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투어 상반기 결산> 피 튀기는 타이틀 쟁탈전

역대 최대 규모로 시작을 알렸던 ‘2023 시즌 KLPGA 투어’가 어느덧 반환점을 돌았다. 갤러리의 응원과 환호에 응답하듯 명승부와 감동 스토리가 이어졌던 투어 상반기를 모두 정리했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 올 시즌 KLPGA 투어 상반기에는 두 명의 다승자가 탄생했다.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박지영(27·한국토지신탁)과 ‘대세’ 박민지(25·NH투자증권)가 그 주인공이다.

박지영은 KLPGA 투어 개막전인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서 우승을 차지하며 통산 5승을 수확했다. 이후 국내 개막전으로 열린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서 2위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탔지만 생애 2승째를 수확하는 건 쉽지 않았다.

치열했던 승부

번번이 우승을 놓쳤던 박지영은 상반기의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에버콜라겐·더시에나 퀸즈크라운 2023’서 72홀 플레이 중 단 한 개의 보기만 기록하면서 2승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KLPGA 투어 ‘대세’로 불리는 박민지의 우승 시계는 올 시즌에도 어김없이 작동했다. 시즌 초반 예열을 마친 박민지는 지난 6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서 동일 대회 3회 연속 우승 기록을 남기며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다음 대회인 ‘DB그룹 제37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서 4위에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간 박민지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3’ 우승으로 시즌 첫 다승자가 됐다. 통산 우승을 18승으로 늘린 박민지는 구옥희, 신지애의 20승에 이어 KLPGA투어 최다승 기록 3위에 올랐고, 역대 기록 2위에 해당하는 통산 5번째 타이틀 방어도 달성했다.

올 시즌 KLPGA 투어 상반기에는 생애 첫 우승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17개 대회 가운데 생애 첫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선수만 7명이 탄생하며 골프 팬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가장 먼저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누린 선수는 지난해 신인상 수상자인 이예원(20·KB금융그룹)이다. 지난해 신인상의 영예를 누렸지만 우승이라는 마지막 퍼즐을 맞추지 못했던 이예원은 올 시즌 국내 개막전인 ‘롯데렌탈 여자오픈’서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오랜 투어 생활 끝에 감격의 우승을 거둔 선수도 연달아 나왔다. 이주미(28·골든블루)는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서 정규투어 148개 대회 만에 우승을 차지했고, 최은우(28·아마노)는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2023’서 211개 대회 만에 우승을 거두며 시청자들과 갤러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단 두 명에만 허락된 ‘다승’
감격의 생애 첫 우승 누구?

박보겸(25·안강건설)은 ‘제9회 교촌 1991 레이디스 오픈’서 최종 라운드에 기록한 홀인원에 힘입어 생애 첫 우승을 달성했다. 최종 라운드서 홀인원을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한 것은 KLPGA투어 역대 5번째 기록이다.

장타를 뽐내며 KLPGA 투어의 스타로 떠오른 방신실(19·KB금융그룹)은 ‘제11회 E1 채리티 오픈’서 생애 첫 우승이자 올 시즌 신인 가운데 첫 우승을 기록했다. 방신실은 우승을 계기로 2025년까지 시드권을 획득했다.


지난해 신인으로 336개의 버디를 기록하며 ‘버디퀸’에 올랐던 ‘버디 폭격기’ 고지우(21·삼천리)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앞세워 ‘맥콜·모나 용평 오픈 with SBS Golf’서 첫 우승을 기록했다.

황유민(20·롯데)은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서 연장까지 이어진 명승부 끝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며 올 시즌 두 번째 루키 우승을 달성했다. 신인상 경쟁자인 김민별(19·하이트진로)과 펼친 연장전은 많은 골프 팬에게 주목을 받았다.

