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사기꾼 ‘참교육’ 사연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1.15 16:46:47
  • 호수 14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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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금 받는 데 2년 걸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중고 핸드폰을 거래하려다 사기당했다. 저렴히 핸드폰을 사고 싶었던 마음에 주의 깊게 중고거래 매물을 확인하지 못했던 탓이다. 피해 금액은 110만원으로 소액일 수 있지만, 사기당한 총 피해자 수는 150명에 총 피해 금액도 4000만원이 넘었다. 그 110만원을 받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2년이었다.

지난해 7월10일, 지역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사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87% 이상이 비대면 택배거래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10건 중 9건에 가까운 사례가 비대면을 통해 발생한 셈으로, 사기 예방의 핵심은 ‘대면 직거래’라는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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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조사는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당근마켓으로 경찰의 수사 협조가 들어온 신고 사례를 전수 분석한 결과다. 비대면 사기의 대표 유형으로는, 택배 거래를 한다며 선입금을 유도한 뒤 물건을 보내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백화점 상품권, 모바일 기프티콘 등 온라인 상품권도 주요 미끼였다. 허위로 만들어낸 가짜 안전결제 페이지로 유도해 송금을 유도하는 수법도 주를 이뤘다.

문제는 온라인 사기 범죄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온라인 범죄 중 온라인 사기 발생 건수는 ▲2018년 11만2000건 ▲2019년 13만6074건 ▲2020년 17만4328건 ▲2021년 14만1154건 ▲2022년 15만5715건 등이다.


A씨는 이 같은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를 당했다. A씨는 비대면 당근마켓 거래를 하다가 인생 처음으로 사기를 경험했다. 사기 금액은 110만원이었지만 갓 20세였던 A씨에게는 매우 큰돈이었다.

2019년에 새 핸드폰이 가지고 싶던 A씨는 사전예약에 실패했다. 핸드폰을 빨리 갖고 싶은 마음에 미개봉 중고상품이 있나 찾아봤지만 이마저도 없었다. A씨는 당근마켓에 “미개봉 중고 핸드폰 삽니다”라는 글을 올렸는데 화근이 되고 말았다.

글이 올라가자마자 핸드폰을 판다는 판매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턱도 없이 비싼 금액을 부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한 판매자는 상식적인 선의 금액을 제시했다.

판매자는 “나는 대전에 산다. 가까운 지역은 직거래가 가능하다.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하면 택배로 거래하는 수밖에 없다”며 제품 사진을 보내왔다. 제품을 확인한 A씨는 바로 거래하자고 했고, 판매자에게 110만원을 보냈다. 바로 택배를 보낼 것처럼 굴었던 판매자는 이때부터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판매자는 택배 접수를 했다가 A씨가 확인하면 취소했다. A씨가 “왜 취소했느냐?”고 물으면 다시 택배 접수를 반복했다. 판매자를 믿지 못했던 그는 환불을 요청했다.

사과와 함께 판매자는 환불하겠다고 했지만, 차일피일 미뤘다.

A씨는 판매자에게 “밤 10시에 돈을 보낸다고 했는데 벌써 오전 10시다. 일하고 있어서 바로 돈을 못 보낸다고 했는데, 왜 온라인에 판매 글은 계속 올리냐”며 “오늘 자정까지 환불하지 않으면 110만원에 대해 편취 의사가 있다고 판단하겠다. 경찰서에 고소장 접수하고 온라인에 사기 정보도 등록할 것”이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판매자는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 판매자가 처음 보냈던 핸드폰 사진을 다시 확인해보니, 다른 블로그서 불법으로 가져온 사진이었다. 사기꾼 정보 모바일 앱인 더치트에 조회했더니 이미 사기 신고만 여러 건이 걸려있었다.

피해자 150명 중 8명 소송
끝까지 간 3명만 법원 승인

환불은 되지 않았고, 결국 경찰서를 찾아 진정서를 작성했다. 경찰은 이런 사기사건은 오래 걸린다고 할 뿐이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고, 판매자는 피의자가 돼 구치소에 수감됐다. 판매자가 저지른 사기 사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판매자는 구치소에 구속된 후 10만원가량의 금액을 사기 피해자에게는 돌려줬으나 A씨처럼 피해 금액이 100만원이 넘는 경우는 계속 무시했다. 사기를 당한 사람만 150명이었고 피해 금액은 4000만원에 달했다. 게다가 장애인을 강제 추행하고 사기에 이용해 공범으로 만든 죄까지 추가돼있었다.

이때부터 A씨가 따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기다리고 있는데, 법원서 “배상명령 신청을 할 것이냐”는 전화가 왔다. 여기서 말하는 ‘배상명령’이란 1심이나 2심의 형사공판 절차서 법원이 유죄판결을 선고할 때, 범죄 행위로 발생한 직접적인 물적 피해와 치료비 등에 대한 배상을 명령하는 것이다.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합의된 손해배상액에 관해 배상을 명하는 것으로, 피해자가 민사소송 등 다른 절차에 따르지 않고 가해자인 피고인에 대해 형사재판 절차서 간편하게 피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A씨는 110만원을 꼭 돌려받고자 배상명령을 신청했다. 그런데 피해자 150명 가운데 배상명령신청을 한 사람은 8명뿐이었고, 이 중에서도 3명만 승인됐다.

1년이 더 지나, A씨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바로 판매자의 부친이 죄송하다며 돈을 돌려주겠다고 연락해온 것이다.

A씨가 받은 피해 금액은 사기 피해액 110만원, 문서 발송비 2만원, 정신적 피해금 10만원으로 총 122만원이었다. 판매자의 부친은 A씨에게 “제발 합의해달라”고 사정을 했고, A씨는 고소를 취하했다. 이렇게 결론이 나는 데 걸린 시간이 2년이다.

“더 받았다”

A씨는 “이 일을 겪은 이후 중고거래를 하지도 않았지만, 무슨 일을 하더라도 이상한 게 없는지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런데 피해자들이 배상명령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을 보고 놀랐다”며 “신청한다고 모두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지만, 고가의 사기에 피해액을 돌려받으려면 무조건 배상명령 신청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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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