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龍)기 뿜뿜! 새해 여행 ①삼척 수로부인헌화공원과 해가사의터

청룡의 해를 기운차게 여는 여행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의 해가 시작됐다. 새해를 맞이하는 이맘때는 언행에 좀 더 신중해지고 곧잘 의미를 부여한다. 여행을 대하는 자세도 그렇다. 이왕이면 복된 기운을 받으며 새해 소망을 기원하는 여행이면 좋겠다. 이런 갈망을 담아 삼척으로 떠난다. 삼척 해안 남단과 북단에 자리한 수로부인헌화공원과 해가사의터는 <삼국유사>에 실린 수로부인 설화를 바탕으로 조성한 곳이다. 수로부인은 강릉 태수 순정공의 아내로, 향가 ‘헌화가’와 ‘해가’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수로부인헌화공원은 임원항 인근 남화산 정상에 있다. 지상과 산을 연결하는 높이 약 50m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오르기 쉽다. 바다가 내다보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른 뒤, 산책로를 따라 정상까지 걷는다. 정상에 이르는 길에 설화 관련 전시물, 바다전망대, 거북바위 같은 소소한 볼거리가 있다.

소소한 볼거리

정상에 도착하면 드넓은 공원이 펼쳐지고, 용을 탄 수로부인 조형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천연 석재를 깎아 만든 조형물은 높이 10.6m, 무게 500t에 이를 만큼 규모가 대단하다. 해룡이 수로부인을 모시고 나타나는 ‘해가’ 관련 장면인데, 조각상 뒤로 망망대해가 보여 더욱 생동감 넘친다. 짙푸른 동해를 배경으로 여의주를 문 초대형 용이 당장이라도 날아오를 듯하다.

조형물 아래 받침돌에는 <삼국유사> 속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았다.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하던 중, 동해안에서 해룡이 갑자기 나타나 수로부인을 납치했다. 이에 한 노인이 백성을 모아 막대기로 땅을 치며 노래 부르니, 용이 다시 부인을 모시고 왔다고 한다. 이때 부른 노래가 ‘해가’로 받침돌에 그 가사가 있다.

수로부인 조형물과 마주한 언덕길에는 ‘해가’를 부르는 백성을 표현한 조각상이 설화 속 장면을 완성도 있게 재현한다. 언덕에 오르면 막대기로 땅을 치는 백성과 용을 타고 등장한 수로부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세등등한 바다까지 합세한 풍경을 눈에 담는 것만으로 기운이 좋아지는 느낌이다.


언덕 위에 정교하면서도 해학적인 십이지신 나무 조각상이 있다. 본인의 띠를 찾거나 올해의 주인공인 용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겨보자. 단아한 수로부인 흉상이나 ‘I love U’ 같은 포토 존도 놓치기 아쉽다.

공원 내 카페는 시원한 바다 전망이 일품이다. 노인 행복 일자리 카페로, 음료가 3000~4000원대라 부담이 없다. 카페 앞 울릉도전망대에서는 맑은 날 맨눈으로 울릉도가 보인다. 안내판에 적힌 ‘삼대에 걸쳐 많은 덕을 쌓아야 보인다’는 문구를 감안해 큰 기대는 접어둘 것.

울릉도를 보지 못해도 탁 트인 바다를 조망하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스럽다. 수로부인헌화공원 운영 시간은 동절기(11~2월) 오전 9시~오후 5시(매월 18일 전후 하루 휴관 / 방문 전 임시 휴관 확인),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경로 1500원이다.

수로부인 설화를 담은 또 다른 장소, 해가사의터로 여행을 이어가자. 삼척 최북단 해변인 증산해변 입구에 해가사의터 기념비가 있다. 소규모 공간이라 스쳐가기 쉬운데, 의외의 재미가 숨어 있으니 꼭 들러볼 것. 임해정은 ‘해가사’라고도 불리는 ‘해가’ 관련 설화를 토대로 복원했다. 정자에서 증산해변과 그 너머로 해돋이 명소인 동해시 추암 촛대바위까지 보인다. 고요하게 바다를 감상하기 적당한 장소다.

정자 앞에 설치한 ‘드래곤볼’ 조형물도 흥미롭다. 지름 1.3m, 높이 1.67m의 구형 석재에 ‘해가’와 ‘헌화가’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새겼다. 그림이 꽤 정교하고 자연 빛을 받아 오묘하다. 수로부인을 태운 용의 용맹한 자태가 돋보인다. ‘드래곤볼’은 눈으로만 보는 작품이 아니다.

