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군 저격수’ 추미애의 변심

문 나와 이 칼 차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추다르크’가 돌아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총선을 9개월 앞두고 선전포고 하듯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전 대통령, 전 당 대표 등 아군이라고 여겼던 이들이 1차 표적이 되는 모양새다. 작심 발언의 의도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5선 국회의원, 당 대표, 그리고 법무부 장관까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경력은 화려하다 못해 눈부시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여성 정치인으로서는 입지전적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권서 산전·수전·공중전까지 겪은 추 전 장관이 최근 말폭탄을 던지고 있다. 

문정부
구원투수

문재인정부는 임기 초부터 ‘검찰개혁’에 열을 올렸다.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데 당정의 역량이 집중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신설됐고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대폭 축소시켰다. 임기 말에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를 위해 야당(국민의힘)과 힘겨루기를 벌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법안을 공포해 방점을 찍었다. 

추 전 장관은 문정부 국정 최우선 과제를 완수할 이른바 ‘칼’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가족 비리 의혹으로 물러난 자리에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추 전 장관은 조 전 장관 의혹에 관한 수사로 문정부와 척을 지기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과 사사건건 부딪쳤다.


법무부 장관 취임 때부터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예고한 것보다 높은 수위의 행보가 이어졌다. 인사권, 수사지휘권 등 법무부 장관의 권한을 십분 활용해 윤 대통령과 맞붙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추윤 대전’이라는 말로 명명될 만큼 치열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난 시기였다.

추 전 장관은 검찰 인사를 통해 윤 대통령의 손발을 잘라냈고 수사지휘권을 통해 운신의 폭을 좁혔다. 여기에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를 명령하고 징계를 청구해 정직 2개월을 결정했다. 윤 대통령은 서울행정법원에 징계 처분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은 크리스마스이브인 2020년 12월24일 윤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윤 총장의 징계를 재가했던 문 전 대통령은 법원 판결 다음 날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결과적으로 국민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추 전 장관은 문 전 대통령에게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제청을 한 뒤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법무부 장관 시절 언급
임명권자에 전 대표까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추 전 장관의 발언은 이 시기의 일이다. 법무부 장관 사퇴 과정서 문 전 대통령이 사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한 것. 추 전 장관의 발언은 ‘진실 공방’으로 번지면서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특히 추 전 장관이 국민의힘이 아닌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쪽으로 총구를 겨눈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추 전 장관은 지난달 30일 유튜브 방송서 법무부 장관직서 내려온 것이 문 전 대통령이 물러나 달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연락을 받은 뒤 중간에 농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국무총리를 통해 해임 건의를 해달라’ ‘자의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후 문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서도 결론은 똑같았다고 설명했다.  


추 전 장관의 뒤늦은 주장에 민주당 분위기는 뒤숭숭해졌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송영길 전 대표를 둘러싼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의혹 등 갖가지 악재로 어수선한 상황서 추 전 장관의 폭탄 발언에 당황하는 눈치다.

자제를 요청하는 목소리, 수습을 하려는 시도에도 추 전 장관의 총구는 계속 불을 뿜고 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3일 라디오에 출연해 “이낙연 대표는 그렇게 하면 안 됐다. 재보궐선거 때문에 제가 퇴장해야 한다고 하면 안 됐다”고 말했다. 2021년 초 서울·부산시장 등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추 전 장관과 윤 대통령의 갈등이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하자 이 전 대표가 사퇴를 종용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추윤대전
판정패

추 전 장관은 “검찰개혁은 문정부가 일관되게 약속한 것이다. 그것을 (이 전 대표가)선거 관리 차원서 유불리를 계산해 좌초시킬 반찬거리가 아니었다”며 거듭 비판했다. 추 전 장관이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표를 연이어 공격하자 민주당 내부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친낙(친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같은 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추 전 장관이 경질되는 데 이 전 대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니다”며 “계속 이러는 건 당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비명(비 이재명)계인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추 전 장관의 발언을 두고 “대통령을 거론하는 것은 정치 도의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지난 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추 전 장관이)정치적으로 재기하려고 그런다고 본다. 근데 아무리 그렇더라도 정치에는 금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든 일동공신으로 추 전 장관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꼽았다. 특히 추 전 장관이 직무집행 정지 등을 진행하면서 윤 대통령에 박해받는 이미지를 만들어줬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서 윤 대통령의 체급이 엄청나게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을 사퇴한 뒤 정치권에 뛰어 들었고 선출직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면서 “그것 때문에(윤 대통령이)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고 대통령이 되는 데 거의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고 본다”며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정치가 아무리 비정하다지만 자기를 장관에 앉혀준 대통령까지 불쏘시개로 써가면서 자기 장사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싶다”고 덧붙였다. 

