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KPGA 코리안 투어 결산

성공리에 끝난 역대급 잔치

지난해 시즌 KPGA 코리안 투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선수들은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며 팬들에게 즐거움과 환희를 안겨줬다. 치열한 승부와 그 속에서 탄생한 여러 기록을 되짚어봤다.

지난해 ‘주인공’은 바로 함정우(29, 하나금융그룹)였다. ‘투어 6년차’였던 함정우는 시즌 18번째 대회인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서 우승을 차지한 후 제네시스 포인트 1위로 뛰어올랐다. 이후 최종전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까지 선두 자리를 지켜내며 생애 첫 ‘제네시스 대상’을 품에 안았다.

별 중의 별
대세 입증

꾸준한 활약이 원동력이었다. 함정우는 시즌 전 대회인 22개 대회에 출전했다. TOP10에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우승 포함 11회 진입해 콜대원 TOP10 피니시 부문서 1위에 위치했고, 단 1개 대회를 제외한 21개 대회서 컷 통과에 성공했다. 특히 시즌 막판 5개 대회서는 무려 TOP5에 4회나 자리했다.

함정우는 “투어 데뷔 후 매해 목표로 삼았던 상을 받게 돼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며 “한 시즌동안 고른 활약을 펼쳤다는 것을 증명함과 동시에 투어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섰다. 가족을 비롯해 곁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전한다”고 이야기했다.

‘제네시스 대상’을 수상한 함정우는 ▲보너스 상금 1억원 ▲제네시스 차량 1대 ▲투어 시드 5년 ▲PGA투어 큐스쿨 최종전 직행 자격 ▲DP월드투어 시드 1년 등을 획득했다. 또 상금 6억3252만3863원을 쌓아 제네시스 상금순위 3위에 랭크됐고, 개인 최다 상금(2021년, 4억9785만415원) 기록을 경신했다.


개막전 ‘제18회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부터 최종전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까지 진행된 22개 대회서 19명의 우승자가 탄생했다. 시즌 다승자는 2명으로, 1999년생 ‘동갑내기’ 고군택(24, 대보건설)과 정찬민(24, CJ)이 그 주인공이었다. 

고군택은 ‘제18회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 ‘아너스K·솔라고CC 한장상 인비테이셔널’ ‘제39회 신한동해오픈’서 우승컵을 품에 안으면서, 2018년 3승을 달성한 박상현 이후 5년 만에 투어서 3승을 거둔 선수가 됐다. 정찬민은 ‘제42회 GS칼텍스 매경오픈’과 ‘골프존-도레이 오픈’서 우승을 차지했다.

역대 최초 입장객 20만명 돌파
22개 대회서 홀인원 16개 양산

아마추어 우승자는 2명이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골프종목 단체전서 금메달을 목에 건 조우영(22, 우리금융그룹)과 장유빈(21)이 각각 ‘골프존 오픈 in 제주’와 ‘KPGA 군산CC 오픈’서 우승했다. 아마추어 선수가 한 시즌에 2승을 거둔 것은 2013년 ‘군산CC 오픈’과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서 우승한 이수민(30, 우리금융그룹)과 이창우(30) 이후 약 10년 만이다. 반면 신인 우승자는 없었다.

생애 첫 승을 만들어 낸 선수는 총 8명이었다. 이 명단에는 앞에서 열거한 ▲고군택 ▲정찬민 ▲조우영 ▲장유빈을 비롯해 ‘SK텔레콤 오픈’서 우승한 백석현(33), ‘KB금융 리브챔피언십’ 우승자 김동민(25, NH농협은행), ‘제66회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최승빈(22, CJ),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서 우승한 김찬우(24) 등이 포함됐다.

19명의 우승자 가운데 20대 우승자는 ▲고군택 ▲정찬민 ▲조우영 ▲장유빈 ▲김동민 ▲최승빈 ▲김찬우 ▲임성재(25) ▲이재경(24, CJ), ▲함정우 ▲신상훈(25) 등 11명이다. 2022년 6명에 비해 5명 늘어났다.

