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지하차도 조성 사업 재검토 필요성 대두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의 일상화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영동대로 복합개발 내 지하차도 설치,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경부간선도로 지하화 등 대규모 지하차도 조성 사업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도로의 지하화가 재난 대응 측면서 취약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하차도는 교통 체증, 소음/분진, 지역 단절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침수, 화재 등 사고 발생 시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전향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집중호우로 인한 지하차도, 지하 주차장, 반지하주택 등 지하공간 내 인명사고가 연례 행사처럼 반복되면서 기존 방재 대책으로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 및 지자체는 기후변화를 염두에 두고 지하차도 조성 사업 등과 관련해 설계 지침 및 방재 기준 등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지만, 예측 범위를 크게 벗어난 기상 이변 탓에 현재의 재난관리 체계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하차도 설치를 원점서 재검토하는 등 시민들의 우려를 근본적으로 불식시킬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극한 호우’ 등 기후위기의 시대…재난사고로 사회적 불안감 확산 


기후 변화로 기존 장맛비와는 다른 기록적인 폭우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 7월 27일 기상청은 올해 장마가 '누적 강수량 역대 3위', 일평균 강수량 역대 1위 등 역대급 기록을 남긴 채 종료됐다고 밝혔다. 

장마 기간 중 강수 일수는 21.2일로 평년과 비슷했지만, 누적 강수량은 648.7mm로 1973년 관측 이래 역대 3위를 기록했고, 일평균 강수량으로 따지면 30.6mm로 역대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기상청은 올해 7월 서울 동작구에 내린 폭우에 대해 ‘극한 호우’ 긴급재난문자를 처음 발송했다. 지난해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 호우를 계기로 ‘1시간당 50mm, 3시간당 90mm 이상’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할 경우, 기상청이 행정안전부를 거치지 않고 직접 재난문자를 발송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가 개정된 바 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극한 호우 기준에 부합하는 비는 2013년 48건서 2021년 76건, 2022년 108건으로 연평균 8.5%씩 늘고 있다. 

집중호우 등 이상 기후 탓에 예측 범위를 벗어난 재난 사고 급증 추세 
전문 연구기관 등에서 미래 한반도 내 국지적/집중적 호우 증가 전망  

전문 연구기관 등은 국내서의 집중호우 현상이 갈수록 심화된다고 공통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상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시간당 50mm 이상 강수일수는 1973년부터 1982년까지 연평균 2.4일이었다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6.0일로 늘었다. 

국립기상과학원이 발표한 ‘2022 남한상세 기후변화 전망보고서’는 현재 수준과 유사하게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하는 시나리오인 고탄소 시나리오(SSP5-8.5)의 경우, 21세기 전반기(2020~2040년), 중반기(2041~2060년), 후반기(2081~2100년)의 1일 최대 강수량은 현재와 비교해 각각 14%, 28%, 36% 증가하고, 상위 1% 극한 강수일수도 각각 0.2일, 0.3일, 0.6일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온실가스를 현저히 감축해 2050년경 탄소중립에 이르는 시나리오는 저탄소 시나리오(SSP1-2.6)라고 부른다.

올해 3월 한국환경연구원이 발표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적응 및 감축 중장기 연구 방향’ 보고서는 더욱 구체적인 전망을 내놨다.

고탄소 시나리오(SSP5-8.5) 시, 연중 1일 최대 강수량이 근미래(2020~2049)에는 146.2mm로 평년(1979~2014년) 대비 8.5% 증가하고, 중미래(2050~2079)에는 165.9mm로 23.2% 증가, 원미래(2080~2099)에는 182.9mm로 36.1%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서울 지역은 연중 1일 최대 강수량을 근미래 166mm, 중미래 184mm, 원미래 198mm 수준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전망 속에 침수로 인한 인명사고는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만해도 청주 궁평2지하차도서 14명이 숨졌으며, 지난해에는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포항 인덕동의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서 주민 7명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 해 8월엔 서울 신림동 다세대주택 반지하 세대서 일가족 3명이 쏟아져 들어오는 물살을 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2020년에는 부산 초량동과 대전 판암동 지하차도가 침수돼 총 4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4년에는 부산 온천동 우장춘로에서 침수 참사가 발생해 2명이 생을 마감했다. 

특히 지하차도의 경우 교통체증을 완화하고 도시경관을 해지지 않는 등의 장점이 부각되며 교통량이 많은 대도시권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하차도 침수 피해 역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9년 감사원의 ‘대도시권 지하차도 안전관리 실태 점검’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4건, 2015년 3건이었던 지하차도 침수사고 발생 건수가 2016년 8건, 2017년 24건, 2018년 10건(1~7월 기준)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지하차도는 925개, 2022년 서울시 도로시설물 통계에 의하면 서울시 지하차도는 총 164개, 총 연장 54km, 총면적 88만 3411㎡에 달한다. 

