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KPGA 코리안 투어 결산

성공리에 끝난 역대급 잔치

지난해 시즌 KPGA 코리안 투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선수들은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며 팬들에게 즐거움과 환희를 안겨줬다. 치열한 승부와 그 속에서 탄생한 여러 기록을 되짚어봤다.

지난해 ‘주인공’은 바로 함정우(29, 하나금융그룹)였다. ‘투어 6년차’였던 함정우는 시즌 18번째 대회인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서 우승을 차지한 후 제네시스 포인트 1위로 뛰어올랐다. 이후 최종전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까지 선두 자리를 지켜내며 생애 첫 ‘제네시스 대상’을 품에 안았다.

별 중의 별
대세 입증

꾸준한 활약이 원동력이었다. 함정우는 시즌 전 대회인 22개 대회에 출전했다. TOP10에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우승 포함 11회 진입해 콜대원 TOP10 피니시 부문서 1위에 위치했고, 단 1개 대회를 제외한 21개 대회서 컷 통과에 성공했다. 특히 시즌 막판 5개 대회서는 무려 TOP5에 4회나 자리했다.

함정우는 “투어 데뷔 후 매해 목표로 삼았던 상을 받게 돼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며 “한 시즌동안 고른 활약을 펼쳤다는 것을 증명함과 동시에 투어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섰다. 가족을 비롯해 곁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전한다”고 이야기했다.

‘제네시스 대상’을 수상한 함정우는 ▲보너스 상금 1억원 ▲제네시스 차량 1대 ▲투어 시드 5년 ▲PGA투어 큐스쿨 최종전 직행 자격 ▲DP월드투어 시드 1년 등을 획득했다. 또 상금 6억3252만3863원을 쌓아 제네시스 상금순위 3위에 랭크됐고, 개인 최다 상금(2021년, 4억9785만415원) 기록을 경신했다.


개막전 ‘제18회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부터 최종전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까지 진행된 22개 대회서 19명의 우승자가 탄생했다. 시즌 다승자는 2명으로, 1999년생 ‘동갑내기’ 고군택(24, 대보건설)과 정찬민(24, CJ)이 그 주인공이었다. 

고군택은 ‘제18회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 ‘아너스K·솔라고CC 한장상 인비테이셔널’ ‘제39회 신한동해오픈’서 우승컵을 품에 안으면서, 2018년 3승을 달성한 박상현 이후 5년 만에 투어서 3승을 거둔 선수가 됐다. 정찬민은 ‘제42회 GS칼텍스 매경오픈’과 ‘골프존-도레이 오픈’서 우승을 차지했다.

역대 최초 입장객 20만명 돌파
22개 대회서 홀인원 16개 양산

아마추어 우승자는 2명이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골프종목 단체전서 금메달을 목에 건 조우영(22, 우리금융그룹)과 장유빈(21)이 각각 ‘골프존 오픈 in 제주’와 ‘KPGA 군산CC 오픈’서 우승했다. 아마추어 선수가 한 시즌에 2승을 거둔 것은 2013년 ‘군산CC 오픈’과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서 우승한 이수민(30, 우리금융그룹)과 이창우(30) 이후 약 10년 만이다. 반면 신인 우승자는 없었다.

생애 첫 승을 만들어 낸 선수는 총 8명이었다. 이 명단에는 앞에서 열거한 ▲고군택 ▲정찬민 ▲조우영 ▲장유빈을 비롯해 ‘SK텔레콤 오픈’서 우승한 백석현(33), ‘KB금융 리브챔피언십’ 우승자 김동민(25, NH농협은행), ‘제66회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최승빈(22, CJ),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서 우승한 김찬우(24) 등이 포함됐다.

19명의 우승자 가운데 20대 우승자는 ▲고군택 ▲정찬민 ▲조우영 ▲장유빈 ▲김동민 ▲최승빈 ▲김찬우 ▲임성재(25) ▲이재경(24, CJ), ▲함정우 ▲신상훈(25) 등 11명이다. 2022년 6명에 비해 5명 늘어났다.

