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만약 내 권리를 행사한 소중한 한 표가 내가 지지한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자의 득표에 카운트가 된다면? 믿고 싶지 않은 선거개표기의 함정은 그간 몇 차례 제기돼왔지만 크게 이슈화되지 못했다. 실제로 전자개표기가 부정선거에 악용돼왔던 것일까. 대선을 두 달여 앞둔 지금, 재점화되는 전자개표기의 충격적인 진실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전자개표기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전자개표기로 표를 조작하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온 것. 해당 동영상은 150만명에 가까운 팔로워를 거느린 소설가 이외수씨가 트윗에 올리며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모든 선거가 부정?
지난달 30일 풀뿌리민주주의시민정치행동 ‘우리가 주인이다’는 ‘부정투표 전자개표기’라는 제목의 영상 한 편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여당·야당을 떠나 전자개표기로 실시한 모든 선거가 부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라는 말과 함께 제5회 6·2지방선거 당시 수성구 개표현장에서 투표한 후보와 관계없이 전자개표기를 통해 투표지가 분류되는 장면이 보여진다. 한 후보에게 투표를 하더라도 전자개표기에 넣으면 또 다른 후보의 수집함으로 투표지가 모아질 수 있어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자개표기 방식은 투표용지에 찍힌 도장을 전자기기로 판별해 분류하는 시스템. 따라서 투표용지에 표기된 일련번호별로 집계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동영상을 보면 다른 번호들이 계속 들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자개표기는 지난 2002년 12월 대통령선거를 비롯해 2004년 4월 총선, 2006년 지방선거, 2010년 지방선거 등 선거 때마다 없어서는 안 될 도구로 쓰여 왔다. 그런 까닭에 이번 전자개표기 조작 동영상은 의도만 있다면 투표 결과까지 조작가능하다는 사실을 폭로한 것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후 해당 동영상은 트위터 등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다. 특히 이외수씨가 지난 3일 자신의 트위터에 “충격적입니다. 우리는 속고 있었나요. 얼마든지 조작가능”이라며 “선관위의 빠른 해명이 있어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라는 멘션과 함께 영상을 올리자 반응은 더욱 뜨거워졌다.
모든 권력은 전자개표기로 부터 나온다?
개표조작은 어느 쪽을 막론하고 ‘치명적’
네티즌들은 “지금까지 했던 투표가 모두 조작됐을 수도 있다니 충격이다”, “선관위가 속이고 국민은 속고”, “단 몇 퍼센트의 조작으로도 승패가 갈리는 박빙의 승부라면 개표조작은 어느 쪽을 막론하고 치명적”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계속되자 선관위는 “해당 동영상은 당시 대구 수성구청장선거 개표장에서 실제 개표에 앞서 투표지가 2장 이상 들어가는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투입 간격을 조정하는 투표지분류기(전자개표기) 세팅과정을 개표참관인이 촬영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세팅과정을 포함해 실제 개표진행 모두 여야 정당과 후보자 측의 참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실시됐으며 당시 어떠한 이의제기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선관위는 “투표지분류기는 개표를 좀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하기 위해 도입된 장치로서 분류기를 이용해 후보자별로 분류한 다음 개표사무원이 수작업으로 재차 확인·점검하는 과정을 거치고 또 다시 선관위 위원들이 표를 확인한 후 개표 결과를 공표하는 것이다”라며 “이 모든 과정은 참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촬영되기 때문에 어떠한 조작이나 부정이 개입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해당 동영상이 지난 지자체장선거 당시 대구 수성구라는 자막과 함께 촬영자의 이름까지 표기되어 있어 오히려 선관위 관계자의 말이 둘러댄 말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한 지역구에서 뭉텅이로 발견된 봉인되지 않은 투표함. 선진국에서는 이미 이 기계를 개발해 놨지만 해킹과 같은 조작 위험 때문에 사용하지 않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만 10년째 부정선거에 사용하고 있다는 전 중앙선관위 노조위원장의 폭로.
2002년 이후 대통령이 진짜 대통령이 아니고 국회의원이 진짜 국회의원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전자개표기 조작논란은 이제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선 더더욱 그렇다.
이번 대선에서도?
한 네티즌은 “이번 주요 대통령후보인 문재인, 안철수, 박근혜 후보 또한 전자개표기를 이용한 부정투표 집계에 대하여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만일 전자개표기에 의한 개표집계가 조작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입증된다면 당연히 이번 대선에서 개표방법을 보완하거나 전자개표기의 사용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누구의 유?불리를 따질 사안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표에서는 이기고도 정작 개표에서는 질 수밖에 없는 개표의 근본적 문제점을 낱낱이 짚어 해결해야 한다. 아무리 유권자가 힘써 권리행사를 해도 그 권리가 보장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분개하지 않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