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 여행 ②광주 남한산성

하늘과 산과 숲 사이로 난 요새

남한산성(사적)은 1624년(인조 2년) 축성을 시작해 1626년에 완공했다. 이괄의 난을 겪은 뒤 조선 왕실의 보장처(전쟁 시 임금과 조정이 대피하는 곳)로 지었다. 통일신라 주장성 터에 성돌을 쌓고, 여장(성 위에 낮게 쌓은 담) 1897타, 옹성 3곳, 우물 80개 등을 조성했다. 산봉우리를 중심으로 능선을 따라 쌓아, 방어에 유리한 요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1636년,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신한다. 병자호란이다.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보낸 시간은 소설과 영화로 만들어졌다. 2007년 작 <남한산성>은 <칼의 노래>와 <하얼빈> 등으로 알려진 소설가 김훈의 작품이다. 무심한 듯 덤덤히 써 내려간 글은 그날의 시린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남한산성>은 2017년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남한산성의 시간

웹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만든 황동혁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이병헌과 김윤석이 각각 이조판서 최명길과 예조판서 김상헌 역을 맡았다. 영화는 치욕을 견디는 것과 끝까지 항전하는 것, 그 어느 편에도 서지 않음으로 그날의 비통함을 전달한다. 영화와 소설을 읽고 방문하면 어렴풋하게나마 그날을 그려볼 수 있다.

남한산성은 201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동아시아에서 도시계획과 축성술이 교류한 증거로서 군사 유산이라는 점’ ‘지형을 이용한 축성술과 방어술의 시대별 층위가 결집한 초대형 포곡식 산성이라는 점’을 인정받았다. 포곡식(包谷式)은 글자 그대로 계곡을 감싼 성이다. 성이 골짜기를 끼고 있어, 물이 충분하니 장기전이 가능했다.

인조는 남한산성서 47일을 버티다 청나라에 항복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6월 남한산성은 그 겨울과 달리 푸르고 청명하다. 파란 하늘과 초록 산의 경계를 따라 산성이 지난다. 부속 시설을 포함한 성벽 둘레가 약 12.4㎞, 가파른 구간이 많지 않아 산책이나 가벼운 등산이 가능하다. 길가에서 오랜 나무의 신록을 마주하거나, 너른 그늘에서 쉬기도 적합하다.

남한산성은 보통 5개 탐방로를 기본으로 돌아본다. 1·2·4코스는 산성로터리, 3·5코스는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꼭 탐방로를 따를 까닭은 없다. 샛길이 많으니 체력에 맞춰 원하는 만큼 걸으면 된다. 가장 인기 있는 구간은 1코스다. 산성로터리서 출발해 북문-서문-수어장대-영춘정-남문을 지나 회귀한다.

약 3.8㎞로, 1시간20분쯤 걸린다. 북문(전승문)이 해체 보수공사(오는 10월까지 예정) 중이나, 북문을 보지 못하는 점 외에 큰 불편은 없다.

북문 쪽에서 산성을 따라 서문(우익문)까지 걷는 구간은 완만하다. 북서쪽 끝에는 옹성을 연주봉까지 연장했다. 연주봉 옹성 입구에서 서문까지는 전망이 일품이다. 잠실과 롯데월드타워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아래 성곽 바깥으로 서문전망대가 있으나, 산성 안쪽에서 보는 풍경이 더 매력적이다. 서문은 인조가 청나라에 항복하기 위해 삼전도로 향할 때 나선 문이다. 성문에 슬픈 역사가 깃든다.

수어장대(보물) 역시 남한산성의 대표적인 장소다. 군사 지휘와 관측 목적으로 지었으며, 남한산성 장대 5곳 중 유일하게 남았다. 인조 때 1층으로 지은 것을 영조 대에 이르러 2층으로 개축했으며, 안쪽에 무망루(無忘樓)라는 편액을 걸었다. 병자호란의 치욕을 잊지 말자는 의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성문에 깃든 슬픈 역사

수어장대-영춘정 구간은 여장 보수공사(2023년 6월 30일까지 예정)로 산성을 따라 걷지 못하지만, 성안 숲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어장대를 비롯해 남한산성 일대는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산성리 사람들이 금림조합을 결성해 지켜낸 덕이다.


남문(지화문)에 이르면 산성로터리로 돌아가도 되고, 동문까지 산성 길을 따라도 무방하다. 남문에서 동문 가는 길은 옹성 3곳이 이어지고, 암문이 많아 이전과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남문-동문 구간은 남한산성 탐방로 5코스의 끝자락이다. 5코스는 동서남북 성문을 두루 돌아볼 수 있는, 제일 긴 코스다.

약 7.7㎞로, 3시간20분 남짓 걸린다. 동문에서 장경사(경기문화재자료) 방면은 일부 구간 성곽이 허물어져 유의해야 한다.

3코스 역시 동문 중심인데, 승군이 머물던 주요 사찰을 포함한다. 장경사, 망월사, 현절사(경기유형문화재) 등 숲길을 지나는 구간이 우세하다. 그 가운데 장경사(長慶寺) 현판이 걸린 요사채가 유서 깊다. 한글 주련(기둥이나 벽 따위에 장식으로 써서 붙이는 말귀)이 눈에 띈다.

