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완전히 넘어갔다. 대외안보 균형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경찰도 나름의 대비책을 만들었다. 안보수사단 인력을 늘리고 국정원과 협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그러나 두 기관 간 갈등은 현재진행형인 분위기다.
국가안보실장 출신 조태용 신임 국정원장이 대공수사권 복원을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당장 법 개정은 어렵다. 국정원은 먼저 간첩 수사 경찰을 보유한 요원과 과(課) 단위 조직을 경찰에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초 파견하기로 했던 인원과 비교하면 파격적이다. 경찰 안팎에선 국정원이 경찰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시작부터…
국정원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산하 안보수사국에 파견하는 인원을 늘리기로 한 건 최근 일이다. 안보 공백을 메우기 위함이라는 명목이 깔려 있으나 경찰은 달갑게 여기지만은 않는 분위기다.
경찰 안보수사국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서 “지난주에 전달받은 내용이다. 본래 국정원서 파견 나오기로 한 인원은 2~3명이다. 과 단위가 오겠다는 건 10명 정도 보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정원 1개 과는 4명으로 구성된다. 당초 파견 예정 인원까지 감안하면 국정원이 경찰에 파견할 수 있는 인원은 약 10명이다. 국정원은 처장급인 3급 직원을 파견 인원에 포함하기로 했다. 파견 인원이 늘어난 건 조 원장의 대공수사권 복원 의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조 원장은 최근 국회서 열린 인사청문회서 대공수사권 폐지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거듭된 질의에 “(대공수사권을 복원하려면)법을 고쳐야 하므로 국정원장이 되면 법을 지키겠다”며 “우리 같이 특수한 상황서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쪽이 간첩을 더 잘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간첩 활동이 해외서 접선이 이뤄지거나 사이버 수단을 통해 지령을 내리는 등 해외 루트 파악 노하우가 부족한 경찰의 인력만으로 대응하기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도 “당장 법 개정은 불가능하다. 안보 공백이 생길 수 있어 최대한 파견 인원을 늘려 경찰과 협력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찰의 안보수사 전담 인력은 정원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올해 경찰의 안보수사 관련 특수활동비도 과거에 비해 늘었지만 국정원의 4%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견 인원 2배…세부 업무 두고 갈등
처장급 3급 고위직 포함 10여명 파견
올해 경찰은 안보수사 관련 예산을 지난해 315억원서 110억원 증액한 425억원으로 확대 편성했다. 2020년 말 국정원법 개정으로 대공수사권 이관이 예정됐음에도 지난 3년간 안보수사 예산이 깎이거나 유지되는 정도였다가 올해 대공수사권 이관을 코앞에 두고서야 늘어난 것이다.
이 중 해외 정보수집과 수사비 명목의 특수활동비는 지난해 254억원서 68억원 늘었다. 다만 올해 국정원에 배정된 8900억원 규모의 안보비에 비해선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안보수사국은 지난달 말 안보수사단에 배치할 경감 이하 대공수사관 60여명의 면접을 진행했다. 142명 규모로 출범하기로 한 안보수사단은 현재까지 정원을 채우지 못한 채 80명 안팎만 근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안보수사국은 간첩 사건의 본격 수사 착수는커녕 국정원으로부터 전달받고 있는 첩보 자료 검토만으로 인력난을 겪고 있는 형국이다. 경찰이 대공수사 관련 업무 협조를 위해 요청한 국정원 직원 파견도 1월 중으로 예상됐지만 양 기관 간 물밑 갈등으로 인해 언제 파견이 이뤄질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안보수사국 관계자는 “파견 직원이 와서 할 수 있는 일의 깊이와 범위 등 세부적인 논의서 의견이 달라 2월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원도 부족한데 경찰청 안보수사대 수사관 43명 중 50%는 물갈이가 될 전망이다. 경찰은 스포츠서 흔히 사용하는 드래프트(Draft) 방식을 도입해 ‘안보수사 인력 풀’로 지정된 664명의 예비후보 중 본청으로 영입할 인재를 찾고 있다.
조태용 국정원장
부활의 기반 닦나
안보수사 업무가 경찰 내부서도 전문적이고 폐쇄적인 영역으로 여겨졌던 만큼 수사 인력의 절반 교체에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인력 교체를 위한 인위적 평가에 불만도 커졌다. 안보경찰은 대공수사권 이관을 앞둔 지난해부터 전례 없는 인사 운용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역량 미달 수사관을 퇴출시키겠다며 사상 최초로 시도청·경찰서 안보팀장을 대상으로 지휘역량을 평가했다. 팀장을 대상으로 시험을 보겠다는 계획에 당시에도 반발이 만만찮았다.
내부 불만에 이어 국정원 파견 직원이 늘어나면서 안보수사국 경찰들은 과거와 다를 바 없어졌다고 지적한다. 국정원의 파견 직원이 늘어난 이후에는 아예 대공수사권 법 재개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한 안보수사국 관계자는 “파견 직원이 점점 늘어나게 되면 현장 수사 과정서 우리가 모르는 부분을 국정원이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며 “3급 처장이 파견을 오기로 한 것도 전문가가 온다기보다는 사실상 경찰의 대공수사를 지휘하러 오는 것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국정원법 체계상 국정원은 직접 대공수사가 불가능하고 국가안보에 반하는 행위자와 관련한 정보를 경찰에 넘길 수 있다.
다만 국정원장은 경찰, 검찰 등 안보침해 범죄를 다루는 유관기관의 수사에 국정원 직원을 참여시킬 수 있다. 해당 시행령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 뒤 유관 수사기관 등과의 업무 협력 방식 등을 규정하고 있다.
줄다리기
시행령에 따르면 국정원은 국가안보와 국익에 반하는 활동을 하는 이들에 대한 추적활동과 정보분석 등의 활동을 할 수 있고 출국정지도 요청할 수 있다. 또 불가피한 경우에는 민감한 개인정보와 고유식별정보, 고정형 영상정보처리기기에 촬영된 개인정보,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에 촬영된 개인정보 등을 처리할 수 있고,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개인 등에 개인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입법 예고 당시 제정안에는 국정원으로부터 수사·재판 기록 열람과 복사 요청을 받은 국가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요청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의 조항이 실려 있었다. 이에 대해 경찰청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은 증거 수집 적법성·개인정보 보호 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국정원은 이를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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