30대 우승자는 백석현을 필두로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서 우승한 양지호(34), ‘코오롱 제65회 한국오픈’서 우승을 따낸 한승수(37, 하나금융그룹), ‘LX 챔피언십’ 우승자 김비오(33, 호반건설), ‘iMBank 오픈’ 챔피언 허인회(36, 금강주택), ‘백송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오픈’서 우승한 엄재웅(33, 우성종합건설) 등 6명이다.


40대 우승자는 ‘KOREA C  HAMPIONSHIP PRESENT ED BY GENESIS’서 우승한 스페인의 파블로 라라사발(40)과 ‘제네시스 챔피언십’서 정상에 오른 박상현(동아제약) 등 2명이다.

필드 몰아친
젊은 피 활약

최연소 우승자는 21세6개월17일의 나이로 ‘KPGA 군산CC 오픈’서 우승을 달성한 장유빈이다. 최고령 우승자는 39세5개월21일의 나이로 ‘제네시스 챔피언십’서 우승한 박상현이다. 3년 연속 우승에 성공한 선수는 박상현과 김비오다.

박상현은 2021년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 ‘DGB금융그룹 어바인 오픈’, 2022년 ‘제17회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 지난해 ‘제네시스 챔피언십’서 우승했다. 김비오는 2021년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2022년 ‘제41회 GS칼텍스 매경오픈’ ‘SK텔레콤 오픈’, 지난해 ‘LX 챔피언십’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박상현은 우승상금 3억원이 걸렸던 ‘제네시스 챔피언십’서 우승하며 역대 최초 통산 상금 50억원을 돌파했다. 최종 상금은 총 51억6874만2853원으로 국내 통산 상금 1위 자리를 유지했으며, 국내 12승으로 강욱순(57)과 함께 국내 다승자 순위 6위에 나란히 했다. 다승 부문 역대 1위는 KPGA 코리안 투어서만 43승을 거둔 최상호(68)다.

1라운드부터 최종라운드까지 단 한 차례도 선두 자리서 내려오지 않은 채 우승을 거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5회 나왔다. ‘제42회 GS칼텍스 매경오픈’서 정찬민, ‘SK텔레콤 오픈’서 백석현, ‘코오롱 제65회 한국오픈’서 한승수, ‘LX 챔피언십’서 김비오,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서 함정우가 1라운드부터 최종일까지 선두 자리를 지켜내며 우승했다.

연장 승부는 7회 벌어졌다. ‘아너스K·솔라고CC 한장상 인비테이셔널’ ‘KPGA 군산CC 오픈’ ‘LX 챔피언십’ ‘제39회 신한동해오픈’까지 4개 대회 연속 연장 승부가 벌어지는 진풍경이 나왔다. 고군택은 ‘아너스K·솔라고CC 한장상 인비테이셔널’ ‘제39회 신한동해오픈’서 연장 2번째 홀에서 모두 승리하는 등 ‘강심장’의 면모를 발휘했다.

한 시즌 최다 연장전은 2022년에 기록된 8회다.

지난해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선수는 없었다.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한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선수는 박상현으로, ‘제18회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서 준우승을 거뒀다. 가장 최근 대회 2연패에 성공한 선수는 2018년과 2019년 ‘GS칼텍스 매경오픈’서 우승한 이태희(39, OK저축은행)다.

각양각색
기록 풍성

최다언더파를 기록하며 우승한 선수는 김비오다. 김비오는 ‘LX 챔피언십’에서 1라운드부터 최종라운드까지 21언더파(267타)를 적어냈다. 최저타수로 정상에 오른 선수는 파71로 진행된 ‘iMBank 오픈’서 나흘간 264타(20언더파)를 작성한 허인회다.

한승수와 정찬민이 각각 ‘코오롱 제65회 한국오픈’과 ‘제42회 GS칼텍스 매경오픈’서 6타 차 우승을 거뒀다.


