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군 저격수’ 추미애의 변심

문 나와 이 칼 차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추다르크’가 돌아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총선을 9개월 앞두고 선전포고 하듯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전 대통령, 전 당 대표 등 아군이라고 여겼던 이들이 1차 표적이 되는 모양새다. 작심 발언의 의도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5선 국회의원, 당 대표, 그리고 법무부 장관까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경력은 화려하다 못해 눈부시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여성 정치인으로서는 입지전적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권서 산전·수전·공중전까지 겪은 추 전 장관이 최근 말폭탄을 던지고 있다. 

문정부
구원투수

문재인정부는 임기 초부터 ‘검찰개혁’에 열을 올렸다.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데 당정의 역량이 집중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신설됐고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대폭 축소시켰다. 임기 말에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를 위해 야당(국민의힘)과 힘겨루기를 벌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법안을 공포해 방점을 찍었다. 

추 전 장관은 문정부 국정 최우선 과제를 완수할 이른바 ‘칼’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가족 비리 의혹으로 물러난 자리에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추 전 장관은 조 전 장관 의혹에 관한 수사로 문정부와 척을 지기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과 사사건건 부딪쳤다.


법무부 장관 취임 때부터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예고한 것보다 높은 수위의 행보가 이어졌다. 인사권, 수사지휘권 등 법무부 장관의 권한을 십분 활용해 윤 대통령과 맞붙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추윤 대전’이라는 말로 명명될 만큼 치열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난 시기였다.

추 전 장관은 검찰 인사를 통해 윤 대통령의 손발을 잘라냈고 수사지휘권을 통해 운신의 폭을 좁혔다. 여기에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를 명령하고 징계를 청구해 정직 2개월을 결정했다. 윤 대통령은 서울행정법원에 징계 처분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은 크리스마스이브인 2020년 12월24일 윤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윤 총장의 징계를 재가했던 문 전 대통령은 법원 판결 다음 날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결과적으로 국민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추 전 장관은 문 전 대통령에게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제청을 한 뒤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법무부 장관 시절 언급
임명권자에 전 대표까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추 전 장관의 발언은 이 시기의 일이다. 법무부 장관 사퇴 과정서 문 전 대통령이 사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한 것. 추 전 장관의 발언은 ‘진실 공방’으로 번지면서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특히 추 전 장관이 국민의힘이 아닌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쪽으로 총구를 겨눈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추 전 장관은 지난달 30일 유튜브 방송서 법무부 장관직서 내려온 것이 문 전 대통령이 물러나 달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연락을 받은 뒤 중간에 농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국무총리를 통해 해임 건의를 해달라’ ‘자의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후 문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서도 결론은 똑같았다고 설명했다.  


추 전 장관의 뒤늦은 주장에 민주당 분위기는 뒤숭숭해졌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송영길 전 대표를 둘러싼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의혹 등 갖가지 악재로 어수선한 상황서 추 전 장관의 폭탄 발언에 당황하는 눈치다.

자제를 요청하는 목소리, 수습을 하려는 시도에도 추 전 장관의 총구는 계속 불을 뿜고 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3일 라디오에 출연해 “이낙연 대표는 그렇게 하면 안 됐다. 재보궐선거 때문에 제가 퇴장해야 한다고 하면 안 됐다”고 말했다. 2021년 초 서울·부산시장 등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추 전 장관과 윤 대통령의 갈등이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하자 이 전 대표가 사퇴를 종용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추윤대전
판정패

추 전 장관은 “검찰개혁은 문정부가 일관되게 약속한 것이다. 그것을 (이 전 대표가)선거 관리 차원서 유불리를 계산해 좌초시킬 반찬거리가 아니었다”며 거듭 비판했다. 추 전 장관이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표를 연이어 공격하자 민주당 내부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친낙(친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같은 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추 전 장관이 경질되는 데 이 전 대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니다”며 “계속 이러는 건 당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비명(비 이재명)계인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추 전 장관의 발언을 두고 “대통령을 거론하는 것은 정치 도의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지난 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추 전 장관이)정치적으로 재기하려고 그런다고 본다. 근데 아무리 그렇더라도 정치에는 금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든 일동공신으로 추 전 장관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꼽았다. 특히 추 전 장관이 직무집행 정지 등을 진행하면서 윤 대통령에 박해받는 이미지를 만들어줬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서 윤 대통령의 체급이 엄청나게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을 사퇴한 뒤 정치권에 뛰어 들었고 선출직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면서 “그것 때문에(윤 대통령이)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고 대통령이 되는 데 거의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고 본다”며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정치가 아무리 비정하다지만 자기를 장관에 앉혀준 대통령까지 불쏘시개로 써가면서 자기 장사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싶다”고 덧붙였다. 

