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최대 폭력조직, 공포의 ‘꼴망파’ 해부

칼 들고 설치는 새파란 형님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0년대에 사실상 와해됐던 인천 최대 폭력조직 ‘꼴망파’가 슬금슬금 다시 등장하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다시 세력을 키우고 각종 사건에 연루되면서다. <일요시사>는 꼴망파와 그 조직원들이 벌인 주요 사건들을 되돌아봤다.

외식 프랜차이즈업체 대표의 유흥업소 폭행 사건에 조직폭력배가 연루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명 꼴망파 조직원이 해당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검은 특수상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상해) 혐의 등으로 불구속 송치된 요식업 대표 A씨의 사건을 강력부에 배당해 수사 중이다. 

술자리 동석
조직원 가담

당초 A씨 혼자 유흥업소서 지인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술자리에 동석한 인천지역 폭력범죄단체 꼴망파 조직원인 B씨도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지검은 B씨의 폭행 가담을 확인한 후 사건을 강력부로 배당했다.

통상 조폭이나 마약과 관련된 사건은 검찰의 강력부서 수사한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사건을 강력부서 수사 중인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A씨 등은 지난해 8월2일 인천 연수구 동춘동의 유흥업소서 지인 C씨를 둔기 등으로 여러 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유리로 된 얼음통을 C씨의 머리에 던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머리 부위에 열상 등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다.


B씨는 지난달 A씨와 함께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상해) 혐의로 불구속 송치된 상태다.

이 사건으로 꼴망파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꼴망파는 1987년 인천시 중구 신포동과 동인천 일대를 근거지로 조직됐다. 이후 꼴망파는 남구와 연수구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유흥업소서 보호비 명목의 금품을 상납받는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하면서 인천의 최대 폭력조직으로 성장했다.

2000년대 들어 두목의 계속된 투옥, 자금력 부족 등으로 세력이 약해지기도 했지만 2011~2015년 신규 조직원 70여명을 영입하는 등 다시금 영향력을 키웠다. 

요식업 대표 폭행사건에 연루
도심 한복판 ‘빠따질’ 물의
노래방 살인 허민우도 같은 파

이들은 수차례에 걸친 ‘비상소집’과 ‘집결’을 통해 단합을 다졌다. ‘동원 전화를 받으면 보던 일을 그만두고 전원 소집한다’ ‘싸움이 벌어지면 후배가 앞장서고 물러나지 않고 끝까지 싸운다’ ‘조직을 탈퇴한 때에는 줄빠다를 맞고 시내를 돌아다녀서는 안된다’ 등 18개 행동강령도 존재했다.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이유로 선배가 후배 조직원을 때리는 줄빠다도 고등학교 운동장 등지서 이뤄졌다. 조직원의 경쟁 조직 이적 문제로 흉기 등을 소지하고 인천 곳곳서 대기하며 집단 패싸움을 준비한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다.

꼴망파의 이름은 두목인 최태준의 별명이 ‘꼴망’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꼴망파는 신포동식구파로도 불린다. 최씨는 1980년대에 인천에 진출하려는 타지역 출신 ‘주먹’들을 평정, 인천 주먹계의 대부로 부상한 인물이다. 인천경찰청은 1989년 최씨를 검거하기 위해 특별검거반까지 편성했으나 경찰 내부 정보가 유출되면서 실패하는 등 검·경과도 밀접한 유착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꼴망파는 간석식구파와 더불어 인천의 최대 규모 폭력조직이었다. 하지만 간석식구파가 지난 2011년 10월21일 인천 남동구 길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크라운파와 집단난투극을 벌이고 검거된 뒤 꼴망파는 인천서 제일가는 폭력조직으로 거듭났다.

중구 신포동
동인천 일대

길병원 난투극은 교통사고로 사망한 인천 폭력조직 크라운파 조직원의 부인을 조문하기 위해 모인 조직폭력배 중 크라운파로 소속을 바꾼 전 간석파 조직원과 현 간석파 조직원과의 실랑이가 발단이 됐다.

도심 한복판서 벌어진 칼부림과 난투극으로 일대 주민과 환자들은 장시간 공포에 떨어야 했다. 때마침 66주년 경찰의 날을 맞은 경찰은 난투극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체면을 구겼다.