30대 우승자는 백석현을 필두로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서 우승한 양지호(34), ‘코오롱 제65회 한국오픈’서 우승을 따낸 한승수(37, 하나금융그룹), ‘LX 챔피언십’ 우승자 김비오(33, 호반건설), ‘iMBank 오픈’ 챔피언 허인회(36, 금강주택), ‘백송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오픈’서 우승한 엄재웅(33, 우성종합건설) 등 6명이다.


40대 우승자는 ‘KOREA C  HAMPIONSHIP PRESENT ED BY GENESIS’서 우승한 스페인의 파블로 라라사발(40)과 ‘제네시스 챔피언십’서 정상에 오른 박상현(동아제약) 등 2명이다.

필드 몰아친
젊은 피 활약

최연소 우승자는 21세6개월17일의 나이로 ‘KPGA 군산CC 오픈’서 우승을 달성한 장유빈이다. 최고령 우승자는 39세5개월21일의 나이로 ‘제네시스 챔피언십’서 우승한 박상현이다. 3년 연속 우승에 성공한 선수는 박상현과 김비오다.

박상현은 2021년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 ‘DGB금융그룹 어바인 오픈’, 2022년 ‘제17회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 지난해 ‘제네시스 챔피언십’서 우승했다. 김비오는 2021년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2022년 ‘제41회 GS칼텍스 매경오픈’ ‘SK텔레콤 오픈’, 지난해 ‘LX 챔피언십’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박상현은 우승상금 3억원이 걸렸던 ‘제네시스 챔피언십’서 우승하며 역대 최초 통산 상금 50억원을 돌파했다. 최종 상금은 총 51억6874만2853원으로 국내 통산 상금 1위 자리를 유지했으며, 국내 12승으로 강욱순(57)과 함께 국내 다승자 순위 6위에 나란히 했다. 다승 부문 역대 1위는 KPGA 코리안 투어서만 43승을 거둔 최상호(68)다.

1라운드부터 최종라운드까지 단 한 차례도 선두 자리서 내려오지 않은 채 우승을 거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5회 나왔다. ‘제42회 GS칼텍스 매경오픈’서 정찬민, ‘SK텔레콤 오픈’서 백석현, ‘코오롱 제65회 한국오픈’서 한승수, ‘LX 챔피언십’서 김비오,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서 함정우가 1라운드부터 최종일까지 선두 자리를 지켜내며 우승했다.

연장 승부는 7회 벌어졌다. ‘아너스K·솔라고CC 한장상 인비테이셔널’ ‘KPGA 군산CC 오픈’ ‘LX 챔피언십’ ‘제39회 신한동해오픈’까지 4개 대회 연속 연장 승부가 벌어지는 진풍경이 나왔다. 고군택은 ‘아너스K·솔라고CC 한장상 인비테이셔널’ ‘제39회 신한동해오픈’서 연장 2번째 홀에서 모두 승리하는 등 ‘강심장’의 면모를 발휘했다.

한 시즌 최다 연장전은 2022년에 기록된 8회다.

지난해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선수는 없었다.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한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선수는 박상현으로, ‘제18회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서 준우승을 거뒀다. 가장 최근 대회 2연패에 성공한 선수는 2018년과 2019년 ‘GS칼텍스 매경오픈’서 우승한 이태희(39, OK저축은행)다.

각양각색
기록 풍성

최다언더파를 기록하며 우승한 선수는 김비오다. 김비오는 ‘LX 챔피언십’에서 1라운드부터 최종라운드까지 21언더파(267타)를 적어냈다. 최저타수로 정상에 오른 선수는 파71로 진행된 ‘iMBank 오픈’서 나흘간 264타(20언더파)를 작성한 허인회다.

한승수와 정찬민이 각각 ‘코오롱 제65회 한국오픈’과 ‘제42회 GS칼텍스 매경오픈’서 6타 차 우승을 거뒀다.