최종라운드서 최다타수 역전승을 만들어낸 선수는 ‘KB금융 리브챔피언십’과 ‘우리금융 챔피언십’서 5타 차 역전 우승을 따낸 김동민과 임성재다. 김동민은 선두에 5타 뒤진 10위, 임성재는 선두에 5타 뒤진 공동 4위로 최종일을 맞아 역전승을 일궈냈다.

홀인원은 총 16개 나왔다. 시즌 1호 홀인원은 ‘골프존 오픈 in 제주’ 최종라운드 3번 홀에서 강태영(25, 우성종합건설)이 만들어냈다.

‘SK텔레콤 오픈’과 ‘iMBank 오픈’에서는 각각 2개의 홀인원이 기록됐다. ‘SK텔레콤 오픈’ 1라운드에서는 맹승재(29, 미국)가 17번 홀, 2라운드에서는 정한밀(32, MAGNEX)이 5번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iMBank 오픈’에서는 2라운드 8번 홀에서 윤상필(25, 노이펠리체)과 배윤호(30)가 홀인원을 적어냈다.

지난해 시즌 이글은 총 503개, 버디는 2만4787개가 양산됐다. 박은신이 이글 13개를 잡아내며 최다 이글 작성자에 이름을 올렸고, 최다 버디를 기록한 선수는 310개를 낚은 함정우였다.

함정우 ‘제네시스 대상’ 최고의 별
확연한 세대교체…20대 우승자 11명

한 라운드 최다 이글 수는 2개였고 8명의 선수가 기록했다. 한 라운드 최다 버디 수는 10개로 ‘LX 챔피언십’ 2라운드와 최종라운드에 옥태훈(25, 금강주택)과 황중곤(31, 우리금융그룹), ‘골프존-도레이 오픈’ 3라운드서 임예택(25)이 뽑아냈다.


22개 대회가 열린 코스 중 전장이 가장 길었던 곳은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이 진행된 일본의 지바 이스미GC 토너먼트코스(파73, 7625야드)였다. 전장이 가장 짧았던 곳은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펼쳐졌던 서원밸리CC 밸리(파71, 7000야드)였다.

컷오프 기준타수가 가장 높았던 대회는 페럼클럽서 열렸던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의 6오버파 150타로 2라운드 종료 후 63명의 선수가 3라운드에 진출했다. 컷오프 기준타수가 가장 낮았던 대회는 ‘KPGA 군산CC 오픈’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 ‘골프존-도레이 오픈’으로, 3개 대회의 컷오프 기준 타수는 3언더파 141타였다.

기상악화로 인해 축소 운영된 대회는 2개 대회였다. 경기 성남의 남서울CC서 진행된 ‘제42회 GS칼텍스 매경오픈’은 셋째 날 경기가 폭우로 인해 취소됐다. 전남 영암의 코스모스링스서 열린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은 둘째 날과 셋째 날 경기가 폭우 및 코스 정비로 인해 취소됐다.

22개 대회서 입장한 갤러리는 20만명 이상이었다. 2만명 이상의 갤러리가 관람한 대회는 ‘우리금융 챔피언십’ ‘제39회 신한동해오픈’ ‘백송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오픈’이었다.

눈길 끈
이색 기록

18홀 최저타수는 61타다. ‘K PGA 군산CC 오픈’ 1라운드서 이창기(27, 뉴질랜드)가 이글 1개, 버디 9개를 묶어 하루에만 11타를 줄였고, 박상현은 파71로 펼쳐진 ‘백송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오픈’ 1라운드서 이글 1개와 버디 8개를 잡아내 10타를 줄였다. 최연소 출전 선수는 13세11개월5일의 나이로 개막전 ‘제18회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 나선 안성현이었다. 최고령 출전 선수는 74세8개월17일의 나이로 ‘제66회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에 출전한 최윤수(75)였다.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