자살골
흑역사

문정부서 요직을 맡고 이 전 대표와 당정 간 합을 맞췄던 추 전 장관이 폭로전에 나서면서 총선, 공천, 이 대표 등이 언급되고 있다. 내년 총선에 공천을 받기 위해 이 대표 쪽으로 줄을 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추 전 장관은 총선 출마 여부에 관해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를 향한 엄호는 의구심에 기름을 부었다. 추 전 장관은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계의 계파 갈등에 대해 “(이 대표는)오히려 사법 피해자”라며 “검찰 정권이 사법 리스크를 만들어가는 건데 이 사법 피해자에게 ‘당신 때문’이라고 하며 집안싸움에 전념하고 있어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이 대표의 상황을 간디의 ‘무저항 정신’에 비유하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은 지난달 2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런 국가 폭력에 대해서 이 대표가 혼자 감당할 일이 아니다”며 “자꾸 방탄국회라고 하니까 (이 대표가)‘그래 나 다 내려놓겠다’고(한 것이다) 어떤 보호장치도 내가 가지고 있지 않겠다고 하는 그런 무저항 정신으로”라고 언급했다. 

일단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이 같은 의구심에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추 전 장관과 이 대표는 서로 잘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러브콜을 보내고 안 보내고 할 그런 사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추 전 장관의 폭로와 이 대표의 연관성에 대해 거리를 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추 전 장관이 검찰개혁에 충정으로서 본인 일을 해오며 느낀 소회를 말한 것 같다”면서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사이의 인사 문제에 관해선 사실 비공개고, 그것을 논하는 게 적절한 것 같진 않다”고 덧붙였다. 

내년 총선 보고 작심발언?
이 대표와 주거니 받거니?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 역시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추 전 장관의 발언에 이 대표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을 저격하고 당시 당 대표였던 이 전 대표를 저격하는 것이 어떻게 이재명 대표에게 줄을 서는 것이 되겠냐”며 “오히려 더 부담돼서 줄을 서려고 해도 줄 설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추 전 장관의 ‘아군 저격’ 행보가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추 전 장관의 ‘흑역사’가 이 대표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준 적이 있다는 점이다. ‘드루킹 특검’으로 정치 생명이 끊어지다시피 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사건으로 이 대표는 대선주자로 동력을 얻었다는 의견이 나왔다.

2018년 1월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추 전 장관은 자체 수집한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 정황 증거를 경찰에 제출하며 수사를 의뢰했다. ‘드루킹 사건’의 발단이다. 같은 해 4월 ‘드루킹’ 일당이 구속되면서 김 전 지사의 연루 의혹이 제기됐고 사건은 당시 여권의 대형 악재로 확대됐다. 

여기에 민주당이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의 특검 요구를 전격 수용하면서 정국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결국 김 전 지사는 1심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심서도 형량을 줄이지 못했고 대법원 판결도 마찬가지였다. 김 전 지사가 대법원 판결로 정치 생명에 치명타를 입으면서 ‘추미애 원죄론’이 등장했다. 

그와 별개로 ‘친문 적자’로 불렸던 김 전 지사가 낙마하면서 이 대표가 정치적 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추 전 장관의 당시 행보가 민주당의 대선 경선 판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내년에
어디에?

일각에서는 추 전 장관이 총선을 9개월 앞두고 민주당 강성 지지층(개혁의딸, 개딸)을 잡기 위해 전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현재 친명계와 비명계 간의 계파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태다. 총선이 다가오고 공천 전쟁이 시작되면 계파 갈등은 수면 위로 올라올 수밖에 없다. 그때 추 전 장관이 어떤 위치에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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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꼬이는 수사, 왜?

