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반토막’ 성과급 논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2.15 16:00:06
  • 호수 14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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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엔 떵떵 내부선 끙끙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이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반면, 전기차 수요 증가세 둔화 영향 등으로 올해 성과급을 지난해 대비 대폭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일부 직원들은 전년 대비 반토막 난 성과급에 트럭을 동원한 집회에 나섰다. 경영진은 처우개선을 약속한 만큼 믿고 지켜봐달라는 입장이다.

LG엔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1632억원으로 전년보다 78.2% 증가했다. 하지만 2023년 성과급은 기본급의 362%로 책정돼 전년(870%)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었다. 앞서 회사는 성과에 따라 최대 900%까지 지급한 바 있다. 이는 회사 측이 지난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AMPC)’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성과지표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입 두말

LG엔솔 측은 지난해 최대 실적의 상당수를 세액공제 혜택이 차지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일부 직원들은 세액공제 혜택을 반영해 성과급을 책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5일부터 LG엔솔 직원 1700여명은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서울 여의도에서 3.5t 트럭 및 스피커를 동원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는 오는 29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며, 트럭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LG엔솔 본사가 있는 여의도 일대를 순회한다.

트럭 전광판에는 ‘경영목표 명확하게 성과보상 공정하게’ ‘피와 땀에 부합하는 성과체계 공개하라’ 등의 문구가 나온다.


트럭 시위 주최 측은 “IRA 관련 업무를 위해 노력하는 직원들의 노동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IRA에 따른 이익금을 재무제표상 이익으로 구분했으나, 성과급 산정 시에는 제외해 비용을 절감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과정서 적절한 설명과 양해가 없는 사측의 일방적 통보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회사 익명 게시판엔 “IRA 혜택을 위해 모든 부서가 합심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며 “IRA 관련 업무는 성과로 들어가지 않는데 지속해야 할 이유가 있는 건가”라고 토로했다. 일한 만큼의 보상을 받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IRA 포함 재무제표상 이익을 바탕으로 한 성과급 산정, 목표 달성치가 아닌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이익금의 일정 규모를 성과급 재원으로 설정하는 ‘프로핏 셰어링’ 방식 도입 등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IRA 세액공제의 경우 변동성이 크고 일시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목표 수립을 성과지표에 반영하지 않았으며, 이를 반영한다고 해도 회사의 성과급은 목표 대비 달성도에 기반하기 때문에 올해 성과급에는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성과급 논란이 일자 LG엔솔은 지난 2일, 김동명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이 자리서 김 사장은 “현행 성과급 방식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직원들의 의견에 공감하며, 많은 고민을 통해 1분기 내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향후 총 보상 경쟁력을 더 높여 경쟁사보다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기차 수요 증가세 둔화”
직원들 보너스 대폭 축소

성과급 논란에 대해 회사 측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성과에 걸맞은 대우를 통해 함께 최고의 회사를 만들어가고자 한다”면서도 “이미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성과급 기준 등 동일한 내용을 익명 트럭 집회를 통해 또다시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과 안타까움을 표한다”고 밝혔다.

LG엔솔은 최근 3·4분기 잠정실적 발표서 분기 사상 최대인 731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가 2155억원으로 29.4%가량을 차지했다. AMPC가 실적에 주요 근거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앞서 미국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 산업에 대한 자체 공급망 육성을 위해 IRA에 근거한 AMPC를 추진해왔다. 재생에너지·청정산업 기반 시설을 미국 내에 설치하면 세금혜택을 주는 게 핵심이다. AMPC는 미국 내에서 배터리 셀을 직접 생산할 경우, 1kWh당 35달러, 모듈을 생산하면 1kWh당 10달러의 혜택을 주고 있다. 

세액공제 대상은 2022년 12월31일 이후 생산이 완료된 제품으로 조항은 오는 2032년까지 적용된다. 다만, 배터리·태양광·풍력 부품의 세액공제 규모는 2030년부터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2030년 75%, 2031년 50%, 2032년 25% 순이다.

LG엔솔은 앞서 지난 1·4분기 1003억원, 2·4분기에는 1109억원의 AMPC 수혜를 봤다. 3·4분기에는 미국 오하이오주 GM 합작 공장 가동률 상승 등의 영향으로 AMPC 혜택이 전분기 대비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AMPC에 따른 수익은 일회성 요인에 그치지 않는다는 전망도 나왔다. 관련 업계에선 배터리 생산을 지속하면서 수익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배터리 3사(LG엔솔·SK온·삼성SDI)를 비롯해 주요 배터리 업체의 북미 생산라인 가동이 본격화되는 내년을 기점으로 AMPC 규모도 급증할 전망이다.

한국 정부도 미국에 생산시설을 구축한 배터리 기업 및 태양광·풍력 관련 우리 기업이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12월14일 미국 재무부는 배터리 부품, 태양광·풍력발전, 핵심광물 등의 품목에 대한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 잠정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IRA 관련 우리 업계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미 정부와 협의해 왔다”며 “업계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미국과의 협의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내년 LG엔솔의 AMPC 규모가 5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합작법인과 도요타 전용 생산라인 투자 결정 등을 반영하면 LG엔솔의 생산능력은 2026년 293GWh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영업익 2조1632억원…사상 최대치
미국 ‘IRA 보조금’ 수익 대부분

또, 미국 오하이오주의 지엠(GM) 합작 1공장을 지난해 11월부터 가동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LG엔솔은 GM 합작 2·3공장과 스텔란티스·혼다 합작공장도 설립 중이다. 해당 공장이 모두 가동되면 LG엔솔의 북미 생산능력은 연간 342GWh까지 늘어난다.


이는 80kWh 배터리를 탑재한 고성능 전기차 4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를 반영하면 2026년에 AMPC 수취 규모는 11조3000억원까지 확대된다. 2023년부터 2032년까지 누적 AMPC 규모도 기존 66조3000억원서 80조9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북미 투자를 늘린 SK온과 삼성SDI도 AMPC 수혜를 기대한다.

내년을 기점으로 배터리 3사의 북미 생산가동이 본격화된다는 예상하에 내년 10조원, 2026년에는 20조원가량의 AMPC 보너스가 예상된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서 1·2공장을 이미 운영하고 있다. 포드 합작 1·2·3공장, 현대자동차그룹 합작공장을 설립 중이다. 북미 생산공장이 모두 가동을 시작하면 SK온의 연간 북미 생산능력은 186GWh로 늘어난다. SK온의 북미 생산라인 추진 현황을 기반으로 내년 AMPC 규모는 3조910억원으로 추정된다.

북미 공장의 본격적인 가동이 예상되는 2026년에는 AMPC 금액이 6조8338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럭 집회


상대적으로 북미 진출이 늦은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스텔란티스 합작 1·2공장과 GM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다. 스텔란티스 1공장이 가동되는 내년부터 1조원 수준의 AMPC 수혜가 예상된다. 배터리 필수 요소인 양극재, 분리막, 전해액, 동박(전지박) 등의 기업들은 이미 북미에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거나 신규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업황 부진에도 향후 미국시장이 글로벌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북미 전기차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30%를 기록하며 25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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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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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