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재명 풀어야 할 숙제 셋

팔도 누비는 토끼…이제 출발한 거북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여의도에 돌아왔다. 부산 방문 도중 피습당한 지 15일 만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흐름 바뀌는 정치판서 보름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그동안 벌어진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이 대표 앞에 산적했다. 낙제점을 피하기 위한 이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가 당무에 공식으로 복귀했다. 당초 지도부를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복귀 시점이 이보다 늦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일정이 앞당겨진 데에는 이낙연 전 총리와 비명(비 이재명)계의 연쇄 탈당 등 분열을 봉합하기 위함이란 해석이 제기된다.

쪼그라든
민주당

하지만 이 대표의 복귀 메시지는 ‘4·10총선 정권 심판론’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서 최고위원회를 주재하고 인재영입식에 참여했다. 이 대표는 “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러고 안 되니 칼로 죽여보려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며 “국민께서 이 정권이 과연 국민과 국가를 위해 주어진 권력을 제대로 행사했는지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자리를 비운 사이 민주당 지형에 변화가 일어났던 만큼 당내 통합에 주력할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다.

지난 10일 혁신계 모임인 ‘원칙과상식’서 윤영찬 의원을 제외한 김종민·조응천·이원욱이 예고해 온 대로 탈당을 선언했다. 그동안 요구해왔던 대표직 사퇴를 전제로 한 통합 비대위 구성 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치 포럼 ‘당신과함께’를 구성하는 박원석·정태근 전 의원과 손잡고 제3지대를 잇기 위한 ‘미래대연합’(가칭) 신당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6월 귀국 직후부터 이 대표와 각을 세우던 이 전 총리도 민주당을 떠났다. 원칙과상식의 세 의원이 탈당한 다음 날인 지난 11일, 이 전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1인 정당’으로 변질됐다는 점을 꼬집으며 신당 창당을 예고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16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고 신당 ‘새로운미래’의 시작을 알렸다. 새로운미래는 시·도당 창당대회와 중앙당 창당대회를 시작으로 다음 달 초 공식적으로 창당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전 총리는 민주당의 터줏대감과도 같은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민주당 소속으로 5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문재인정부서 초대 국무총리를 역임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상징성을 지닌 이 전 총리가 새로운 둥지를 꾸리자 ‘탈당 러시’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신경민·최운열 전 민주당 의원과 최성 전 고양시장 등 전직 국회의원·기초단체장 5명이 탈당을 선언했다. 이 전 총리 신당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들은 이 대표 체제를 비판하고 나섰다. 최 전 의원은 민주당을 “진보라고 위장하고 있는 당”이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몸 풀 시간 없이 총선 레이스 투입
복귀 후 여의도에서 내뱉은 각오는?

장만채 전 전라남도교육감도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지난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균형성장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장 교육감은 이 대표를 에둘러 비판하며 권력욕에 함몰돼 신의를 저버리는 데 실망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한 당일에도 줄탈당은 이어졌다. 박시종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광주 광산을에 출마할 예정이었다. 이날 박 전 행정관은 민주당이 아닌 새로운미래를 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새로운미래와 함께하는 신정현 전 경기도의원도 “1000명의 청년 당원들과 민주당을 떠나고 새길을 여는 창당 활동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신 전 의원이 말한 ‘청년 당원 1000명’은 이 전 총리가 탈당을 선언한 직후인 지난 12일부터 3일간 온라인을 통해 탈당한 81년생 이후 세대를 집계한 수치다.

민주당 측에서는 연쇄 탈당을 막기 위한 이 대표의 화합 메시지를 기대했다. 총선을 앞두고 더 이상의 탈당은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이 대표가 원론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당내 ‘샤이 비명’의 거취마저도 불안정해졌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표는 복귀 당일 인재영입식 모두발언서 탈당한 이들에 대해 ‘안타깝다’고 표현했다. 이 대표는 “이낙연 전 총리께서 당을 떠나셨고, 몇 의원들께서 탈당하셨다”며 “통합에 많은 노력을 다했지만, 참으로 안타깝다”고 짧게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단일한 대오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희망을,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자 소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총선 심판론을 위한 단합을 강조했다.

총선을 앞두고 불필요한 잡음이 새어나갈 경우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 대표가 풀어야 할 첫 번째 숙제로 당내 통합이 제시된 이유다.

지난해 9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때 20~30여명의 이탈표가 나왔다. 한 손에 탈당 카드를 쥐고 있는 비명계가 당 곳곳에 잠식한 셈이다.

주변에…
단독 드리블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를 뜻하는 ‘개딸(개혁의 딸)’의 행태를 비판하며 샤이 비명의 존재감을 암시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평생 이렇게 살아 굳은살이 박였지만 속살 보드라운 다른 의원들은 말할 엄두를 못 낸다”고 전했다.

공천이 가닥 잡히고 제3지대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2월을 기점으로 샤이 비명이 대거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총선을 앞두고 도미노 탈당이 이어진다면 당이 심리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추가 탈당을 막기 위해서는 이 대표와 지도부의 결단력 있는 모습이 요구된다. 하지만 당무에 복귀한 이 대표의 화합 메시지가 다소 약했다는 평이 나오는 만큼 미봉책에 그칠 우려도 제시된다. 이 대표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신당을 견제하면서도 진보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두 번째 숙제는 정부여당과의 차별화를 구축하는 작업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이 연일 존재감을 과시하는 만큼 총선 이슈의 주도권을 끌고 와야 한다. ‘신인 정치인’ 한 비대위원장과 비교하는 여론이 커지는 만큼 우위를 선점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시된다.


