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슈킹’ 김봉현 30억 미스터리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10.13 15:36:11
  • 호수 14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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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세탁 당했다” 감쪽같은 배달 사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라임 사태’ 주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계좌를 털린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1200억원대 횡령 혐의로 기소돼 2심서도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은 김봉현 전 회장. 그의 이기심으로 한 중소기업은 파산 위기에 놓였다.

2018년 김봉현 전 회장은 수원여객운수(수원여객) 최고재무책임자(CFO) 김광우, 스타모빌리티 사내이사 김중희 등과 공모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렸다. 이들은 수원여객이 기업을 인수할 것처럼 허위 서류를 작성하고 인수자금을 횡령했다. 실제로 2018년 말 수원여객은 전기버스 생산 협력사 하이테크시스(하이테크)를 인수하겠다며 계약서 한 장 없이 30억원을 송금했다.

달콤한 유혹
작업 당했나

하이테크는 자동차 시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2009년부터 한국지엠의 주거래처였다. 이후 한국지엠이 경영 악화를 겪자 덩달아 18억원의 빚을 떠안게 되며 제품 생산에도 차질이 생겼다.

돌파구를 찾던 하이테크 측은 거래처를 모색하는 과정서 거래처였던 우노이앤피 사장 정모씨에게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2018년 정 사장은 하이테크 측에 “경기도의 버스 운영사 수원여객이 전기버스를 생산하려고 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는 하이테크가 수원여객의 협력사로 일할 수 있도록 중매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였다.


2018년 10월19일, 정 사장이 하이테크 측에 전달한 이메일에 따르면 “수원여객이 전기버스 약 100대를 구매하고자 한다”며 “30~40% 물량을 지자체 특색에 맞춰 디자인 및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당사(하이테크)의 역할 및 자세한 내용은 추후 전달하겠다”고 제안했다.

수원여객은 전기버스 제작을 위해 하이테크의 자동차 제작 기술이 필요했다.

그는 “정부 산자부의 추후 계획은 (내연기관 버스를)전기 버스로 단계적인 교체를 하니 좋은 기회라 사료된다”고 덧붙였다.

이후 정 사장은 하이테크 측에 “협업을 원했던 수원여객이 하이테크를 3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하이테크는 “직원들만 해고하지 않는다면 흔쾌히 인수해달라”고 했다.

인수계약을 앞둔 상황서 정 사장이 “하이테크 계좌번호를 주면 인수조건으로 30억원을 주겠다”고 하자, 하이테크 측은 그에게 계좌번호를 넘겼다.

2018년 10월26일 수원여객은 하이테크에 30억원을 입금하면서 인수계약서를 보내지 않았다. 당시 수원여객과 하이테크, 우노이앤피 정 사장이 함께 인수계약을 약속한 날이었다. 

수원여객, 하이테크 인수 시도
계약서 한 장 없이 바로 송금


하이테크 측에 따르면 수원여객 관계자는 오지 않았고, 인수계약서조차 보내지 않았다. 수원여객 측은 정 사장에게 “날짜를 다시 잡아 인수계약을 정식으로 하자”고 했다고 전해진다.

그러자 하이테크 측은 정 사장에게 “계약서도 없이 돈부터 보내는 건 껄끄럽다”며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이에 정 사장은 “(인수금을)수원여객으로 입금하면 인수에 차질이 생긴다”며 “인수계약을 정식으로 할 때 까지 우리 회사(우노이앤피)로 입금해두면 된다”고 제안했다. 하이테크가 수원여객이 아닌 정 사장에게 30억원을 돌려준 이유다.

실제로 하이테크는 수원여객서 인수금을 받은 당일, 우노이앤피 계좌로 인수금을 반환했다. 

수원여객의 인수계약을 기다리던 하이테크는 원치 않는 답변을 받았다. 2018년 12월14일 수원여객 측은 하이테크에 40억원에 달하는 전환사채 인수계약을 제안했다. 이에 하이테크는 매각하지 않겠다고 정정했다. 

