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취재> ‘유기피해인특별법’ 공청회 가보니…

법안을 또 법안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해 10월 한 법안이 통과됐다. 법안의 통과로 개인의 일로 여겨졌던 ‘출산’이 국가의 영역으로 편입됐다. 문제는 법안 통과와 동시에 제기된 부작용 우려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는 법안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법안의 부작용을 법안으로 막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치권서 충분한 검토 없이 구멍 뚫린 법안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에는 ‘보호출산제’ 법안이 그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친부모 몰라

지난해 10월 보호출산제 도입을 위한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보호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신원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 ‘병원 밖 출산’을 택하는 임산부가 익명으로 병원서 출산해 신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아이를 낳으면 지자체가 아동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것. 

지난해 6월 말 국회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사라진 아이’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을 지방자치단체에 자동으로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문제는 출생통보제가 만들어낼 사각지대다. 신원 노출을 꺼리는 산모가 병원 밖에서 아이를 낳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정된 법안이 바로 보호출산제 법안이다. 


법안에는 위기 임산부가 지정된 지역 상담 기관서 출산·양육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호출산을 원하는 경우 상담기관의 장이 비식별화된 정보를 입력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산모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되 출생기록을 남겨 추후 친모나 자녀의 동의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는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당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법 제정을 통해 위기 임산부가 체계적인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어떤 임산부라도 안전하게 병원서 출산하는 길이 열려 산모와 아동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됐다”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서도 도입을 권고한 제도인 만큼 철저히 준비해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보호출산제 부작용 우려
“아동 유기 야기” 지적

하지만 법 시행을 5개월여 앞두고 보호출산제의 부작용을 방지할 새로운 법안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왔다. 출생통보제에 대한 우려를 보호출산제로 막았듯, 보호출산제로 야기될 문제를 막을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의 주최로 ‘보호(익명)출산제 실행으로 인한 인권침해 방지 및 유기 피해인 특별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서 열린 공청회는 사단법인 디올포원, 고아권익연대가 주관했다. 이들은 보호대상 아동과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단체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된 이날 공청회에는 민영창 국내입양연대 대표, 김민정 사단법인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 김수빈 나는부모다협회 회장을 비롯해 자립준비청년들이 참석했다. 


이수진 의원은 “보호출산제 입법 과정서 이 제도가 아동 유기를 양성할 수 있다는 부작용을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다”며 “부모가 원가정서 아동을 양육할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회사를 맡은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130만 고아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보호출산제는 아동을 버린 자의 권리를 보호해주고 피해자의 권리를 짓밟는 법”이라며 “아동이 가정서 행복하게 자라도록 보장되는 법과 제도로 아동이 행복한 미래를 마음껏 꿈꾸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립준비청년과 입양인은 보호출산제가 사실상 아동 유기를 합법화하는 법안이라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취지는 아동 보호지만 현실에서는 많은 아동이 시설에 맡겨져 부모가 누군지도 모른 채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는 설명이다. 

자신을 서울 은평구에 있는 꿈마을보육원서 자란 자립준비청년이라고 소개한 안재모씨는 “보호출산제는 아동의 친부모를 알 권리를 박탈함과 동시에 국가가 버려진 아이들의 권리는 빼앗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빼앗긴 권리로 평생을 가혹한 환경서 살아가는 아동들을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전하게 병원서 출산”
“양육 환경 조성이 우선”

안씨는 자신이 나고 자란 보육원서 오랜 시간 학대를 겪어 왔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 학대만큼이나 자신을 힘들게 했던 건 친부모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나는 지금도 낳아주신 부모님을 너무나 찾고 싶다. 여러 곳을 수소문해서 생모의 사진을 찾을 수는 있었지만 그 이상의 진전은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어 “보호출산제로 인해 나 같은 아동이 늘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느끼는 그리움과 한을 다 알 수 없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기억이 있다면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알리라 생각한다”며 “부디 아동의 권리와 아픔을 외면하지 말고 가정서 아동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길 정부와 어른들께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청했다. 

자립준비청년 홍진수씨도 “보호출산제로 인해 부모님을 알 수 없다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고 슬프다”며 “부모 없는 자립준비청년은 지속적인 상처와 아픔을 달고 죽을 때까지 살아간다”고 말했다. 홍씨는 선천성 심장기형으로 부모가 자신을 키울 여건이 되지 않아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보육원에 입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모가 친권을 포기한 경우다.

생후 3개월에 덴마크로 입양됐다 한국으로 돌아온 한분영 덴마크한국인진상규명그룹 공동대표는 “덴마크는 아이의 알 권리 차원서 부모가 누군지 국가가 알려주고 친부가 누군지 모를 때는 국가가 유전자 검사까지 해준다”며 “해외입양인들이 한국에 와서 보면 한국은 왜 이렇게 해외입양을 많이 보내고 있는 건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한국도 열심히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한테 신경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꼼꼼한 지원

전문가는 양육을 위한 환경조성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임신 중 겪는 갈등 후 양육을 선택할지 입양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일이 없도록 지원체계가 더 꼼꼼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혼자 아이를 키우는 가정을 위해 긴급으로 잠시 맡길 수 있는 긴급위탁가정 이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원가족·친인척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원가족·친인척 아이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