올 시즌 상반기에는 어느 때보다 신인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특히 국가대표 출신으로 ‘슈퍼루키 3인방’으로 불리는 황유민, 김민별, 방신실의 신인상 경쟁이 KLPGA 투어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황유민은 시즌 초반 불안정한 티샷으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DB그룹 제37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서 첫 톱10을 기록한 이후 상승세를 탔고, 지난 7월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서 첫 우승으로 신인상 포인트 1위에 올라서며 신인상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김민별은 아직까지 우승을 거머쥐지 못했지만 준우승 2번을 포함해 톱10에 6차례 들며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꾸준함을 바탕으로 신인상 포인트 2위에 올라 있는 김민별은 하반기에 신인 우승자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장타를 앞세워 호쾌한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는 방신실은 많은 골프 팬의 이목을 끌고 있다. 올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크리스에프엔씨 제45회 KLPGA 챔피언십’서 비거리 320야드에 달하는 티샷을 날려 새로운 ‘장타소녀’로 떠오르기도 했다.

각종 타이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시즌 초반 위메이드 대상포인트와 상금 순위 부문서 박지영이 선두로 치고 나갔지만 후발 주자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국가대표 루키 3인방 돌풍
박민지 기록 경신 여부 관심

위메이드 대상포인트 부문은  ‘에버콜라겐·더시에나 퀸즈크라운 2023’ 우승으로 60포인트를 획득하며 326포인트를 쌓은 박지영이 318포인트를 모은 홍정민(21·CJ)을 제치고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하지만 박민지(300포인트), 이예원(274포인트) 등 상위권에 포진한 선수들과의 격차가 크지 않아 하반기에 펼쳐지는 대상포인트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상금 순위서 2승을 수확한 박지영이 6억3459억6385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박민지가 5억887만5668원으로 선두를 추격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한 대회 만에 순위가 뒤바뀔 수 있어 상금 순위 경쟁 역시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인상 포인트 역시 접전이다. 1445포인트를 쌓은 황유민이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김민별이 1412포인트를 모으며 33포인트 격차로 선두 자리를 노리고 있다. 1050포인트를 쌓은 방신실도 매 대회 우승을 노리고 있어 언제든지 선두 자리를 노려볼 수 있다.

상반기에는 다양한 기록이 쏟아져 나오며 골프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가장 많은 버디를 기록한 선수는 ‘2023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서 우승을 기록한 임진희다. 임진희는 175개의 버디를 만들어내며 상반기 ‘버디퀸’ 타이틀을 얻었다. ‘한 시즌 최다 버디’ 기록은 2016년 김시원(28·안강건설)이 내놓은 359개다.


홀인원은 모두 14개가 나오면서 골프 팬들에게 볼거리를 더해줬다. 2개 이상의 홀인원을 기록한 선수 없이 모두 14명의 선수가 한 번씩 홀인원을 기록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번 시즌 현재까지 ‘장타퀸’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는 방신실이다. 방신실의 드라이브 비거리는 267.1596야드에 달한다.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인 2013시즌 김세영(30·메디힐)의 266.9400야드를 웃도는 수치다.

올 시즌 하반기에는 통산 상금 기록이 깨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하나(31)가 57억6503만5544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2위인 박민지가 장하나와의 격차를 2억1769만136원으로 좁혀 올 시즌 기록 경신이 유력한 상황이다.

화제 만발

통산 우승 횟수 기록 경신 여부도 박민지에게 달려 있다. 통산 18승을 거둔 박민지가 하반기에 3승을 추가한다면 통산 20승을 거둔 구옥희와 신지애를 제치고 대기록의 주인공이 된다.

최다 출전 우승 기록도 새로 쓰일 수 있다. 현재 최다 출전 우승 기록은 안송이(33·KB금융그룹)의 237회다. KLPGA 투어서 뛰면서 아직 우승이 없는 선수들 가운데 박주영(33·동부건설), 서연정(28·요진건설산업), 김소이(29·휴온스)가 지금까지 각각 271개, 255개, 252개 대회에 출전했다. 이들 가운데 우승자가 탄생할 경우 최다 출전 우승 기록 역대 1위에 새로운 이름을 남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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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