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66)강대국에 아부하는 지옥도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4.01.22 08:00:00
  • 호수 14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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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사실 그닥 큰 관심이 없었다.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반복되는 짓거리에 신물이 났던 것이다. 오히려 금수강산이 망가지고 오염되는 게 새삼 안타까울 뿐이었다.

양변의 약산 진달래는 소월의 시로 유명하지만, 원래부터 그 꽃빛이 유난히 선명하고 생생해 보는 사람의 찬탄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그 아름다움을 한번 구경해 보기도 전에 핵물질에 오염돼 버린다면 평생 마음속의 한이 될 듯싶었다. 그리고 동해가 아무리 넓고 깊다지만 자꾸 악성 쇳덩이를 쏴질러 넣는다면 어떤 후유증이 생길지 걱정스러웠다.

오염된 마음 

어찌 됐든 무지몽매한 짓이 아니겠는가. 나의 분노는 자칭 엘리트입네 하는 북쪽의 멍청이들뿐만 아니라 남쪽의 헛똑똑이들을 넘어 저 멀리 미국의 독수리 패거리들에게까지 뻗쳤다. 


실상 북조선이 인민들을 굶겨 죽이면서까지 핵무기에 집착하는 건 그네들이 미쳐서라기보다 자기 보호를 위해서라고 보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마치 스컹크의 독가스나 벌의 침과 같은 것.

자기 목숨을 노리는 적을 물리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스컹크는 혐오 물질을 계속 생산해야 하며, 자기네 집을 침탈하려는 강적에게 벌은 침을 한번 쏘곤 죽어 버린다. 어찌 보면 불쌍한 존재들이다.

그 누가 자기 몸속에서 향기로운 꽃을 피워내고 싶지 않겠으며, 몸속의 꿀을 나눠 주고 싶지 않으랴. 그런데 왜 미친 자폭과 비슷한 짓거리를 하고 있는가?  

앞에서도 누누이 말했지만 여기서 북조선을 변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저 공정한 관점으로 사실을 바르게 살펴보고, 가능하면 자멸보다 우리 모두의 상생을 바랄 뿐이다.(여기엔 미국인의 행복 또한 당연히 포함된다.) 

6·25 전쟁으로 인해 쌍방 간에 수많은 인명이 살상됐기에 북조선과 미국 사이엔 아직까지도 적대심과 불신감이 앙금처럼 남아 있으리라. 남한 사람들은 이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북조선의 경우 미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입은 상처가 지금은 많이 아물었겠지만 기억 속엔 휴화산의 마그마처럼 잠재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아마 개인적으로는 미국을 좋아하는 북한인도 있고 북한을 좋아하는 미국인도 있으련만, 만일 군중으로 변해 어떤 괴수의 암시를 받는다면 증오의 마그마를 부글부글 끓여 올리는 것이다. 

여기서 괴수는 꼭 북한의 수령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미국의 대통령 체제도 포함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인은 특히 정신 똑바로 차려 암시나 세뇌에 걸리지 않아야만 하는 셈이다.

이젠 아름다운 나라 미국[美國]의 환상에서 깨어날 때도 되었다. 나는 여기서 장지연 선생의 ‘시일야 방성대곡’ 같은 명문을 일필휘지하고 싶으되 그럴만한 능력이 없으므로 그저 홀로 독백이나마 중얼거려 보련다. 

‘위대한 팍스 아메리카를 이룩한 미국인들이여!’ 나는 당신들을 존경하기보다는 존중한다.

온갖 민족들이 섞여 살면서도 국익을 위해서라면 당파니 당리당략이니 진보니 보수니 인종이니 뭐니 하는 것을 벗어나 한 목소리로 뭉치는데 어찌 위대한 강대국이 되지 않을 수 있으랴.

자유 속의 협동이 이루어낸 놀라운 미라클 아니겠는가!

반면 우리 한국인은 한 민족이니 한 핏줄이 고결하니 뭐니 입으로만 허장성세 떠들어대면서 실제로는 정글 속 하이에나보다 저열하게 동족을 물어뜯는 사이비 인생을 부끄러운 줄 모른 채 막무가내로 살고 있다.

