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민주당 '단일화 줄다리기' 관전 포인트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0.08 09: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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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고, 눈치 보고, 한 발 빼니…'이상동몽' 삼각관계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민심의 분수령인 추석 연휴가 지나고 대선을 70일 정도 남겨둔 지금. 야권단일화를 둘러싼 움직임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느긋하게 힘을 뺀 채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고, 민주통합당은 '투톱' 형식의 공수교대가 한창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단일화 압박 공세를, 문재인 후보는 자신에게 힘을 실어줄 인사들과 물밑접촉에 여념이 없다. 같은 듯 다른 이들의 '단일화 줄다리기' 관전 포인트가 무엇인지 <일요시사>가 짚어보았다.

지난 9월 19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장에서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정치권의 변화와 혁신' '국민의 동의'를 조건으로 내건 것이 안 후보의 유일한 단일화 언급이었다. 반면 민주당은 연일 '민주당 중심의 야권단일화'를 주장하고 있다. 단일화 줄다리기가 한창인 가운데 양측의 주요 인사들의 미묘한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여부 두고 설왕설래
당기고 밀어내고     

야권단일화 여부를 두고 정치권의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일각에서는 단일화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 시선을 끌었다.

지난 4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찬종 변호사는 한 매체를 통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 역시 안 후보가 민주당 등 기존 정당후보와 단일화하는 것은 국민의 뜻에 반(反)하는 행동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얼마 전 문 후보 캠프에 합류한 윤여준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은 "안 후보와 문 후보의 야권단일화 추진 논의가 길어지면 국민이 좋게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이른 시일 내에 단일화를 성사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처럼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가 논란의 중심이 된 가운데 민주당은 당기고 안 후보 측은 밀어내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김한길, 박선숙의 심상찮은 회동
지지율 따라 경선 여부 결정될 것

민주당은 문 후보가 상승세를 탔다고 판단하고 안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해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인터뷰를 통해 "문 후보의 상승세로 볼 때 안 후보로 단일화 되는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안 후보가 단일후보가 된다면 당연히 민주당에 입당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4일 매체를 통해 "문재인 후보의 점진적인 상승세는 꾸준히 지난 한 달 동안 이어져 왔다. (중략) 당의 쇄신과 혁신을 계속해서 주도해 나가면서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겠다"며 "안정적 수권능력을 가진 정당의 후보인 문 후보를 중심으로 단일화를 이뤄내도록 하려고 할 생각"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에 안 후보 측은 당분간 단일화에 연연하지 않고 독자행보를 이어갈 방침으로 보인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국민을 믿고 가는 것이며, 여론조사 하나하나에 신경 쓰지는 않는다"고 말해 다급한 민주당과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야권단일화를 두고 민주당과 안 후보 간의 평행선 싸움이 계속되는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 사이에 묘한 기류가 오가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그것은 크게 네 가지로 맥을 짚을 수 있다. 이들 사이 주요 인사의 교류, 단일화 시기, 방법, 단일화를 결정할 표심이 그것이다.

문·안, 박원순에 러브콜
비밀만남에 민주당 '뿔'

최근에는 김한길 민주당 최고위원과 안 후보 측의 박선숙 선거대책본부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카페에서 만나 논란이 일었다.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가 정치권의 최대 이슈인 만큼 이들의 만남을 두고 그 배경에 초미의 관심이 쏠린 것이다.

두 사람은 이날 대화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 개인적인 만남이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대화에서 김 최고위원은 "(야권 후보로) 누가 되든 민주당 후보로 나서야 승산이 있다. 이를 입증할 여론조사 자료도 있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박 본부장은 "민주당 쇄신 없이 단일화는 어렵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을 계기로 민주당과 안 후보 간의 단일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박 시장은 안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전 단독회동을 가져 단일화의 가교역할을 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그가 지난 9월26일 문 후보와 서울시청 신청사에서 25분간의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 이날 회동은 문 후보가 단일화 경쟁자인 안 후보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이에 진선미 민주당 대변인은 "오늘 회동에서 안 후보나 단일화에 대한 얘기는 일절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이에 앞서 문 후보가 안 후보의 멘토로 유명한 법륜스님과 비공개 조찬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 후보와 안 후보 사이 연대가 급물살을 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 최고위원과 박 본부장, 박 시장, 법륜스님과 양 후보 간 교류는 단일화가 임박했음을 암시한다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긍정적인 해석과 부정적인 해석이 모두 나오고 있지만 이들이 단일화의 중추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들이 양 후보가 단일화를 향해 활시위를 당길 수 있도록 동력을 불어넣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결정적으로 지난 4·11총선 전인 2월 3, 4일경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부산 회동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들이 양 후보의 단일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지기도 했다.