현절사는 병자호란 당시 항복에 반대한 삼학사(홍익한, 윤집, 오달제)와 김상헌, 정온 등을 배향한다. 가장 짧은 탐방로는 2코스다. 산성로터리서 서문과 수어장대를 오가는 2.8㎞ 거리로, 약 1시간이 걸린다. 산성 구간은 서문과 수어장대 정도지만, 그윽한 숲이 매혹한다.

남한산성까지 갔다면 남한산성 행궁(사적)을 빼놓을 수 없다. 행궁은 왕이 임시로 거처하는 도성 밖의 궁궐이다. 남한산성 행궁은 인조가 남한산성을 축성할 때 같이 세웠으며, 병자호란 당시 거처한 곳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것을 2002년과 2004년 재건했다.

왕이 집무한 외행전, 왕의 침실인 내행전 등을 갖춘 227칸 궁궐이다. 조선 시대 행궁 가운데 유일하게 종묘와 사직을 두고 있다. 한남루에 들어서면 외삼문 남북 행각을 사선으로 마주하는데, 시각적 긴장감이 행각을 웅장하게 연출한다. 좌승당 뒤편의 이위정은 활을 쏘기 위해 세운 정자로, 행궁서 한적한 시간을 보내기 좋다.

광주는 이천, 여주와 더불어 경기도를 대표하는 도예의 고장이다. 조선 시대 나라에서 운영하던 관요가 있어, 왕실용 도자기를 생산한 곳이기도 하다. 곤지암도자공원 내 경기도자박물관은 광주 도예의 역사를 확인하는 명소다. 상설전 〈도자기로 보는 우리 역사〉는 고려와 조선의 도자기, 생활 속의 백자 등을 전시한다.

곤지암도자공원은 박물관 외에 스페인조각공원, 전통가마, 구석기체험마당 등을 포함해 6월의 야외 쉼터로 적합하다. 도자쇼핑몰에서 도자기 쇼핑이 가능하다.

경안천습지생태공원은 광주8경 가운데 3경에 해당한다. 경안천 변에 자리하며, 팔당댐이 건설됨에 따라 일대 농지와 저지대 등이 습지로 변한 곳이다. 연밭길, 금개구리 서식지, 갈대·수생식물 군락 사이를 걸으며 수생 생태를 관찰할 수 있다.

경안천습지생태공원

공원과 경안천 사이로 난 벚꽃길도 시야가 트여 경쾌하고, 공원의 수생식물 군락지 사이로 난 단풍나무길은 호젓해서 다정하다. 봄가을이 아니어도 충만한 자연이다. 6월부터는 연밭길 덱 위에서 연꽃을 감상하는 게 또 다른 즐거움이다. 아직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광주에서는 알음알음 소문난 쉼터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역사 여행: 남한산성→남한산성 행궁→경기도자박물관, 풍경 여행: 남한산성→남한산성 행궁→경안천습지생태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남한산성→남한산성 행궁→경기도자박물관
-둘째 날: 영은미술관→경안천습지생태공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광주문화관광 www.gjcity.go.kr/tour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 www.gg.go.kr/namhansansung-2
-경기도자박물관(한국도자재단) www.ggcm.or.kr

문의 전화
-광주시청 체육관광과 031)760-1723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 031)8008-5155
-경기도자박물관 031)799-1500
-경안천생태습지공원(광주시청 도시공원팀) 031)762-1039

대중교통
[전철] 수도권전철 8호선 산성역 2번 출구, 산성역·포레스티아동문 정류장서 52번·9번·9-1번(휴일 운행) 버스 이용, 남한산성(종점) 정류장 하차.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셔틀버스] 3~11월 주말 남한산성면행정복지센터 주차장-남한산성도립공원 중앙주차장 무료 셔틀버스 운행(평일, 7~8월 제외).

*문의: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 031)8008-5155, www.gg.go.kr/namhansansung-2

자가운전
중부고속도로 경기광주톨게이트→해공로 팔당·하남 방면 우회전, 3.2㎞→남한산성로 성남 방면 좌회전, 7.3㎞→좌회전, 287m→남한산성도립공원 중앙주차장

숙박 정보
-곤지암리조트: 도척면 도척윗로, 1661-8787, www.konjiam resort.co.kr
-제이알랜드: 도척면 독고개길302번길, 031)797-3330, www.jrland.co.kr
-정온펜션(반려견 동반 가능): 퇴촌면 갈올길11번길, 010-2679-8199, www.jo-pension.co.kr

식당 정보
-시래마루(시래기가마솥밥): 곤지암읍 경충대로, 031)797-33 14
-두메산골집 (능이버섯백숙): 남한산성면 불당길37번길, 031)743-3155
-남한산성카페 류(마카다미아크림라테): 남한산성면 남한산성로, 031)747-4006

주변 볼거리
화담숲, 율봄식물원, 닻미술관, 풀짚공예박물관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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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