최종라운드서 최다타수 역전승을 만들어낸 선수는 ‘KB금융 리브챔피언십’과 ‘우리금융 챔피언십’서 5타 차 역전 우승을 따낸 김동민과 임성재다. 김동민은 선두에 5타 뒤진 10위, 임성재는 선두에 5타 뒤진 공동 4위로 최종일을 맞아 역전승을 일궈냈다.

홀인원은 총 16개 나왔다. 시즌 1호 홀인원은 ‘골프존 오픈 in 제주’ 최종라운드 3번 홀에서 강태영(25, 우성종합건설)이 만들어냈다.

‘SK텔레콤 오픈’과 ‘iMBank 오픈’에서는 각각 2개의 홀인원이 기록됐다. ‘SK텔레콤 오픈’ 1라운드에서는 맹승재(29, 미국)가 17번 홀, 2라운드에서는 정한밀(32, MAGNEX)이 5번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iMBank 오픈’에서는 2라운드 8번 홀에서 윤상필(25, 노이펠리체)과 배윤호(30)가 홀인원을 적어냈다.

지난해 시즌 이글은 총 503개, 버디는 2만4787개가 양산됐다. 박은신이 이글 13개를 잡아내며 최다 이글 작성자에 이름을 올렸고, 최다 버디를 기록한 선수는 310개를 낚은 함정우였다.

함정우 ‘제네시스 대상’ 최고의 별
확연한 세대교체…20대 우승자 11명

한 라운드 최다 이글 수는 2개였고 8명의 선수가 기록했다. 한 라운드 최다 버디 수는 10개로 ‘LX 챔피언십’ 2라운드와 최종라운드에 옥태훈(25, 금강주택)과 황중곤(31, 우리금융그룹), ‘골프존-도레이 오픈’ 3라운드서 임예택(25)이 뽑아냈다.


22개 대회가 열린 코스 중 전장이 가장 길었던 곳은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이 진행된 일본의 지바 이스미GC 토너먼트코스(파73, 7625야드)였다. 전장이 가장 짧았던 곳은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펼쳐졌던 서원밸리CC 밸리(파71, 7000야드)였다.

컷오프 기준타수가 가장 높았던 대회는 페럼클럽서 열렸던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의 6오버파 150타로 2라운드 종료 후 63명의 선수가 3라운드에 진출했다. 컷오프 기준타수가 가장 낮았던 대회는 ‘KPGA 군산CC 오픈’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 ‘골프존-도레이 오픈’으로, 3개 대회의 컷오프 기준 타수는 3언더파 141타였다.

기상악화로 인해 축소 운영된 대회는 2개 대회였다. 경기 성남의 남서울CC서 진행된 ‘제42회 GS칼텍스 매경오픈’은 셋째 날 경기가 폭우로 인해 취소됐다. 전남 영암의 코스모스링스서 열린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은 둘째 날과 셋째 날 경기가 폭우 및 코스 정비로 인해 취소됐다.

22개 대회서 입장한 갤러리는 20만명 이상이었다. 2만명 이상의 갤러리가 관람한 대회는 ‘우리금융 챔피언십’ ‘제39회 신한동해오픈’ ‘백송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오픈’이었다.

눈길 끈
이색 기록

18홀 최저타수는 61타다. ‘K PGA 군산CC 오픈’ 1라운드서 이창기(27, 뉴질랜드)가 이글 1개, 버디 9개를 묶어 하루에만 11타를 줄였고, 박상현은 파71로 펼쳐진 ‘백송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오픈’ 1라운드서 이글 1개와 버디 8개를 잡아내 10타를 줄였다. 최연소 출전 선수는 13세11개월5일의 나이로 개막전 ‘제18회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 나선 안성현이었다. 최고령 출전 선수는 74세8개월17일의 나이로 ‘제66회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에 출전한 최윤수(7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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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