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7명 “집회 소음으로 일상에 심각한 피해”

민폐 소음 시위 막을 대책 마련 시급
‘편법’ 집시법, 정치권서 개정 속도내야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집회 주최 측이 주변의 이목을 끌기 위해 발생시키는 무분별한 시위 소음으로 일반 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해외 국가 사례를 참고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집회 소음의 평균값을 단속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을 낸 후 일정 시간 소리를 줄여 평균값을 낮추는 식의 집회 주최 측 편법에는 속수무책이다. 더욱이 인신공격성 비방 및 욕설 등 소음의 내용과 지속 시간 등은 사실상 규제조차 없다.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집회 소음으로 일상생활이 침해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반면 일본과 미국 등 해외에서는 소음 규정을 한 차례만 어겨도 곧바로 규제 대상이 되거나, 형법에 시위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소음 관련 처벌 규정을 마련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갖추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집회 시위에 관한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온 영국 등도 최근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며 “해외 사례를 참고해 일반 시민들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적절한 규제 도입을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

미국, 소음 규제 반복 위반 시 현장 체포…일본, 85데시벨 넘기면 즉시 제재


미국 뉴욕시는 집회 신고를 했더라도 확성기를 사용하려면 경찰과 관할 지자체로부터 1일 단위의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여러 날에 걸쳐 시위가 이뤄질 경우 집회 신고는 최초 1회만 해도 가능한 반면, 확성기 사용에 필요한 소음 허가(Sound Permit)는 매일 새롭게 갱신해야 한다.

뉴욕 경찰 당국은 소음 허가 신청 시, 일 45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해 무분별한 확성기 사용을 막는다. 또 전날 시위 소음과 인근 주민들의 불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음 날 소음 허가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만일 허가받지 않은 소음 기구를 사용하는 경우 해당 기구의 압수 또는 벌금 부과 등의 제재도 가해질 수 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와 같이 소음 관련 처벌 조항을 형법에 명기한 곳도 있다. 소음 유발행위를 구체적으로 구분하고 이를 어기면 벌금과 구류 등 형벌을 부과하는 식이다.

시위 주최 측, 이목 끌고자 자극적 소음 유발… 해외 주요국은 실효적 대책 시행 중
일본, 85데시벨 넘기면 즉시 제재… 미 워싱턴D.C., 소음 규제 3회 위반 시 체포

워싱턴D.C.에서는 ‘소음규제법(District of Columbia Noise Control Act)’에 의해 상업 지역 기준 주간 65데시벨(dB), 야간 60데시벨을 넘는 소음을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 만약 위반 행위가 계속되면 시위자는 현장서 체포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은 대부분 지자체가 시위 현장으로부터 10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85데시벨을 초과하는 소음을 ‘폭력적 소음’을 의미하는 ‘폭(暴)소음’으로 규정해 원천 금지하고, 이를 1회만 어겨도 경찰이 즉시 규제에 나선다. 위반 상태가 지속되면 강제 퇴거와 자택 구금 등 규제 강도가 더욱 높아진다.

또 85데시벨 이하의 허용된 소음이라 하더라도 가나가와현 등 일부 지자체는 확성기를 사용하는 경우 1회 10분간 시위 소음 유발 뒤 반드시 15분간 확성기 사용을 중단해야 하는 등의 강제 규정 도입으로 인근 시민들의 기본권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고 있다.


시위 규제를 최소한으로 유지해오던 영국은 최근 ‘경찰, 범죄, 양형 및 법원에 관한 법률(PCSCA·Police, Crime, Sentencing and Courts Act 2022)’을 제정해 시위 소음 규제를 새로 도입했다. 시위 소음이 주변 기관의 활동에 심각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고, 인근 시민에 중대한 피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경찰이 개입할 수 있다.

위반 시, 징역형과 벌금형을 동시 부과할 수 있는 등 처벌 수위도 높다.

이밖에 ‘연방환경오염보호법’으로 시위 소음을 환경오염과 같은 선상에 놓고 구체적 허용 기준을 세분화한 독일과 신고 단계에서부터 인근 주민에 대한 소음 대책 제출을 의무화한 프랑스 등 해외 국가는 일찌감치 무분별한 시위 소음으로부터 일반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국내, 시위 무관한 일반 시민 기본권 침해 심각…집시법 개정 논의 ‘지지부진’

현행 집시법은 시위 참가자의 권리와 동등하게 보호받아야 할 일반 시민들의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집시법에 따르면 10분간 측정한 평균 소음이 65데시벨(주거지역 기준)을 넘거나, 최고소음 기준인 85데시벨을 1시간 동안 세 차례 이상 넘기면 규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 시위 현장 인근 소음 피해 우려 시 경찰 개입 가능하도록 지난해 법 개정
국내, 시위 무관한 일반 시민 기본권 침해 심각…법 규정 악용해 단속 무력화

하지만 시위 참가자들은 5분간 큰 소음을 낸 후 나머지 5분 동안 소리를 줄여 평균값을 낮추거나, 1시간에 두 번만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을 내는 등의 꼼수로 제재를 피하면서 집시법 규정을 사실상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음의 지속 시간, 반복적 재생, 내용 등에 대한 집시법 상 규제는 전무하다.

집시법이 시위자들의 소음을 제재하는 데 한계를 보이면서 일반 시민들은 집회에 따른 소음으로 만만치 않은 피해를 입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경찰청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중 74.6%는 ‘집회 소음이 일상생활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시민들과 함께 기업들도 피해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서울시내 기업 사옥 인근은 시위 소음으로 인한 피해가 빈번한 대표적 현장이다. 여론에 민감한 기업을 상대로 모욕적이고 자극적 시위를 벌여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의도 때문이다.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인근서 개인 A씨가 벌이는 시위가 대표적이다. A씨는 자신이 일하던 판매 대리점 대표(기아 주식회사가 아닌 개인사업자)와의 불화 등으로 계약이 해지된 후 이와 무관한 기아 주식회사에 아무런 법적 근거 없는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10년째 소음을 동반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기업 사옥 부근 시위는 허위 비방과 욕설로 얼룩…협상 유리하게 이끌려는 목적
“불쾌감 유발하는 소음 유발은 폭력…해외 사례 참고해 현실적 규제 도입해야”

2022년경에는 출퇴근 시간을 비롯해 유동인구가 많은 시간에 고성능 스피커를 동원해 장송곡을 틀고, 인격 모독성 발언과 기업에 대한 비방을 일삼은 A씨에 대해 법원은 기업 측에 해고에 대한 책임이 없고, A씨의 표현 일부가 도를 넘어섰다며 제동을 걸기도 했다.

하지만 A씨는 법원서 지적한 일부 표현을 고치고 장송곡을 운동가요로 바꿨을 뿐, 이후에도 기업 직원과 인근 시민을 볼모로 한 막무가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위 소음에 따른 피해가 커지면서 시민들이 자구책을 강구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서초구 SPC 사옥 부근 노조 시위서 소음을 발생시키자 인근 주민들이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현수막을 내걸고 항의했고, 하이트진로 사옥 인근 주민들은 소음 시위 중단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21대 국회 들어 소음 규제를 강화하는 취지의 입법안이 모두 9건 발의됐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을 면치 못하는 등 정치권의 움직임은 더딘 상태다.

한 전문가는 “과거와 달리 인터넷 등 주장을 펼칠 수단이 다양해졌는데 장송곡, 운동가요 등을 반복해서 재생하는 것은 폭력일 뿐”이라며 “과도하고 반복적인 시위 소음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엄격히 제한할 수 있도록 집시법 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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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