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생명유지활동’ 정하눅

그리스 신화 속 인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구 소재 갤러리로얄서 정하눅 작가의 개인전 ‘생명유지활동’을 준비했다. 정하눅은 이번 전시서 니체가 말하는 인간의 자기 극복 의지와 그로 인해 분류되는 삶에 대한 태도를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의 형상과 미토스를 이용해 제시하고 있다. 

정하눅 작가는 이전 개인전인 ‘가르강튀아의 곡예사’에서 보여줬던 신화 속 인물의 이름으로 명명된 우주의 행성을 인간이 상상해낸 신의 외형과 실제 관찰을 통해 추출할 수 있는 행성의 색을 직관적으로 연결했던 방법론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니체와 같은 철학자가 남긴 인간에 관한 개념을 주제로 이번 전시를 구성했다. 

곡예사

정하눅은 ‘가르강튀아의 곡예사’에서 자신을 뻔한 신화 이야기라는 외줄 위에서 창작이라는 곡예를 부려야 하는 곡예사로 지칭했다. 니체의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등장하는 곡예사에서 따왔다. 

이번 전시 ‘생명유지활동’에서는 그 곡예사를 땅과 하늘 사이에 부유하며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구름으로 스스로 대입해 작품의 주요 요소로 등장시켰다. 또 그리스 신화의 플루토, 포세이돈과 같이 잘 알려진 신의 형상을 내세웠다.

니체가 말하는 인간의 자기 극복 의지와 삶에 대한 태도를 제시하기 위해 신화를 통해 잘 알려진 그들의 성향과 스토리를 이용했다. 


실제로 본 적 없는 신화 속 신의 이미지를 인간이 구현하고 그걸 또 인간이 숭배하는, 믿으려는 의지의 활동은 종교적 행위로서 우리에게 이미 익숙하다. 정하눅은 그 신의 형상을 위대하고 무겁게 다루기보다 산발적으로 등장하는 세부적 요소와 함께 자유롭게 상황을 구성해 탈신화적 이미지로 재현했다. 

화면 안에는 공간 속 또 다른 공간을 형성해 다층적 정경이 형성된다. 이를테면 지상과 지하의 이미지, 낮과 밤이 동시에 공존하는 시공간의 다양성이 생경한 풍경으로 나타나는 식이다. 그 풍경은 행성서 추출된 색과 표면의 이미지로 표현돼 서로 다른 공간서 자유롭게 배열됐다. 

니체의 자기 극복 의지
인물의 형상과 미토스

요소로는 관조의 매체로 형상화돼 나타난 핑크 구름, 지상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달, 오두막과 같이 불안정한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며 동시에 희망의 메시지로 서사를 중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서사는 작가만의 방법론으로 구축된다. 

나무틀 안 영속적 개념의 알루미늄 패널은 정하눅이 작업에 사용하는 모든 혼합 재료의 지지체다. 차가운 패널 위 캔버스 천, 그리고 가장 빨리 소멸하는 종잇조각과 같이 영속적이지 않은 것의 만남은 재료를 통해 시간의 낙차를 만든다. 

서로 다른 질료의 경합은 층위를 만들고 다채로운 매체 간의 관계성서 서로 상충하는 물성의 경합은 조형성을 가지면서 시공간적 차이를 구축해낸다. 화면 속 형형한 색이 뒤섞인 유화 물감의 역동적 마티에르는 정하눅의 회화적 제스처를 느끼게 한다.

사실적인 형상 사이에 까맣게 눌어붙거나 흘러내리고 있는 검정 래커 도료의 비정형 형상은 마치 동양의 먹의 농담이 연상된다. 직관적이고 동시에 추상적이며 평면 위에 묵직함을 더한다. 


정하눅은 실재하는 대상과 추상의 이미지를 한 화면에 공존시키면서 매개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질적 재료를 결합하려고 시도한다. 동서양의 경계를 허물고 재료의 한계를 넘어 기존 회화적 형식을 벗어난 정하눅만의 새로운 회화성으로 탄생했다. 

구름

갤러리로얄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 속 다양한 이야기를 발견하면서 시·지각적, 시공간의 몰입을 도모하며 경험의 확장을 일으킬 것”이라며 “작가 자신을 땅과 하늘 사이에 부유하며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구름에 대입했듯이 관람객 또한 개인의 삶과 연결해 현대사회서 저마다의 생명 유지 활동에 대해 자유롭게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정하눅은?]

▲학력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회화전공 교수
독일 국립 드레스덴 조형예술대학교 마이스터 쉴러 졸업
독일 국립 드레스덴 조형예술대학교 디플롬 졸업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회화전공 졸업

▲개인전
‘가르강튀아의 곡예’ 두남재 아트센터(2022)
‘TEMPUS 리경 x 정하눅 2인전’ JN Gallery(2021)
‘Scape’ Onground Gallery 2(2018)
‘Breath’ Omo Art space(2017)
‘Duenne Luft’ Gallery Rundgaenger(2016)
‘Coexistence’ 갤러리 레스빠스71(2015)
‘Instant Landschaft’ KastenMeiers(2012)
‘Malerei’ Remex(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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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