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골퍼’ 박주영(33)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첫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박주영은 1일 경기도 파주시 서원밸리 컨트리클럽(파72)서 열린 KLPGA 투어 ‘대보 하우스디 오픈(총상금 10억원)’ 마지막 날 3라운드서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합계 7언더파 209타로 우승했다.
박주영은 이번 대회 출전 전까지 278개 대회서 우승이 없었다. 그리고 279번째 출전인 이번 대회서 마지막 날 1위로 나서 단 한 차례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 데뷔 14년 만에 ‘278전 279기’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한 것. 279번째 출전한 이번 대회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박주영은 지난 9월3일 KG 레이디스 오픈서 260경기 만에 우승한 서연정의 최다 출전 우승 기록을 경신했다.
박주영의 우승으로 KLPGA 투어에선 자매 챔피언이라는 이색 기록도 나왔다. 박주영의 언니는 KLPGA 투어서 6승을 따낸 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한 박희영이다.
2타 차 선두로 최종일 경기에 나선 박주영은 전반에는 버디만 1개 골라내 1타를 줄이는 데 만족했으나 추격자들이 따라오지 못하면서 격차를 더 벌렸다. 후반 들어선 장수연이 14번 홀까지 버디 3개를 뽑아내 3타 차로 따라왔으나 더 이상의 추격은 없었다.
박주영은 17번 홀까지 타수를 유지해 3타 차 선두를 지켰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버디로 마무리해 15년 동안 기다려온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박주영은 “오랜 동안 우승 못해서 인지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며 “그동안 퍼터가 너무 약했다. 하지만 대회장서 많은 연습을 했다. 눈 감고 스트로크도 했다. 그 결과 이번 주 퍼터를 차분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퍼트가 되니까 샷도 잘 됐다”고 말했다.
와이어 투 와이어 승리
애타게 기다려 온 결실
이어 “결혼 전에 하지 못했던 우승을 결혼 후 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기를 낳고 휴식하는 동안의 공백과 몸의 변화가 큰 핸디캡인데, 희한하게 그런 핸디캡을 정신력이 이겨내게 한다. 가족의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KLPGA 투어서 엄마 골퍼 우승은 김순희, 안시현, 홍진주에 이어 박주영이 역대 네 번째다. 현재 육아는 남편이 전담하고 있다.
박주영은 “사실 우승하면 은퇴하려고 했었다. 그 이후는 전혀 생각을 하지도 않았다. 제가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내가 살아가면서 우승이라는 게 진짜 중요할까, 이 정도까지인지 좀 자괴감이 들더라”고 밝혔다.
이어 “계속 실패한 경험이 너무 많다 보니까 끝까지 못할 것만 같아서 그냥 애나 키우고 골프를 안 하면 어떨까 이런 고민을 진짜 많이 했었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우승을 하게 되니까 저한테도 좋은 영향이고 후배들한테도 진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진짜 기분이 좋다”고 심경을 전했다.
한편 2타차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박주영과 동반 경기에 나선 김재희는 17번 홀까지 버디 2개를 잡아냈지만 보기 2개를 곁들여 1타도 줄이지 못한 끝에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고, 한때 2위까지 올라왔던 박결은 13〜15번 홀 3연속 보기로 무너지며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부상 치료와 재활로 한동안 코스를 비웠던 임희정은 공동 4위에 올라 복귀 이후 처음 ‘톱10’에 입상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이븐파 72타를 친 김민별은 공동 4위에 합류하면서 신인왕 레이스 1위를 굳게 다졌고, 신인왕을 다투는 방신실은 공동 9위(이븐파 216타)로 대회를 마쳤다.
<webmast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