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법’ 윤석열정부 반대하는 내막

“나라에 도움 안 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가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반대하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사실상 생존자와 유가족들을 돕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는 평가다. 정부 부처가 제출한 ‘반대’ 의견은 법 통과 논의 과정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특별법 통과가 무산된다면 검찰이 윗선을 제대로 겨누지 못했던 것처럼 추가 조사는 어려울 전망이다.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태원 특별법)은 지난 4월20일에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야당 국회의원 183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으나 국민의힘의 반대가 극심하다. 정부도 여당의 행보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별법 반대 의견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법 통과 무산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억지 주장
전부 한통속

행안부는 지난달 1일부터 12일까지 이태원 특별법과 관련이 있는 정부 부처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국회에 발의된 특별법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것이었다. 5개 부처(행안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인사혁신처, 감사원)가 의견을 냈다. 모두 이태원 특별법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행안부가 취합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한 이 의견들은 이태원 특별법 관련 논의에 반영될 수 있다.

행안부는 이태원 특별법 발의안의 핵심 내용인 특조위 설치, 피해구제심의위원회와 희생자추모위원회 설치에 모두 반대했다. 국회에 낸 의견 자료서 행안부는 “특조위의 진상규명 기능은 현행 경찰 특별수사본부, 검찰,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등과 기능이 중복된다. 별도 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기능의 중복과 비효율 등을 고려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피해구제심의위원회와 추모위원회 설치에 대해서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행안부 소속 ‘이태원 참사 피해자 지원단’ 등을 통해 이미 역할을 수행 중이다. 기능의 중복과 비효율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노동부는 발의안 내용 중 ‘피해자 치유 휴직 관련 정부 지원’ 조항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치유 휴직의 실시 여부는 ‘노사가 알아서 정할 일’이기 때문에 정부가 관여하거나 지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발의안 66조와 67조에는 ‘참사 피해자는 신체적·정신적 후유증 치료를 위한 치유 휴직을 신청할 수 있고, 사업주는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사업주의 고용유지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국가가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노동부는 국회에 낸 자료서 “치유 휴직은 노사간 원만한 협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이로 인한 노사간 고용불안에 대한 (국가 차원의)지원 실익이나 지원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치유 휴직 시 고용유지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감사원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며 ‘감사원 감사 요구’ 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봤다. 특별법 발의안 34조에는 ‘이태원 참사 특조위가 조사 과정서 공무원의 비위 등을 적발했을 때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할 수 있고, 감사원은 3개월 내 감사 결과를 특조위에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행안·복지·노동·인사혁신처·감사원
5개 부처 공통 의견…통과 무산 계획도?

감사원은 국회에 낸 의견 자료서 “감사원의 감사 권한은 헌법이 부여한 고유 권한이다. 감사원에는 일체의 감사 운영을 독자적·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 해당 조항은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이미 국회법에 따라 국회가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면 특조위가 국회에 보고하면 된다. 별도의 감사 요구 조항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사혁신처는 ‘특조위에 대한 국가기관의 공무원 파견 의무’ 조항에 반대 의견을 냈다. 특별법 발의안 24조 ‘특조위 위원장은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국가기관 등에 소속 공무원이나 직원의 파견근무 및 이에 필요한 지원을 요청할 수 있고, 파견 요청을 받은 국가기관 등의 장은 업무 수행에 중대한 장애가 있음을 소명하지 않는 한 30일 이내에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에 태클을 걸었다.

인사혁신처는 “파견은 기관 간 상호 동의를 전제로 운영돼야 한다. 일방의 파견 요청에 따라야 한다는 것은 기관 고유의 인사 권한 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특조위의 파견 요청에 국가기관 등이 협조해야 한다’는 의무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고 했다.

특별법 발의 과정에 참여했던 변호사들은 이 같은 정부 부처의 반대 의견에 동의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관계자는 “이미 국정조사 결과 책임 규명을 위해 독립적인 조사기구 설치가 필요하다고 결론 났다. 행안부가 재난통신망 기록을 없애면서 진상규명에 필요한 일부 과정이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해당 시민단체 소속 다른 변호사도 “감사원 요구 중 ‘국회가 감사를 요청할 수 있고 특조위가 국회에 보고하면 된다’며 반대했는데 국회가 감사를 요청하기 전, 정치적 여야 대립으로 불가능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감사원 독립성 침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 수월하게 감사를 진행할 수 있는 길을 정부가 틀어막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대 근거가…
“황당·무책임”

특별법 외에도 비슷한 양상의 참사 재발방지대책으로 발의된 법안 중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한 법안은 단 한 건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직후부터 비슷한 사고를 막고 각종 재난 관리 체계 및 교육 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은 약 50건이 발의됐다.