‘김건희 특검’ 꼬이는 수사,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특검팀의 수사 속도가 빨라졌다. 전방위적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피의자에 대한 잇단 소환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검팀이 수사해야 하는 의혹만 16개라는 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기도 했다. 어떤 사건을 먼저 수사할지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수사하는 김건희씨의 의혹은 총 16개다. 사전 자료 제출 요구나 실무진 조사 없이 참고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집사 게이트’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처리해야 하는 사건이 늘고 있는 셈이다. 특검팀의 시간은 6개월도 남지 않았다. 발걸음이 조급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남은 5개월 부족한 시간 특검팀은 이른바 ‘집사 게이트’와 관련,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김익래 전 다우키움 그룹 회장,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에게 지난 17일 오전 10시까지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조 부회장은 베트남 출장을 이유로 7월21일 오전 10시로 출석 일정을 조율했다. 특검팀은 이들 1차 참고인 조사 이후 IMS에 투자한 나머지 기업 관계자들을 포함해 2차 소환을 예고했다. IMS 투자에 참여한 기업·기관은 모두 12곳으로, 신한은행·제이비우리캐피탈·한컴밸류인베스트먼트·경남스틸 등도 포함돼있다. ‘집사 게이트’는 김씨의 측근으로 지목된 김예성씨가 2023년 자신이 설립에 관여한 렌터카 업체 ‘IMS모빌리티’가 부실기업이었음에도 김씨와의 친분을 토대로 여러 기업 등으로부터 180억여원을 석연치 않게 투자받은 사건이다. 순자산(556억원)보다 부채(1414억원)가 많은 상태에서 거액의 투자금을 모을 수 있었던 배경에 김씨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핵심이다. 특검팀은 당시 참여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각종 경영상 리스크를 안고 있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IMS 투자가 단순 재무적 투자라기보다는 정권 실세와의 친분을 활용한 보험성, 또는 대가성 성격이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김씨는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 후 잠적했다. 특검팀은 김씨가 출석 요구에 거듭 불응하자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특검팀은 김씨의 최종 목적지가 태국이 아닌 싱가포르일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출입국 기록을 확인한 결과 김씨와 자녀들이 올해 여러 차례 싱가포르에 다녀온 기록이 나왔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1월, 김씨와 아내, 자녀 2명 모두 싱가포르를 다녀왔다. 특검법이 통과된 직후에도 김씨의 자녀들은 다시 싱가포르에 다녀왔다. 이후 아내 정모씨는 한국에 머문 채 김씨와 자녀들은 차례로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특검팀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등과 공조해 김씨 소재를 파악하고 신병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 등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여러 경영상 현안을 안고 있어 일종의 보험성이나 대가성 자금을 제공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집사 게이트 핵심 인물 제3국으로 도피 위치 파악 안 돼…검거 가능성은 미지수 통상 수사기관은 사건에 연루된 기업 총수를 부르기 전 압수수색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나온 증거를 토대로 실무자들을 조사하면서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게 기본적인 수사의 순서다. 문홍주 특검보는 이에 대해 “수사 기법은 다양하다”며 “톱 다운 방식도 있고 바텀업 방식도 있는데, 수사팀에서 편리한 방식을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의 최대 걸림돌은 시간이다.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총 110일에, 30일씩 두 번 연장할 수 있다. 지난 2일 현판식을 갖고 수사를 개시했기 때문에 늦어도 오는 12월까지는 모든 게 정리돼야 한다. 사실상 6개월도 되지 않는 시간이 부여된 셈인데, 특검팀이 수사해야 할 의혹만 인지 사건 포함 16개에 달한다. 최근 관련 의혹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것도 특검팀을 다소 조급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 상황만 보면 ‘집사 게이트’부터 정리하려는 것 같다. 금품을 준 기업과 관련자들에게서 최대한 협조적인 진술을 얻어내고 김건희씨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검팀은 집사 게이트를 수사하기 이전에 명태균씨, 건진법사 전성배씨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했으나 유의미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었다. 명씨 사건 같은 경우 검찰에서 수개월간 수사해 법리 적용만 검토하면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전씨 사건의 경우 그렇지 않다. 먼저 특검팀은 지난 16일 오전 10시 명씨 사건을 폭로한 강혜경씨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강씨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명씨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을 위해 불법 여론조사를 해준 대가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공천을 받았으며, 해당 공천 과정에 김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다. 끌려가는 기업 수사 명씨는 윤 전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그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여론조사 업체 미래한국연구소를 이용해 다수의 불법 여론조사를 주도한 의혹을 받는다. 특검팀은 같은 날 오전 10시30분 ‘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 관련해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국토교통부 서기관 A씨 소환 조사도 병행했다. A씨는 당초 이상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 등 5명과 전날 소환 통보를 받았으나 불출석했다. 