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성인 실종’의 민낯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5.08 14:31:52
  • 호수 14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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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막히는 가족 찾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모여 있어서 각종 행사가 많다. 그렇기에 더 외로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가족을 잃은 사람이다. 이들이 가족을 찾기 위해 노력해도 부딪히는 것이 있다. 바로 ‘성인’이라는 점이다. 또 해외로 입양된 사람이 가족을 찾기 위해 한국에 오면 ‘개인정보’의 벽에 부딪힌다.

“사람을 찾습니다. 사례금 있습니다. 20대 남성(여성)을 찾고 있습니다.” 이처럼 실종 전단지에는 실종된 사람의 이름, 실종 일시, 실종 장소, 신체 특징, 실종 당시의 복장, 실종 경위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 보통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수단으로, 자녀를 찾는 부모가 나눠주는 경우가 많다. SNS에도 ▲부모가 양육비를 주지 않는다 ▲그리운 사람을 찾는다 ▲사기꾼을 찾는다 등의 글이 종종 올라온다.  

연기처럼 
증발하다

반대의 상황도 목격된다. 해외로 입양된 경우다. 실종 아동이었던 김씨는 10살에 네덜란드로 입양됐다. 친가족이 누군지 궁금해 한국을 찾았다. 하지만 가족을 찾을 수 없었다.

김씨는 “내 이름은 Suzy Batteau다. 한국 이름은 ‘김숙희’다. 1975년이나 1977년 5월13일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나는 1983년 5월13일 오후 2시경 경남 진주시 ○○동 길가에서 경찰에 의해 발견됐으며, 뇌성마비로 다리 한쪽이 불편하지만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위 두 가지 상황은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찾고 있는 사람’이 성인이면 실종 이후 경찰에 신고해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 2월3일 경찰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한 해에 무려 성인 6만명의 실종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신고 시 ▲18세 미만 아동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 환자는 즉각적으로 경찰 수사가 이뤄지지만, 성인일 경우는 사례별로 대응에 한계가 존재한다.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성인 실종자에 대한 적극적인 법적 조치를 가능하게 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해당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이 지난해 12월9일 단순 가출인으로 관리됐던 실종 성인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개인 위치정보 및 이동경로 정보 조회 등 수색을 위한 적극적인 법적 조치를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실종 성인의 발견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다.

법안이 통과됐다고 하더라도 실종 성인이 범죄에 연루됐거나 자살 징후가 포착되지 않으면 위치정보 조회 등 수색을 위한 조치가 불가능하다.

사라지는 19세 이상 1년에 6만명
사회복지사 요청으로 극적 상봉도

연보에 따르면, 18세 이상 성인에 대한 실종신고인 가출인 신고 접수는 2019년 7만5432건, 2020년 6만7612건, 2021년 6만6259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미해제 건수는 2019년 492건, 2020년 645건, 2021년 931건으로 매년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접수된 ‘실종아동 등’에 대한 신고 건수의 1.71배다. 18세 미만 아동,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 치매환자를 찾는 실종신고 건수는 2019년 4만2390건, 2020년 3만8496건, 2021년 4만1122건으로 집계됐다.


경찰에 실종신고가 접수된 성인 가운데 매년 1000여명이 숨진 채 발견된다. 최근 5년간 사망한 가출인은 2018년 1773명, 2019년 1695명, 2020년 1710명, 2021년 1445명, 지난해 1200명으로 집계됐다. 이 통계의 가출인에는 가출, 실종, 극단적 선택 의심, 연락두절 등이 모두 포함됐다.

A씨는 ‘동생이 가출한 지 3개월이 다 되어간다’는 글을 온라인에 올려 실종신고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최근에 엄마가 돌아가셨고, 동생이 대기업에 취직한 후 잘다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계속 쉬었다. 실업급여를 받고 쉬던 중 동생이 화장품 다단계를 시작했고, 내가 당장 그만두라고 해서 싸웠다”고 운을 뗐다. 

