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59명, 그들은 누구인가?

‘나 떨고 있니?’ 올가미 내리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죄를 지은 사람을 죽음으로 처단할 수 있을까? 사형제도는 어느 국가에서나 ‘뜨거운 감자’다. 우리나라는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집행하지 않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최근 법무부가 몇몇 연쇄살인범을 서울구치소로 이감했다. 사형 집행의 전조일까?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지난해 20개 국가서 883건의 사형이 집행됐다. 2021년(579건)에 비해 53% 늘어난 수치다. 사형을 가장 많이 집행한 나라는 중국이다. 하지만 중국의 사형 집행 건수는 국가 기밀로 분류돼 확인할 수 없다. 수천 건으로 추산된다. 북한과 베트남도 집계서 제외돼 실제 사형 집행 숫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1997년 12월30일 사형수 23명을 한꺼번에 집행한 뒤 중단했다. 사형제도에 관한 존폐 논쟁은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다. 사형제도 존치론자와 폐지론자가 줄다리기의 양 끝에 서서 힘의 균형을 이루는 모양새다. 그 균형은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충격적인 범죄가 일어날 때 미묘하게 무너지곤 한다.

최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흉기 난동 사건, 묻지마 범죄 등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사형제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사형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넘어서 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법무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려고 추진 중이다.

어떤 식으로든 흉악범을 사회서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지난달 25일에는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서울구치소로 이감됐다. 유영철은 노인과 부녀자 등 20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자신이 탄 차를 추월한다는 이유로 차에 타고 있던 신혼부부를 엽총으로 살해한 정형구도 서울구치소로 옮겨졌다.


유영철과 정형구 등의 이감을 두고 사형 집행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8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서울구치소·부산구치소·대구교도소·대전교도소 등 사형 집행시설을 보유한 4개 교정기관에 시설 점검을 지시했다. 이 중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시설을 갖춘 곳은 서울구치소가 유일했다고 한다.

형법 제66조(사형)에 따르면 사형은 교정시설 안에서 교수해 집행한다. 법무부는 “교정 행정상 필요한 조치”라고만 밝힌 상태다. 

법무부의 갑작스러운 조치로 사형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남아 있는 사형수는 모두 59명이다. 이 가운데 4명은 군형법으로 사형이 선고돼 군에서 관리하고 있다. 또 1998년부터 올해 6월까지 사형 집행이 아닌 병사나 자살 등 기타 사유로 사망한 사형수는 12명이다. 같은 기간 감형된 사형수는 19명이다.

이들은 형법 제55조(법률상 감경)에 따라 무기징역으로 감형받거나 20년 이상 50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로 감경됐다. 

최장기

국내 최장기 사형수는 원언식이다. 1992년 10월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왕국회관(여호와의증인 예배당)에 불을 질렀다. 이 화재로 15명이 죽고 25명이 다쳤다. 대법원은 1993년 11월 원언식의 사형을 확정했다. 다음 달이면 30년째 복역하는 셈이다. 


원언식의 복역 기간을 두고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형법 제77조(형의 시효의 효과)와 제78조(형의 시효의 기간)에 따르면 형이 확정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형을 면제해준다. 형법에 따르면 원언식의 경우 다음 달 23일이면 형 집행시효가 만료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법무부가 사형의 집행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으로 형법을 개정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4명의 군인

군형법 제3조(사형 집행)에 따르면 사형은 소속 군 참모총장이 지정한 장소서 총살로써 집행한다. 현재 군형법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형수는 4명이다. 김모 상병은 1996년 동료 사병에게 총을 난사, 3명을 살해하고 1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군법원은 김 상병에 초병살해와 상관살해 미수죄 등을 적용해 사형을 선고했다. 

2005년 경기도 연천 비무장지대 초소(GP)서 수류탄 1발을 던지고 기관총 44발을 난사해 장교와 동료 사병 등 8명을 숨지게 한 이른바 ‘김 일병 사건’의 당사자도 사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군 당국은 “김 일병이 선임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결론을 내렸다.

1997년 후 중단 상태
실질적 폐지국 유지

일부 유족과 시민단체는 김 일병이 범인이 아니라면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2011년 해병대에 근무하던 김모 상병은 왕따 등 괴롭힘을 당하자 앙심을 품고 동료 사병에게 조준사격을 가해 4명을 죽였다. 김 상병은 2013년 대법원의 판결로 사형이 확정됐다. 그러면서 최연소(19세) 사형수가 됐다. 

2014년 강원도 고성군 제22보병사단 GOP의 한 소초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이른바 ‘임 병장 사건’이다. 임모 병장은 수류탄 1발을 던지고 총격을 가했고 그 결과 5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후 임 병장은 K2 소총과 실탄 60여발 등으로 무장한 채 탈영했다.

임 병장 이후 사형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서 마지막 사형수가 됐다. 

연쇄살인범

9명, 20명, 10명. 3명의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당한 피해자 숫자다. 정두영은 1999년 6월부터 2000년 4월까지 10개월 동안 9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금품을 노리고 낮 시간대 여자와 노약자만 있는 집에 침입해 살인을 저질렀다. 


