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 여행 ③부산 금정산성

가까이 두고 걷기 좋은 길

부산에 자리한 금정산은 금정구 금성동·구서동·남산동·청룡동·부곡동, 동래구 온천동, 북구 화명동·만덕동에 걸쳐 있다. 공식 안내 지도서 27개 지정 등산로를 소개하지만, 주민들이 찾는 샛길을 포함하면 무려 100여개 진입로가 있다고 한다. 그만큼 일상과 가까이, 언제든 가볍게 오르기 좋은 산이다.

금정산성(사적)은 금정산 꼭대기서 동남·서남쪽 능선과 계곡을 따라 축성했다. 금정산성 입구에 ‘18845M’ 포토 존이 있는데, 산성 둘레 1만8845m를 뜻한다. 국내 산성 중 가장 큰 규모다. 둘레가 너무 길어 수비군이 부족했을 정도다. 동래부사 한배하는 1707년 금정산성을 남과 북으로 나누는 중성을 쌓고, 장대와 군기고 등을 정비하기도 했다. 4망루에 오르면 중성의 흔적이 선명하다.

가장 큰 규모

상고시대부터 대한제국 말기까지 모든 제도와 문물을 기록한 <증보문헌비고>에 따르면, 금정산성은 숙종 때인 1701~1703년에 쌓았다. 그러나 현종 때인 1667년 통제사가 금정산성 보수를 건의했다는 기록도 발견돼, 그 이전부터 어떤 형태로든 존재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고종 때 제작한 ‘금정산성진지도’에는 동서남북에 성문이 있고 본성과 중성에 망루 12곳을 갖춘 모습이다. 지금도 금정산성에 오르면 낙동강 하구와 동래 일대가 시원스레 눈에 들어온다. 오랫동안 요충지로 쓰인 까닭을 단박에 알 수 있는 풍경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금정산에 오르는 길이 워낙 많다 보니 금정산성을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다. 현지 해설사가 추천하는 가장 매력적인 코스는 동문서 출발해 3망루와 4망루로 이어지는 길이다. 넉넉잡아 1시간3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는데, 완만한 숲길서 가파른 암벽까지 다채롭게 어우러져 걷는 맛이 빼어나다.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빽빽한 나무 덕분에 초여름의 상쾌함을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금정산성 동쪽 고갯마루를 지키는 동문은 해발 415m에 자리한다. 꽤 높게 느껴지지만, 203번 버스를 이용하면 정류장서 도보 5~10분 거리다. 금정산성 축조와 함께 설치한 동문은 일제강점기에 허물어져 일부만 남은 것을 1972년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했다.

진입로가 성문보다 낮아 웅장한 기세를 자랑하고, 구불구불한 지형을 이용해 앞쪽서 성문이 잘 보이지 않도록 방어력을 높인 점도 흥미롭다. 30~40분 걸으면 3망루를 가리키는 표지판을 만난다. 나비바위와 부채바위 사이에 있는 3망루는 해발 550m 암벽에 절묘하게 얹혀 눈길을 사로잡는다.

목적지인 4망루까지 오르는 길은 다소 가파르다. 단번에 힘을 쏟기보다 가끔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기 바란다. 경사에 비례하는 아름다운 풍경이 고개를 돌릴 때마다 펼쳐지기 때문. 해발 620m 주 능선에 있는 4망루는 외성과 중성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북쪽으로 의상봉이, 서쪽으로 낙동강이, 동쪽으로 금정구 일대 아파트가 즐비해 다양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걷기에 자신 있는 이는 여기서 1.5㎞ 떨어진 북문으로 향하자. 4개 성문 중 가장 투박하지만 담백한 건축미가 돋보인다. 북문서 900m 더 가면 금정산 주봉인 고당봉이 기다린다.

금정산성을 조금 편하게 오르는 방법도 있다. 금강공원서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것. 1966년에 개통한 케이블카는 해발 540m 금정산 등성이까지 왕복 운행한다. 남문 근처에 조성 예정이던 종합 위락 단지 수송편으로 설치했다가 1972년부터 민간서 운영한다.

당시 국내 최장 1260m로, 오가는 내내 금정산의 짙푸른 숲과 부산 시가지 전망이 눈에 담긴다. 최근에는 이곳 케이블카 특유의 레트로한 매력에 빠진 젊은 이용객도 늘고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15분 남짓이면 상부정류장에 도착한다. 여기서 1.5㎞ 거리에 남문이 있다. 대부분 완만한 흙길이라 아이들과 걷기도 적당하다. 남문은 동제봉과 상계봉을 잇는 능선 사이 잘록한 고개에 세웠다. 건축 양식은 북문처럼 단순하고 소박하다. 산성고개와 도로로 연결되고, 만덕동과 덕천동 등 인근 마을서 이어지는 등산로도 많아 접근성이 가장 뛰어나다.

서문은 성문 가운데 유일하게 계곡에 만들었다. 낙동강서 대천천을 따라 금정산성마을로 들어서는 입구가 서문 위치다. 해발고도는 가장 낮지만, 왜적의 진입로로 쓰일 확률이 높아 중요성이 가장 컸던 곳이다. 방어에 유리하도록 계곡을 활용한 것도 그 때문이다.

금정산성의 서문은 4개의 관문 중 유일하게 
계곡 바로 옆에 만들어져 있는 게 가장 큰 특징

서문 왼쪽은 지형이 험준해 등산로도 없는 석문 능선이고, 오른쪽은 사람의 발길이 거의 미치지 않는 파류봉(파리봉)과 연결돼 천연 요새 역할을 했다. 건축양식 또한 견고하고 화려해 가장 아름다운 성문으로 평가받는다.