이후 경찰은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인천을 대표하는 5대 조직폭력단체 가운데 주안파, 부평식구파, 간석파, 크라운파를 무더기로 검거해 범죄단체 조직·활동 혐의로 처벌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꼴망파는 지난 2017년 경찰에 덜미를 잡히며 세력이 약화됐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신규 조직원을 대거 영입해 세력을 확장하고 범죄단체를 조직한 혐의로 꼴망파 조직원 72명을 검거해 핵심 조직원 D씨 등 8명을 구속하고 E씨 등 조직원 6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도주한 조직원 12명도 체포영장을 받아 추적했다.

D씨 등은 2010~2013년 신규 조직원 70여명을 영입해 경기도 가평 등에서 단합대회를 개최하고 조직 탈퇴를 막기 위해 후배 조직원들을 기수에 따라 야구방망이나 각목 등으로 수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4년 7월에는 ‘탈퇴한 조직원을 영입하려 한다’는 이유로 경쟁 폭력 조직원 6명을 야구방망이로 보복폭행하기도 했다.

두목 최태준
별명서 따와

경찰 관계자는 당시 “경쟁 조직과 패싸움을 위해 조직원들을 심야에 비상소집하고, 조직원을 영입하려 한 경쟁 조직원에게 보복폭행을 가하기도 했다”면서 “이번 조폭 엄단으로 인천지역을 대표하는 5대 조직폭력단체를 모두 소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꼴망파는 사라지지 않았다. 2020년 이후에는 1995년∼2006년 출생자인 신규 조직원 23명을 대거 충원하면서 중고차 사기, 보이스피싱, 대포통장 유통, 코인 리딩방, 작업 대출, 폭력 범죄 등에 연루돼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꼴망파는 인천 노래방 살인사건으로 다시 주목받았다. 노래방 살인사건의 범인인 허민우가 꼴망파 출신이었던 점이 드러나면서다.


인천 노래방 살인사건은 지난 2021년 4월경, 인천시 중구 신포동 한 노래방서 허씨가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여러 부위로 절단해 인천시 부평구 소재의 철마산에 유기한 사건이다. 현장 정밀감식 결과 허씨가 운영한 이 노래주점 화장실에서는 A씨의 혈흔과 미세 인체조직이 발견됐다.

허씨는 추가 요금 10만원으로 인해 시비를 벌이다가 손님으로부터 2차례 뺨을 맞자 화가 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허씨는 경찰 조사에서 “(손님이)툭툭 건들면서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혼나 봐라’라며 112에 신고했다”면서 “화가 나 주먹과 발로 때려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2010년 사실상 와해
MZ세대 주축으로 재건

허씨는 범행 후 노래주점 인근 고깃집에 들러 CCTV가 작동하는지를 확인했고 인근 마트에서는 14L짜리 락스 한 통, 75L짜리 쓰레기봉투 10장, 테이프 2개를 샀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노래주점 내 빈방에 시신을 이틀간 숨겨뒀다가 차량에 옮겨 싣고서 인천 무의도와 강화도 등 곳곳을 돌아다녔고, 며칠 뒤 부평구 철마산 중턱 풀숲에 버렸다. 

그는 꼴망파서 활동하며 다수의 폭행·상해 전과를 얻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범죄단체 가입·활동 등 혐의로 기소돼 2020년 1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2월까지 보호관찰 중에 살인 범행을 저질렀다.


최근에는 MZ세대들이 꼴망파에 합류하며 세력을 다시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인천 도심서 집단보복폭행을 하다 검거돼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인천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이영창)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범죄단체 가입·활동이나 특수상해 등 혐의로 20대 조직원 F씨 등 5명을 구속 기소하고 2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F씨는 지난해 2월 인천시 미추홀구 노래방서 조직원 G씨가 다른 손님에게 폭행당하자 현장에 집결한 뒤 야구방망이와 쇠 파이프로 손님 등 3명을 보복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10·20대 합류
다시 세력 다져

또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조직 기강을 확립하겠다면서 후배 조직원들을 야구방망이 등으로 폭행한 혐의도 받는다.

기소된 28명 중 25명은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폭력조직인 꼴망파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F씨는 이번에 집단보복폭행을 하고도 조직원에게 허위진단서를 제출하게 하는 등 마치 쌍방폭행인 것처럼 수사기관을 속이려고 한 사실도 드러났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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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