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 여행 ②광주 남한산성

하늘과 산과 숲 사이로 난 요새

남한산성(사적)은 1624년(인조 2년) 축성을 시작해 1626년에 완공했다. 이괄의 난을 겪은 뒤 조선 왕실의 보장처(전쟁 시 임금과 조정이 대피하는 곳)로 지었다. 통일신라 주장성 터에 성돌을 쌓고, 여장(성 위에 낮게 쌓은 담) 1897타, 옹성 3곳, 우물 80개 등을 조성했다. 산봉우리를 중심으로 능선을 따라 쌓아, 방어에 유리한 요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1636년,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신한다. 병자호란이다.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보낸 시간은 소설과 영화로 만들어졌다. 2007년 작 <남한산성>은 <칼의 노래>와 <하얼빈> 등으로 알려진 소설가 김훈의 작품이다. 무심한 듯 덤덤히 써 내려간 글은 그날의 시린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남한산성>은 2017년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남한산성의 시간

웹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만든 황동혁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이병헌과 김윤석이 각각 이조판서 최명길과 예조판서 김상헌 역을 맡았다. 영화는 치욕을 견디는 것과 끝까지 항전하는 것, 그 어느 편에도 서지 않음으로 그날의 비통함을 전달한다. 영화와 소설을 읽고 방문하면 어렴풋하게나마 그날을 그려볼 수 있다.

남한산성은 201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동아시아에서 도시계획과 축성술이 교류한 증거로서 군사 유산이라는 점’ ‘지형을 이용한 축성술과 방어술의 시대별 층위가 결집한 초대형 포곡식 산성이라는 점’을 인정받았다. 포곡식(包谷式)은 글자 그대로 계곡을 감싼 성이다. 성이 골짜기를 끼고 있어, 물이 충분하니 장기전이 가능했다.

인조는 남한산성서 47일을 버티다 청나라에 항복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6월 남한산성은 그 겨울과 달리 푸르고 청명하다. 파란 하늘과 초록 산의 경계를 따라 산성이 지난다. 부속 시설을 포함한 성벽 둘레가 약 12.4㎞, 가파른 구간이 많지 않아 산책이나 가벼운 등산이 가능하다. 길가에서 오랜 나무의 신록을 마주하거나, 너른 그늘에서 쉬기도 적합하다.

남한산성은 보통 5개 탐방로를 기본으로 돌아본다. 1·2·4코스는 산성로터리, 3·5코스는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꼭 탐방로를 따를 까닭은 없다. 샛길이 많으니 체력에 맞춰 원하는 만큼 걸으면 된다. 가장 인기 있는 구간은 1코스다. 산성로터리서 출발해 북문-서문-수어장대-영춘정-남문을 지나 회귀한다.

약 3.8㎞로, 1시간20분쯤 걸린다. 북문(전승문)이 해체 보수공사(오는 10월까지 예정) 중이나, 북문을 보지 못하는 점 외에 큰 불편은 없다.

북문 쪽에서 산성을 따라 서문(우익문)까지 걷는 구간은 완만하다. 북서쪽 끝에는 옹성을 연주봉까지 연장했다. 연주봉 옹성 입구에서 서문까지는 전망이 일품이다. 잠실과 롯데월드타워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아래 성곽 바깥으로 서문전망대가 있으나, 산성 안쪽에서 보는 풍경이 더 매력적이다. 서문은 인조가 청나라에 항복하기 위해 삼전도로 향할 때 나선 문이다. 성문에 슬픈 역사가 깃든다.

수어장대(보물) 역시 남한산성의 대표적인 장소다. 군사 지휘와 관측 목적으로 지었으며, 남한산성 장대 5곳 중 유일하게 남았다. 인조 때 1층으로 지은 것을 영조 대에 이르러 2층으로 개축했으며, 안쪽에 무망루(無忘樓)라는 편액을 걸었다. 병자호란의 치욕을 잊지 말자는 의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성문에 깃든 슬픈 역사

수어장대-영춘정 구간은 여장 보수공사(2023년 6월 30일까지 예정)로 산성을 따라 걷지 못하지만, 성안 숲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어장대를 비롯해 남한산성 일대는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산성리 사람들이 금림조합을 결성해 지켜낸 덕이다.


남문(지화문)에 이르면 산성로터리로 돌아가도 되고, 동문까지 산성 길을 따라도 무방하다. 남문에서 동문 가는 길은 옹성 3곳이 이어지고, 암문이 많아 이전과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남문-동문 구간은 남한산성 탐방로 5코스의 끝자락이다. 5코스는 동서남북 성문을 두루 돌아볼 수 있는, 제일 긴 코스다.

약 7.7㎞로, 3시간20분 남짓 걸린다. 동문에서 장경사(경기문화재자료) 방면은 일부 구간 성곽이 허물어져 유의해야 한다.

3코스 역시 동문 중심인데, 승군이 머물던 주요 사찰을 포함한다. 장경사, 망월사, 현절사(경기유형문화재) 등 숲길을 지나는 구간이 우세하다. 그 가운데 장경사(長慶寺) 현판이 걸린 요사채가 유서 깊다. 한글 주련(기둥이나 벽 따위에 장식으로 써서 붙이는 말귀)이 눈에 띈다.

