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68)눈치 보느라 주도권 잃다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4.02.05 08:00:00
  • 호수 14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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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북핵. 핵무기. 그것은 현실적인 시점으로 보든 역사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든 아무튼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위중한 문제임은 틀림없다. 

우리의 제1원칙은 이것을 가지고 요즘처럼 무슨 이익집단들의 이권 쟁탈 혹은 태산명동에 서일필 같은 장난질 짓거리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아무 줏대도 없이 미국과 북한의 일거일동에 너무 우왕좌왕 놀아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막가파식 장난

북한 권력층은 핵을 가지고 겉으로는 도박꾼들처럼 막가파식 장난을 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은 마치 악마를 응징하는 정의와 자유의 사도인 양 행세한다.


그럼 남한은? 한 마디로 말해 아무런 줏대 없이 미국과 북한의 눈치나 보며 부화뇌동, 우왕좌왕, 좌충우돌한다고 밖에 칭찬할 게 없다. 

우리는 그들의 속내를 꿰뚫어 봐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내면까지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추악함마저도. 추악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개인이든 단체든 국가든 속에 지니고 있으니까. 다만 그 추악을 사실 그대로 바라보고, 없다고 억지 부리거나 자기 멋대로 왜곡하지 말고, 그 추악스런 기운에 휘말려 꼭두각시 노릇을 하지 않을 만큼 성숙해져야 하리라.

우리가 상식적으로 처신하지 못한다면 미국 안에 존재하는 상식적인 사람들의 지지마저 받지 못한 채 몰상식하고 추악스런 자들의 놀이갯감이 될 뿐이다. 

아마 북한 내에도 양심적이고 세뇌당하지 않은(세뇌를 이겨낸) 진실한 사람들이 숨어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마귀왕들의 어릿광대처럼 굴면 그들은 차라리 궁핍할지언정 북조선이 더 좋다고 강변하며 남한 사람들을 비웃을지 모른다.

이젠 더 이상 누구의 탓을 할 필요가 없다. 미국도 북조선도 우리의 미숙한 조상도 탓하지 말고, 바로 우리들 자신이 올바른 정신을 두뇌 속에 장착하곤 미래 세계를 향해 론칭해야 한다. 

앞에서 말한 바 있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한국 사람들은 대개 미국을 아름답고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라고 믿고 있으나 미국인 자신은 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역사를 한번 훑어보면 알리라.


그들은 힘이야말로 최고 최대의 덕목임을 믿는 사람들이며, 실제로 전쟁을 통하여 성장 발전한 결과 세계를 제패한 국가의 주인공으로서 맘껏 자만심을 즐기고 있는 무서운 존재다.

그네들 스스로 무력 제일국을 영원히 추구하는 판인데 우리가 ‘미국’이라 자꾸 부르면 겉으론 어떨지 몰라도 속으론 아마 가소로워할 것이다.

미국과 사실상 가장 친밀한 일본마저 그냥 쌀을 많이 생산한다는 의미로 미국[米國]이라 부르는데 우리 대한민국은 왜 ‘아름다운 나라 미국’이라고 계속 세뇌된 바보처럼 뇌까리는가.

이젠 명실상부한 이름으로 바꾸든지 또는 그들 자신이 붙인 아메리카로 불러 주는 게 옳지 않을까?(복잡하게 그럴 것 없이 우리들의 마음 자세를 바꾸는 게 훨씬 효율적이겠으나 언제 그런 날이 오랴!) 

북조선의 내면도 겉보기와 달리 복잡하리라. 그들의 호언장담은 사실상 자신감이라기보다 속에 깃든 불안감과 겁 때문인지도 모른다.

쑥대밭된 국토…북 인민 3분의 1 학살 주장
핵으로 국력 좌지우지…미 찬양가 부르는 남

공포스러운 전쟁의 기억! 국토가 쑥대밭으로 변하고 인민이 3분의 1 이상 사상 당한 미군의 무차별 폭격!

