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은 “성폭력 범죄자 양형 감각이 낮게 형성된 이유는 우리 법이 성폭행을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친고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확실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일전에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성폭행을 친고죄로 규정한 것은 이 죄가 부녀자 개인의 법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폭행은 개인의 법익이 아니라 전 사회를 어지럽히는 무서운 범죄로 봐야 하므로 친고죄로 유지해야 할 사회적 근거도 사라졌다”며 성폭력과 친고죄의 상관관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양 대법원장은 최근 기업 총수 등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는 등 양형이 강화된 것에 대해 “경제범죄에 관한 일반인의 인식이 과거에 비해 조금 달라져가고 있는 것이 반영된 것 같다. 재벌이기 때문에 엄벌하거나 재벌이라서 엄벌을 피해갈 수는 없다.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명제가 각인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대법관 인선에서 여성이 배제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여성 법관들의 숫자가 많지만 아직 경력이 오래되지 않았다. 취임 후 첫 제청 때 박보영 대법관을 지명했듯 인위적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민의 신뢰 확보가 현재 사법부의 당면 과제라고 밝힌 양 대법원장은 “경륜이 깊고 존경을 받는 사람이 재판을 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평생 법관제나 법조일원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선을 앞두고 판사들이 SNS 등을 통해 정치적 소신을 밝힐 가능성도 있다고 하자 양 대법원장은 “판사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표현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법관의 직무에 비춰 편견을 가지거나 공정성을 상실할 우려가 있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염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