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취재> ‘유기피해인특별법’ 공청회 가보니…

법안을 또 법안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해 10월 한 법안이 통과됐다. 법안의 통과로 개인의 일로 여겨졌던 ‘출산’이 국가의 영역으로 편입됐다. 문제는 법안 통과와 동시에 제기된 부작용 우려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는 법안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법안의 부작용을 법안으로 막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치권서 충분한 검토 없이 구멍 뚫린 법안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에는 ‘보호출산제’ 법안이 그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친부모 몰라

지난해 10월 보호출산제 도입을 위한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보호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신원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 ‘병원 밖 출산’을 택하는 임산부가 익명으로 병원서 출산해 신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아이를 낳으면 지자체가 아동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것. 

지난해 6월 말 국회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사라진 아이’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을 지방자치단체에 자동으로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문제는 출생통보제가 만들어낼 사각지대다. 신원 노출을 꺼리는 산모가 병원 밖에서 아이를 낳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정된 법안이 바로 보호출산제 법안이다. 


법안에는 위기 임산부가 지정된 지역 상담 기관서 출산·양육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호출산을 원하는 경우 상담기관의 장이 비식별화된 정보를 입력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산모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되 출생기록을 남겨 추후 친모나 자녀의 동의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는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당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법 제정을 통해 위기 임산부가 체계적인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어떤 임산부라도 안전하게 병원서 출산하는 길이 열려 산모와 아동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됐다”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서도 도입을 권고한 제도인 만큼 철저히 준비해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보호출산제 부작용 우려
“아동 유기 야기” 지적

하지만 법 시행을 5개월여 앞두고 보호출산제의 부작용을 방지할 새로운 법안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왔다. 출생통보제에 대한 우려를 보호출산제로 막았듯, 보호출산제로 야기될 문제를 막을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의 주최로 ‘보호(익명)출산제 실행으로 인한 인권침해 방지 및 유기 피해인 특별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서 열린 공청회는 사단법인 디올포원, 고아권익연대가 주관했다. 이들은 보호대상 아동과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단체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된 이날 공청회에는 민영창 국내입양연대 대표, 김민정 사단법인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 김수빈 나는부모다협회 회장을 비롯해 자립준비청년들이 참석했다. 


이수진 의원은 “보호출산제 입법 과정서 이 제도가 아동 유기를 양성할 수 있다는 부작용을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다”며 “부모가 원가정서 아동을 양육할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회사를 맡은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130만 고아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보호출산제는 아동을 버린 자의 권리를 보호해주고 피해자의 권리를 짓밟는 법”이라며 “아동이 가정서 행복하게 자라도록 보장되는 법과 제도로 아동이 행복한 미래를 마음껏 꿈꾸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립준비청년과 입양인은 보호출산제가 사실상 아동 유기를 합법화하는 법안이라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취지는 아동 보호지만 현실에서는 많은 아동이 시설에 맡겨져 부모가 누군지도 모른 채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는 설명이다. 

자신을 서울 은평구에 있는 꿈마을보육원서 자란 자립준비청년이라고 소개한 안재모씨는 “보호출산제는 아동의 친부모를 알 권리를 박탈함과 동시에 국가가 버려진 아이들의 권리는 빼앗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빼앗긴 권리로 평생을 가혹한 환경서 살아가는 아동들을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전하게 병원서 출산”
“양육 환경 조성이 우선”

안씨는 자신이 나고 자란 보육원서 오랜 시간 학대를 겪어 왔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 학대만큼이나 자신을 힘들게 했던 건 친부모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나는 지금도 낳아주신 부모님을 너무나 찾고 싶다. 여러 곳을 수소문해서 생모의 사진을 찾을 수는 있었지만 그 이상의 진전은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어 “보호출산제로 인해 나 같은 아동이 늘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느끼는 그리움과 한을 다 알 수 없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기억이 있다면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알리라 생각한다”며 “부디 아동의 권리와 아픔을 외면하지 말고 가정서 아동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길 정부와 어른들께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청했다. 

자립준비청년 홍진수씨도 “보호출산제로 인해 부모님을 알 수 없다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고 슬프다”며 “부모 없는 자립준비청년은 지속적인 상처와 아픔을 달고 죽을 때까지 살아간다”고 말했다. 홍씨는 선천성 심장기형으로 부모가 자신을 키울 여건이 되지 않아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보육원에 입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모가 친권을 포기한 경우다.

생후 3개월에 덴마크로 입양됐다 한국으로 돌아온 한분영 덴마크한국인진상규명그룹 공동대표는 “덴마크는 아이의 알 권리 차원서 부모가 누군지 국가가 알려주고 친부가 누군지 모를 때는 국가가 유전자 검사까지 해준다”며 “해외입양인들이 한국에 와서 보면 한국은 왜 이렇게 해외입양을 많이 보내고 있는 건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한국도 열심히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한테 신경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꼼꼼한 지원

전문가는 양육을 위한 환경조성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임신 중 겪는 갈등 후 양육을 선택할지 입양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일이 없도록 지원체계가 더 꼼꼼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혼자 아이를 키우는 가정을 위해 긴급으로 잠시 맡길 수 있는 긴급위탁가정 이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원가족·친인척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원가족·친인척 아이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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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