자살골
흑역사

문정부서 요직을 맡고 이 전 대표와 당정 간 합을 맞췄던 추 전 장관이 폭로전에 나서면서 총선, 공천, 이 대표 등이 언급되고 있다. 내년 총선에 공천을 받기 위해 이 대표 쪽으로 줄을 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추 전 장관은 총선 출마 여부에 관해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를 향한 엄호는 의구심에 기름을 부었다. 추 전 장관은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계의 계파 갈등에 대해 “(이 대표는)오히려 사법 피해자”라며 “검찰 정권이 사법 리스크를 만들어가는 건데 이 사법 피해자에게 ‘당신 때문’이라고 하며 집안싸움에 전념하고 있어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이 대표의 상황을 간디의 ‘무저항 정신’에 비유하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은 지난달 2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런 국가 폭력에 대해서 이 대표가 혼자 감당할 일이 아니다”며 “자꾸 방탄국회라고 하니까 (이 대표가)‘그래 나 다 내려놓겠다’고(한 것이다) 어떤 보호장치도 내가 가지고 있지 않겠다고 하는 그런 무저항 정신으로”라고 언급했다. 

일단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이 같은 의구심에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추 전 장관과 이 대표는 서로 잘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러브콜을 보내고 안 보내고 할 그런 사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추 전 장관의 폭로와 이 대표의 연관성에 대해 거리를 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추 전 장관이 검찰개혁에 충정으로서 본인 일을 해오며 느낀 소회를 말한 것 같다”면서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사이의 인사 문제에 관해선 사실 비공개고, 그것을 논하는 게 적절한 것 같진 않다”고 덧붙였다. 

내년 총선 보고 작심발언?
이 대표와 주거니 받거니?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 역시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추 전 장관의 발언에 이 대표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을 저격하고 당시 당 대표였던 이 전 대표를 저격하는 것이 어떻게 이재명 대표에게 줄을 서는 것이 되겠냐”며 “오히려 더 부담돼서 줄을 서려고 해도 줄 설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추 전 장관의 ‘아군 저격’ 행보가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추 전 장관의 ‘흑역사’가 이 대표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준 적이 있다는 점이다. ‘드루킹 특검’으로 정치 생명이 끊어지다시피 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사건으로 이 대표는 대선주자로 동력을 얻었다는 의견이 나왔다.

2018년 1월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추 전 장관은 자체 수집한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 정황 증거를 경찰에 제출하며 수사를 의뢰했다. ‘드루킹 사건’의 발단이다. 같은 해 4월 ‘드루킹’ 일당이 구속되면서 김 전 지사의 연루 의혹이 제기됐고 사건은 당시 여권의 대형 악재로 확대됐다. 

여기에 민주당이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의 특검 요구를 전격 수용하면서 정국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결국 김 전 지사는 1심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심서도 형량을 줄이지 못했고 대법원 판결도 마찬가지였다. 김 전 지사가 대법원 판결로 정치 생명에 치명타를 입으면서 ‘추미애 원죄론’이 등장했다. 

그와 별개로 ‘친문 적자’로 불렸던 김 전 지사가 낙마하면서 이 대표가 정치적 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추 전 장관의 당시 행보가 민주당의 대선 경선 판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내년에
어디에?

일각에서는 추 전 장관이 총선을 9개월 앞두고 민주당 강성 지지층(개혁의딸, 개딸)을 잡기 위해 전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현재 친명계와 비명계 간의 계파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태다. 총선이 다가오고 공천 전쟁이 시작되면 계파 갈등은 수면 위로 올라올 수밖에 없다. 그때 추 전 장관이 어떤 위치에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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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