이 대표가 병원 신세를 지던 보름 동안 한 비대위원장은 대전을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했다. 이후 광주, 부산, 인천 등 전국 곳곳을 돌며 지역민심 몰이에 주력했다. 순회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한 비대위원장은 정치개혁 카드를 잇달아 꺼내며 야당 압박에 나섰다.

국회의원이 금고형 이상을 받을 경우 세비를 반납하고 국회의원 정원을 250명으로 감축하는 법안도 제시했다.

당의 도덕성과 문제 해결 방식을 두고 이 대표와 한 비대위원장이 비교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으로 지명된 민경우 민경우수학연구소장의 노인 비하 발언이 뇌관으로 작용했다.

벌어진 격차
대반전 카드

논란이 불거지자 대한노인회는 성명을 내고 민 대표의 사퇴와 한 비대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한 비대위원장은 대한노인회를 찾아 직접 사과했으며 민 소장은 사퇴했다. 지난해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사태와 대조된다는 평이다.

민주당 현근택 예비후보의 성추행 의혹을 두고 또다시 격돌이 일어났다. 이 대표가 현 예비후보와 관련해 병상서 정청래 의원과 주고받은 문자 내용이 언론에 포착되면서다.


현 예비후보는 지난달 29일 한 술집서 열린 시민단체 송년회서 성추행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는 지역 정치인 A씨와 여성 수행비서에게 “부부냐, 같이 사냐?”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 9일 이 대표는 정 의원에게 “현근택은 어느 정도로 할까요”라고 문자를 보냈다. 피습 사건의 여파로 병원서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이 대표의 물음에 정 의원이 “당직 자격정지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공천관리위원회 컷오프 대상”이라고 보냈고 “너무 심한 게 아니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현 예비후보가 친명(친 이재명)인 만큼 일부러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게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당내서도 반발이 일어났다. 박용진 의원은 “자격 없는 후보들, 형편없는 인물을 공천하면 민주당은 망하는 길”이라며 “한 위원장이면 즉각 조치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비대위원장 역시 현 후보의 성희롱 의혹과 관련해 “우리 공천관리위원회는 두 번 생각할 필요 없다”며 공천 배제 대상임을 강조했다. 결국 현 예비후보는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번 총선은 이 대표와 한 비대위원장의 간판으로 치러지는 만큼 계속해서 비교 선상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이상 민주당 도덕성에 흠집이 새겨진다면 당내 잔류한 비명계는 물론 유권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 비대위원장 체제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총선 어젠다를 제시하고 특히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한 도덕성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평이다.

‘당내 통합’부터 ‘PK 지지율’까지
‘한동훈 그늘’서 벗어날 수 있을까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가 국민의힘보다 월등히 높은 도덕성을 보여야 하는데 최근 불거지는 논란을 보면 아쉬울 따름”이라며 “‘정권 심판론’이 아닌 ‘야당 심판론’으로 번질 가능성을 조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 숙제는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 대표의 피습이 ‘동정론’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오히려 사건이 발생한 PK(부산·경남) 지역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6일∼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PK지역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은 43%, 민주당은 28%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은 전달(41%) 대비 2%p 상승한 반면 민주당은 전달(34%) 대비 6%p 하락했다. 해당 여론조사의 표준오차는 95% 신뢰수준서 ±3%p다.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3.1%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 같은 결과는 이 대표가 피습 당시 119소방헬기로 부산대병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일부 의료계를 중심으로 “명백한 특혜이자 지역의료계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확산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피습 직후 경찰이 현장을 물걸레로 청소하고 이 대표가 입고 있던 와이셔츠가 폐기물 업체에 버려져 있다는 점을 두고 ‘증거인멸’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강성 지지자까지 합세하자 PK 분위기도 덩달아 격앙되는 형국이다.

지난 11일 이 대표가 퇴원하면서 “부산의 소방, 경찰, 그리고 부산대 의료진분들께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지만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초 PK는 민주당 우세 지역이 아니지만 제1야당 대표의 피습 사건에도 지지율이 하락한 점을 미뤄봤을 때 전체 지지율까지 답보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지지자들의 강성 발언을 자제시켜야 한다고 입 모아 말한다. 지역갈등 조장을 멈추고 사태를 빠르게 수습해야 추가적인 지지율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체 지지율과 관련해서는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으로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제시했다.

산적한
과제들

결국 이 대표에게 주어진 모든 숙제는 ‘통합’이라는 하나의 큰 틀로 귀결된다. 민주당은 줄곧 정권 심판론을 강조해왔다. 이 심판을 오직 ‘이재명 원팀’으로 치르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면 분열은 예견된 사안이다.

물리적 화합이 어려워진 만큼 이 대표는 심리적으로 화합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내 비명계를 말살하겠다는 움직임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약간의 다른 의견조차 품고 갈 수 없다는 뜻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하루빨리 ‘이재명 사당화’라는 논란을 벗어나 총선 체제를 갖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명룡대전’ 성사?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한 선전포고에 나섰다.

지난 16일 원 전 장관은 이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에 방문해 “우리 정치가 꽉 막혀있다”며 “제가 온몸으로 돌덩이를 치우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돌덩이’에 비유하며 사실상 계양구 출마 의지를 재차 밝힌 셈이다.

원 장관에게 있어 계양을은 험지기 때문에 이번 도전은 꽃놀이패로 여겨진다.

이 대표를 대상으로 승리한다면 단숨에 대권주자로 승급하고, 만일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싸움으로 남게 된다.

‘명룡대전’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만큼 이 대표가 어떤 전략으로 총선에 나설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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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