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龍)기 뿜뿜! 새해 여행 ⑤부산 해동용궁사

소원 하나를 이뤄주는, 부산 해동용궁사

 

바다와 맞닿은 해동용궁사는 풍경이 아름다운 사찰이다. 누군가 해동용궁사를 찾는다면 이렇게 귀띔하고 싶다. 정성스레 고른 소원 하나를 품고, 동이 트기 전 부지런히 사찰로 향하라고. 전각과 불상, 탑 등을 배경으로 해가 떠오르는 풍경이 특별하고, 그 여운이 묵직하다. 해동용궁사는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모시는 관음 성지로, 이곳에서 정성을 다해 빌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진다고 한다. 해돋이 후 사찰을 유유자적 둘러보는 시간은 덤이다. 곧 관광객이 물밀 듯 몰려올 테니! 수려한 풍경 덕에 평일에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데, 반 이상이 외국인이다.

해동용궁사는 1376년(고려 우왕 2년) 공민왕의 왕사를 지낸 나옹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한다. 그는 뒤에 산, 앞에 바다가 펼쳐진 이곳을 신령스럽게 여겨 토굴을 짓고 수행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1930년대 보문사로 중창했고, 1970년대 초 백의관음이 용을 타고 승천하는 꿈을 꾼 주지 정암스님이 해동용궁사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용을 타고 승천하는 꿈

사찰 입구에 이르면 잠시 후 눈앞에 드넓은 바다가 펼쳐질 거라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다소 복잡한 먹거리촌을 지나 위풍당당하게 늘어선 십이지신상을 만난다. 땅을 지키는 열두 수호신은 동물 머리에 몸은 사람이고, 각기 다른 무기를 든 모습이다.

십이지신상을 지나면 국민의 안전을 기원하고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세운 교통안전기원탑이 보인다. 기둥에 용 조각이 화려한 일주문도 바로 앞에 자리한다. 일주문으로 들어서기 전, ‘한 가지 소원을 꼭 이루는 해동용궁사’라고 힘주어 쓴 표석이 눈에 띈다. 여기부터 욕심을 버리고 한 가지 소원만 되새긴다. 일주문을 지나 대나무가 우거진 108장수계단을 하나하나 내려가다 보면 마음을 짓누르던 번뇌가 사라지는 듯하다. 계단에 코와 배를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득남불, 귀여운 동자승 석상이 모인 학업성취불이 있다.

계단 중간에 이르면 파도 소리가 들리고 짙푸른 바다와 기암괴석, 사찰이 빠끔히 모습을 드러낸다. 먼저 계단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자. 비로소 탁 트인 바다와 판판한 암반의 제룡단 방생 터가 보인다. 지옥에서 고통을 겪는 중생을 구원하는 금빛 찬란한 지장보살이 바다를 등지고 앉았다. 바다를 품은 사찰의 진면목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이곳은 해동용궁사에서 해돋이 명소로 꼽힌다. 새해 첫날이면 드넓은 방생 터가 일출을 감상하는 이들로 빼곡하다. 음력 15일마다 물고기를 바다에 풀어주는 보름방생법회도 열린다.


동해바다가 보이는 관광지로 유명
부산에서 가장 유명한 사찰

해동용궁사는 진신사리탑 아래 용의 머리 형상을 한 용두암을 시작점으로 사찰 곳곳에 있는 전각과 조각상 등을 이으면 꿈틀거리는 용의 전체 모습이 그려진다. 대웅보전 앞 비룡 조각도 비범하다. 용은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해동용궁사에서는 용의 모습이 더욱 친근하고 영험한 기운이 느껴진다. 대웅보전 옆 용궁단도 용과 관련된 공간이다. 예부터 어업 활동이 활발한 이 지역에 용왕 신앙이 전해오는데, 조선 시대에 근방의 제단을 경내로 옮긴 것이 용궁단이라고 한다.

용궁단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자. 해수관음대불이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바다를 내려다본다. 온화한 표정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바다의 큰 관세음보살’을 따라 바다를 보기만 해도 모든 사람을 넉넉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해동용궁사 옆 국립수산과학원 수산과학관 쪽으로 가다 보면 부산갈맷길 1코스와 만난다. 이곳에 있는 파식대지에서 사찰 전경이 한눈에 담긴다.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쌓은 돌탑도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해동용궁사 입장 시간은 오전 4시30분~오후 7시, 입장료는 없다. 사찰을 둘러보는 데 넉넉히 한 시간 반쯤 걸린다.