수로부인 설화 장소 해가사의터
이외에도 숨은 재미가 곳곳에

조형물을 돌려서 용을 탄 수로부인 그림이 본인 앞에 멈추면 소망한 일이 모두 이뤄진단다. 사랑도 확인해보자. ‘헌화가’ 장면서 멈추면 연인의 사랑이 영원하고, ‘해가’ 장면이 나오면 마음에 묻어둔 사랑이나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을 수 있다고. 믿거나 말거나, 새해니까 재미 삼아 한 번 돌려볼 일이다.


해가사의터는 증산해변, 삼척해변, 이사부사자공원, 추암해변, 쏠비치 삼척 등 유명 관광지와 인접해 지나는 길에 들르기 편하다. 증산해변이나 추암해변, 추암 촛대바위서 해돋이를 감상하고 해가사의터에서 ‘드래곤볼’을 돌리며 소망을 기원하면 새해맞이 여행 코스로 완벽하다. 해가사의터는 상시 운영하며(연중무휴), 입장료는 없다.

삼척에는 특별한 해안 여행지가 여럿이다. 우선 절경을 자랑하는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이 있다. 이 일대는 원래 육상 접근로가 없어 기암괴석을 보려면 배를 타고 나가야 했다. 2019년 덱과 출렁다리로 된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이 개장하면서 육로로 편하게 접근하는 곳이 됐다. 바다와 맞닿은 탐방로를 걸어 촛대바위, 거북바위 같은 기암괴석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오랜 세월 일반인 출입을 통제하다가 2021년 개방한 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도 빠뜨려선 안 된다. 맹방해변과 덕산해변 사이에 있는 이 길은 2개 코스로 나뉜다. 산 정상 전망대로 오르는 내륙 코스와 산 둘레를 걷는 해안 코스다. 전체 코스가 길지 않아 남녀노소 모두 무난하게 걸어볼 만하다. 맹방해변과 덕산해변 일대가 훤히 내다보이는 전망대와 두 해변에 놓인 외나무다리가 인기 사진 포인트다.

갈남항

한적하고 아담한 갈남항도 주목할만하다. 인근 장호항보다 덜 알려졌지만, 아름다운 풍경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사진작가와 여행자가 알음알음 찾아든다.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마주 선 항구가 포근하고, 아기자기한 갯바위가 늘어선 해변이 아늑하다. 차분히 바다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해가사의터→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초곡용굴촛대바위길→갈남항→수로부인헌화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수로부인헌화공원→갈남항→삼척해상케이블카→초곡용굴촛대바위길→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
-둘째 날 증산해변→이사부사자공원→해가사의터→삼척해변→이사부길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삼척문화관광 www.samcheok.go.kr/tour.web

문의 전화
-수로부인헌화공원 033)570-4995
-해가사의터 033)570-3077
-초곡용굴촛대바위길 033)575-4605
-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 033)570-3089
-삼척관광안내소 033)575-1330

대중교통
-수로부인헌화공원 버스 서울-임원, 동서울종합터미널서 시외버스 하루 11회(07:10~20:05) 운행, 약 3시간25분 소요. 임원정류소서 수로부인헌화공원까지 도보 약 9분.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해가사의터 버스 서울-삼척,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고속버스 하루 19회(06:20~22:30) 운행, 약 3시간3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서 고속버스 하루 11회(06:45~20:10) 운행, 약 3시간2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서 시외버스 하루 8회(07:40~20:05) 운행, 약 3시간5분 소요. 삼척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서 111번·112번 버스 이용, 쏠비치 정류장 하차, 해가사의터까지 도보 약 4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삼척시대중교통정보 www.samcheok-pti.kr

자가운전
-수로부인헌화공원 동해고속도로→근덕톨게이트→근덕 IC에서 울진·근덕 방면→동해대로→임원교차로서 임원 방면→임원항구로→수로부인헌화공원
-해가사의터 동해고속도로→동해톨게이트→동해 IC서 삼척 방면→동해대로→공단삼거리서 동해러시아대게마을·추암해변·북평국가산업단지 방면→공단1로→추암해변 방면→수로부인길→해가사의터

숙박 정보
-더블유펜션: 근덕면 용화길, 033)574-4343, http://samcheo kwpension.com
-장호비치캠핑장: 근덕면 삼척로, 033)576-0884, www.janghocamping.kr
-쏠비치 삼척: 삼척시 수로부인길, 1588-4888, www.sonohotelsresorts.com/sb/sc

식당 정보
-삼고정문(간장새우정식): 삼척시 새천년도로, 033)575-8686
-부림해물(대구김칫국): 삼척시 동해대로, 033)576-0789
-이화루(비빔짬뽕): 근덕면 교가길, 033)573-7749

주변 볼거리
대금굴, 환선굴, 삼척해양레일바이크, 삼척 죽서루, 가곡유황온천 등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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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