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친박’ 3인의 마이웨이

“TK, 우리가 접수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과거 권력의 정점들이 다시 돌아왔다. 지난해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 복권되며 그 중심으로 친박(친 박근혜)이 부활을 꿈꾸고 있는 듯 보인다. 현재 보수세력은 같은 이름 아래 여러 조직으로 나뉘어져 있다. 속속 돌아오는 ‘진박’(진짜 친박) 세력은 국민의힘의 아군일까? 적일까?

원조 친박 세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들이 물밑서 활발한 활동 재개를 시사하거나, 실제로 활동하고 있다. 내년에 총선이 열린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미리 세력을 다지기 위함이라고 풀이된다. 당 내에선 ‘과연 되겠느냐?’는 반응이 주를 이루지만, 실제로는 불안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일단 부정적 기류가 흐른다.

기지개 켜는
진박 세력들

국민의힘은 각종 설화를 진화하는 데 체력 소모를 겪었다. 이런 상황서 원조 친박의 등장으로 다시 당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움직이기 시작한 대표적인 친박 인물은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박근혜정부 당시 실세 중 실세로 불렸던 이들이다. 

이들은 친박의 시작과 몰락 지점에 함께 서 있었다. 주요 인물들이 대거 사면 혹은 복권되면서 다시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우 전 수석은 과거 국정 농단 사태 당시 주범으로 꼽혔던 인물로 국가정보원을 통해 공직자 등을 불법 사찰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우 전 수석은 권력의 최정점에 서 있었다. 이른바 우병우 사단을 통해 박근혜정부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는 점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사적·업무적으로 긴밀한 인연을 맺은 의혹을 받는 검사들을 통해서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특별사면 복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다시 돌아온 우 전 수석은 변호사 등록부터 서둘렀다. 국정 농단 당시에도 ‘변호사직’을 끝까지 지키려 했었던 그는 최근 서울 서초구에 변호사 우병우법률사무소를 열고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 전 수석이 고향 경북 영주에 출마한다는 말이 거론되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출마설에 대해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던 바 있다. 사실상 출마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은 셈이다. 

영주는 보수 텃밭으로 공천 경쟁이 치열한 지역이다. 장윤석 전 의원을 제외하고 보수당 내 인사가 3선 이상을 지낸 적이 없는 지역이면서 ‘보수 인사가 출마할 경우, 무조건 당선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현직 국민의힘 소속인 박형수 의원의 지역구로 그는 친윤(친 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인사다. 

박 의원은 비록 초선이지만 당시 무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했던 3선 출신 장 전 의원을 이겼다. 만약 우 전 수석이 자신의 고향에 출마할 경우, 친윤과 친박의 대립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인 데다 당내 지지기반 역시 크지 않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국정 농단 사태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했다.

현재 국민의힘의 ‘주류’ 세력은 과거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했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우 전 수석에게 공천권을 줄 리가 없다. 다만 공천만 거머쥔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등에 업으면서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박정부 실세들의 물밑 행보 시작
공천 가능성 낮아도 파급력 있어


만에 하나 박 전 대통령이 우 전 수석에 대한 지지 표명 입장을 보일 경우,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도 정치적 활동을 재개했던 바 있다. 앞서 대구 달서구로 향한 뒤,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던지자 단숨에 선호도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우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의 아이콘과 같은 인물이다. 과거의 인사라고 해서 국민의힘이 애써 무시하려 해도 쉽사리 묵과할 수 없는 존재인 셈이다. 

우 전 수석에 이어 안 전 수석도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난 21일, 그는 자신이 설립한 정책평가연구원의 출범 1주년을 맞아 서울 코엑스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해당 연구원은 국가 정책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복지, 조세, 노동 등의 행사를 평가하는 행사다. 눈에 띄는 지점은 해당 심포지엄에 참석한 인사들이다.

이날 심포지엄엔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이원재 국토교통부 1차관, 조동철 KDI원장 등 현직 장관들이 토론자로 나섰다. 전직 장·차관들의 이름도 눈에 띄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경환 전 국토교통부 1차관 등 박근혜정부서 중용된 이들이 대부분이었으며 후원금 액수도 2000만원서 1억원까지 상당했다.

정치권에선 의도가 있는 행사였다는 해석이 나온 가운데, 일각에선 박근혜정부의 세력을 다시 모으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느냐는 분석도 나왔다. 

안 전 수석 역시 권력의 정점에 서 있던 인사 중 한 명이다.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임명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경제수석을 거쳐 정책조정수석까지 발탁됐다. 괜찮은 경제학자로도 불리며 정치인 박근혜의 경제 가정교사 역할까지 도맡기도 했다. 

보수 텃밭
공천 경쟁

보수 성향이었으나 진보와도 말이 잘 통하는 사람으로 유명했으며,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석해 결과를 이끌어냈던 재정·복지 분야 전문가였다. 

<일요시사>와 통화한 박근혜정부에 몸담았던 전 고위직 관계자 역시 그를 ‘전문가’로 칭했다. 이 관계자는 안 전 수석에 대해 “대통령에게는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던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에게도 문제가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범행 상당수에 수족 역할을 한 부분이다. 특히 재판 증거가 됐던 업무수첩에 청와대 회의 내용이 기록돼있어 마지막 사관으로도 불렸다. 

