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처럼 펑펑’ 검찰 특활비 논란 막전막후

눈먼 돈, 쌈짓돈 쓰듯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이 국민 세금인 특수활동비를 쌈짓돈처럼 쓴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 확정판결 취지에 따라 사용명세와 증빙자료 전체를 시민단체에 전달하면서 생긴 파장이다. 검찰은 적법한 지출이었다며 구체적 해명에 나서지 않았다. 말을 아낀 검찰이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이 나온다. 불투명한 회계처리로 분식회계와 사건 은폐 시도 의혹에 불을 붙였다는 지적이다.

검찰이 특수활동비로 사용한 금액은 수백억원에 달한다. 업무추진비 내역 등이 공개됐지만 절반 이상의 자료가 복사 불량으로 판독 자체가 어렵거나 삭제됐다. 사실상 대법원 확정판결 취지와 다르다. 증빙 없는 지출도 있었다. 100억원이 넘는 금액이 검사들의 용돈처럼 쓰였고 정기적인 현금 지급도 이뤄졌다.

윤 대통령도
수천만원 사용

검찰의 특활비 논란이 시작된 건 지난달 말부터다. <뉴스타파>와 세금도둑잡아라 등 3개 시민단체가 검찰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소송서 승소한 것이다. 대법원은 불속행 결정을 내렸고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은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의 전체 특활비와 업무추진비 기록, 일부 특정업무경비 기록을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를 보면 대검은 특활비 증빙 내역과 수령증 등 세 가지 종류의 기록을 생산 관리해왔다. 그러나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 특활비와 관련한 기록 세 가지 기록이 없었고 같은 해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에는 세 가지 기록 중 두 개가 없었다.

특활비는 엄연한 정부예산이다. 예산 집행기록도 곧 공공기록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특활비를 쓴 기록이 없는 것을 두고 검찰이 ▲기록을 애초부터 만들지 않았거나 ▲중간에 폐기했거나 ▲분실한 경우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세 가지 가능성도 아닌 검찰이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이 자료를 폐기했다면 폐기물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검의 2017~2022년 치 기록물 폐기 목록에는 특수활동비 관련 기록을 없앴다는 내역은 없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절차를 건너뛰고 자료가 무단으로 폐기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대검은 “상당한 시일이 경과한 일부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검찰은 정상적인 자료를 공개하지도 않았다. 공개한 서류 중 절반가량이 복사 상태가 불량해 글자를 해독하기 힘든 수준이다. 대법원 판결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특활비와 관련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었기 때문에 관리가 되지 않아 기록이 없는 경우도 있다는 검찰의 주장도 거짓이었다. 2017년에도 검찰 특활비와 관련한 법무부의 예산 집행 지침은 존재했다.

<뉴스타파>가 보도했던 ‘돈봉투 논란’의 핵심 인물인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2017년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면직 처분 취소소송 1심 판결문을 보면 관련 내용이 언급된다.

재판부는 기획재정부의 예산 집행 지침 중 특수활동비와 관련한 규정을 언급하며 “법무부 2017년도 예산지침의 내용과 ‘각 중앙관서의 장’이 ‘집행주체’라고 돼있는 것 외에는 동일하다”고 밝히고 있다.

기재부 지침에는 “특수활동비 집행에 관한 증거서류를 감사원의 계산증명지침에 따라 첨부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동일한 내용의 지침을 시행 중인 검찰 역시 감사원 지침에 따라 특활비 증거 서류를 증빙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깜깜이’ 회계처리로 자료 은폐 시도 의혹
수억 꼬박꼬박 지급돼도 사용처 확인 불가


이 전 지검장의 행정소송 판결문에는 2017년 4월 특활비 돈봉투 만찬 당시, 서울중앙지검이 특활비 집행 기록을 남겼다는 증거도 존재한다. 재판 과정서 확인된 상황 중에는 이 전 지검장 비서실 소속 직원이 “특수활동비 금전출납부에 사용처를 기재했다”고 밝힌 대목이 등장한다.

이 전 지검장 비서실 직원이 관리하는 일종의 ‘특활비 장부’가 존재했다는 근거다.

검찰은 물론 모든 정부 기관의 예산 기록 보존은 5년간 이뤄진다. 공공기록물법에 따르면 기록물을 폐기할 경우 반드시 기록물평가심의회를 열고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공공기록물 폐기는 불법이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검찰은 특활비 전체 중 절반 이상을 검사들에게 매달 용돈처럼 정기적으로 집행했다. 2017년 5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검찰이 지출한 특수활동비는 총 292억794만2900원이다. 이 중 특별한 사정 없이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된 돈은 155억9514만4800원으로 절반이 넘는 액수다.

이 정기 지급분 중 80억5146만원은 전국 고등검찰청·지방검찰청·지청에 매달 계좌 이체됐고, 나머지 45억4368만4800원은 29개월간 15~17명의 사람이나 기관에 매달 현금 지급된 것으로 추산된다.

한 기록에는 2017년 5월부터 2019년 9월 64~65개 관서의 계좌에 약 2억~4억원이 입금됐다. 이 64~65개의 관서는 전국 검찰청으로 보인다. 2017년 3월 부산지방검찰청 서부지청이 새로 개청해 전국 고등검찰청·지방검찰청·지청은 총 64곳이 됐다. 이후 2019년 3월1일 수원고등검찰청이 개청하면서 대검서 특활비를 계좌이체 하는 검찰청은 65곳으로 늘었다.

대놓고
자료 폐기?

