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레트로 ②태백 철암탄광역사촌

까치발 건물을 아시나요?

 

태백 철암역서 약 170m 거리에 있는 철암탄광역사촌은 옛 탄광촌 주거시설을 복원·보존한 생활사 박물관이다. 감독이 “액션!”을 외치면, 금방이라도 배우들이 열연을 펼칠 듯한 과거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다. 탄광서 석탄을 캐던 광부와 연탄을 처음 본 아이가 만나는 곳, 태백이 대한민국 석탄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한 1970~1980년대로 떠나는 시간 여행지다.

탄광촌이 활황이던 1970년대 철암 지역은 광부가 되려는 이들 수만명이 몰려 서울 명동 거리만큼 붐볐다. 철암연립상가부터 산비탈 판자촌까지 도시가 급속도로 확장된 철암의 ‘리즈 시절’이다. 탄광촌에서는 개도 1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닐 만큼 경기가 좋았다는데, 철암 동네 개는 10만원권 수표를 물었다고 할 정도로 석탄 산업의 전성기를 누렸다.

기회의 땅

광부에겐 위험수당까지 포함한 고임금이 보장돼, 철암은 인생 역전의 밑천을 마련할 ‘기회의 땅’이었다. 철암의 영화(榮華)가 레트로 감성을 입은 철암탄광역사촌서 하나둘 전개된다.

철암탄광역사촌은 11개 건물 가운데 총 6개 건물을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첫째·셋째 월요일 휴관), 입장료는 없다. 페리카나와 호남슈퍼, 진주성, 봉화식당을 거쳐 한양다방서 마무리하는 동선이지만, 각각 독립된 공간이라 취향에 맞게 골라 들어가면 된다.

산울림, 붐비네, 젊음의양지 등 향수를 자극하는 간판이 보이는데 모두 폐업 상태다. 알면서도 문을 열고 들어가면 노포 주인장이 반갑게 맞아줄 것만 같다.


페리카나 1층은 관리사무소다. 2층 기획전시실에는 각종 장부와 철암 지역 학생들의 성적표, 계약서, 광부들이 매일 마셨을 소주 등을 전시한다. 강도 높은 노동 후 퇴근길에 맛보는 돼지고기와 삼호소주 한 잔이 남은 하루를 견디는 힘이 됐을 터. 추억의 향토주 맛을 그리워하는 관람객의 눈길이 멈추는 곳이다.

전시실 흑백사진 속, 월급날 사무실 풍경이 인상적이다. 야무지게 말아 올린 파마머리 여성들이 눈에 띈다. 당시에 월급을 현금으로 지급했는데, 바깥양반의 호탕한 씀씀이를 걱정한 아내가 선수를 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광부 월급은 공무원의 곱절이었고, 서울 종로 거리에나 있을 법한 다방과 술집이 헤아릴 수 없었다니 빈 월급봉투에 대한 우려도 이해가 된다.

진주성은 관광객 쉼터와 복합 문화 공간, 철암 다큐멘터리 공간으로, 호남슈퍼는 철암의 유래·역사 관련 전시 공간과 선탄장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로 꾸몄다. 철암에는 마을 북쪽 백산과 경계가 되는 철도 변에 높이 20m, 너비 30m가 넘는 바위가 있는데, 쇠 성분이 많아 ‘쇠바위’라 했다. 바위서 뗀 돌을 녹여 쇠를 얻기도 해 쇠바위마을, 한자로 철암리(鐵巖理)라고 불렀다.

호남슈퍼 2층에는 광부들의 모습을 담은 선술집과 가정집, 마을 골목을 재현했다. 부엌과 난방시설에 연탄이며 조개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전망대에 오르면 태백 철암역두 선탄시설(국가등록문화재)이 한 눈에 들어온다. 층층이 파인 검은 산이 흰 건물과 대비된다. 태백에 마지막으로 남은 탄광인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서 보낸 원탄을 선별·가공해 현장서 쓸 수 있게 만든 다음 화물열차에 싣는다. 장성광업소와 철암역두 선탄시설도 올해 6월 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라고 한다.

과거 탄광촌은 도시의 확장 속도를 건축이 따라가지 못해 증축을 거듭했다. 원래 있던 건물은 상가로 활용하고, 철암천 쪽으로 공간을 확장해 지층 아래 살 집을 마련했다. 이때 건물을 지지하기 위해 까치발처럼 기둥을 만들었는데, 이곳이 ‘까치발 건물’로 불리는 까닭이다.

까치발 건물을 제대로 보려면 신설교에 서야 한다. 어떤 건물은 층마다 자재와 건축 스타일이 다르다. 탄광의 흥망성쇠가 까치 울음소리로 들려오는 듯하다. 철암탄광역사촌 앞 표석에 ‘남겨야 하나, 부숴야 하나 논쟁하는 사이, 한국 근현대사의 유구들이 무수히 사라져갔다’는 말이 이곳이 존재하는 이유를 대변한다.


탄광 산업의 상징 같은 존재
옛 영광 볼 수 있는 탄광역사촌

신설교를 지나 언덕에 오르면 산동네와 마주한다. 여기가 광부들이 모여 살던 삼방동이다. 광부 아버지가 빨간 보자기로 싼 도시락을 들고 아이와 함께 선 조형물이 보인다. 오늘 나선 막장이 삶의 마지막 장이 아니길, 가족은 매일같이 기도했을 것이다.