등산 애호가라면 단연 최고봉인 고당봉에 자리한 금샘에 올라야 한다. <세종실록지리지>와 <동국여지승람>에 “금정산 정상 돌 위에 항상 마르지 않는 샘이 있는데 물빛이 황금색으로 빛난다”는 기록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 황금빛 물고기가 하늘에서 내려와 이 샘에서 놀다 갔다고 한다.

이름과 달리 금샘은 물이 솟는 게 아니라 빗물이 고인 것인데, 깊이 50㎝가 넘는다. 안개의 영향으로 웬만해선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금정산이란 이름도 이 샘에서 유래했다. 주변에 안전장치가 없으니 사진 찍을 때 주의가 필요하다.

금정산 자락 해발 400m 분지에 모여 앉은 금정산성마을은 금정산성에 오르지 않더라도 일부러 찾아갈 정도로 부산 사람들에게 인기다. 한여름에도 시원한 공기를 즐길 수 있고, 흑염소불고기와 오리불고기 등 먹거리가 다양하다. 금정산성을 거닐고 마시는 막걸리 한잔의 여유도 유혹적이다.

여기서 내는 금정산성막걸리는 우리나라 민속주 1호다. 500년 전 방식 그대로, 15대째 전통을 지키며 빚은 막걸리의 깊고 진한 구수함이 오래도록 남는다.

금정산 동쪽 기슭에 자리한 범어사도 빼놓을 수 없다. 부산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조선 중기 목조건물의 섬세함이 오롯이 드러난 대웅전(보물), 전형적인 통일신라 후기 석탑 양식을 보여주는 삼층석탑(보물)이 눈에 띈다.

돌기둥 넷에 화려한 지붕을 얹은 조계문(보물), 독성전(부산유형문화재) 아치형 입구 양쪽에 숨은 남녀상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초여름에는 범어사 입구 계곡과 등나무 군락(천연기념물)이 시원한 휴식처다.

피로 회복의 제격

걷기의 피로를 풀기에 온천만한 곳이 없다. 금정산성과 인접한 동래온천은 신라 시대부터 이름을 알렸고, 일제강점기에 본격적으로 개발돼 호황을 누렸다. 지금도 온천욕장을 갖춘 관광호텔이 다수 운영 중이며,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노천족욕탕도 있다. 노천족욕탕 뒤쪽에 조선 숙종 때 탕을 만들었다는 기록을 담은 온정개건비(부산기념물)가 남아 역사적 의미를 더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역금정산성(동문-4망루)→금정산성마을→동래온천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금정산성(동문-4망루)→금정산성마을→동래온천
-둘째 날: 금강공원(케이블카)→금정산성(남문-동문)→범어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비짓부산 www.visitbusan.net
-금정구 문화관광 www.geum jeong.go.kr/tour
-금강공원(부산시설공단) www.bisco.or.kr/geumgangpark
-금정산성마을 https://sanseong.invil.org
-범어사 www.beomeo.kr

문의 전화
-동래 문화관광 www.dongnae.go.kr/tour/index.dongnae
-부산역관광안내소 051)441-6565
-부산관광안내소 051)502-7399
-금정구청 문화관광과 051)519-4061
-금강공원 051)860-7880
-범어사 051)508-3122
-동래온천(동래구문화시설사업소) 051)550-6601~4

대중교통
[버스] 서울-부산,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30~60분 간격(06: 00~다음 날 02:00) 운행, 약 4시간 소요. 부산종합버스터미널서 부산도시철도 1호선 노포역까지 도보 약 120m 이동, 온천장역 하차, 5번 출구서 온천장역 정류장까지 도보 약 240m 이동, 203번 버스 환승, 동문 정류장 하차, 금정산성 동문까지 도보 약 310m.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부산교통공사 1544-5005, www.humetro.busan.kr
[기차] 서울역-부산역, KTX 수시(05:13~22:48)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부산역서 부산도시철도 1호선 부산역까지 도보 약 320m 이동, 온천장역 하차, 5번 출구서 온천장역 정류장까지 도보 약 240m 이동, 203번 버스 환승, 동문 정류장 하차, 금정산성 동문까지 도보 약 31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1788, www.letskorail.com 부산교통공사 1544-5005, www.humetro.busan.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신갈 JC서 원주 방면→호법 JC서 원주 방면→여주 JC서 충주 방면→김천 JC서 대구·구미 방면→금호 JC서 부산·안동·칠곡 방면→도동 JC서 부산 방면→동대구 JC서 서부산·밀양 방면→김해부산톨게이트→대감 JC서 부산 방면→대동톨게이트→대저 JC서 만덕 방면→덕천 IC서 양산·화명생태공원 방면→산성터널·금곡대로 방면→화명대로 방면→금정산성 방면→금정산성


숙박 정보
-녹천온천호텔: 동래구 금강공원로26번길, 051)553-1005, www.nokcheonhotel.com
-호텔프렌치코드: 금정구 중앙대로1805번길, 051)515-8143
-오름레지던스호텔: 동구 중앙대로180번길, 051)936-1123, http://orumhotel.com

식당 정보
-포구나무집(염소숯불구이·오리불고기): 금정구 산성로, 051)517-5815
-금성 금정산성본점(흑염소코스요리·오리석쇠불고기): 금정구 산성로, 051)517-4848
-헤이든신씨어(커피·소금빵): 금정구 산성로, 051)515-4360, www.instagram.com/hayden__sincere

주변 볼거리
회동수원지, 동래읍성지, 전포카페거리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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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