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 여행 ①청주 상당산성

호서 지방을 지켜준 귀중한 요새

6월1일은 의병의날이고, 6일은 현충일이다. 10일은 6·10민주항쟁기념일이며, 25일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날이다. 유달리 뭔가를 지키고 얻고자 한 날이 많은 6월, 어떤 주제로 여행을 떠나면 좋을까? 자연스럽게 ‘산성’이 떠오른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할이 산이라 산성 여행을 떠나는 일이 어렵지 않다. 시중에 산성 여행을 다루는 책이 여러 권 있고, 인터넷 검색으로도 산성 여행에 관한 정보를 얻기 쉽다.

산성은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산 정상부에 쌓은 성을 말한다. 그중 충북 청주 상당산성(사적)은 조선 시대 군사적 요충지로,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호서 지방을 지켜준 소중한 보루이자 요새다. 성 이름은 백제 시대 청주목을 이르던 상당현(上黨縣)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확한 축성 시기는 알 수 없지만, 김유신의 셋째 아들 김원정이 쌓았다는 기록(<삼국사기>)과 궁예가 쌓았다는 기록(<상당산성고금사적기>), 임진왜란 때 충청도병마절도사로 온 원균이 쌓았다는 기록(<선조실록>)이 있다. 당초 토성이던 것으로 짐작되나, 1716년(숙종 42년) 석성으로 다시 쌓기 시작해 영조 때 지금 모습이 완성됐다.

군사적 요충지

초여름의 싱그러운 햇살 아래 상당산성을 한 바퀴 가뿐히 걸어보자. ‘산성 일주 코스’는 상당산 능선 성곽을 따라 걷는 동안 성문 3개와 암문 2개, 치성과 수구 3곳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다. 길이 약 4㎞, 1시간~1시간30분 걸린다. 저수지에서 출발해 남문을 지나 서남암문과 서문, 동북암문, 동문, 동장대를 거쳐 다시 저수지로 내려온다. 산성 내부에 상당산성한옥마을과 식당가가 있어 일정 전후로 식사하기도 좋다.

상당산성은 전형적인 포곡식 석축 산성이다. 포곡식이란 계곡을 끼고 산줄기를 따라 정상부까지 성벽을 높게 쌓는 방식을 말한다. 물과 더불어 산성 내 지형을 넓게 확보해 오랫동안 적에게 항거할 수 있다. 저수지 옆 벤치에 앉아 쉬는 사람들이 보인다.


포곡식 산성답게 시작부터 가파른 오르막이다. 가쁜 호흡을 조절하며 한 계단 한 계단 천천히 오른다. 이내 첫 번째 관문인 남문에 도착한다. 남문은 상당산성의 정문 격이다. 4~5m 아래 상당산성자연마당이 펼쳐진다.

남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남암문이 숨어 있다. 암문은 비상구 역할을 하는 샛문이다. 유사시 사람과 가축, 양식 등이 통과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설계하며,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만든다. 적에게 알려지면 급히 폐쇄할 수 있도록 암문 안쪽에는 항상 돌과 흙이 쌓여 있다. 상당산성에는 서남암문과 동북암문이 있다.

수백 년 전 은밀한 암문은 이제 청주 시민이 몸과 마음의 휴식을 위해 자연으로 드나드는 천국의 열린 문이 됐다.

상당산성 일주의 백미는 정상부에 해당하는 남문-서문 성곽이 아닐까? 이 구간을 걷는 동안 눈에 들어오는 청주와 청원 일대 모습이 장관이다. 상당산성이 과거 이 지역에서 어떤 무게와 의미를 차지하는지 저절로 알 수 있다. 서문을 향해 걸어가면서 변해가는 풍광을 바라보는 것도 성곽을 걷는 커다란 재미다. 우암산, 좌구산 등 이 일대 산야와 미호평야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상당산성 성곽은 한남금북정맥에 속한다.

남문과 서남암문을 지난 뒤 한참을 걸어 서문에 이른다. 서문은 지형이 호랑이가 뛰기 위해 움츠리는 모습이라고 해서 ‘미호문(弭虎門)’이라고도 불렸다. 허물어져 오랜 시간 방치된 것을 1978년 복원했으나, 지반침하로 다시 무너져 2015년 해체해서 보수·복원했다. 그런 까닭에 서문은 외형이 제법 깔끔하다. 사각형 석축 출입문 위에 북방식 우진각지붕 문루를 올리고, 바깥쪽 성벽을 높이 쌓아 방어에 유리하다.

가파른 오르막이 특징인 
포곡식 석축 산성 상당산성

동북암문과 동문을 지나면 동장대가 나타난다. 상당산성 동쪽에서 서장대와 마주 보며 군사를 지휘하고 군대를 조련하던 곳으로, 1992년 복원해 옛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동장대에서 내려오면 처음 출발한 저수지를 만나고, 상당산성 일주가 끝난다.


