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친박’ 3인의 마이웨이

“TK, 우리가 접수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과거 권력의 정점들이 다시 돌아왔다. 지난해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 복권되며 그 중심으로 친박(친 박근혜)이 부활을 꿈꾸고 있는 듯 보인다. 현재 보수세력은 같은 이름 아래 여러 조직으로 나뉘어져 있다. 속속 돌아오는 ‘진박’(진짜 친박) 세력은 국민의힘의 아군일까? 적일까?

원조 친박 세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들이 물밑서 활발한 활동 재개를 시사하거나, 실제로 활동하고 있다. 내년에 총선이 열린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미리 세력을 다지기 위함이라고 풀이된다. 당 내에선 ‘과연 되겠느냐?’는 반응이 주를 이루지만, 실제로는 불안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일단 부정적 기류가 흐른다.

기지개 켜는
진박 세력들

국민의힘은 각종 설화를 진화하는 데 체력 소모를 겪었다. 이런 상황서 원조 친박의 등장으로 다시 당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움직이기 시작한 대표적인 친박 인물은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박근혜정부 당시 실세 중 실세로 불렸던 이들이다. 

이들은 친박의 시작과 몰락 지점에 함께 서 있었다. 주요 인물들이 대거 사면 혹은 복권되면서 다시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우 전 수석은 과거 국정 농단 사태 당시 주범으로 꼽혔던 인물로 국가정보원을 통해 공직자 등을 불법 사찰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우 전 수석은 권력의 최정점에 서 있었다. 이른바 우병우 사단을 통해 박근혜정부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는 점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사적·업무적으로 긴밀한 인연을 맺은 의혹을 받는 검사들을 통해서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특별사면 복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다시 돌아온 우 전 수석은 변호사 등록부터 서둘렀다. 국정 농단 당시에도 ‘변호사직’을 끝까지 지키려 했었던 그는 최근 서울 서초구에 변호사 우병우법률사무소를 열고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 전 수석이 고향 경북 영주에 출마한다는 말이 거론되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출마설에 대해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던 바 있다. 사실상 출마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은 셈이다. 

영주는 보수 텃밭으로 공천 경쟁이 치열한 지역이다. 장윤석 전 의원을 제외하고 보수당 내 인사가 3선 이상을 지낸 적이 없는 지역이면서 ‘보수 인사가 출마할 경우, 무조건 당선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현직 국민의힘 소속인 박형수 의원의 지역구로 그는 친윤(친 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인사다. 

박 의원은 비록 초선이지만 당시 무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했던 3선 출신 장 전 의원을 이겼다. 만약 우 전 수석이 자신의 고향에 출마할 경우, 친윤과 친박의 대립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인 데다 당내 지지기반 역시 크지 않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국정 농단 사태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했다.

현재 국민의힘의 ‘주류’ 세력은 과거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했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우 전 수석에게 공천권을 줄 리가 없다. 다만 공천만 거머쥔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등에 업으면서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박정부 실세들의 물밑 행보 시작
공천 가능성 낮아도 파급력 있어


만에 하나 박 전 대통령이 우 전 수석에 대한 지지 표명 입장을 보일 경우,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도 정치적 활동을 재개했던 바 있다. 앞서 대구 달서구로 향한 뒤,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던지자 단숨에 선호도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우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의 아이콘과 같은 인물이다. 과거의 인사라고 해서 국민의힘이 애써 무시하려 해도 쉽사리 묵과할 수 없는 존재인 셈이다. 

우 전 수석에 이어 안 전 수석도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난 21일, 그는 자신이 설립한 정책평가연구원의 출범 1주년을 맞아 서울 코엑스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해당 연구원은 국가 정책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복지, 조세, 노동 등의 행사를 평가하는 행사다. 눈에 띄는 지점은 해당 심포지엄에 참석한 인사들이다.

이날 심포지엄엔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이원재 국토교통부 1차관, 조동철 KDI원장 등 현직 장관들이 토론자로 나섰다. 전직 장·차관들의 이름도 눈에 띄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경환 전 국토교통부 1차관 등 박근혜정부서 중용된 이들이 대부분이었으며 후원금 액수도 2000만원서 1억원까지 상당했다.

정치권에선 의도가 있는 행사였다는 해석이 나온 가운데, 일각에선 박근혜정부의 세력을 다시 모으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느냐는 분석도 나왔다. 

안 전 수석 역시 권력의 정점에 서 있던 인사 중 한 명이다.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임명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경제수석을 거쳐 정책조정수석까지 발탁됐다. 괜찮은 경제학자로도 불리며 정치인 박근혜의 경제 가정교사 역할까지 도맡기도 했다. 

보수 텃밭
공천 경쟁

보수 성향이었으나 진보와도 말이 잘 통하는 사람으로 유명했으며,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석해 결과를 이끌어냈던 재정·복지 분야 전문가였다. 

<일요시사>와 통화한 박근혜정부에 몸담았던 전 고위직 관계자 역시 그를 ‘전문가’로 칭했다. 이 관계자는 안 전 수석에 대해 “대통령에게는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던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에게도 문제가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범행 상당수에 수족 역할을 한 부분이다. 특히 재판 증거가 됐던 업무수첩에 청와대 회의 내용이 기록돼있어 마지막 사관으로도 불렸다. 