이런 중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와 공모해 대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내라며 압력을 가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김모 원장 부부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된 바 있다. 그에게 적용된 죄목은 직권남용과 강요죄, 강요미수, 증거인멸 등 4가지다. 

최씨, 박 전 대통령, 안 전 수석까지 이어지는 공모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우 전 수석과 마찬가지로 안 전 수석은 국정 농단의 핵심인물로 지목되면서 징역 4년 및 6000만원 벌금형이 선고됐으나 지난해 사면 대상엔 포함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는 판단이 깔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안 전 수석 역시 국민의힘 공천을 받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고향이 대구로 TK(대구·경북)서의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국민의힘서 대구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물갈이돼야 한다는 주장은 여러 차례 제기됐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 현역의원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가득한 상황이다. 

김기현 대표가 “검사 공천은 없을 것이고, 물갈이는 괴담”이라고 언급했지만, 당내에서는 여전히 공천을 두고 신경전이 날카로운 게 사실이다. 안 전 수석 출마 시 고향인 TK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게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역 지지층
기반 다지기

최 전 장관은 친박 세력을 묶는 핵심 축이다. 서청원 전 의원보다 친박계 입문이 훨씬 빨랐던 원조 격 친박 인사로 ‘박근혜의 남자’로도 불린다. 

2005년 초부터 친박에 몸담아왔고, 그 역시 경제전문가로 박 전 대통령의 과외교사를 자처하고 나선 바 있다. 본래 이회창 전 총리 밑에서 일하며 2004년, 고향인 경북 경산·청도서 한나라당 후보로 공천받아 당당하게 정계 입문에 성공했다. 


이후 2007년 대선 기간 당내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캠프서 상황실장을 맡으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2012년에는 박 전 대통령 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맡으며 대선 승리에 기여한 후로 줄곧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 어렵다는 보수 텃밭서 4선을 지냈고, 박근혜정부에서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역임했다. 

20대 총선서도 ‘진박(진짜 친박) 감별사’로 활동하며 권력의 정점에 있음을 과시했다. 대구와 경북을 순회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고, 진박을 영남서 당선시켰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러나 이때부터 공천 파동과 친박의 득세가 역풍을 맞으면서 서서히 몰락이 시작됐다. 사실상 2인자로 불렸던 최 전 장관은 특활비 수수 의혹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그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으로 있으면서 예산 편성을 좌우하는 위치에 있었다. 

국정원 예산을 챙겨주는 대가로 특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당시는 야권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문제 삼아 예산 배정 문제를 띄우던 시기였다. 결국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옥살이하던 중 지난해 연말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그런 그에게 최근 출마설이 제기됐다. 유력 지역구는 고향인 경북 경산이다.

보수 조직 분열 본격 다가올 수도
박 전 대통령 움직이면 세력 커져

이미 해당 지역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인 만큼 자연스레 공천권을 받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해당 지역구는 윤두현 의원이 자리 잡고 있는데, 당내 경쟁자로는 한무경 의원(비례)이 거론된다. 

전 장관 역시 공천권 보장이 어려울 수도 있으나 박 전 대통령의 신뢰를 두텁게 받아온 인물인 만큼 박근혜정부 전 고위직 관계자들도 친박이 다시 뭉칠 수 있는 계기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사상을 염두에 두고 이들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며 공천 가능성에 대해선 “정치는 생물로 공천을 주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불만과 긴장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친박, 진박, 탈박(탈 박근혜) 등 다른 계파 인사들도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에 대거 참전할 수 있다는 말들도 있다. 제3지대 열풍이 부는 마당서 계파의 출현은 국민의힘에게 악재일 수밖에 없다. 

열풍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총선서 공공의 적은 늘 ‘여당’이었다. 이미 당내 공천의 방향성을 두고 일부 구성원들로부터 벌써부터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친박까지 참전하게 된다면 당내 혼란은 불보듯 뻔해진다. 박 전 대통령도 정치적 행보를 하나둘 이어나가고 있다. 특정 인사를 응원하거나 메시지를 던질 경우, 그에 따른 파급력을 무시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보수의 분열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앞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서 김 대표는 절반을 겨우 넘기는 지지율로 당선됐다. 다시 말해 절반이 김 대표를 지지했지만, 절반에 가까운 이들은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소리다. 

또 세 인물이 노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구는 모두 TK다. 수도권 등 여타 지역에서는 이들이 나와도 힘을 쓰기 어렵지만, TK는 사정이 다르다. 무소속이라도 인지도 높은 보수 정치인이면 훨씬 유리해지는 구도다. 

세 인물이 중심이 돼 신당을 창당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보수세력의 분열을 낳을 수 있기 떄문이다. 그러나 이런 점을 계산해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악재가 생길 수 있다. 여전한 ‘탄핵의 강’을 건널 수 있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또 다음 총선에 세 인물이 나서는 경우 ‘경제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 행보를 두고 역대 보수정권은 이렇지 않았다는 평가가 보수권 내에서도 나오는 탓이다. 

신당 창당
가능성도

한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당원이 아니라 개개인이 내는 메시지를 차단할 수는 없다. 아직까지 지도부 차원서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우리 당과 연결지어 이야기하는 건 앞서 나가는 것 같다. 정확히 어떤 계획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켜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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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