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반토막’ 성과급 논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2.15 16:00:06
  • 호수 1466호
  • 댓글 0개

외부엔 떵떵 내부선 끙끙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이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반면, 전기차 수요 증가세 둔화 영향 등으로 올해 성과급을 지난해 대비 대폭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일부 직원들은 전년 대비 반토막 난 성과급에 트럭을 동원한 집회에 나섰다. 경영진은 처우개선을 약속한 만큼 믿고 지켜봐달라는 입장이다.

LG엔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1632억원으로 전년보다 78.2% 증가했다. 하지만 2023년 성과급은 기본급의 362%로 책정돼 전년(870%)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었다. 앞서 회사는 성과에 따라 최대 900%까지 지급한 바 있다. 이는 회사 측이 지난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AMPC)’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성과지표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입 두말

LG엔솔 측은 지난해 최대 실적의 상당수를 세액공제 혜택이 차지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일부 직원들은 세액공제 혜택을 반영해 성과급을 책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5일부터 LG엔솔 직원 1700여명은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서울 여의도에서 3.5t 트럭 및 스피커를 동원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는 오는 29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며, 트럭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LG엔솔 본사가 있는 여의도 일대를 순회한다.

트럭 전광판에는 ‘경영목표 명확하게 성과보상 공정하게’ ‘피와 땀에 부합하는 성과체계 공개하라’ 등의 문구가 나온다.


트럭 시위 주최 측은 “IRA 관련 업무를 위해 노력하는 직원들의 노동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IRA에 따른 이익금을 재무제표상 이익으로 구분했으나, 성과급 산정 시에는 제외해 비용을 절감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과정서 적절한 설명과 양해가 없는 사측의 일방적 통보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회사 익명 게시판엔 “IRA 혜택을 위해 모든 부서가 합심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며 “IRA 관련 업무는 성과로 들어가지 않는데 지속해야 할 이유가 있는 건가”라고 토로했다. 일한 만큼의 보상을 받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IRA 포함 재무제표상 이익을 바탕으로 한 성과급 산정, 목표 달성치가 아닌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이익금의 일정 규모를 성과급 재원으로 설정하는 ‘프로핏 셰어링’ 방식 도입 등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IRA 세액공제의 경우 변동성이 크고 일시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목표 수립을 성과지표에 반영하지 않았으며, 이를 반영한다고 해도 회사의 성과급은 목표 대비 달성도에 기반하기 때문에 올해 성과급에는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성과급 논란이 일자 LG엔솔은 지난 2일, 김동명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이 자리서 김 사장은 “현행 성과급 방식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직원들의 의견에 공감하며, 많은 고민을 통해 1분기 내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향후 총 보상 경쟁력을 더 높여 경쟁사보다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기차 수요 증가세 둔화”
직원들 보너스 대폭 축소

성과급 논란에 대해 회사 측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성과에 걸맞은 대우를 통해 함께 최고의 회사를 만들어가고자 한다”면서도 “이미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성과급 기준 등 동일한 내용을 익명 트럭 집회를 통해 또다시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과 안타까움을 표한다”고 밝혔다.

LG엔솔은 최근 3·4분기 잠정실적 발표서 분기 사상 최대인 731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가 2155억원으로 29.4%가량을 차지했다. AMPC가 실적에 주요 근거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앞서 미국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 산업에 대한 자체 공급망 육성을 위해 IRA에 근거한 AMPC를 추진해왔다. 재생에너지·청정산업 기반 시설을 미국 내에 설치하면 세금혜택을 주는 게 핵심이다. AMPC는 미국 내에서 배터리 셀을 직접 생산할 경우, 1kWh당 35달러, 모듈을 생산하면 1kWh당 10달러의 혜택을 주고 있다. 

세액공제 대상은 2022년 12월31일 이후 생산이 완료된 제품으로 조항은 오는 2032년까지 적용된다. 다만, 배터리·태양광·풍력 부품의 세액공제 규모는 2030년부터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2030년 75%, 2031년 50%, 2032년 25% 순이다.

LG엔솔은 앞서 지난 1·4분기 1003억원, 2·4분기에는 1109억원의 AMPC 수혜를 봤다. 3·4분기에는 미국 오하이오주 GM 합작 공장 가동률 상승 등의 영향으로 AMPC 혜택이 전분기 대비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AMPC에 따른 수익은 일회성 요인에 그치지 않는다는 전망도 나왔다. 관련 업계에선 배터리 생산을 지속하면서 수익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배터리 3사(LG엔솔·SK온·삼성SDI)를 비롯해 주요 배터리 업체의 북미 생산라인 가동이 본격화되는 내년을 기점으로 AMPC 규모도 급증할 전망이다.

한국 정부도 미국에 생산시설을 구축한 배터리 기업 및 태양광·풍력 관련 우리 기업이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12월14일 미국 재무부는 배터리 부품, 태양광·풍력발전, 핵심광물 등의 품목에 대한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 잠정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IRA 관련 우리 업계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미 정부와 협의해 왔다”며 “업계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미국과의 협의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내년 LG엔솔의 AMPC 규모가 5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합작법인과 도요타 전용 생산라인 투자 결정 등을 반영하면 LG엔솔의 생산능력은 2026년 293GWh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영업익 2조1632억원…사상 최대치
미국 ‘IRA 보조금’ 수익 대부분

또, 미국 오하이오주의 지엠(GM) 합작 1공장을 지난해 11월부터 가동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LG엔솔은 GM 합작 2·3공장과 스텔란티스·혼다 합작공장도 설립 중이다. 해당 공장이 모두 가동되면 LG엔솔의 북미 생산능력은 연간 342GWh까지 늘어난다.


이는 80kWh 배터리를 탑재한 고성능 전기차 4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를 반영하면 2026년에 AMPC 수취 규모는 11조3000억원까지 확대된다. 2023년부터 2032년까지 누적 AMPC 규모도 기존 66조3000억원서 80조9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북미 투자를 늘린 SK온과 삼성SDI도 AMPC 수혜를 기대한다.

내년을 기점으로 배터리 3사의 북미 생산가동이 본격화된다는 예상하에 내년 10조원, 2026년에는 20조원가량의 AMPC 보너스가 예상된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서 1·2공장을 이미 운영하고 있다. 포드 합작 1·2·3공장, 현대자동차그룹 합작공장을 설립 중이다. 북미 생산공장이 모두 가동을 시작하면 SK온의 연간 북미 생산능력은 186GWh로 늘어난다. SK온의 북미 생산라인 추진 현황을 기반으로 내년 AMPC 규모는 3조910억원으로 추정된다.

북미 공장의 본격적인 가동이 예상되는 2026년에는 AMPC 금액이 6조8338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럭 집회


상대적으로 북미 진출이 늦은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스텔란티스 합작 1·2공장과 GM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다. 스텔란티스 1공장이 가동되는 내년부터 1조원 수준의 AMPC 수혜가 예상된다. 배터리 필수 요소인 양극재, 분리막, 전해액, 동박(전지박) 등의 기업들은 이미 북미에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거나 신규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업황 부진에도 향후 미국시장이 글로벌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북미 전기차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30%를 기록하며 25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smk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