그 무자비하고 잔혹한 인간 이하의 만행들, 마치 무슨 게임인 양 히히거리며 벌인 간음과 학살 장면은 생생한 지옥도로서 깊이 각인돼 트라우마성 증오감과 광증 발작을 불러일으키는 게 아닐까 싶다.(이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 내의 일부 정신분석학자들도 수긍하는 모양이다.)

특히 지도부 인사들은 거의 미치광이 수준의 과민반응으로 잔뜩 긴장해 핵무기에 올인하는 듯하지 않은가? 
하숙생들끼리 핵문제를 놓고 토론 벌이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헥, 핵, 핵! 정말 진저리치고 짜증나는군. 아무리 동족이라지만 핵 가지고 지랄칠 땐 모기나 파리보다 더 얄미운 해충처럼 느껴진다니까. 파리채로 탁 때려 죽여 버리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고 참 골칫거리야. 제재를 더욱 강화해서 아예 불그죽죽한 피를 말려 버렸으면 속시원하겠어. 쌍것들!”

“그 흉물이라는 핵도 남북 통일이 되면 우리 것으로 변할 텐데 무슨 걱정이여? 그러면 우리도 주변 강대국들이 넘볼 수 없는 나라가 된다구. 통일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핵무기로 대신 받는 셈 치면 되지 않겠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일이지 뭘 그래.”

“세상 모르는 흰소릴 지껄이는군. 북괴 놈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자식들이야, 응? 핵무기를 앞세워 위협한다면 우린 허새비 꼴로 말짱 꽝이야! 놈들의 속셈도 모르면서 그런 헛소린 집어치라구.”


“두 사람 너무 흥분하지 말구 밥이나 먹어. 내가 볼 땐 모두 다 문제가 있어. 북한이 무모한 짓을 벌이는 건 분명 꼴불견이야. 인민 대중은 굶어 죽는 판에 권력층의 자기 보존을 위해 핵 하나에 혈안이 돼 올인하니 말야. 우수한 과학자들을 투입해 방사능의 제물로 삼는 짓은 지탄돼야 해.”

“그렇지, 금수의 탈을 쓴 악귀들!”

“하지만 미국도 그다지 선량한 존재는 아니야. 핵이 그토록 나쁘다면 자기들부터 없애 버려야지. 당장 그러긴 어렵더라도 핵 보유국들끼리 진심 어린 협상을 벌여 차츰 줄여 나가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잖아. 그러면 북한을 제재할 명분이 서고, 북한 놈들 또한 자의반 타의반으로 핵을 포기할 테지.”

“그놈들 꼴통 짓거리 수법을 몰라? 아마 더 땡깡을 부릴걸.”

“만일 그러는데도 지랄치면 극심한 제재를 가해 아예 말라 죽어 버리도록 하더라도 박수치겠어. 제정신이라면 그러지 않을 거야. 그땐 정말 광견 취급을 전세계인으로부터 받을 테니까.”

꼬이는 핵문제


“지금도 광견 같은걸. 그냥 놔두면 한반도를 불바다보다 더 무서운 핵 방사능 지옥으로 만들어 버릴지도 모를 미친개들이야. 얼마 전에 어떤 녀석이 술에 잔뜩 취해 서울역 앞 광장에서 고래고래 소릴지르더라구. 투박스런 북한 사투리로. 무슨 구호 같기도 하고 군가처럼 들리기도 하더군. 징글맞은 새끼들!”

“우리도 술 취하면 그러기도 하잖아.”

“하지만 왠지 섬뜩한 느낌이 들더라니까.”

사내는 반주를 한잔 들이켜고 나서 구호인지 군가인지 모를 노래를 불렀다. 장군님은 명사수, 우린 명중탄! 격동 상태 순간에 병사는 산다. 멸적의 방아쇠 당기신다면 단방에 아성을 박살내리라. 라랄 랄랄라….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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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