인수를 거절한 하이테크 측은 정 사장에게 전화 통화로 “수원여객에게 30억을 돌려주라”고 재촉했다. 그해 12월31일, 정 사장은 수원여객에 30억원을 돌려줬다는 은행 입출금 거래내역 등을 하이테크 측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2019년 1월경 수원 남부지방검찰청은 김봉현 일당이 수원여객의 자금 241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수원여객이 수원서부경찰서에 김봉현 일당과 하이테크 등 자금이 유출된 기업을 고소하면서다. 김봉현 일당이 횡령한 수원여객 자금 중 30억원이 하이테크에 인수자금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수원 남부지검과 수원여객 측 이세중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김봉현의 하이테크와의 공모 여부를 따졌다. 검찰 조사에서 하이테크는 “정 사장의 소개로 수원여객을 소개받았을 뿐, 김봉현을 알지 못했다”고 진술하면서 입증할만한 자료를 제출했다.

진술 자료를 확보한 수원 남부지검(권영배 수사관)은 2019년 2월 “(하이테크는)김봉현 일당과 관련이 없음을 확인했다. 하이테크에 입금됐던 30억원이 수원여객에 입금됐으니 걱정말라”며 “수원여객이 김광우에게 인감 및 권한대행을 맡긴 문제로 발생된 사건”이라고 수사를 종결했다.

1년 이상 소식이 없던 수원여객은 2020년 7월16일 법무법인 광장을 통해 지급명령신청서를 하이테크 측에 보냈다. 하이테크 측이 김봉현 일당과 공범으로 몰린 것이다.

돌려주니 
가로챘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김봉현과 고향 친구인 수원여객 최고재무책임자(CFO) 김광우는 2018년 10월경부터 인터넷 및 모바일뱅킹을 통해 회사의 소유 자금을 이체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이들은 2018년 10월19일부터 2019년 1월16일까지 총 26차례에 걸쳐 수원여객 우리은행 계좌에 예치된 자금 241억원을 하이테크 등에 이체하는 방식으로 횡령했다.


또 김광우는 수원여객 명의로 50억원 상당 한도대출에 신규 가입한 후 대출금을 모두 인출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유출했다. 이 과정서 김광우는 수원여객 대표에게 각종 보조금 수령 신청서 등 서류 작성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받은 법인인감도장, 사용인감도장으로 각종 서류를 위조했다.

수원여객 대표 의지와 상관없는 기업 인수 절차도 밟을 수 있었다.

김봉현 일당의 횡령 사실은 뒤늦게 포착됐다. 수원여객은 2019년 1월16일 김광우가 무단결근하자, 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계좌 현황과 잔고를 확인했다. 유동자금이 고갈된 사실을 파악한 수원여객은 김광우의 자금이체 경로를 파악했다.

그 결과, 김광우가 횡령한 241억원 중 30억원이 하이테크로, 나머지는 주식회사 서원홀딩스 등 수원여객과 관련 없는 5개 회사로 이체됐다. 수원여객 자금이 김봉현이 실질적 소유주인 서원홀딩스에 흘러간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지급명령을 받은 하이테크 측은 “정 사장을 통해 수원여객에 30억원을 즉각 돌려줬는데 왜 공범이냐”며 토로했다. 함께 지급명령을 받은 우노이앤피 정 사장과 하이테크는 변호사를 선임해 재판에 나섰다. 

당시 하이테크 측 변호인은 “김광우가 작성한 하이테크시스 등에 관한 서류들은 모두 전환사채인수계약이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음에도 자금을 송금한 후 회계처리를 위해 사후에 작성한 것”이라며 “김광우가 김중희 스타모빌리티 사내이사에게 하이테크 법인인감도장을 만들어 하이테크 명의의 문서에 날인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검찰 조사에서 김봉현 일당은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범행을 인정했다.

앞서 하이테크의 진술과 소명자료를 통해 수원 남부지검은 “(하이테크가)김봉현 일당과의 연관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수원지방법원은 하이테크가 수원여객에 30억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자 하이테크 측은 항소를 제기한 상황이다.

일면식 없는 
회장님 등장

지난 8월30일 판결문에 따르면, 수원지법은 하이테크가 수원여객에 3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유는 정 사장이 김봉현 일당과 수원여객을 인수해 이를 다시 매각하고 수익을 남기기로 한 계획을 세웠다고 봤기 때문이다.

