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68)눈치 보느라 주도권 잃다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4.02.05 08:00:00
  • 호수 1465호
  • 댓글 0개

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북핵. 핵무기. 그것은 현실적인 시점으로 보든 역사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든 아무튼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위중한 문제임은 틀림없다. 

우리의 제1원칙은 이것을 가지고 요즘처럼 무슨 이익집단들의 이권 쟁탈 혹은 태산명동에 서일필 같은 장난질 짓거리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아무 줏대도 없이 미국과 북한의 일거일동에 너무 우왕좌왕 놀아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막가파식 장난

북한 권력층은 핵을 가지고 겉으로는 도박꾼들처럼 막가파식 장난을 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은 마치 악마를 응징하는 정의와 자유의 사도인 양 행세한다.


그럼 남한은? 한 마디로 말해 아무런 줏대 없이 미국과 북한의 눈치나 보며 부화뇌동, 우왕좌왕, 좌충우돌한다고 밖에 칭찬할 게 없다. 

우리는 그들의 속내를 꿰뚫어 봐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내면까지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추악함마저도. 추악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개인이든 단체든 국가든 속에 지니고 있으니까. 다만 그 추악을 사실 그대로 바라보고, 없다고 억지 부리거나 자기 멋대로 왜곡하지 말고, 그 추악스런 기운에 휘말려 꼭두각시 노릇을 하지 않을 만큼 성숙해져야 하리라.

우리가 상식적으로 처신하지 못한다면 미국 안에 존재하는 상식적인 사람들의 지지마저 받지 못한 채 몰상식하고 추악스런 자들의 놀이갯감이 될 뿐이다. 

아마 북한 내에도 양심적이고 세뇌당하지 않은(세뇌를 이겨낸) 진실한 사람들이 숨어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마귀왕들의 어릿광대처럼 굴면 그들은 차라리 궁핍할지언정 북조선이 더 좋다고 강변하며 남한 사람들을 비웃을지 모른다.

이젠 더 이상 누구의 탓을 할 필요가 없다. 미국도 북조선도 우리의 미숙한 조상도 탓하지 말고, 바로 우리들 자신이 올바른 정신을 두뇌 속에 장착하곤 미래 세계를 향해 론칭해야 한다. 

앞에서 말한 바 있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한국 사람들은 대개 미국을 아름답고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라고 믿고 있으나 미국인 자신은 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역사를 한번 훑어보면 알리라.


그들은 힘이야말로 최고 최대의 덕목임을 믿는 사람들이며, 실제로 전쟁을 통하여 성장 발전한 결과 세계를 제패한 국가의 주인공으로서 맘껏 자만심을 즐기고 있는 무서운 존재다.

그네들 스스로 무력 제일국을 영원히 추구하는 판인데 우리가 ‘미국’이라 자꾸 부르면 겉으론 어떨지 몰라도 속으론 아마 가소로워할 것이다.

미국과 사실상 가장 친밀한 일본마저 그냥 쌀을 많이 생산한다는 의미로 미국[米國]이라 부르는데 우리 대한민국은 왜 ‘아름다운 나라 미국’이라고 계속 세뇌된 바보처럼 뇌까리는가.

이젠 명실상부한 이름으로 바꾸든지 또는 그들 자신이 붙인 아메리카로 불러 주는 게 옳지 않을까?(복잡하게 그럴 것 없이 우리들의 마음 자세를 바꾸는 게 훨씬 효율적이겠으나 언제 그런 날이 오랴!) 

북조선의 내면도 겉보기와 달리 복잡하리라. 그들의 호언장담은 사실상 자신감이라기보다 속에 깃든 불안감과 겁 때문인지도 모른다.

쑥대밭된 국토…북 인민 3분의 1 학살 주장
핵으로 국력 좌지우지…미 찬양가 부르는 남

공포스러운 전쟁의 기억! 국토가 쑥대밭으로 변하고 인민이 3분의 1 이상 사상 당한 미군의 무차별 폭격!