지난 14일 국토부와 A씨 주거지, 양평고속도로 타당성 조사를 맡았던 용역사 경동엔지니어링과 동해종합기술공사, 용역사 임원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양평고속도로 의혹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듬해인 2023년 5월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종점이 기존 양평군 양서면에서 김씨 일가가 보유한 땅 28필지(2만 2663㎡)가 있는 강상면으로 돌연 변경됐다는 내용이다. 특검팀은 전씨 법당과 서초구 양재동 주거지, 전씨가 속한 종파의 거점으로 알려진 충북 충주 일광사 등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청탁 대상으로 알려진 박창욱 경북도의원과 박현국 봉화군수, 박 군수 공천을 청탁한 사업가 B씨, 윤석열 대선 후보 당시 선거대책본부 네트워크위원장을 맡았던 오을섭씨, 전씨 변호인 김모씨의 서초구 사무실 등도 포함됐다. 특검팀은 박 군수의 휴대전화, 변호인 사무실에 보관 중이던 전씨 명의 휴대전화 2대, ‘찰리’로 알려진 전씨 처남의 휴대전화 2대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이르면 이달부터 관련자 소환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은 지난 15일부터 연이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전씨의 법당을 압수수색해 법당 내 CCTV 등을 확보했는데 CCTV가 최신 기종이 아니라 복제(이미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한다. 법당 내 CCTV는 앞서 서울남부지검에서 한 차례 진행한 압수수색 대상물에는 포함돼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CCTV 저장 보관 기간이 길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관련 증거가 얼마나 남아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검팀은 남부지검에서 압수수색했던 곳 중 법당 내 지하창고도 다시 살펴 관련 증거를 압수했다고 한다. 사라진 피의자들 수사를 마친 뒤 관련자를 재판에 넘겨 공소 유지까지 맡는 특검은 핵심 물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는 측면과 더불어 수사 단계에서도 관련자들에 대한 진술을 끌어내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지난 14일 법원에 낸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 조성옥 전 회장, 이응근 전 대표, 이기훈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들이 챙긴 부당이득이 369억원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팀이 산출한 조 전 회장 측 부당이득은 200억원, 이 회장 측은 170억원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 등은 2023년 5∼6월쯤에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본격 추진할 것처럼 속여 주가를 띄운 뒤 보유 주식을 매도해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들이 2023년 5월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을 계기로 현지 지방자치단체와 각종 업무협약을 맺는 등 재건 사업을 추진할 것처럼 투자자를 속였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분류된 삼부토건은 그해 1000원대였던 주가가 2개월 뒤 장중 5500원까지 급등했다. 이 시기 회장이 교체됐는데, 특검팀은 조 전 회장이 주가가 급등한 주식을 팔아 거액의 수익을 내자 이 회장도 우크라 재건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있던 시기에 주식 매매로 차익을 봤다는 혐의도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가 우크라이나 관련 사업을 총괄한 인사로 꼽히는 가운데 이 부회장은 삼부토건 전·현직 회장의 지분 승계 실무를 맡고, 포럼 참석 과정을 주도한 ‘그림자 실세’로 지목된다. 이들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17일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는 지난 3일 수사를 개시한 특검팀의 첫 구속영장 청구 사례다. 건진법사 그라프 목걸이도 행방불명 삼부토건 ‘그림자 실세’ 잇단 도주 그러나 그림자 실세인 이 부회장의 신병 확보에 차질이 생기면서 특검팀 수사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17일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가 영장실질심사 절차에 출석하지 않았다고 알리며 “현재 도주한 걸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 관계자는 “법원에 출석한 이씨의 변호인 또한 이씨의 소재를 모른다고 말했다”며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해 도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검팀은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기 이전에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추진할 만한 여건을 갖추지 못한 여러 정황들을 확보해 놓은 상황이다. 특검팀이 확보한 삼부토건의 ‘해외사업 수주 내역’을 보면, 2017년 파키스탄 도로공사 사업 수주를 마지막으로 해외사업을 수주하지 못했다. 이는 삼부토건의 낮은 신용도와 자금 여력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삼부토건은 신용도가 낮아 해외공사 입찰 시 국내 은행으로부터 입찰 보증서를 발급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사 수주 금액의 10% 수준인 이행 보증금을 현금으로 납부할 능력이나, 해외사업을 위해 사용할 자금을 확보할 여력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해외사업에 사실상 실패한 삼부토건은 2022년 초부터 정기보고서에 해외사업 부문을 철수하겠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또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하는 삼부토건 내부자의 진술도 확보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추진 당시 삼부토건 재건 관련 해외 사업 담당자는 고작 1명에 불과했는데, “삼부토건은 현실적으로 해외사업 진출이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해당 직원이 진술한 것이다. 핵심 물증 중요 과제 이 직원은 또 조사에서 “해외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여러 곳과 MOU 체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수주할 수 있는 거래 상대방과 MOU를 체결하고 더 많은 연락과 출장을 다녀오는 것이 맞다”며 “그러나 정말로 (삼부토건이) 우크라 사업을 하려는 의사가 있는지 당시에 의문스러웠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