이어 “동생과 함께 생활비를 내고 있었는데, 일을 그만둔 동생은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나도, 동생도 생활비 때문에 제대로 돈을 써본 적 없는데, 동생은 대기업을 그만두고 더 힘들었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 동생이 가출한 지 3개월이 됐다”고 말했다.

A씨는 “지금 동생의 카드 연체 금액이 700만원을 넘었다. 카드 담당자한테 전화해보니 본인이 전화하는 거 아니면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다고 하더라. 우리가 원래 알고 있던 핸드폰 번호가 맞는지 사정해서 물어봤더니, 핸드폰 번호가 바뀐 것 같다고 알려줬다”며 “동생은 자기가 잘못해서 가출했고, 이렇게 집에 피해를 주고 있다. 그런데 경찰 신고조차 하지 못한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어른이
집 나가?

한편으로는 이런 방식으로라도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했지만, 경찰에 신고해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결론 내린 그는 흥신소를 이용해 동생을 찾아야 하는지 고민했다.

결국 동생의 빚을 갚고 있는 것은 A씨고 동생 카드를 연체해 정지시킬 경우, 극단적 선택을 할까 두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실종신고 이후 실종자가 숨진 채 발견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지난해 12월, 60대 택시기사인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아들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아들은 경찰에 “아버지가 6일째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30분 전에 카톡을 했는데 다른 사람인 것 같다”고 신고했다.

당시 아버지를 찾은 것은 경찰이 아니었다. 그날 오전 11시22분 “경기도 파주시 B씨의 아파트 옷장 안에 죽은 사람이 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신원 파악에 나선 경찰은 아파트서 숨진 채 발견된 사람이 실종신고된 택시기사인 것으로 확인했다.

실종신고된 70대 남성이 사망 처리됐다가 무려 47년 만에 가족을 찾은 경우도 있다. 정신질환을 앓던 그는 자신의 생년월일과 형제들의 이름, 졸업한 초등학교까지 기억하고 있었지만, 장기간 무연고자 신분으로 기도원과 사찰, 정신병원을 전전하며 살았다.

지난해 12월13일 대구지검에 따르면 충북의 한 지자체 사회복지과 담당자가 “70대 남성의 정확한 신원을 밝혀달라”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대구지검에는 충북지역 검찰청에 없는 무적자의 호적 확인을 상시로 처리하는 ‘공익 대표 전담팀’이 있었다.

죽어서
만나다


70대 남성은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었지만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하루빨리 요양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사회복지 담당자가 행정 전산망으로 여러 차례 지문을 조회해도 일치하는 인물이 없어, 환자 입원에 필요한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할 수 없었다.

해당 남성은 조현병을 앓고 있었고 말도 횡설수설했다. 전담팀은 경찰청 실종 수사팀과 함께 남성이 언급한 초등학교에 연락했고, 생활기록부의 존재를 확인했다. 학교 담당자의 도움으로 동창생들의 연락처를 확보한 전담팀은 그가 살던 마을까지 확인했고, 학교 소재 지역의 군청을 통해 마을 이장과 연락이 닿았다. 이 남성은 마을에 머물고 있던 그의 친척들과 통화하면서 마침내 가족을 찾았다.

전담팀에 따르면 70대 남성은 오래전부터 정신질환을 앓았고, 1975년 4월19일 27세에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아 실종신고됐다. 이후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면서 1996년 법원서 실종 선고된 뒤 사망으로 처리됐다. 가족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지만 여러 가지 요인으로 만나지 못한 것이다.

가장 힘든 경우는 한국서 해외로 입양간 뒤 다시 가족을 찾는 것이다. 이들은 가족을 찾기 위해 한국으로 오지만, 관계기관들의 비협조로 대부분 가족 찾기를 포기한다.

지난 3월, 46년 만에 한국을 찾은 C씨와 D씨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다시 유럽행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야 했다. 남매인 두 사람은 지난 1977년 유럽으로 입양됐다. 원래 가족을 찾기 위해 한국에 왔지만, 어떠한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 

“가족을 찾았다”는 연락은 출국 하루 전날에 날아들었다. 그것도 입양 기관이 아닌 경찰로부터 전화가 왔던 것이었고 그렇게 친형제와 상봉했다. 