이런 중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와 공모해 대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내라며 압력을 가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김모 원장 부부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된 바 있다. 그에게 적용된 죄목은 직권남용과 강요죄, 강요미수, 증거인멸 등 4가지다. 

최씨, 박 전 대통령, 안 전 수석까지 이어지는 공모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우 전 수석과 마찬가지로 안 전 수석은 국정 농단의 핵심인물로 지목되면서 징역 4년 및 6000만원 벌금형이 선고됐으나 지난해 사면 대상엔 포함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는 판단이 깔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안 전 수석 역시 국민의힘 공천을 받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고향이 대구로 TK(대구·경북)서의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국민의힘서 대구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물갈이돼야 한다는 주장은 여러 차례 제기됐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 현역의원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가득한 상황이다. 

김기현 대표가 “검사 공천은 없을 것이고, 물갈이는 괴담”이라고 언급했지만, 당내에서는 여전히 공천을 두고 신경전이 날카로운 게 사실이다. 안 전 수석 출마 시 고향인 TK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게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역 지지층
기반 다지기

최 전 장관은 친박 세력을 묶는 핵심 축이다. 서청원 전 의원보다 친박계 입문이 훨씬 빨랐던 원조 격 친박 인사로 ‘박근혜의 남자’로도 불린다. 

2005년 초부터 친박에 몸담아왔고, 그 역시 경제전문가로 박 전 대통령의 과외교사를 자처하고 나선 바 있다. 본래 이회창 전 총리 밑에서 일하며 2004년, 고향인 경북 경산·청도서 한나라당 후보로 공천받아 당당하게 정계 입문에 성공했다. 


이후 2007년 대선 기간 당내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캠프서 상황실장을 맡으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2012년에는 박 전 대통령 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맡으며 대선 승리에 기여한 후로 줄곧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 어렵다는 보수 텃밭서 4선을 지냈고, 박근혜정부에서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역임했다. 

20대 총선서도 ‘진박(진짜 친박) 감별사’로 활동하며 권력의 정점에 있음을 과시했다. 대구와 경북을 순회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고, 진박을 영남서 당선시켰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러나 이때부터 공천 파동과 친박의 득세가 역풍을 맞으면서 서서히 몰락이 시작됐다. 사실상 2인자로 불렸던 최 전 장관은 특활비 수수 의혹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그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으로 있으면서 예산 편성을 좌우하는 위치에 있었다. 

국정원 예산을 챙겨주는 대가로 특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당시는 야권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문제 삼아 예산 배정 문제를 띄우던 시기였다. 결국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옥살이하던 중 지난해 연말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그런 그에게 최근 출마설이 제기됐다. 유력 지역구는 고향인 경북 경산이다.

보수 조직 분열 본격 다가올 수도
박 전 대통령 움직이면 세력 커져

이미 해당 지역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인 만큼 자연스레 공천권을 받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해당 지역구는 윤두현 의원이 자리 잡고 있는데, 당내 경쟁자로는 한무경 의원(비례)이 거론된다. 

전 장관 역시 공천권 보장이 어려울 수도 있으나 박 전 대통령의 신뢰를 두텁게 받아온 인물인 만큼 박근혜정부 전 고위직 관계자들도 친박이 다시 뭉칠 수 있는 계기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사상을 염두에 두고 이들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며 공천 가능성에 대해선 “정치는 생물로 공천을 주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불만과 긴장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친박, 진박, 탈박(탈 박근혜) 등 다른 계파 인사들도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에 대거 참전할 수 있다는 말들도 있다. 제3지대 열풍이 부는 마당서 계파의 출현은 국민의힘에게 악재일 수밖에 없다. 

열풍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총선서 공공의 적은 늘 ‘여당’이었다. 이미 당내 공천의 방향성을 두고 일부 구성원들로부터 벌써부터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친박까지 참전하게 된다면 당내 혼란은 불보듯 뻔해진다. 박 전 대통령도 정치적 행보를 하나둘 이어나가고 있다. 특정 인사를 응원하거나 메시지를 던질 경우, 그에 따른 파급력을 무시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보수의 분열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앞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서 김 대표는 절반을 겨우 넘기는 지지율로 당선됐다. 다시 말해 절반이 김 대표를 지지했지만, 절반에 가까운 이들은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소리다. 

또 세 인물이 노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구는 모두 TK다. 수도권 등 여타 지역에서는 이들이 나와도 힘을 쓰기 어렵지만, TK는 사정이 다르다. 무소속이라도 인지도 높은 보수 정치인이면 훨씬 유리해지는 구도다. 

세 인물이 중심이 돼 신당을 창당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보수세력의 분열을 낳을 수 있기 떄문이다. 그러나 이런 점을 계산해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악재가 생길 수 있다. 여전한 ‘탄핵의 강’을 건널 수 있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또 다음 총선에 세 인물이 나서는 경우 ‘경제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 행보를 두고 역대 보수정권은 이렇지 않았다는 평가가 보수권 내에서도 나오는 탓이다. 

신당 창당
가능성도

한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당원이 아니라 개개인이 내는 메시지를 차단할 수는 없다. 아직까지 지도부 차원서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우리 당과 연결지어 이야기하는 건 앞서 나가는 것 같다. 정확히 어떤 계획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켜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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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