 최고위원은 지난달 15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일종의 정치적 선동에 가깝고, 실질적으로 당 내부의 큰 흐름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달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언더 찐윤 성향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장 대표를 내보낸 후 경북 상주 출신이자 아나운서였던 신 최고위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어떻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당명 개정부터?…보수신문 ‘사설 맹폭’ 온라인 댓글 국적 표기…트럼프 벤치마킹?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보궐선거로 당선돼 처음 국회에 입문했고, 지난 2024년 재선에 성공했다.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초선 의원으로 볼 수도 있다. 국민의힘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정치적 영향력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정치적 공간과 영향력이란 분석이 나올 수도 있다. 현재 장 대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언더 찐윤·친한(친 한동훈)계와 갈등하고 있고, 밖에선 주요 보수 신문까지 그에게 강한 압박을 넣고 있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에 영향력을 가진 토착 보수가 정치적으로 세력화한 집단이다. 지난 14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로부터 제명 결정을 받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하는 등 행보로 인해 중도 보수 이미지가 강하다.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서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은 국민의힘을 극우 정당으로 개편하는 것밖에 없다. ‘극우 유튜버’로 평가받는 고성국씨는 지난 5일 자신의 유튜브 생방송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고씨는 “제가 김재원 계보가 된 거냐”고 물었고, 김 최고위원은 “제가 고성국 계보가 된 것”이라고 화답했다. 고씨는 평소 ‘윤 어게인’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해 왔다. 고씨가 입당한 것을 놓고, <조선일보>는 지난 8일자 사설을 통해 “최근 입당한 극단 성향 유튜버가 당 지도부에 입성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는 이미 지난해 7월에 입당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배신자’ 구호를 외치면서 소란을 피웠고, “역설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외에서 강경 보수 성향 대형 집회를 주도했던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1년형을 구형받은 후 오는 30일 제1심 선고를 받는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지난해 1월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의 배후로 지목받아 특수건조물침입 교사 혐의가 적용돼 지난 13일 구속됐다. 강경 보수 성향 대형 집회를 주도하던 ‘두 거목’이 구속됐기 때문에, 강경 보수층에게 정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극우 유튜버가 당내에 뿌리내리게 하면, 장 대표도 당내 거점을 만들 수 있다. 국민의힘에 거점을 만든 후 손·전 목사가 다시 활동하는 시기가 온다면, 장 대표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무주공산 강경 보수 장 대표는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을 현실 정치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장 대표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외국인의 댓글에 의해 여론이 왜곡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온라인 댓글 국적 표기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34명은 지난해 2월 댓글 국적 표시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장 대표는 “과거 7년 동안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글을 6만5000개 이상을 올린 X(엑스) 계정의 접속 위치가 중국으로 확인된 사례도 있었다. 국민 64%는 댓글 작성자 국적 표기에 찬성한다”며 지난 9일 발표된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국리서치 조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앞서 전씨는 지난해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중국을 응원하는 댓글이 어떻게 91%나 나올 수 있겠느냐”며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우마오당 댓글 부대가 우리나라 여론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 투표권이 있는 외국인이 14만명을 넘는 등 외국인이 투표권을 가져서 국민의 주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상호주의에 따라 외국인 투표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69%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은 체류 자격 취득일 이후 3년이 지나고, 거주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등록대장에 오른 만 18세 이상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한다. 따라서 장 대표가 주장하는 데 관해 “더불어민주당의 친중 성향이 짙은 것 같다는 일부 보수층의 의심을 자극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장 대표에 대해선 “전략적으로 극우 영역을 국민의힘으로 이식해 입지를 굳혀 당을 장악한 후 상대를 공격할 프레임을 설정하는 등 일거양득 효과를 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할 수도 있다. 유럽 극우 정당은 대체로 자국민 우선주의 등 반이민 정서를 정치적 기반으로 구축했다. 이는 ▲프랑스의 국민연합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일본의 참정당 등이 갖는 뚜렷한 공통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면서 “불법 이민자의 밀입국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실질적으로는 미국·멕시코 국경에 위치한 기존 장벽을 더 높게 만들어 밀입국을 방지한다는 취지다. 물론 이 공약은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은 우리가 짓고, 비용은 멕시코가 부담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보수층의 표심을 얻었다. 양날의 검 극우 정치 반대로 우리나라에선 극우 정치를 강하게 경계하는 기류가 있다. 극우 정치는 대중을 결집시키기 위한 강한 언어에 몰두한다. 우리나라의 극우 정치는 남북 분단이란 역사적 특성 때문에 강경한 일부 기독교 교단과 강하게 밀착돼있다. 