특히 재난 관리의 근간이 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을 강화하는 개정안은 33건이 발의됐다. 핼러윈 축제처럼 명확한 주최·주관자가 없다면 개최지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게 법안의 핵심 내용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난안전법 개정안에는 대규모 인원 밀집이 예상될 때 지자체장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사전에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행안부 장관이 안전관리계획의 이행 실태를 지도·점검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난안전법 개정안에는 심리상담 지원 대상으로 재난 피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긴급구조활동과 응급대책 등에 참여한 자원봉사자 등도 포함되는 내용이 담겼다.

다중운집 시 정부가 이동통신사 데이터 등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은 지난 4월27일 본회의 문턱을 겨우 넘었다. 여야는 이 법안이 통과한 날과 참사 6개월을 맞은 날, 관련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참사 초기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나서겠다고 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나머지 법안들은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이를 두고 그동안 여야가 이태원 참사 책임 공방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 및 탄핵소추, 특별법 제정 등을 놓고 공방만 벌이면서 법안 통과가 늦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한 법적 책임이 확정됐을 때 통과가 이뤄져야 한다는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전에 법이 통과돼 박 청장이 무죄를 받으면 솜방망이 처벌도 하지 못할 우려가 나왔었다”고 말했다.

진상 규명,
재난 정쟁화?

특별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쟁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재난의 정쟁화’라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 특별법과 관련해 “특조위원 추천의 구성이 지나치게 편파적”이라며 “추천위원 9명 중 유가족과 야당이 6명을 추천하게 돼있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내년 총선 때까지 쟁점화해 정치적 이득을 얻어보겠다는 총선 전략 특별법”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이달 중으로 법안 통과를 밀어붙일 계획이다. 지난달 19일, 박광온 원내대표는 국회서 열린 유가족 간담회서 “특별법 논의가 시급하게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독립적 조사기구를 설치해 명명백백하게 그날의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특별법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민주당 간사 김교흥 의원은 비공개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 합의로 통과돼야 특별법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6월 내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송진영 유가족협의회 대표직무대행은 “양곡관리법이나 간호법처럼 정쟁의 대상이라는 이유로 (특별법에)거부권이 행사될 수 있어 여야 합의로 통과되기를 원한다”며 “여당 설득을 통해 정쟁이 아닌 합의에 의한 법안 처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대표직무대행도 “국민의힘도 법안에 동참할 수 있도록 계속 호소할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민주당은 상임위 논의가 지지부진해 처리가 늦어질 경우 단독 강행 처리도 고민하고 있다. 오는 29일이 지나면 행안위원장 자리를 민주당이 가져올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상황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 의원이 맡게 되면 야당 단독 상임위 통과, 본회의 직회부로 법안을 넘기는 게 가능해진다.

발의 한 달 넘었는데 제자리
야 “6월 처리” 여 “반대”

특별법 통과에 먹구름이 끼면서 윗선에 대한 책임론도 사그라들고 있다. 이 장관과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 외에도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이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참사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을 거부하면서 대부분 사법 절차를 밟고 있다.

이 장관은 야권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다 지난 2월 국회 본회의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됐다. 직무가 정지된 상태서 현직을 유지하며 탄핵심판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윤 청장은 지난 1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서 무혐의 처분을 받고, 법적 책임이 없다는 명분으로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김 청장은 특수본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송치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박 구청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태지만 사직하지 않고 있다. 법원서 법적 책임이 있는지 끝까지 다퉈보겠다는 것이다. 박 구청장이 지난 2월 말까지 사직하지 않으면서 지방자치단체장의 재보궐선거서 새 구청장을 뽑을 수도 없었다.

한편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 농성에 돌입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지난 7일 오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법이) 숙려기간을 한참 지난 오늘까지도 관련 소관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 안건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며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농성 돌입을 밝혔다.

이날 유족들은 “특별조사기구의 조사를 통해 참사의 진실을 마주하게 해달라는 유가족들의 요구를 왜 정쟁으로 간주하는지 묻고 싶다”며 “진상규명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정부의 책무고,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피해자의 정당한 요구이자 권리”라고 호소했다.

책임지지
않는 윗선

특히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미 국정조사가 진행됐고, 책임자들에 대한 공판이 진행 중이니 특별법이 필요하지 않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참사의 책임자들은 국정조사에서도, 공판서도 책임을 부인하고 기록을 자의적으로 삭제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립적인 진상조사기구를 통해서만 진실을 규명할 수 있고, 진실이 규명돼야만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특별법 제정 촉구의 취지를 밝혔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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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