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갈등’ 국정원 파벌 막전막후

막 휘두른 ‘원장님 오른팔’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정원에 피바람이 불고 있다. 전례 없는 ‘인사 전횡’으로 내부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즉각 진상조사에 나섰고 김규현 국정원장이 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김 원장의 ‘오른팔’이 이번 갈등의 중심에 서면서 국정원의 어수선함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1급 간부 7명에 대한 보직 인사를 취소하고 직무 대기발령을 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특정 간부가 인사에 부적절하게 관여한 사실을 보고받은 뒤 조처한 일이기에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치권과 국정원 안팎서 대통령 재가를 거친 정보당국의 간부급 인사가 번복된 것은 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보고 있다.

최측근이…
실세의 난?

국정원은 이달 초, 전 국·처장인 1급 간부 7명에 관해 새 보직 인사를 공지했다가 돌연 발령을 취소했다. 김규현 국정원장의 ‘오른팔’로 알려진 A씨는 지난해 9월 1급, 같은 해 11월 2·3급 간부 100여명의 인사 때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A씨에 관한 투서가 인사 번복의 배경이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투서를 받은 적이 없다”며 “투서를 받아 인사를 하거나 인사를 안 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언급된 윤석열정부 국정원의 인사 파동은 처음이 아니다. 1차 인사 파동은 윤정부 출범 4개월 만인 지난해 9월 1급 간부 27명이 퇴직한 것이다. 이전 정권인 문재인정부의 인적 청산과 연계된 퇴직이었다. 이어 10월에는 조상준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임명 4개월 만에 돌연 사퇴하면서 내부 갈등설이 제기됐다.


2차 파동은 12월 2·3급 간부 130여명이 직무서 배제되거나 한직으로 발령을 받은 것을 가리킨다.

최근 불거진 3차 파동은 1차 파동에 따른 1급 보직인사 건이다. 이 여파는 해외 정보 파트까지 번졌고 미국, 일본 같은 주요 국가의 거점장들까지 소환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파동의 중심에 선 A씨는 김 원장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윤정부가 들어선 이후 3급에서 2급으로 승진하면서 요직을 꿰차기도 했다. A씨는 1차 파동 때 조 전 실장과도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자신뿐 아니라 주변 인물을 주요 직에 발탁하고 승진시키려 하면서 배제된 인사들과 다툼이 있었다는 게 골자다.

A씨는 김 원장의 최측근이기 전 방첩센터장을 역임했다. 그는 외무고시를 패스한 정통 외교관 출신인 김 원장의 선택을 받아 ‘국정원 정상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국정원장의 직속기관인 방첩센터는 본래 대공수사를 담당하는 2차장 산하에 둔다. 그러나 김 원장은 국정원장 직할 부서로 만들어 주도권을 가져가려 했다. 실제 방첩센터는 지난해 말부터 창원·진주·전주·제주 민주노총 간첩 사건을 주도해 성과를 올려왔다.

‘윤 사단’ 조상준 밀어낸 A씨 그림자 지목
‘나만의 리그’ 갈등…전례 없는 인사 번복

국정원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 파동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원장이 A씨에게만 의지했다거나 A씨가 공작을 주도하면서 우파 중용을 막으려 했다는 등의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정원 관계자는 “문재인정부 때 적폐청산 TF서 활동하던 인물이 인사기획관이 됐다. 그가 A씨의 공작에 동참하고 있다는 말도 존재한다”며 “최근 언론서 언급된 투서로 대통령실이 진상조사에 나섰다는 건 가능성이 크지 않다. 현 단계에선 쌓인 불만들이 표면화된 건 사실이라고만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A씨 외에도 B씨도 요주의 인물로 언급되고 있다. 2018년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세 번째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능라도 경기장서 평양시민에게 연설했다. 초유의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여러 부처가 연설문 작성에 관여했는데, 국정원 버전 연설문을 쓰는 데 B씨가 참여했다고 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A씨와 친분이 있는 B씨가 윤석열정부 들어서도 주요 보고서에 접근할 수 있는 보직에 보임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B씨 외에 내부 감찰을 맡고 있는 C씨의 상황도 비슷하다. 박근혜정부 청와대에 파견갔던 C씨는 국정원장을 ‘패싱’하고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에게 직보했다는 의혹으로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청문회서도 거론됐던 인물이다.

김 원장은 대북 강경파인 매파로 손꼽힌다. 국정원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정체성 교육’을 도입한 만큼 선명성을 강조한다. 국정원 직원이라면 하루 8시간씩 3일간 모두 24시간의 이념교육을 수료해야 한다.