예정된 지하차도 조성 사업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높아져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궁평2지하차도 참사를 계기로 영동대로 복합개발 내 지하차도,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경부간선도로 지하화 등 현재 계획된 대규모 지하차도 조성 사업의 안전 대책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에 기본 계획이 수립된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사업은 영동대로 지하에 GTX 등 대중교통 복합환승센터와 상업시설 등을 조성하고, 지상을 녹지광장으로 변모시키는 사업이다. 


침수 등의 안전 이슈가 불거진 것은 지상광장을 만들기 위해 480m 길이의 대형 지하차도 설치가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도심광장의 효용성, 도시경관 등을 고려한 최선의 계획임을 강조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재난 대응 측면서 도로의 지하화 등에 대한 부정적 의견 확산 중 
교통난 해소 등 장점 불구하고 침수, 화재 등 재난 사고 취약 구조

이곳은 최근 감사원도 강화된 설계기준으로 사전 침수 대책 등을 수립하도록 권고한 바있는 것처럼 주변보다 지대가 낮아 침수 위험성이 상존한 지역으로 꼽힌다. 

또한 지하차도가 완공되면, 시간당 최대 6000여대의 차량이 통과하고, 교통 이용객이 하루 6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침수 등 재난 발생 시 대형 참사로 번질 위험이 매우 높다. 

2028년 개통을 목표로 올해 하반기 착공을 앞두고 있는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동부간선도로는 이번에 참사가 발생한 궁평2지하차도처럼 하천변인 중랑천 인근에 위치해 있다. 

중량천변은 대표적인 상습 침수 지역 중 하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집중호우로 중량천 수위가 상승하자 동부간선도로 양방향 전 구간이 전면 통제되기도 했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 중 하나인 경부간선도로의 지하화도 추진 중이다. 양재~반포 구간(6.9km)에 중심도 지하도로를 설치하고 지상에 도로와 공원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경부고속도로는 국내 최대 통행량을 보이는 만큼 침수, 화재, 교통사고 등에 대한 철저한 방재 대책이 요구된다. 

이 밖에 경인고속도로, 경기도의 자유로, 서울의 테헤란로, 언주로, 도곡로 등도 연구용역을 진행하거나, 예비 타당성 조사를 시작하는 등 지하화 계획이 검토되고 있다. 

과거 데이터 기반 안전 대책 한계…지하차도 건설 등에 대해 전향적 접근 필요 

정부 및 지자체는 현재 추진 중인 지하차도 조성 사업 등은 철저한 타당성 조사, 설계기준 강화 등의 안전 대책을 마련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뉴노멀이 된 상황서 빈도 개념 등 과거 데이터에 기반한 홍수, 호우 등으로부터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지역별로 설정, 공표한 강우량인 방재성능목표 및 설계기준 상향 등의 대책이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시간당 120mm), 동부간선도로 지하화(시간당 114mm) 등은 ‘200년 설계빈도’가 적용됐다. 설계빈도란 일정 기간 동안 가장 많은 비가 내린 날의 강수량을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말한다. 

100~110mm/h 강우 등 과거 데이터에 기반한 방재 대책 실효성 의문 
2022년 동작구 141.5mm/h, 강남구 116mm/h 등 폭우 사례 빈번
지하차도 조성 등 도시계획 시 ‘효율’보다 ‘안전’ 중시하는 전향적 접근 필요 

하지만 과거 기록상 200년 빈도에 해당하는 폭우도 근래에는 1년 빈도일 수 있다. 예외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는 과거에 통용되던 기준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2022년 8월 서울 동작구에는 기상관측 이래 최대의 폭우인 500년 빈도에 해당하는 시간당 141.5㎜의 비가 내렸고, 강남구에는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사업의 200년 설계빈도에 육박하는 시간당 116㎜의 비가 내렸다. 

2022년 10년 만에 상향 조정된 서울시의 현재 방재성능 목표는 침수 취약 지역인 강남역 일대가 시간당 최대 110mm, 그 외 지역은 100mm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지하차도 조성 사업에 대한 원점 재검토 등 전향적 접근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발 욕구는 다양하고 공간은 부족한 과밀 상황서 지하차도 건설은 필연적으로 보이지만, 위험 요인을 간과한 무분별한 개발은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지하차도 내 사고는 지상에 비해 큰 규모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고, 침수뿐 아니라 화재, 지진, 폭발사고, 테러 등 여러 재난 사고에 근본적으로 취약한 구조기 때문이다. 

교통 및 재난안전 분야의 한 전문가는 “침수 등으로 인한 재난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효율’이라는 측면서 지하공간 활용을 검토해왔다면, 이제부터는 ‘안전’ 중시 관점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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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