유영철은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무려 20명을 살해했다. 유영철의 범죄 행각이 드러난 이후 ‘사이코패스(반사회성 인격장애)’라는 개념이 국내를 강타했다. 당초 유영철은 21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재판부가 1건(이문동 살인사건)을 무죄로 선고하면서 20명에 대한 죗값을 받았다. 

유영철의 범행은 정두영의 영향을 받았다는 말이 있다. 그는 과거 검찰 조사 과정서 “2000년 강간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돼있을 당시 정두영 연쇄살인 사건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한 월간지를 보고 범행에 착안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9월 경기도 군포, 수원, 화성, 안양 등지서 성인 여성이 잇따라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가운데 시신으로 발견된 여성도 있었지만 수사는 더뎠다. 그러다 2008년 12월 경기도 군포서 21세 여대생이 행방불명되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 추적 끝에 검거된 인물이 바로 강호순이다.

경찰 조사 과정서 강호순의 여죄가 드러났는데 부녀자 8명을 포함해 자신의 아내와 장모 등 총 10명을 죽였다. 

외국인

2000년 6월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서 40대 주부가 얼굴과 머리에 심한 부상을 입고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퍽치기를 당한 해당 여성의 옷은 벗겨져 있었고 신체 주요 부위가 훼손된 상태였다. 경찰 수사 과정서 비슷한 수법의 강도․살인미수 사건이 7건이나 드러났다.


범인은 중국계 외국인인 왕리웨이. 검거 당시 우리나라에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했다가 도주해 불법체류자 신세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무부, 흉악범 서울구치소로 모아
헌재는 세 번째 헌법소원 심리 중

1999년 대구 서구 평리동서 모녀를 살해하고 딸의 친구를 강간한 박경수는 중국 조선족 출신으로 알려졌다. 박경수는 차비와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모녀의 집에 침입해 반항하던 모녀를 흉기로 찔러 죽였다. 딸의 친구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했다. 

당시 대구지법 재판부는 “사형폐지론이 대두하고 있는 점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범행의 동기·수법 및 범행 후 정황이 전율을 느끼게 하고 잔인무도 했으며 유족의 극심한 피해감정 등을 고려, 인명경시·황금만능 범행을 예방하는 차원서 극형이 사형에 처한다”고 판결했다. 

최고령

59명의 사형수 가운데 최고령은 ‘보성 어부 살인사건’의 어부 오종근이다. 오종근은 2007년 8월 배에 태워 달라는 남녀 대학생 2명을 바다로 데려가 살해하고 20여일 후 바다를 보고 싶다는 20대 여성 2명을 자신의 배에 태워 나간 뒤 살해했다. 오종근은 시종일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또 오종근은 항소심 진행 도중 사형제도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정 신청을 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사형제도 존폐 논란이 다시금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헌법재판소는 사형제도에 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판단 이후 오종근의 사형이 확정됐다. 오종근은 현재 83세로 알려져 있다.

패륜아

1994년 4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주택에 불이 났다. 신고자는 집주인 박모씨의 아들 박한상.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처참하게 살해된 박씨 부부의 시신을 발견하게 된다. 박한상은 부모의 죽음에 눈물을 흘렸지만 이후 살인범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국내서 일어난 존속살해 사건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박한상은 속옷까지 다 벗고 양손에 칼을 하나씩 쥔 채 부모를 40군데나 찔러 살해했다. 그는 증거인멸을 위해 집에 불을 질렀다. 이 과정서 다른 방에 자고 있던 박한상의 사촌동생도 사망했다. 박한상은 부모를 살해해 유산을 상속받으려 했다고 진술했다.

박한상의 범행은 영화 <공공의 적>, 정유정 작가가 쓴 <종의 기원>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카드빚을 갚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머니와 할머니를 살해하고 형과 아버지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의 당사자인 김근우도 사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이다. 김근우는 말다툼 끝에 어머니 목을 졸랐고 쓰러진 어머니의 얼굴을 베개로 눌러 질식사시켰다. 또 87세 할머니도 같은 방식으로 살해했다. 

현재 사형제도는 3번째로 헌재 심판대에 올라 있다. 1996년 살인과 강간미수 등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형수가 낸 헌법소원서 7대2로 합헌 결정이 나왔다. 당시 헌재는 다수 의견서 “사형은 죽음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공포심과 범죄에 대한 응보 욕구가 서로 맞물려 고안된 ‘필요악’”이라고 밝혔다. 

2010년 사형제도 헌법소원에서는 위헌 의견이 4명으로 늘었다. 위헌 결정은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의 찬성을 필요로 하기에 합헌 결정이 났지만 사형제도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일었다.

사형제도에 관한 세 번째 헌법소원은 존속살해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된 윤모씨가 제기했다. 10여년 사이 위헌 의견이 2→4로 늘어나면서 이번에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사형제도 존치를 요구하는 국민 여론과 맞부딪칠 전망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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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