해동용궁사 주변은 다양한 지질학적 특징이 드러나는 명소다. 공룡이 살던 백악기에 화산활동으로 생긴 암석이 발견된 것. 균열 방향이 일정한 체계적 절리군, 공룡 발자국을 닮은 해양 돌개구멍, 암석 표면에 벌집처럼 생긴 타포니 등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체계적 절리군은 균열 방향을 측정해 암석에 가해진 힘의 방향을 가늠하는 자료로 쓰인다.

해동용궁사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롯데프리미엄아울렛 동부산점이 있다. ‘20 23~2024 한국 관광 100선’에 든 오시리아관광단지 내에 자리한 쇼핑몰로, 그리스 산토리니 풍으로 꾸며 이국적이다. 해외 패션 매장과 레저·스포츠 매장 등 330여개 브랜드가 입점했으며, 쾌적한 휴식 공간이 여럿이라 편안한 쇼핑이 가능하다.

국립부산과학관은 본관과 어린이과학관, 천체투영관, 사이언스파크 등으로 구성돼 과학과 친해지기 좋다. 자동차와 항공 우주, 선박 등을 주제로 꾸민 상설전시관에선 다양한 체험 시설이 과학에 흥미를 더하고, 과학 원리를 쉽게 알려준다.


송정해수욕장

송정해수욕장은 서핑에 적당한 파도와 수온으로 사계절 서퍼가 찾는 곳이다. 이들 덕분에 겨울에도 생기가 넘치며, 해변에 감각적으로 꾸민 카페가 여럿이라 색다른 바다를 마주할 수 있다. 해변 끝자락에 소나무 향 그윽한 죽도도 둘러볼 만하다. 섬 끝에 있는 송일정을 배경으로 바라보는 해돋이가 인상적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해동용궁사→롯데프리미엄아울렛 동부산점→송정해수욕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국립부산과학관→이터널지니→롯데프리미엄아울렛 동부산점
-둘째 날 해동용궁사→국립수산과학원 수산과학관→송정해수욕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해동용궁사 http://yongkungsa.or.kr
-롯데프리미엄아울렛 www.lotteshopping.com
-국립부산과학관 www.sciport.or.kr

문의 전화
-기장군청 관광진흥과 051)709-4082
-해동용궁사 051)722-7744
-롯데프리미엄아울렛 동부산점 1577-0001
-국립부산과학관 051)750-2300
-송정관광안내소 051)749-5800

대중교통
버스 서울-부산,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15~60분 간격(06:00~다음 날 02:00) 운행, 약 4시간 소요. 부산종합버스터미널에서 부산도시철도 1호선 노포역까지 도보 약 120m 이동, 교대역에서 동해선 환승, 오시리아역 하차, 해동용궁사까지 택시 이용(약 2.3㎞)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부산교통공사 1544-5005, www.humetro.busan.kr 기차 서울역-부산역, KTX 수시(05:12~22:27)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부산역 정류장에서 1001번 버스 이용, 용궁사·국립수산과학원 하차, 해동용궁사까지 도보 약 60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부산시버스정보관리시스템 https://bus.busan.go.kr

자가운전
동해고속도로(부산-울산) 동부산톨게이트, 1.3㎞ 이동→울산·대변항 방면 좌회전, 545m 이동→용궁사입구삼거리에서 해동용궁사 방면 우회전, 585m 이동→해동용궁사 주차장

숙박 정보
-아난티 앳부산코브: 기장읍 기장해안로, 051)509-1111, https://anan ti.kr/ko/busan
-마티에오시리아: 기장읍 동부산관광7로, 051)983-5500, www.hanwharesort.co.kr
-베스트루이스해밀턴호텔 오션테라스: 기장읍 연화1길, 051)742-0078, http://best louishamilton.com

식당 정보
-기장해변짚불곰장어(짚불곰장어): 기장읍 공수2길, 051)721-4539
-나루터연화(해산물모둠·전복죽): 기장읍 연화1길, 051) 721-2415
-소향갈비탕소불고기전골(갈비탕·소불고기전골): 기장읍 차성남로51번길, 051)722-6234

주변 볼거리
롯데월드어드벤처 부산, 스카이라인루지 부산, 일광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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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