홀로 혹은 친구나 연인, 가족과 행복하게 오르내리는 길. 이번 주말에는 역사와 자연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상당산성을 걸어보면 어떨까? 상당산성관리소에 상주하는 문화관광해설사의 도움을 받으면 산성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상당산성 여행 전후로 상당구에 자리한 명소도 함께 둘러보자. 명암유원지는 청주에서 가장 큰 저수지를 품은 휴식처다. 1.5㎞ 남짓한 타원형 수변은 남녀노소 누구나 걷고 달리기 좋아, 아침저녁으로 이곳을 찾는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명암저수지에서 오리보트를 타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유원지 인근에 다양한 식당가가 있어 특별한 하루를 만끽하기 좋다. 쾌적한 휴식 공간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최근 저수지 준설 공사, 낡은 목교 정비, 무장애 탐방로 신설 작업을 거쳤다.

우암산 자락의 수암골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이 판잣집을 짓고 살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시대의 상처가 남긴 고난과 가난의 흔적으로 한때 남루했으나, 2007년 공공 미술 프로젝트 벽화 작업을 진행해 청주의 감성 여행 1번지로 거듭났다.

현재 40여 가구가 거주해 규모는 작지만, 골목 구석구석에서 느껴지는 정겨운 자취가 오래 발길을 붙잡는다. 근래 허영만 화백과 방송인 류시원, 신현준, 우지원 등이 벽화 보수 작업에 동참해 수암골벽화마을에 활기를 더한다. 드라마 〈카인과 아벨〉 〈제빵왕 김탁구〉 〈영광의 재인〉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국립청주박물관

국립청주박물관은 청주가 고대부터 얼마나 중요한 입지를 차지한 땅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문화유산의 산실이다. 1987년 10월 개관한 박물관은 건축가 고 김수근이 설계했다. 4개 공간으로 구성된 상설전시실에서는 청주를 비롯해 충북 지역의 유물 2300여 점을 선사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나눠 전시한다. 통일신라 3개 범종 가운데 하나인 청주 운천동 출토 동종(보물), 국내 최대 종류와 수량을 자랑하는 청주 사뇌사 금속공예품 등 충북에서 발견된 금속 문화재 등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청주 상당산성→명암유원지→수암골벽화마을→국립청주박물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청주 상당산성→명암유원지→국립청주박물관
-둘째 날: 청주랜드→청주중앙공원→수암골벽화마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청주시 문화관광 www.cheongju.go.kr/ktour/index.do
-국립청주박물관 http://cheongju.museum.go.kr

문의 전화
-청주시청 관광정책과 043)201-2043
-상당산성관리소 043)201-0202
-명암유원지 043)201-4422
-명암보트장 043)221-8103
-수암골벽화마을(청주시청 관광정책과 관광마케팅팀) 043)201-1793
-국립청주박물관 043)229-6300

대중교통
[버스] 서울-청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10~35분 간격(05: 50~24:00) 운행, 약 1시간30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30~80분 간격(07:05~22:00) 운행, 약 1시간4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20~60분 간격(06:50~21:00) 운행, 약 1시간30분 소요.


청주고속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500번·502번·511번 버스 등 이용, 청주체육관이나 지하상가 정류장에서 862-2번 버스 환승, 산성남문 정류장 하차, 상당산성까지 도보 약 260m. 청주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05번·105-1번·311번·833번 버스 이용, 청주체육관이나 사직사거리 정류장에서 862-2번 버스 환승, 산성남문 정류장 하차, 상당산성까지 도보 약 260m.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txbus.t-money.co.kr 청주고속버스터미널(임시) 043)238-8880 청주시외버스터미널 1688-4321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평택제천고속도로→중부고속도로→서청주 IC→상당사거리→산성제1터널→산성제2터널→상당산성

숙박 정보
-가영당: 청원구 오창읍 미래지로, 043)233-9966, www.gayoungdang.com
-초정행궁: 청원구 내수읍 초정약수로, 043) 270-7332, https://crs.cjsisul.or.kr/com/facPortal.do

식당 정보
-상당집(두부전골·두부두루치기·청국장): 상당구 성내로118번길, 043)252-3291
-장수장(장수도리탕·닭백숙·오리백숙·오리탕): 상당구 성내로118번길, 043)253-9292
-효순이네칼국수(칼국수·콩국수·만두): 상당구 산성로, 043)293-4221

주변 볼거리
청남대, 문암생태공원, 오창호수공원, 청주고인쇄박물관, 옥화자연휴양림, 청주 흥덕사지, 초정행궁, 대청댐전망대, 대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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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