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취재> ‘유기피해인특별법’ 공청회 가보니…

법안을 또 법안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해 10월 한 법안이 통과됐다. 법안의 통과로 개인의 일로 여겨졌던 ‘출산’이 국가의 영역으로 편입됐다. 문제는 법안 통과와 동시에 제기된 부작용 우려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는 법안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법안의 부작용을 법안으로 막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치권서 충분한 검토 없이 구멍 뚫린 법안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에는 ‘보호출산제’ 법안이 그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친부모 몰라

지난해 10월 보호출산제 도입을 위한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보호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신원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 ‘병원 밖 출산’을 택하는 임산부가 익명으로 병원서 출산해 신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아이를 낳으면 지자체가 아동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것. 

지난해 6월 말 국회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사라진 아이’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을 지방자치단체에 자동으로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문제는 출생통보제가 만들어낼 사각지대다. 신원 노출을 꺼리는 산모가 병원 밖에서 아이를 낳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정된 법안이 바로 보호출산제 법안이다. 


법안에는 위기 임산부가 지정된 지역 상담 기관서 출산·양육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호출산을 원하는 경우 상담기관의 장이 비식별화된 정보를 입력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산모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되 출생기록을 남겨 추후 친모나 자녀의 동의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는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당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법 제정을 통해 위기 임산부가 체계적인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어떤 임산부라도 안전하게 병원서 출산하는 길이 열려 산모와 아동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됐다”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서도 도입을 권고한 제도인 만큼 철저히 준비해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보호출산제 부작용 우려
“아동 유기 야기” 지적

하지만 법 시행을 5개월여 앞두고 보호출산제의 부작용을 방지할 새로운 법안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왔다. 출생통보제에 대한 우려를 보호출산제로 막았듯, 보호출산제로 야기될 문제를 막을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의 주최로 ‘보호(익명)출산제 실행으로 인한 인권침해 방지 및 유기 피해인 특별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서 열린 공청회는 사단법인 디올포원, 고아권익연대가 주관했다. 이들은 보호대상 아동과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단체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된 이날 공청회에는 민영창 국내입양연대 대표, 김민정 사단법인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 김수빈 나는부모다협회 회장을 비롯해 자립준비청년들이 참석했다. 


이수진 의원은 “보호출산제 입법 과정서 이 제도가 아동 유기를 양성할 수 있다는 부작용을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다”며 “부모가 원가정서 아동을 양육할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회사를 맡은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130만 고아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보호출산제는 아동을 버린 자의 권리를 보호해주고 피해자의 권리를 짓밟는 법”이라며 “아동이 가정서 행복하게 자라도록 보장되는 법과 제도로 아동이 행복한 미래를 마음껏 꿈꾸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립준비청년과 입양인은 보호출산제가 사실상 아동 유기를 합법화하는 법안이라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취지는 아동 보호지만 현실에서는 많은 아동이 시설에 맡겨져 부모가 누군지도 모른 채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는 설명이다. 

자신을 서울 은평구에 있는 꿈마을보육원서 자란 자립준비청년이라고 소개한 안재모씨는 “보호출산제는 아동의 친부모를 알 권리를 박탈함과 동시에 국가가 버려진 아이들의 권리는 빼앗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빼앗긴 권리로 평생을 가혹한 환경서 살아가는 아동들을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전하게 병원서 출산”
“양육 환경 조성이 우선”

안씨는 자신이 나고 자란 보육원서 오랜 시간 학대를 겪어 왔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 학대만큼이나 자신을 힘들게 했던 건 친부모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나는 지금도 낳아주신 부모님을 너무나 찾고 싶다. 여러 곳을 수소문해서 생모의 사진을 찾을 수는 있었지만 그 이상의 진전은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어 “보호출산제로 인해 나 같은 아동이 늘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느끼는 그리움과 한을 다 알 수 없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기억이 있다면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알리라 생각한다”며 “부디 아동의 권리와 아픔을 외면하지 말고 가정서 아동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길 정부와 어른들께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청했다. 

자립준비청년 홍진수씨도 “보호출산제로 인해 부모님을 알 수 없다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고 슬프다”며 “부모 없는 자립준비청년은 지속적인 상처와 아픔을 달고 죽을 때까지 살아간다”고 말했다. 홍씨는 선천성 심장기형으로 부모가 자신을 키울 여건이 되지 않아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보육원에 입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모가 친권을 포기한 경우다.

생후 3개월에 덴마크로 입양됐다 한국으로 돌아온 한분영 덴마크한국인진상규명그룹 공동대표는 “덴마크는 아이의 알 권리 차원서 부모가 누군지 국가가 알려주고 친부가 누군지 모를 때는 국가가 유전자 검사까지 해준다”며 “해외입양인들이 한국에 와서 보면 한국은 왜 이렇게 해외입양을 많이 보내고 있는 건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한국도 열심히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한테 신경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꼼꼼한 지원

전문가는 양육을 위한 환경조성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임신 중 겪는 갈등 후 양육을 선택할지 입양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일이 없도록 지원체계가 더 꼼꼼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혼자 아이를 키우는 가정을 위해 긴급으로 잠시 맡길 수 있는 긴급위탁가정 이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원가족·친인척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원가족·친인척 아이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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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