2017년 5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전국 검찰청에 정기 지급된 특활비는 80억5146만원이다. 검찰 특수활동비 증빙자료 중 국고금입금의뢰서 양식에 입금 요구자의 관서를 기록하게 돼있다.

2019년 1월부터 9월까지의 자료를 보면 매달 총 15명이 한 장짜리 영수증을 쓰고 1억9052만원을 현금으로 받았다. 그러나 누가 어떤 기관이 현금을 받아 갔는지 검찰이 정보를 모두 가려 확인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2017년 6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신원을 알 수 없는 최소 15명서 최대 22명이 한 달에 2억이 넘는 돈을 현금으로 챙겼다.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절차를 걸쳐 집행됐어야 할 특활비를 정기 배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검찰총장의 예산편성권이 공개되지 않고 감시받지 않기 때문이다.

예산편성권을 가진 다른 정부 기관의 장들은 국회에 출석해 예산 사용에 대한 감사를 받는다. 그러나 검찰만은 예외다. 검찰총장은 2년5개월 동안 자신이 임의로 비율과 금액을 정해, 즉 예산을 편성해 특활비를 사용하는데도 국회 등 외부 통제나 감시를 받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도 논란서 자유롭지 않다. 그가 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7월까지, 두 달간은 특수활동비 수령증이 무더기로 없어졌다. 당시 윤 대통령이 집행한 4000만원이 넘는 특활비가 어떻게 썼는지 확인할 길도 없다.


중앙지검의 특활비 기록도 무더기로 사라졌다. 2017년 1월부터 7월까지의 특활비 총액은 확인되지 않고 같은 해 1월부터 5월까지의 특활비 자료 전체는 없어진 상황이다. 대검의 특활비 증발 시기(2017년 1~4월)와 거의 일치하고 이 전 지검장의 돈봉투 파문이 터졌던 때(2017년 5월)와도 겹친다.

국민 혈세
검사 용돈

2017년 6월과 7월, 두 달간은 집행명세 확인서는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집행을 입증할 ‘수령증’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라진 수령증은 모두 45장이다. 수령증은 특활비를 받아 간 사람이 반드시 남겨야 하는 기록이다.

우선 2017년 6월 한 달간 윤 대통령은 18건의 특활비를 집행했다. 1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까지 총 1100만원을 검사들에게 나눠줬다. 그런데 윤 대통령으로부터 돈을 받아 간 사람이 써야 하는 수령증은 한 장도 없었다. 18번 돈을 줬다면, 18건의 영수증이 있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의 2017년 7월분 특수활동비 ‘집행명세 확인서’도 마찬가지다. 집행은 모두 37건. 한 번에 10만원서 최대 1000만원까지 줬다. 서울중앙지검의 7월분 특활비 집행 총액은 3970만원이었다.

그런데 합계란에는 총액이 30만원이라고 적혀 있다. 6월과 마찬가지로 7월 기관장 확인란에도 윤 대통령의 도장이 찍혀 있다. 2017년 7월의 집행내역 37건 중 27건의 수령증이 없었다. 영수증은 10장뿐이다. 7월25일 자 지급분 이전의 영수증은 없었다.


수령증이 없는 특활비의 지급액은 3360만원에 달했다. 여기에 2017년 6월분 1100만원을 합하면 모두 4460만원어치의 특활비 증빙자료가 없어진 것이다.

100% 현금으로 특활비를 주는 상황서 한 장짜리 수령증마저 없으면, 당시 윤 대통령과 검사들이 특활비를 사적 사용이 아닌 기밀 수사에 썼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대법원 확정판결 무시? 자료 절반 복사 불량
엉터리 장부에 일부 자료 부존재 의심 자초

특활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지만 폐지는 섣부르다는 의견도 있다. 법무부 장관이 직접 특활비를 배분하면 검찰의 수사 독립성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수사나 조사 등의 정보수집 활동으로 써야 한다. 격려금으로 쓰이는 건 당연히 문제라고 본다”며 “특활비 폐지가 현실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다만 검찰도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지난 10일, 윤 대통령과 복두규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특가법상 국고손실죄, 특경가법상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단체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내는 동안 “특활비를 사적 경비인 것처럼 무분별하게 집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 혈세인 특활비를 사용하여 행정 기관장이 자신에게 충성을 하는 특정 부하나 부서에게는 특혜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집행돼야 할 법무부 예산 일부인 특활비가 사실상 검찰의 통치자금처럼 집행하는 것은 물론(중략)... 특활비가 불공정하고 불투명하게 사용되도록 부하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만들었으므로 (윤 대통령은)직권남용죄 등의 죄책을 져야 마땅하다”며 “복 기획관 역시 이에 적극적으로 가담했으므로 윤 대통령과 공범 관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복 기획관은 서울고검과 대검 사무국장을 지냈다.

단체가 받은 자료 중에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낼 무렵 지출한 특활비 내역도 포함돼있었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 5월22일부터 2019년 7월24일까지 사용된 특활비 총액은 38억6300만원이었다.

공수처 수사
가능성은?

검찰총장으로 있던 2019년 8월에는 4억1111만원이, 9월에는 4억1431만원이 총장 몫 특활비(수시지급분)로 배정됐다. 이 가운데 2019년 8월27일과 9월9일에는 각각 5000만원이 한 번에 현금으로 지출된 정황도 확인됐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검찰이 ‘수사 및 정보수집 목적’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명확한 특활비 사용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 7일 법무부에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지침’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수사·범죄정보 수집 등에 소요되는 경비여서 구체적 집행지침을 공개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며 관련 지침을 공개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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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