가족 찾으러 한국 왔지만…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

두 사람은 입양기관이 가족들을 만날 수 있도록 돕기는커녕 방해를 했다고 주장한다. C씨는 “해당 기관에 가족 정보를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개인정보라 줄 수 없다며 아동권리보장원에 연락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두 사람의 부모가 이미 사망했고, 형제들은 한국에 거주 중이라고 확인해줬다. 

한국 가족들이 이들을 찾지 않은 것도 아니다. C씨는 “오빠도 해당 기관에 전화번호와 주민등록번호를 남겨놓고 우리가 혹시 찾아오면 꼭 연락달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관에선 어떤 연락도 하지 않았다. 만나지 못하게 방해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입양 관련 서류조차 정확하지 않았다. 1977년 입양 당시 유럽 입양기관서 받은 서류엔 부산서 태어난 고아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해당 기관서 받은 입양 관련 서류에는 다른 주소지가 적혀 있었고 부모 성명도 기재돼있었다. C씨는 “기관 담당자들은 당시에 자신들이 근무하지 않아서 모른다고 책임을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가족을 찾는 일이 쉽진 않지만, 기적이 일어날 정도로 어려워서도 안 된다. 하지만 현실에선 성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실종 시 경찰 신고를 할 수 없다. 게다가 ‘개인정보’여서 가족을 찾을 수 있는 핵심적인 정보도 제공받기 어렵다. 

반론도 존재한다. 성인에게는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고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데 이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성인에게는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어 집을 떠날 수 있다. 사생활의 자유 역시 있는데 가족들이 원한다고 위치 추적 등을 사용하는 건 위헌 요소가 다분하다”고 밝혔다.

경찰이 강제 실종 여부를 판단해 선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인 실종 사건의 데이터를 축적한 뒤 그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강제실종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강제 실종이라고 판단될 경우 경찰이 보다 쉽게 위치정보를 파악하는 등 융통성을 부여해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산 넘어 산
부모 찾기

입양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해외 입양을 줄이고 국내 입양을 늘려야 한다. 윤석열정부는 국내 입양 활성화 기본계획을 2026년에 수립하기로 했다. 입양 시 육아휴직을 제공하는 등 휴가·휴직제도를 개선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모든 입양기록을 아동권리보장원으로 이관해 입양인의 뿌리 찾기도 지원하기로 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춘천 초등생 실종 피의자
횡성 여중생 유인도

강원도 춘천 소재의 한 초등학교 여학생을 꾀어 충북 충주까지 데리고 간 혐의로 구속 기소된 50대 남성이 지난해에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12일 경찰에 따르면 실종아동법 위반 및 미성년자 유인‧감금 혐의를 받는 김모씨는 지난해 11월에도 비슷한 범행을 저질렀다. 

강원 횡성에 사는 중학생 A양에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접근한 뒤 자신이 사는 충주로 유인한 것이다.

당시 경찰은 “막차 타고 집에 온다는 아이가 안 들어온다”는 가족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고 김씨의 충주 거주지에서 A양을 찾아냈다.

경찰은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실종아동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했지만 일부 혐의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실종아동법에 따르면 누구든 정당한 사유 없이 실종 아동(18세 미만)을 경찰관서장에게 신고하지 않은 채 보호할 수 없다. 이를 어길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김씨는 지난 2월10일 SNS로 춘천에 사는 초등생 A양에게 “맛있는 밥을 사주겠다” “잠을 재워주겠다”며 접근한 뒤 다음 날 자신의 거처인 충주 소태면 창고 건물로 데려갔다. 

A양은 지난 2월14일 밤 어머니에게 메신저를 통해 “충주에 있다”고 알렸고, 경찰이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A양의 위치를 파악했다.

경찰은 당시 붙잡은 김씨를 지난 2월24일 구속해 검찰로 송치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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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