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몰이’ 이낙연 큰 그림

나서지 않고 제 발로 나가게?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미국으로 떠났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최근 돌아왔다. 온갖 풍파를 겪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보면서 자신의 역할을 찾은 것일까? 한솥밥을 먹던 이들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 흔들려고 하는 자와 버티는 자, 이들의 물밑 싸움은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코너에 몰린 시점에서다. 이 전 총리의 귀국과 함께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비 이재명)계 사이에 자리 잡은 친낙(친 이낙연)계가 서서히 고개를 들면서 미묘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앞으로 당내 갈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금의환향?

이 전 총리는 문재인정부서 첫 번째 국무총리를 지낸 후 2020년 당 대표로 선출됐다. 이듬 해인 2021년에는 민주당 대선후보를 두고 이 대표와 경쟁했지만 2위에 그쳤다.

이후 지난해 6월7일 두 인물의 행보는 엇갈렸다. 같은 해 ‘당 대표’ 타이틀을 따낸 이 대표는 국회로, 이 전 총리는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의 한국학연구소 방문연구원 활동을 위해서다. 그는 “국내 여러 문제는 책임 있는 분들이 잘해주실 거라고 믿는다”는 말을 남기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 전 총리의 미국행을 두고 여러 추측들이 난무했다. 당시 기준으로 총선이 약 2년 남았으니 그동안 미국 유학을 빌미로 “호흡을 가다듬을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했다.


그랬던 그가 최근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며 본격적으로 한국에 터를 잡았다. ‘책임 있는 분들’께 정치를 맡기고 유학길에 올랐지만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해당 귀국 인사를 두고 일각에선 여야를 ‘일타쌍피’로 비판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현재 윤석열정권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수능 킬러문항 배제 논란 등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율은 오히려 국민의힘에 뒤쳐지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치밀한 물밑싸움 장기전 양상
친·비명 사이 자리 잡은 친낙

여당인 국민의힘서도 이 같은 판세를 읽었는지 이 전 총리를 향한 공격태세를 갖췄다. 국민의힘 황규환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못다 한 책임’을 이야기하기 전에 문재인정권과 민주당 잘못에 반성문부터 쓰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누더기 부동산 정책’ ‘망국적인 탈원전 정책’ 등을 문정권의 실정으로 규정하고 “이 전 총리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 대표의 뚝심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몸풀기가 끝나는 대로 호남 지역에 대한 집중 공략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귀국 이후 이 전 총리는 첫 공개 외부 일정으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택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고 김 전 대통령은 제 정치의 원점”이라고 언급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 전 총리를 제16대 총선에 공천하면서 정치권으로 이끈 인물이다.


당 안팎에선 이를 두고 정치 재개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라고 해석했다.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인 호남을 시작으로 본격 지지층 구성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호남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분류돼왔던 지역이었으나 이 대표와 관련한 대장동 개발사업,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악재가 겹치면서 표심이 시들해지는 추세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0일부터 22일까지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주 및 호남의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13%p 떨어진 43%로 집계됐다.

현 시점서 이 전 총리가 기세를 몰아 호남권의 지지를 등에 업는다면 판도가 뒤집힐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전남 영광 출신인 이 전 총리는 전남도지사 및 5선 중진 의원을 지내 호남의 대표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현재 호남 지역은 걱정이 많다. ‘이재명이 당 대표를 그만두면 이낙연 대표 체제로 돌아가는데, 과연 차기 총선서 승리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있다”며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이 전 총리의 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흔들리는 호남 표를 많이 가져오는 자가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 지역민들의 민심을 끌어오는 것은 결국 지도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견인 성공 여부가 앞으로 이 전 총리의 정치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분기점으로 찍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가 호남 유권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낼 경우 민주당 내 힘의 구심점이 이동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당내 지지율 쓸어 담고
단숨에 대권주자 티켓?

이 전 총리가 이 대표를 꺾고 당내 지지율을 얻어 대권주자로 나서게 될 것이란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당권 복귀인 동시에 ‘대선 준비 신호탄’인 셈이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과 싸우기 위해서는 당내 이 대표를 먼저 끌어내려야겠다고 생각하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대권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나 집권세력과 맞서는 구도가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당내 지지율을 단박에 올리고, 야권주자로서 대선후보가 될 수 있는 지름길로 꼽히기도 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 체제’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다는 점 역시 해당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몰아치는 각종 설을 두고 정치권의 시선은 두 인물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이 대표는 이 전 총리의 귀국과 관련해 “백짓장도 맞들어야 할 어려운 시국”이라며 ‘원팀’을 강조했다. 윤정권이 검찰과 감사원 등 국정의 모든 힘을 야당 압박에만 쓰고 있는 만큼 당을 위해 단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친명계 역시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합심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하지만 친낙계 일각에서는 “이 전 총리의 ‘악마화’에 이 대표도 무관치 않다”며 맞불을 놨다. 지난해 20대 대선서 이 대표의 패배 책임을 이 전 총리에게 덮어씌웠다는 주장이다. 당심이 쪼개질 때로 쪼개지면서 계파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이 전 총리와 이 대표 간 물리적 마찰은 아직 표출되지 않고 있지만 묘한 기류도 감지된다.

숨 고르기


이 전 총리는 최근 발간한 저서를 바탕으로 북 콘서트와 대학 강연 등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계파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적 행보는 되려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 당장 공개적인 정치활동에 나서기보다는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장 소장은 “이 전 총리는 호남 쪽을 의식해 윤정권을 거칠게 공격하고, ‘반윤(반 윤석열)’ 이미지를 심으려 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직접적인 권한이 없기 때문에 말뿐인 공격이 얼마나 호소력을 가질지 회의적인 부분이 있다. (신경전이)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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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