현절사는 병자호란 당시 항복에 반대한 삼학사(홍익한, 윤집, 오달제)와 김상헌, 정온 등을 배향한다. 가장 짧은 탐방로는 2코스다. 산성로터리서 서문과 수어장대를 오가는 2.8㎞ 거리로, 약 1시간이 걸린다. 산성 구간은 서문과 수어장대 정도지만, 그윽한 숲이 매혹한다.

남한산성까지 갔다면 남한산성 행궁(사적)을 빼놓을 수 없다. 행궁은 왕이 임시로 거처하는 도성 밖의 궁궐이다. 남한산성 행궁은 인조가 남한산성을 축성할 때 같이 세웠으며, 병자호란 당시 거처한 곳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것을 2002년과 2004년 재건했다.

왕이 집무한 외행전, 왕의 침실인 내행전 등을 갖춘 227칸 궁궐이다. 조선 시대 행궁 가운데 유일하게 종묘와 사직을 두고 있다. 한남루에 들어서면 외삼문 남북 행각을 사선으로 마주하는데, 시각적 긴장감이 행각을 웅장하게 연출한다. 좌승당 뒤편의 이위정은 활을 쏘기 위해 세운 정자로, 행궁서 한적한 시간을 보내기 좋다.

광주는 이천, 여주와 더불어 경기도를 대표하는 도예의 고장이다. 조선 시대 나라에서 운영하던 관요가 있어, 왕실용 도자기를 생산한 곳이기도 하다. 곤지암도자공원 내 경기도자박물관은 광주 도예의 역사를 확인하는 명소다. 상설전 〈도자기로 보는 우리 역사〉는 고려와 조선의 도자기, 생활 속의 백자 등을 전시한다.

곤지암도자공원은 박물관 외에 스페인조각공원, 전통가마, 구석기체험마당 등을 포함해 6월의 야외 쉼터로 적합하다. 도자쇼핑몰에서 도자기 쇼핑이 가능하다.

경안천습지생태공원은 광주8경 가운데 3경에 해당한다. 경안천 변에 자리하며, 팔당댐이 건설됨에 따라 일대 농지와 저지대 등이 습지로 변한 곳이다. 연밭길, 금개구리 서식지, 갈대·수생식물 군락 사이를 걸으며 수생 생태를 관찰할 수 있다.

경안천습지생태공원

공원과 경안천 사이로 난 벚꽃길도 시야가 트여 경쾌하고, 공원의 수생식물 군락지 사이로 난 단풍나무길은 호젓해서 다정하다. 봄가을이 아니어도 충만한 자연이다. 6월부터는 연밭길 덱 위에서 연꽃을 감상하는 게 또 다른 즐거움이다. 아직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광주에서는 알음알음 소문난 쉼터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역사 여행: 남한산성→남한산성 행궁→경기도자박물관, 풍경 여행: 남한산성→남한산성 행궁→경안천습지생태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남한산성→남한산성 행궁→경기도자박물관
-둘째 날: 영은미술관→경안천습지생태공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광주문화관광 www.gjcity.go.kr/tour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 www.gg.go.kr/namhansansung-2
-경기도자박물관(한국도자재단) www.ggcm.or.kr

문의 전화
-광주시청 체육관광과 031)760-1723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 031)8008-5155
-경기도자박물관 031)799-1500
-경안천생태습지공원(광주시청 도시공원팀) 031)762-1039

대중교통
[전철] 수도권전철 8호선 산성역 2번 출구, 산성역·포레스티아동문 정류장서 52번·9번·9-1번(휴일 운행) 버스 이용, 남한산성(종점) 정류장 하차.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셔틀버스] 3~11월 주말 남한산성면행정복지센터 주차장-남한산성도립공원 중앙주차장 무료 셔틀버스 운행(평일, 7~8월 제외).

*문의: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 031)8008-5155, www.gg.go.kr/namhansansung-2

자가운전
중부고속도로 경기광주톨게이트→해공로 팔당·하남 방면 우회전, 3.2㎞→남한산성로 성남 방면 좌회전, 7.3㎞→좌회전, 287m→남한산성도립공원 중앙주차장

숙박 정보
-곤지암리조트: 도척면 도척윗로, 1661-8787, www.konjiam resort.co.kr
-제이알랜드: 도척면 독고개길302번길, 031)797-3330, www.jrland.co.kr
-정온펜션(반려견 동반 가능): 퇴촌면 갈올길11번길, 010-2679-8199, www.jo-pension.co.kr

식당 정보
-시래마루(시래기가마솥밥): 곤지암읍 경충대로, 031)797-33 14
-두메산골집 (능이버섯백숙): 남한산성면 불당길37번길, 031)743-3155
-남한산성카페 류(마카다미아크림라테): 남한산성면 남한산성로, 031)747-4006

주변 볼거리
화담숲, 율봄식물원, 닻미술관, 풀짚공예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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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