그 무자비하고 잔혹한 인간 이하의 만행들, 마치 무슨 게임인 양 히히거리며 벌인 간음과 학살 장면은 생생한 지옥도로서 깊이 각인돼 트라우마성 증오감과 광증 발작을 불러일으키는 게 아닐까 싶다.(이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 내의 일부 정신분석학자들도 수긍하는 모양이다.)

특히 지도부 인사들은 거의 미치광이 수준의 과민반응으로 잔뜩 긴장해 핵무기에 올인하는 듯하지 않은가? 
하숙생들끼리 핵문제를 놓고 토론 벌이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헥, 핵, 핵! 정말 진저리치고 짜증나는군. 아무리 동족이라지만 핵 가지고 지랄칠 땐 모기나 파리보다 더 얄미운 해충처럼 느껴진다니까. 파리채로 탁 때려 죽여 버리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고 참 골칫거리야. 제재를 더욱 강화해서 아예 불그죽죽한 피를 말려 버렸으면 속시원하겠어. 쌍것들!”

“그 흉물이라는 핵도 남북 통일이 되면 우리 것으로 변할 텐데 무슨 걱정이여? 그러면 우리도 주변 강대국들이 넘볼 수 없는 나라가 된다구. 통일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핵무기로 대신 받는 셈 치면 되지 않겠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일이지 뭘 그래.”

“세상 모르는 흰소릴 지껄이는군. 북괴 놈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자식들이야, 응? 핵무기를 앞세워 위협한다면 우린 허새비 꼴로 말짱 꽝이야! 놈들의 속셈도 모르면서 그런 헛소린 집어치라구.”


“두 사람 너무 흥분하지 말구 밥이나 먹어. 내가 볼 땐 모두 다 문제가 있어. 북한이 무모한 짓을 벌이는 건 분명 꼴불견이야. 인민 대중은 굶어 죽는 판에 권력층의 자기 보존을 위해 핵 하나에 혈안이 돼 올인하니 말야. 우수한 과학자들을 투입해 방사능의 제물로 삼는 짓은 지탄돼야 해.”

“그렇지, 금수의 탈을 쓴 악귀들!”

“하지만 미국도 그다지 선량한 존재는 아니야. 핵이 그토록 나쁘다면 자기들부터 없애 버려야지. 당장 그러긴 어렵더라도 핵 보유국들끼리 진심 어린 협상을 벌여 차츰 줄여 나가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잖아. 그러면 북한을 제재할 명분이 서고, 북한 놈들 또한 자의반 타의반으로 핵을 포기할 테지.”

“그놈들 꼴통 짓거리 수법을 몰라? 아마 더 땡깡을 부릴걸.”

“만일 그러는데도 지랄치면 극심한 제재를 가해 아예 말라 죽어 버리도록 하더라도 박수치겠어. 제정신이라면 그러지 않을 거야. 그땐 정말 광견 취급을 전세계인으로부터 받을 테니까.”

꼬이는 핵문제


“지금도 광견 같은걸. 그냥 놔두면 한반도를 불바다보다 더 무서운 핵 방사능 지옥으로 만들어 버릴지도 모를 미친개들이야. 얼마 전에 어떤 녀석이 술에 잔뜩 취해 서울역 앞 광장에서 고래고래 소릴지르더라구. 투박스런 북한 사투리로. 무슨 구호 같기도 하고 군가처럼 들리기도 하더군. 징글맞은 새끼들!”

“우리도 술 취하면 그러기도 하잖아.”

“하지만 왠지 섬뜩한 느낌이 들더라니까.”

사내는 반주를 한잔 들이켜고 나서 구호인지 군가인지 모를 노래를 불렀다. 장군님은 명사수, 우린 명중탄! 격동 상태 순간에 병사는 산다. 멸적의 방아쇠 당기신다면 단방에 아성을 박살내리라. 라랄 랄랄라….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