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페리지갤러리에서 이병호 작가의 개인전 ‘PIECE’를 준비했다. 전시제목인 PIECE는 조각, 부분을 의미한다. 하나의 부분은 온전한 하나로, 온전한 하나는 다시 부분으로 순환하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이병호는 조각이라는 매체의 기본적인 성질인 덩어리, 무게, 실존, 고정됨, 완전함 같은 단어서 벗어나 가볍고, 변화 가능성이 충만하고, 특정한 의미에 고정되지 않은 조각에 다다르고자 했다.
복제
이병호는 초기 작업부터 인체를 대상으로 삼아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동적인 조각을 추구하고 있다. 그가 천착하는 주제는 인체의 형태를 다양한 조각적 방법론 안에서 분석하고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병호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토르소의 양감 있는 몸과 더불어 분리돼버린 머리, 팔, 다리다. 지속적으로 작품의 제목으로 삼고 있는 ‘Eccentric Abattis’서 아바티(Abattis)는 프랑스어로 가금류의 몸을 제외한 날개, 다리, 내장과 같은 자투리 부위를 말한다. 요리서 선택받지 못한 부분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병호는 이 아바티를 의미없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조합돼 온전한 무엇인가로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충만한 조형적 대상으로 바라본 것.
인체를 대상으로
형태를 조각으로
그의 작업서 부분은 중요한 작업의 테제다. 작가의 의도와 감각에 따라 선택되고 연결된 부분은 엑센트릭(Eccentirc)의 의미처럼 기괴하고 기이한 하나의 조각이 된다.
부분과 함께 복제도 이병호의 작업 과정서 근간이 되는 중요한 요소다. 그가 복제에 주목하는 것은 시작점이 되는 원본과 이를 통해 무한히 반복돼 나가는 지속적인 흐름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전 작업서 만들어낸 형태를 복제와 재조합의 대상으로 사용해 전혀 다른 맥락에 배치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불러일으킨다.
예를 들면 인체의 형태를 규격화된 제품과도 같이 반복적으로 제작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체는 변화와 연결을 통해 다른 무엇인가가 되기 위한 재료가 되며 이에 따라 사람의 형태를 가진 하나의 사물로 변모한다.
거기에 대해 이병호는 이 인체를 디지털 이미지로 전환해 다양한 형태를 축적하고 있다. 디지털 이미지가 자유롭게 조합되는 과정서 이전의 원본이 훼손되거나 의도치 않게 삭제되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모두 수용한다. 완성된 조합은 3D 프린터를 통해 실체를 갖게 되면서 명명하기 힘든 구조로 새롭게 생성된다.
기이한 자투리
움직임에 따라
이병호는 이번 전시서 작품 표면에 다양한 색을 사용했다. 거즈를 붙여 새로운 표면을 만들거나 석고에 색 안료를 섞어 도색했다. 그는 붓을 조각의 도구처럼 사용해 색을 칠할 때 긁어내거나 깎아내고 덧붙이고 덜어내는 것과 같이 사용했다.
그는 “표면서 이뤄지는 표현을 소조 작업하듯이 진행했다”고 말했다. 형태를 따라가거나 무시하고 이미 만들어진 표현의 틀을 벗어나 선택함으로써 눈앞에 펼쳐진 대상서 자유롭게 움직이고자 했다.
작품 Eccentric Abattis은 전시장서 개별의 작업인 동시에 하나의 작업처럼 보이며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형태는 추상적인 모습으로 읽힌다. 이병호는 각자의 형태가 가진 본질이 서로 순응하기보다는 충돌하듯이 맞닥뜨려 발생하는 갈등과 모순이 동시에 드러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을 의도했다.
재조합
페리지갤러지 관계자는 “이병호는 ‘무엇이 부분이고 전체인가’에 대한 질문서 출발해 선택을 통해 무엇을 남기고 떠내보내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반복적으로 이어 나가는지 그 순환의 과정을 작업의 표면을 통해 더듬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기에 작가조차도 조각의 일부를 구성하는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병호의 조각은 도달하는 곳이 어딘지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하는, 스스로 생명력을 가진 유동적인 것이 돼간다. 이것이 그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어느 한 조각의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다음달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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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호는?]
▲학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대학원 졸업(2010)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2004)
▲개인전
‘PIECE’ 페리지갤러리(2023)
‘Three Shades’ 스페이스 소(2020)
‘Statue X Statue’ 상업화랑(2018)
‘Anthropometry’ 스페이스 소(2017)
‘Le Vide, 공의 영역’ 갤러리 기체(2016)
‘Shade Tree’ 16번지 갤러리(2011)
‘Blow-Up’ 갤러리 잔다리(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