2020년 5월 김봉현 일당은 수원여객을 탈취하기 위해 각종 허위 서류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공소장을 통해 밝혀졌다. 고소당할 위기에 처하자 김봉현은 자금 횡령의 공범인 김광우를 지난해 1월 해외로 도피시켰다. 잠적한 김봉현은 김광우에게 거액의 도피자금을 보내주고, 다른 나라로 이동시키기 위해 전세기까지 빌렸다.

실제로 김광우는 수원여객 측의 고소장이 접수되기 직전인 2019년 1월 해외로 달아나 1년 넘게 도피행각을 벌이다가 김봉현이 경찰에 검거된 지 20여일 만인 2020년 5월 캄보디아 이민청을 통해 자수했다.

이후 김봉현은 법무법인 2곳에서 8명의 변호인단을 꾸려 대응했다. 당시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수원지검 산업기술범죄수사부(엄희준 부장)의 김봉현 공소장에는 이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이른바 ‘수원여객 탈취사건’은 김봉현과 라임 사태의 또 다른 핵심 인물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라는 것이다. 둘은 이 사건을 공모하면서 밀접한 관계로 발전했고, 라임 펀드에 모인 투자자들의 돈을 기업사냥에 활용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판결문에는 김봉현이 정 사장으로부터 전기버스 사업과 관련한 인수대상 회사로 하이테크를 소개받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김봉현은 2018년 10월경 하이테크 대표이사에게 “수원여객이 하이테크의 전환사채를 인수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송금할 예정인데, 그 돈을 정 사장에게 송금해달라”고 요구했고 김광우는 하이테크에 30억원을 입금했다.

공범 몰린 하이테크 “누군지 전혀 몰랐다”
김봉현 일당 ‘수원여객 탈취사건’ 재조명

하이테크 측은 김봉현이 사전에 지시한 대로 30억원을 우노이앤피 계좌로 전달했기 때문에 공범이라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현재 하이테크 측은 김봉현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그의 계획 또한 몰랐다는 입장이다. 지난 9월 항소를 제기한 하이테크는 제보를 통해 “정 사장은 자신이 아는 변호사를 소개해주면서 ‘승소할 수 있는 사건이니 변호사비’가 필요없다고 안심시켰다”고 토로했다. 

수원여객 측 이세중 변호사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하이테크가 수원여객에 30억원을 입금해야 할 필요가 있냐”고 묻자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하이테크 측의 항소심을 맡은 손수일 변호사는 <일요시사>와 한 통화서 “민사재판서 왜 하이테크가 공범으로 인식이 됐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며 “김봉현과 하이테크의 관계가 전혀 없었음에도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31일 수원여객은 김봉현 전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서 승소했다. 앞서 수원여객은 김봉현 등 3명에게 전체 횡령액 206억원 중 피해가 해소된 51억원을 제외한 금액 중 24억1000만원과, 범행에 가담한 하이테크 등 기업을 상대로 30억원 배상요구를 하는 등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수원지법 민사17부(맹준영 부장판사)는 수원여객이 김봉현 등 5명과 이 횡령 사건에 가담한 주식회사 2곳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지난 8월31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봉현 등은 54억1000만원을 수원여객에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김봉현 일당은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수원여객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횡령한 회삿돈 가운데 86억원은 수원여객 계좌로 되돌아가 실제로 사라진 돈의 액수는 155억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여객이 회수한 86억원 중 30억원은 하이테크 인수자금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김봉현은 라임자산운용 관련 횡령 혐의로 기소돼 1심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김봉현 측은 “수원여객이 업무감독을 소홀히 해 횡령 사건이 일어난 것”이라며 “과실상계나 책임제한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책임제한을 인정하게 되면 가해자로 하여금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해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을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배척했다.

“억울하다”
이상한 판결

또 일부 피고가 관련 형사사건 1심 재판서 무죄를 선고받았거나, 기소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횡령 행위에 공모, 가담했고 이들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원고 자금 횡령 행위와 관련돼 원고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고 판시했다.

한편 <일요시사>와 만난 하이테크 사내이사 최선옥은 “나는 하이테크시스 법인의 사내이사라는 이유로 김봉현과 공모했다는 오해를 샀다”며 “라임 사태가 터졌던 2019년경 나는 제주도서 전기차 충전소와 관련된 개인사업체를 운영했을 뿐, 전혀 김봉현을 몰랐다”고 말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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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