미국에 빌붙은 남북 헛똑똑이 엘리트들 
꺼지지 않은 6·25 전쟁 적개심 불신감

 해방 후 대한민국을 세우고 나서 한국인들은 미국을 지상 최고의 아름다운 나라라고 칭송하며 열심히 모방해 왔지만, 당신네의 좋은 점은 어설피 배운 반면 나쁜 점만 골라 죽자사자 추종하는 모양새다.

우리도 나름 좋은 점이 있건만 그건 헌신짝 취급해 내던져 버리고, 기껏 당신들이 침뱉아 버린 추악한 것만 골라 마치 제사상 위의 음식 마냥 신성시하는 꼴이라 할까. 

그러니 당신들이 우리를 적당히 이용해 먹으면서 곧잘 무시하는 것도 실상 막 욕하긴 어려운 현실이다. 참으로 가소로운 노릇, 아마 당신들이 보기엔 더 우스꽝스러울 테다.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다민족 사회의 필연성을 무시한 채 경제적 약소국의 이민자들을 깔보고 강대국에겐 아부하며 늘상 동족끼리 싸우는 이 나라는 일종의 지옥도와 같다.


도대체 한 핏줄이란 게 무엇이란 말인가? 우물 안 개구리들이나 개골개골 뇌까리는 공허한 소리 아니겠는가. 이런 면에서는 개방적인 당신들의 사고방식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장담한다.

민족이니 한 핏줄이니 하는 말은 특정 국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오히려 전 세계인 혹은 온 지구인 또는 인류를 대상으로 할 때 진실하고 빛나는 언어가 될 것이다.

아니, 온 우주의 모든 생명체는 한 혈맥으로 통하고 있다고 말하는 게 더욱 이치에 맞으리라. 

참으로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리석은 민족이다. 우리에게도 당신네들의 건국 이념에 못잖은 홍익인간이란 건국 정신이 있건만 - 여기서 얘기하는 인간이 모든 존재를 뜻한다는 사실을 잘 알련만 - 이상스럽게도 한국인은 벌레보다 유치하게 까막눈 흉내를 내면서 사리사욕만 챙기려다가 도리어 소탐대실의 어리석은 구렁텅이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과거에도 현재도 역시…. 미래엔 과연 어떨지 궁금하다. 

한 가지 더 얘기하고 싶다. 미국인이여, 내 생각이지만, 독립심과 자주성이 강한 당신네들에 비해 우리 한국인들은 의타심이 의외로 강한 것 같다.


역사적으로 주변 강대국에 침탈당하고 굴종한 유전자 때문인지, 혹은 어릴 때부터 받은 의존적인 교육 탓인지 궁금하다.

당신네의 좋은 점을 배워 자주 독립 정신을 내면화하지 못한 채 여전히 강대국들에겐 굽실대며 허덕거린다. 그 반작용 때문인지 우리보다 약소국에 대해서는 잔인스러울 정도로 위압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오, 위대한 미국인이여! 이제 그만 우리 민족을 좀 놔줄 수 없겠는가? 한동안 당신네의 도움을 많이 받은 건 사실이로되 그 때문에 우리는 의존심을 넘어 미국의 영원한 학생이자 똘마니가 되고 말았다.

이제사 말이지만 요즘 당신네들은 예전처럼 이성적이지 못하고 삿된 감정과 사리사욕의 지배를 많이 받는 듯싶다. 한국의 골수 친미파들 외엔 이미 전세계인이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아직 좋은 감정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을 때 제정신 차려 진실 위에 서는게 유리하리라. 우리 민족이 정녕 각성하며 당신네의 실체를 바로 보게 될 땐 이미 너무 늦다.

그땐 아마 그 누구보다도 ‘미국’이 ‘추한 나라’임을 우리의 맨살로 증언하게 될 테다.

이런 말까지 꺼내긴 뭣하다만, 사실 그동안 이 작은 나라에서 이자를 투자 원금보다 더 많이 빼먹고, 또한 여러 가지로 많이 이용해 먹지 않았는가?

공허한 핏줄

아마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부정하진 못하리라. 

그리고 당신네의 국교인 기독교의 가르침에 의하면, 도움을 줄 땐 대가를 바라지 말고 나아가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도록 하라지 않았던가.

당신네 미국은 약소국을 도울 때 늘 천사인 양 미소 짓지만 결국엔 악귀보다 지독스런 고리대금업자 노릇을 했다는 사실을 역사는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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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