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길 산책 ①태백 몽토랑산양목장

해맑은 유산양과 초원서 찰칵

피천득 작가는 〈오월〉이라는 수필에서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라고 했다. 초록으로 물든 계절, 여행지에서 특별한 추억을 남겨보면 어떨까. ‘산소 도시’ 태백에 동물과 교감하는 몽토랑산양목장이 있다. 청명한 공기 속에 유산양과 나란히 초원을 걷다 보면 동화 속에 들어온 듯 착각에 빠진다. 여기에 신선한 산양유까지 마시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 느낌이다.

몽토랑산양목장은 해발 800m에 자리해, 맑은 공기와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몽토랑은 ‘몽글몽글 구름 아래 토실토실 유산양을 너랑 나랑 만나보자’는 뜻으로, 풀이 초록색 융단처럼 깔린 곳에서 하얀 유산양이 노니는 목가적인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흑염소를 비롯해 여러 동물을 키워온 박성율 몽토랑 대표는 답사하러 스위스에 갔다가 유산양의 매력에 푹 빠졌다. 공기 맑은 고원지대라는 태백의 환경이 알프스와 비슷해, 유산양 목장을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언젠가 목장을 열겠다는 꿈이 유산양을 만나 현실이 된 것. 박 대표는 한국의 알프스를 만들겠다는 새로운 꿈을 품고, 2021년 몽토랑산양목장을 열었다.

유산양 목장은 양 목장에 비해 드물다. 유산양은 젖 생산을 목적으로 개량한 외래종 염소로, ‘젖염소’라고도 불린다. 몽토랑의 유산양도 산양유 생산이 주 역할이다. 몽토랑에는 유산양 130여 마리가 있는데, 종에 따라 털빛이 다르다. 몸 전체가 하얀 자넨종, 갈색 몸에 입 주변과 뿔 둘레 털이 하얀 토겐부르크종, 가죽과 털빛이 다양한 알파인종이 섞여 있다.

몽글몽글 토실토실

가족 여행객이 이곳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순한 유산양 때문이다. 목장에 들어서면 초원을 어슬렁거리던 유산양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다가온다. 유산양의 친화력 앞에서 금세 무장해제 된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무서워하다가 유산양을 쓰다듬으며 함께 논다.


자리를 옮길 때마다 졸졸 따라다니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는 녀석도 있다. 한쪽에 누워 따스한 볕을 쬐거나 풀을 뜯는 모습, 다른 유산양과 장난치는 모습이 보는 이를 흐뭇하게 한다.

느긋한 유산양의 발걸음이 빨라질 때가 있다. 먹이 주기용 사료를 든 사람이 나타날 때다.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사료를 든 사람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유산양이 이동한다. 유산양과 눈을 맞추고 먹이를 주는 기분이 우리 안에 있는 동물에게 먹이를 줄 때와 다르다.

풍경만 아름다운 목장이 아니라, 동물과 교감하는 곳이다. 아이들에게도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순간이다. 지난해에는 새끼 양에게 젖 먹이기, 피자를 비롯한 각종 먹거리 만들기 체험을 진행했으나, 현재는 내부 사정상 먹이 주기 체험만 가능하다.

몽토랑 만의 이색 프로그램 체험
옛 탄광촌서 만날 수 있는 과거

이외에 몽토랑의 이색 프로그램으로 피크닉 세트와 목장 체험 차박이 있다. 피크닉 세트는 목장에서 피크닉 하는 데 필요한 장비와 소품을 대여하며, 2인 입장료와 먹이 주기 체험 등이 포함된다. 목장 체험 차박은 목장에서 ‘차박’ 장소를 빌려주는 프로그램으로, 하루 2대만 운영한다.

유산양과 시간을 보낸 뒤에는 목장 둘레를 한 바퀴 돌아보자. 전망 덱이 곳곳에 마련되어 풍광을 조망하기 편하다. 가장 높은 전망 덱에서 보면 오른쪽으로 태백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왼쪽으로는 매봉산바람의언덕에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모습이 이국적이다.

목장을 돌아본 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산양유 맛보기다. 산양유는 소화가 잘되고, 모유와 비슷한 단백질 성분이 있어 건강에 유익하다고 알려졌다. 몽토랑에서는 매일 짠 신선한 산양유를 저온 살균해 내놓는다. 산양유요거트, 산양유아이스크림, 산양유를 넣은 크림빵과 식빵 등 가공식품도 다양하다. 산양유와 가공식품은 몽토랑 입구 카페에서 판매한다. 카페는 시원한 인테리어로도 유명하다.