아울러 일부 노년층 특유의 옛 관성에 의존하는 흔적이 남아있는 과도한 강경함은 다른 성향을 지닌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갖게 한다. 강경 보수 특유의 키치도 다른 정치 집단에 거부감을 주는 데 한몫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쇼맨십을 토대로 미국 민주당에 반발하는 집단을 하나로 묶어 21세기 미국 극우 집단 MAGA 진영을 만들었고, 공화당을 장악했다. 일본에선 포퓰리스트 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특유의 화술을 매개로 자유민주당 내 보수 방류의 장기 주도권 행사의 기틀을 세웠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22년 피살됐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놓은 보수 방류의 영향력은 ‘여자 아베’로 유명한 정치적 후계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되는 데 밑바탕이 됐다. 극우 정치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우리나라에도 극우 정치가 뿌리내릴 가능성을 시사한 사건은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였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을 공격한 이 사건은 지난 2021년 발생한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과 비슷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제46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 대한 대통령 인준을 막기 위해 의회를 무력으로 점거했다가 진압됐다.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 가담자들은 2030 세대 남성이 많았다. 가담 정도가 지나쳐 구속영장이 발부됐던 66명 중 ▲20대 8명 ▲30대 21명 등 2030 남성은 총 29명(43.9%)였다.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는 2030세대 남성 중 보수를 지향하는 유권자들이 강경 보수·개혁 보수로 나뉘는 것을 외부로 보여준 결정적 사건이었다. 판단 기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였다.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2030세대 남성은 서울서부지법 폭동에 참여하거나 지지했고, 비판하는 2030세대 남성 중 상당수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남은 선택지는 윤 전 대통령이 정계에서 사실상 사라진 현 시점에 정치적 무주공산인 강경 보수의 정치적 지도자가 되는 것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청년 강경·노년층 묶는 맞춤형 세대포위론? 장 길들이려는 전…“이준석 연대 안 된다” 이들과 기존 반공 보수를 지향하는 노인 세대를 묶어 당내 맹주가 된다면, 장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 당 대표 시절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전략으로 제시했던 세대포위론이 장 대표에게 맞춤 적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장 대표의 구상이 현실이 될 가능성엔 여러 의문이 남는다. 최근 그는 이 대표와의 연대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정가에서 언급되는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에 대해,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란 표현에 대해선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일엔 이 대표가 야당 대표 연석 회담을 제안했고, 장 대표는 이를 받아들였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지난 13일 만나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더불어민주당 공천 헌금 및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수사를 위한 특검 도입 등을 함께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비공개회의에선 민주당의 입법을 저지하기 위한 행동 방안과 특검법 관련 양당 의원 연석회의 개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경 보수 내부에선 장 대표가 이 대표와의 연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씨는 지난 9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국민의힘이 개혁신당과 연대하면, 장 대표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 대표를 절대 가까이하면 안 된다’는 말을 개인적으로 들었다”는 것을 들었다. 고씨도 지난 13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장 대표는 ‘이 대표와 특검 연대만 하겠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역으로 장 대표에게 “통일교 특검 외엔 이 대표와 공조해선 안 된다”는 압박을 하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2020년 한국 정치에선 과거와 다른 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엔 특정 정치인의 팬덤이 결성돼 정치적 친위대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20년대 이후 팬덤은 정치인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적대적 정치인에 대해선 집단 행동을 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정치인을 능가하고 있다. 정치인이 팬덤을 제어할 수 있는 지도력·정치력을 갖춘 사례가 드물어지고 있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장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처럼 대중을 선동할 수 있는 강한 쇼맨십을 가진 정치인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장 대표에겐 고씨·전씨와 같이 세를 모아줄 수 있는 ‘정치 무당’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보수의 김어준’일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한 전 대표를 제명했다고 하더라도 그의 정치 생명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한 전 대표는 재심 청구 포기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제명 결정 무효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불안한 동거 언제까지? 아울러 한 전 대표 제명이 확정되더라도, 국민의힘 내부엔 대구·경북 기득권을 안정적으로 누리기 위해 소극적 정치를 하는 언더 찐윤이 남아있다. 이들은 국민의힘 내부를 실질적으로 지배한다. 또 전씨·고씨 등 ‘정치 무당’과 언제까지 손을 잡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전씨는 이미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반대하는 등 장 대표를 길들이려고 하고 있다. 장 대표의 ‘국민의힘 극우 정당 개편’ 프로젝트는 첩첩산중이다. 한 전 대표 제명 결정은 시작일 뿐이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