산동네에선 철암탄광역사촌의 까치발 건물과 철암역두 선탄시설, 쇠바우골탄광문화장터, 철암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알록달록한 벽화가 쇠락한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쇠바우골탄광문화장터에는 음식점과 카페, 편의시설이 모여있다. 여기 식당 한 곳에서 내는 물닭갈비는 광부의 단골 음식이었다. 태백의 닭갈비는 채소를 넣은 전골 형태인데, 광부의 생명을 위협하는 체내 분진 제거에 섬유질이 많은 채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철암역은 1940년 영업을 시작했다. 철도가 없는 장성서 생산한 무연탄이 철암역을 거쳐 전국으로 나갔기에 그 위상이 대단했다. 1980년대 강릉역 역무원이 28명, 철암역 역무원이 300여명이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이후 석탄 산업이 쇠퇴하며 철암역의 위상도 떨어졌고,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 시발역이자 종착역이 되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철암탄광역사촌서 자동차로 5분쯤 가면 태백8경에 드는 구문소(천연기념물)가 있다. 태백시 남쪽 황지천과 철암천이 만나는 곳인데, 암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동굴 형태가 신기하다. 석회암이 겹겹이 쌓인 층에서 다양한 퇴적 구조가 드러나고 고생대 화석이 발견돼, 지질학적 가치가 뛰어나다.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구문소 지질에 대한 궁금증은 인근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서 해소한다. 고생대에는 구문소 일대가 바다였는데, 당시 존재한 해양 생물 화석이 이를 증명한다. 국내 유일하게 고생대 지층에 세운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은 선캄브리아기부터 고생대, 신생대 인류의 출현과 발전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전문 박물관이다.

해발 800m에 자리한 몽토랑산양목장서 태백 시내를 조망해보자. 유산양 130여마리와 거위, 산토끼가 노니는 풍경이 목가적이다. 먹이 주기 체험도 색다르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다가오는 유산양의 웃는 모습에 먹이통이 비는 건 순식간이다. SNS 핫 플레이스로 소문난 몽토랑카페에선 매일 짠 신선한 산양유와 갓 구운 빵도 맛볼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철암탄광역사촌→구문소→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철암탄광역사촌→구문소→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둘째 날 몽토랑산양목장→태백 용연굴→바람의언덕(매봉산풍력발전단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태백관광 https://tour.taebaek.go.kr/tour
-구문소(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https://tour.taebaek.go.kr/tpmuseum
-몽토랑산양목장 www.instagram.com/tae_baekdudaegan


문의 전화
-태백시청 문화관광과 033)550-2081
-철암탄광역사촌 033) 582-8070
-구문소(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033)581-3003
-몽토랑산양목장 033)553-0102

대중교통
-버스 서울-태백,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26회(06:00~22: 3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태백버스터미널 정류장서 1번·4번·4-2번 일반버스 이용, 철암역 정류장 하차, 철암탄광역사촌까지 도보 약 55m.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태백버스터미널 1588-0585, www.bustaja.com, 태백시대중교통정보 080-850-9486, www.taebaek-pti.kr/index.php

-기차 청량리역-태백역, 무궁화호·새마을호 하루 5회(07:34~19: 10) 운행, 2시간55분~3시간40분 소요. 태백역서 태백버스터미널 정류장까지 도보 약 260m 이동, 1번·4번·4-2번 일반버스 이용, 철암시장 정류장 하차, 철암탄광역사촌까지 도보 약 85m. 청량리역-영주역(환승)-철암역, KTX-무궁화호 하루 1회(15:22) 운행, 약 4시간(환승 포함) 소요, 철암역서 도보 약 17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태백시대중교통정보 080-850-9486, www.taebaek-pti.kr/index.php


광주원주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강원남로→제천 IC서 영월·제천 방면→신동교차로→고명교차로서 영월·쌍용 방면→황지교사거리서 도계·동해 방면→철암역·철암농공단지 방면 우회전→철암탄광역사촌


숙박 정보
-태백산한옥펜션: 태백시 소롯골길, 033)552-2367, www.ok114.co.kr/0335522367
-오투리조트: 태백시 서학로, 033)580-7000, www.o2resort.com
-태백호텔: 태백시 태백산로, 033)550-5800, http://taebaekhotel.com
-블루문게스트하우스: 태백시 석공길, 033)581-0880
-태백관광호텔쏘라노: 태백시 기장밭길, 033)553-8080
-태백고원자연휴양림: 태백시 머리골길, 033)582-7440, www.foresttrip.go.kr

식당 정보
-불로닭물닭갈비(물닭갈비): 태백시 동태백로, 033)582-4142
-연화식당(김치찌개·청국장): 태백시 태백로, 033)581-8897
-원조안동갈비(돼지갈비): 태백시 번영로, 033)554-4242
-한밭식당(산나물가마솥밥·굴밥): 태백시 먹거리길, 033)552-3160

주변 볼거리
통리탄탄파크, 오로라파크, 365세이프타운, 태백석탄박물관, 황지자유시장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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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