태백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커다란 유리창은 방문객이 인증 사진을 찍는 곳이다. 몽토랑산양목장 운영 시간은 오전 9시30분~오후 6시(연중무휴), 입장료는 5000원이다(먹이 주기 체험 별도). 카페는 목장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다.

몽토랑산양목장에서 자동차로 약 7분 거리에 태백 용연굴(강원기념물)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해발 920m)에 있는 동굴로, 태곳적 신비가 엿보인다. 3억~1억5000만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알려진 동굴에는 해파리 모양 유석, 사하라사막을 닮은 석순 등 다양한 생성물이 즐비하다. 길이 843m로 한 시간 정도면 여유 있게 둘러보기 충분하다. 좁은 구간이 있어 안전모 착용은 필수다. 평균기온 9~12℃로 여름에 인기다.

구문소(천연기념물)는 용연굴과 함께 신기한 지질구조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황지천과 철암천이 지하에서 만나 석벽을 깎으며 형성된 지형으로, 암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동굴 모양이다. 구멍 아래는 깊은 웅덩이다. 구문소는 우리나라에서 보존 상태가 양호한 삼엽충이 다수 발견되어 ‘고생대의 보고’로 불린다.

태백과 석탄

태백을 이야기할 때 석탄을 빠뜨릴 수 없다. 구문소 근처에 석탄 산업이 호황이던 시절을 보여주는 철암탄광역사촌이 있다. 옛 탄광촌 주거시설에 조성한 생활사 박물관으로, 과거 태백의 흔적이 있다. 도로 뒤쪽으로 가면 하천 바닥에 지지대를 세워 공간을 넓힌 ‘까치발 건물’도 보인다. 탄광으로 향하는 남편과 아기를 업은 아내가 손 흔드는 야외 조형물이 태백의 과거를 떠오르게 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몽토랑산양목장→태백 용연굴→구문소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몽토랑산양목장→태백 용연굴→매봉산바람의언덕
-둘째 날: 구문소→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철암탄광역사촌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몽토랑산양목장 www.instagram.com/tae_baekdudaegan
-태백관광 http://tour.taebaek.go.kr/tour

문의 전화
-몽토랑산양목장 033)553-0102
-태백시청 문화관광과 033) 550-2081
-태백 용연굴 033)553-8584
-구문소(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033)581-3003
-철암탄광역사촌 033)582-8070

대중교통
[버스] 서울-태백,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6회(06:00 ~22:3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태백터미널 정류장에서 10번 버스 이용, 브라이튼아파트 정류장 하차, 몽토랑산양목장까지 도보 약 350m.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태백버스터미널 1588-0585, www.bustaja.com 태백시대중교통정보 080-850-9486, www.taebaek-pti.kr
[기차] 청량리역-태백역, 무궁화호 하루 5회(07:34~19:10) 운행, 약 3시간40분 소요. 태백역에서 태백터미널 정류장까지 도보 약 260m 이동, 10번 버스 이용, 브라이튼아파트 정류장 하차, 몽토랑산양목장까지 도보 약 35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태백시대중교통정보 080-850-9486, www.taebaek-pti.kr

자가운전
광주원주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강원남로→제천 IC에서 영월·제천 방면→신동교차로→고명교차로에서 영월·쌍용 방면→효자1길→몽토랑산양목장

숙박 정보
-태백산한옥펜션: 태백시 소롯골길, 033)552-2367, www.ok114.co.kr/0335522367
-오투리조트: 태백시 서학로, 033)580-7000, www.o2resort.com
-태백호텔: 태백시 태백산로, 033)550-5800, http://taebaekhotel.com
-라마다태백호텔: 태백시 태백산로, 033)952-9888
-태백관광호텔쏘라노: 태백시 기장밭길, 033)553-8080
-태백고원자연휴양림: 태백시 머리골길, 033)582-7440, www.foresttrip.go.kr


식당 정보
-골목닭갈비(닭갈비): 태백시 장성로, 033)581-7911
-달리는부대찌개(닭갈비부대찌개·불낙전골): 태백시 번영로, 033)552-7456
-초막고갈두(고등어조림·갈치조림·두부조림): 태백시 백두대간로, 033)553-7388
-한밭식당(산나물가마솥밥·굴밥): 태백시 먹거리길, 033)552-3160

주변 볼거리
통리탄탄파크, 오로라파크, 태백 검룡소, 365세이프타운, 태백석탄박물관, 황지자유시장, 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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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