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 여행 ①청주 상당산성

호서 지방을 지켜준 귀중한 요새

6월1일은 의병의날이고, 6일은 현충일이다. 10일은 6·10민주항쟁기념일이며, 25일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날이다. 유달리 뭔가를 지키고 얻고자 한 날이 많은 6월, 어떤 주제로 여행을 떠나면 좋을까? 자연스럽게 ‘산성’이 떠오른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할이 산이라 산성 여행을 떠나는 일이 어렵지 않다. 시중에 산성 여행을 다루는 책이 여러 권 있고, 인터넷 검색으로도 산성 여행에 관한 정보를 얻기 쉽다.

산성은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산 정상부에 쌓은 성을 말한다. 그중 충북 청주 상당산성(사적)은 조선 시대 군사적 요충지로,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호서 지방을 지켜준 소중한 보루이자 요새다. 성 이름은 백제 시대 청주목을 이르던 상당현(上黨縣)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확한 축성 시기는 알 수 없지만, 김유신의 셋째 아들 김원정이 쌓았다는 기록(<삼국사기>)과 궁예가 쌓았다는 기록(<상당산성고금사적기>), 임진왜란 때 충청도병마절도사로 온 원균이 쌓았다는 기록(<선조실록>)이 있다. 당초 토성이던 것으로 짐작되나, 1716년(숙종 42년) 석성으로 다시 쌓기 시작해 영조 때 지금 모습이 완성됐다.

군사적 요충지

초여름의 싱그러운 햇살 아래 상당산성을 한 바퀴 가뿐히 걸어보자. ‘산성 일주 코스’는 상당산 능선 성곽을 따라 걷는 동안 성문 3개와 암문 2개, 치성과 수구 3곳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다. 길이 약 4㎞, 1시간~1시간30분 걸린다. 저수지에서 출발해 남문을 지나 서남암문과 서문, 동북암문, 동문, 동장대를 거쳐 다시 저수지로 내려온다. 산성 내부에 상당산성한옥마을과 식당가가 있어 일정 전후로 식사하기도 좋다.

상당산성은 전형적인 포곡식 석축 산성이다. 포곡식이란 계곡을 끼고 산줄기를 따라 정상부까지 성벽을 높게 쌓는 방식을 말한다. 물과 더불어 산성 내 지형을 넓게 확보해 오랫동안 적에게 항거할 수 있다. 저수지 옆 벤치에 앉아 쉬는 사람들이 보인다.


포곡식 산성답게 시작부터 가파른 오르막이다. 가쁜 호흡을 조절하며 한 계단 한 계단 천천히 오른다. 이내 첫 번째 관문인 남문에 도착한다. 남문은 상당산성의 정문 격이다. 4~5m 아래 상당산성자연마당이 펼쳐진다.

남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남암문이 숨어 있다. 암문은 비상구 역할을 하는 샛문이다. 유사시 사람과 가축, 양식 등이 통과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설계하며,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만든다. 적에게 알려지면 급히 폐쇄할 수 있도록 암문 안쪽에는 항상 돌과 흙이 쌓여 있다. 상당산성에는 서남암문과 동북암문이 있다.

수백 년 전 은밀한 암문은 이제 청주 시민이 몸과 마음의 휴식을 위해 자연으로 드나드는 천국의 열린 문이 됐다.

상당산성 일주의 백미는 정상부에 해당하는 남문-서문 성곽이 아닐까? 이 구간을 걷는 동안 눈에 들어오는 청주와 청원 일대 모습이 장관이다. 상당산성이 과거 이 지역에서 어떤 무게와 의미를 차지하는지 저절로 알 수 있다. 서문을 향해 걸어가면서 변해가는 풍광을 바라보는 것도 성곽을 걷는 커다란 재미다. 우암산, 좌구산 등 이 일대 산야와 미호평야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상당산성 성곽은 한남금북정맥에 속한다.

남문과 서남암문을 지난 뒤 한참을 걸어 서문에 이른다. 서문은 지형이 호랑이가 뛰기 위해 움츠리는 모습이라고 해서 ‘미호문(弭虎門)’이라고도 불렸다. 허물어져 오랜 시간 방치된 것을 1978년 복원했으나, 지반침하로 다시 무너져 2015년 해체해서 보수·복원했다. 그런 까닭에 서문은 외형이 제법 깔끔하다. 사각형 석축 출입문 위에 북방식 우진각지붕 문루를 올리고, 바깥쪽 성벽을 높이 쌓아 방어에 유리하다.

가파른 오르막이 특징인 
포곡식 석축 산성 상당산성

동북암문과 동문을 지나면 동장대가 나타난다. 상당산성 동쪽에서 서장대와 마주 보며 군사를 지휘하고 군대를 조련하던 곳으로, 1992년 복원해 옛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동장대에서 내려오면 처음 출발한 저수지를 만나고, 상당산성 일주가 끝난다.