터질 게
터졌다

특히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신원검증센터를 신설해 국정원 외부 공직자의 정체성까지 들여다보려 했다. 이를 반대했던 게 조 전 실장이다. 정체성과 선명성을 강조한 김 원장은 문제가 있는 인물일지라도 국가관이 투철하다면 중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조 전 실장은 그렇지 않았다.

<일요시사>와 만난 한 국정원 관계자는 “김 원장과 논의가 끝나지 않은 조 전 실장 중심의 인사가 윤 대통령에게 보고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의 선택을 받지 못한 조 전 실장이 아웃된 이유”라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취임 초부터 과거 정부 흔적을 지우기 위해 ‘인사 물갈이’에 들어갔다. 지난해 6월 1급 보직국장 27명 전원을 대기발령한 데 이어, 같은 해 말 2·3급 간부 인사를 통해 100여명을 또다시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번 1급 간부 인사 후에도 추가로 100여명을 직무 배제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과감한 인적 청산에 반대 의견을 내놓았던 인물은 또 있다. 해외 파트를 총괄하는 권춘택 1차장이다. 권 차장은 속도감이 없더라도 외부가 아닌 내부 인사를 중심으로 조직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권 차장은 국가안전기획부 시절인 1986년 공채로 들어와 30여년간 국정원에 몸담았다. 박근혜정부 당시 2013년 미 워싱턴DC 주미 대사관서 정무2공사로 근무하며 미 중앙정보국(CIA)과의 협력을 담당했다. 김 원장이 임명되기 전 윤정부 국정원장에 물망이 오르기도 했다.

국정원 출신 한 관계자는 “A씨가 권 차장까지 몰아내려 했다는 소식이 파다하다. 다행이게도 대통령실이 제대로 된 상황 파악에 나섰고 A씨는 면직 처리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김 원장에게 프랑스·베트남 순방 직전 “조직·인사서 손을 떼고 기다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더십 제로
안정화 실패

정치권에서는 최근 국정원의 인사 파동과 관련해 정보기관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정보위 출신의 한 의원은 “이례적 갈등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갈등이 표면화된 건 처음”이라며 “김 원장의 책임이 없다고 하더라도 조직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의 내부 갈등은 과거 정부 때도 있었다. 박지원 국정원장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노은채 전 실장도 기조실장을 역임했을 당시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파벌싸움’이란 국정원의 오래된 적폐가 곪을 대로 곪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박지원 전 원장은 “(당시)인사 전횡은 없었다”며 “있었으면 파동이 났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이번 인사 파동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지면서 대통령실 내부서조차 김 원장이 책임지고 자리서 물러나야 한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면직된 A씨를 제외하고 대기 발령됐던 2·3급 간부들은 김 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신뢰를 얻어온 김 원장이 직을 유지할 수 있지만 조직 안정화에 실패했다고 본다”며 “여러 책임이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리더십이 제로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서도 김 원장의 책임을 물어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국정원 인사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가 김 원장의 거취 문제로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국정원 간부 일부가 대통령실에 문제를 제기했고 공직기강비서관이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역대급 태풍’이 불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직기강실 바삐 움직여”
대통령실서 진상조사 착수

일각에선 김 원장 후임 후보군의 이름도 언급되고 있다. 정보당국 출신 관계자는 “김 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뢰가 바닥나지 않았겠냐”며 “검찰 출신이 새롭게 자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사안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 새로운 국정원장 인선 움직임은 없다”면서도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바쁘다. 진상조사 때문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우선 대통령실은 지난 16일 “일단 진상조사를 통한 실체 파악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정보기관 내 특정 인사의 인사 전횡 의혹이 외부로 드러난 만큼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그 내용부터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부터 해외에 있는 만큼 국정원장 교체 문제 등을 검토하기엔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국정원 내부의 인사 잡음에 대한 문제가 지난해부터 수차례 제기됐던 만큼 이번 조사 결과에 A씨의 전횡 의혹 등의 문제가 분명히 밝혀질 경우 김 원장 교체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거듭된 인사 파동과 관련해 김 원장의 책임도 가볍지 않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김 원장에 대한 문책으로 이어질지 신중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김 원장을 향한 윤 대통령의 신임이 작지 않다”며 “A씨 등에 대한 징계나 문책 수준으로 일단락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간첩단 수사 등 정부 출범 뒤 국정원의 공도 적지 않은 만큼 김 원장을 내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김규현
사퇴하나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김 원장을 교체할 생각이었다면 A씨의 인사 전횡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을 찾아온 김 원장을 만났을 때 교체 메시지를 전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때 윤 대통령이 “불신임하려는 건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건 문제를 해결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는 경고에 무게를 뒀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순방서 돌아온 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 김 원장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어디까지 물어야 할지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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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