시기 두고 신경전 팽팽
경선, 치명적일 수 있어


반면 문 후보가 민주당 지도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이들의 움직임에 민주당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매체를 통해 "김 최고위원이 문 후보를 적극 지지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민주당 안에서 안철수의 'X맨'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김 최고위원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야권 단일화의 시기를 두고도 민주당 내부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늦어도 10월 중순부터는 단일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면 안 후보 측은 11월까지는 독자행보를 이어가는 일정을 계획한 것으로 전해져 양측 단일화가 내달 25~26일 대선후보등록이 임박한 시점에서 막판에 타결될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 후보 측은 단일화 시점이 만개할 때까지 최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고수하겠다는 복안으로 분석된다. 안 후보는 지난 2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단일화 당부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주목을 끌었다.

두 후보 간 야권단일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문 후보가 상승세를 타며 안 후보와 격차를 좁히고 있는 것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일보>와 글로벌리서치의 조사에 의하면 문 후보 43.7%, 안 후보 37.0%, 같은 날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에서 문 후보 43.4%, 안 후보 47.9%,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문 후보 38.4%, 안 후보 40.6%로 두 후보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10월 중순 단일화 VS 11월까지 독자행보
이희호 여사 단일화 당부에도 안 묵묵부답

두 후보의 지지율이 이대로 결판나지 않는다면 담판보다는 경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경선을 통한 단일화가 더 큰 감동을 안겨줄 수 있고, 결과에 이견이 없어 상대 지지층을 흡수하기도 좋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반면 한 전문가는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 민주당 경선에서 보였던 모바일투표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경우 양 후보 모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며 "안 후보가 경선과정에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라고 진단했다.

유 대변인도 "지금 내부에서 논의되는 것은 없으며, 대선 후보 3자 회동을 해도 문 후보와 별도의 단일화 논의는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매체를 통해 말했다.

단일화의 네 번째 관전 포인트는 PK(부산·경남)와 호남 표심의 추이다.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분류됐던 PK가 이 지역 출신의 야권후보의 등장에 요동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노풍'이 불었던 2002년 대선 당시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산에서 30%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이를 감안해 양자대결에서 문·안 후보가 40%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것을 보더라도 새누리당의 위기감을 이해할 수 있다.

PK 지역에서 40대에서는 문 후보가 20대에서는 안 후보가 우세해 젊은 층의 참여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심장'으로 불리는 호남의 표심도 단일화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호남에서는 문 후보보다는 안 후보가 상당히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호남이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도 문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남 광주에 사는 강모(31세)씨는 "치열한 정치판에서 경륜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안 후보가 국민의 열망으로 출사표를 던졌지만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기에는 너무 큰 단점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지역의 조모(41세)씨는 "문 후보도 기성정치인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안 후보가 하면 다를 것이다. 나라의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인물로 본다"라고 말했다.

부산·경남 표심 출렁
호남서 안철수 우세

민주당의 쇄신을 단일화 조건으로 한 수 띄우고 한발 물러난 안 후보. 그리고 마치 아무것도 듣지 못한 듯 '쇄신'보다 '잿밥'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 혼신의 힘으로 전력질주 하고 있으나 민주당 지도부와 안 후보의 눈치 보느라 급급한 문 후보.

삼각관계에 얽힌 이들이 네 가지 난제를 풀고 상생의 경쟁 레이스를 펼칠 수 있을지, 국민과 정치권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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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