홀로 혹은 친구나 연인, 가족과 행복하게 오르내리는 길. 이번 주말에는 역사와 자연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상당산성을 걸어보면 어떨까? 상당산성관리소에 상주하는 문화관광해설사의 도움을 받으면 산성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상당산성 여행 전후로 상당구에 자리한 명소도 함께 둘러보자. 명암유원지는 청주에서 가장 큰 저수지를 품은 휴식처다. 1.5㎞ 남짓한 타원형 수변은 남녀노소 누구나 걷고 달리기 좋아, 아침저녁으로 이곳을 찾는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명암저수지에서 오리보트를 타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유원지 인근에 다양한 식당가가 있어 특별한 하루를 만끽하기 좋다. 쾌적한 휴식 공간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최근 저수지 준설 공사, 낡은 목교 정비, 무장애 탐방로 신설 작업을 거쳤다.

우암산 자락의 수암골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이 판잣집을 짓고 살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시대의 상처가 남긴 고난과 가난의 흔적으로 한때 남루했으나, 2007년 공공 미술 프로젝트 벽화 작업을 진행해 청주의 감성 여행 1번지로 거듭났다.

현재 40여 가구가 거주해 규모는 작지만, 골목 구석구석에서 느껴지는 정겨운 자취가 오래 발길을 붙잡는다. 근래 허영만 화백과 방송인 류시원, 신현준, 우지원 등이 벽화 보수 작업에 동참해 수암골벽화마을에 활기를 더한다. 드라마 〈카인과 아벨〉 〈제빵왕 김탁구〉 〈영광의 재인〉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국립청주박물관

국립청주박물관은 청주가 고대부터 얼마나 중요한 입지를 차지한 땅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문화유산의 산실이다. 1987년 10월 개관한 박물관은 건축가 고 김수근이 설계했다. 4개 공간으로 구성된 상설전시실에서는 청주를 비롯해 충북 지역의 유물 2300여 점을 선사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나눠 전시한다. 통일신라 3개 범종 가운데 하나인 청주 운천동 출토 동종(보물), 국내 최대 종류와 수량을 자랑하는 청주 사뇌사 금속공예품 등 충북에서 발견된 금속 문화재 등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청주 상당산성→명암유원지→수암골벽화마을→국립청주박물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청주 상당산성→명암유원지→국립청주박물관
-둘째 날: 청주랜드→청주중앙공원→수암골벽화마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청주시 문화관광 www.cheongju.go.kr/ktour/index.do
-국립청주박물관 http://cheongju.museum.go.kr

문의 전화
-청주시청 관광정책과 043)201-2043
-상당산성관리소 043)201-0202
-명암유원지 043)201-4422
-명암보트장 043)221-8103
-수암골벽화마을(청주시청 관광정책과 관광마케팅팀) 043)201-1793
-국립청주박물관 043)229-6300

대중교통
[버스] 서울-청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10~35분 간격(05: 50~24:00) 운행, 약 1시간30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30~80분 간격(07:05~22:00) 운행, 약 1시간4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20~60분 간격(06:50~21:00) 운행, 약 1시간30분 소요.


청주고속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500번·502번·511번 버스 등 이용, 청주체육관이나 지하상가 정류장에서 862-2번 버스 환승, 산성남문 정류장 하차, 상당산성까지 도보 약 260m. 청주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05번·105-1번·311번·833번 버스 이용, 청주체육관이나 사직사거리 정류장에서 862-2번 버스 환승, 산성남문 정류장 하차, 상당산성까지 도보 약 260m.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txbus.t-money.co.kr 청주고속버스터미널(임시) 043)238-8880 청주시외버스터미널 1688-4321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평택제천고속도로→중부고속도로→서청주 IC→상당사거리→산성제1터널→산성제2터널→상당산성

숙박 정보
-가영당: 청원구 오창읍 미래지로, 043)233-9966, www.gayoungdang.com
-초정행궁: 청원구 내수읍 초정약수로, 043) 270-7332, https://crs.cjsisul.or.kr/com/facPortal.do

식당 정보
-상당집(두부전골·두부두루치기·청국장): 상당구 성내로118번길, 043)252-3291
-장수장(장수도리탕·닭백숙·오리백숙·오리탕): 상당구 성내로118번길, 043)253-9292
-효순이네칼국수(칼국수·콩국수·만두): 상당구 산성로, 043)293-4221

주변 볼거리
청남대, 문암생태공원, 오창호수공원, 청주고인쇄박물관, 옥화자연휴양림, 청주 흥덕사지, 초정행궁, 대청댐전망대, 대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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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