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국내 유권자 10명 중 3명은 혈액형이 ‘A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2월10부터 28일까지 전국(제주 제외)의 만 19세 이상 1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혈액형 관련 설문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34%가 A형이라고 응답했다.
또 ‘O형’ 28%, ‘B형’ 26%, ‘AB형’은 11% 순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2002년·2012년·2017년 조사 및 2016년·2022년 병역판정검사 혈액형 분포(A형 35%, O형·B형 27%, AB형 11%)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02년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5%가 ‘내 혈액형을 모른다’고 답했으나, 2012년에는 2%, 2017년과 2023년 조사에서는 1% 미만으로 감소했다. 21년 전, 자신의 혈액형을 모르는 사람은 대부분 고령층이었고, 특히 50대 이상 여성 중에서는 그 비율이 27%에 달했다(50대 이상 남성 2%).
이 같은 추세는 오래전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병역이나 취업 등 혈액형을 정식으로 확인할 기회가 많았던 데서 발생한 차이로 추정된다. 그러나 1999년 국민건강보험법 제정 이후 건강검진 수검률이 늘면서 여성 고령층의 본인 혈액형 인지율도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혈액형은 유전법칙에 따르므로 민족 간 특징적 분포는 있지만, 한 국가 내 인구 사회적 집단 간 차이는 없다는 게 학계의 정설로 통한다. 이번 조사에서도 성‧연령‧지역‧직업별 혈액형 분포는 대체로 유사하다. 또, 기혼자 966명에게 배우자 혈액형을 물어 살펴본 부부간 혈액형 조합서도 주목할만한 상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사람들의 성격이 혈액형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보는지(혈액형에 따른 성격) 물은 결과(4점 척도), ‘차이가 많다’ 5%, ‘약간 있다’ 52%, ‘별로 없다’ 38%, ‘전혀 없다’ 5%로 나타났다. 즉, 한국인 10명 중 6명(57%)은 혈액형 성격설을 믿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성별, 연령, 직업, 혼인 상태, 교육 수준 등 대부분의 응답자 특성서 공통되게 절반 조금 넘는 사람들이 혈액형 성격설을 믿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혈액형 성격설을 믿는 855명에게 가장 좋아하는 혈액형이 무엇인지 물은 결과, 49%가 O형이라고 답했다. 그다음은 A형 19%, B형 12%, AB형 6% 순이었며 14%는 ‘특별히 좋아하는 혈액형이 없다’고 답했다. 과거 조사에서도 혈액형 성격설을 믿는 사람 절반가량이 O형을 선호했다.
혈액형별로 보면 혈액형 성격설을 믿는 A, B, AB형은 가장 좋아하는 혈액형으로 본인 혈액형과 O형을 비슷한 비율로 선택했고, O형은 72%가 자신의 혈액형(O)을 꼽았다. 2012년 조사에선 특정 혈액형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자유응답)에 ‘성격 원만’ ‘활발하다’ ‘화끈하다’ 등이 언급됐다.
혈액형 성격설을 믿는 사람 855명에게 이성친구를 사귀거나 배우자를 선택 시 혈액형 고려 여부를 물은 결과 36%가 ‘고려하는 것이 좋다’, 64%는 ‘전혀 상관없다’고 답했다. 혈액형 성격설을 믿지 않는 사람까지 포함한 전체 응답자(1501명) 기준으로, 성인 중 20%는 대인 관계서 재미로나마 한 번쯤 혈액형을 따져볼 가능성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혈액형 성격설과 무관하게 사람들은 자신의 성향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자가 판단 성향이 혈액형별로 차이가 있는지 살폈다.
지난 몇 년 사이 널리 알려진 성격 유형 검사의 네 가지 측면(한국MBTI연구소) 설명을 약간 변형해 각각 두 가지 문장으로 제시하고, 자신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 선택하도록 한 결과 모두 혈액형별 대동소이한 분포를 보였다.
혈액형별 자가 판단 성향 차이는 대체로 미미하고, 표본조사 특성상 내재한 오차범위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어떤 측면에서는 응답자 연령별 차이가 두드러졌다. 예컨대, 고연령일수록 아이디어나 미래보다 실제 경험과 현재를 중시했다(60대 이상 감각형 61%: 직관형 34%, 20대 46%:52%). 스스로 내향형, 외향형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반반으로 나뉘었는데 20~40대에서는 외향형, 50대 이상에서는 내향형이 각각 50%대 초반으로 살짝 기울었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단, 이번 조사에 활용한 문항은 MBTI 일부 내용을 빌렸을 뿐, 정식 검사와 전혀 무관하다. 심리학, 정신의학 등 학계에서는 개인심리 검사·진단 도구가 다양하게 개발·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학적 검증을 거쳐 전문가 주관 하에 전용 시설·장비로 엄격하게 진행하는 검사도 있고, 단순 퀴즈 형태로 클릭 몇 번만 하면 끝나는 자가 테스트도 적지 않다”며 “나와 남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한 이들을 위한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부디 혈액형을 비롯해 어떠한 분류도 배척과 갈등의 발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한국갤럽’ 자체조사로 면접조사원 전화 인터뷰(CAPI)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6% 신뢰수준서 ±2.5%p, 응답률은 26.3%였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ABO식 혈액형 분류법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병리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1868-1943)에 의해 제창됐으며 그는 해당 공로를 인정받아 193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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