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불능 ‘대기업 사옥 앞’ 시위, 사실 왜곡·비방·소음에 기업과 시민 등 고통 호소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국내 대기업 사옥 앞에서 벌어지는 무분별한 집회와 시위로 기업, 보행자, 인근 주민들이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연일 반복되는 고성능 확성기 소음에 따른 스트레스는 일상이 되었고, 인도 등에 무단으로 설치된 불법 천막 탓에 다수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사옥 인근 도로 곳곳에 설치된 현수막과 보행로를 가로 막은 불법 천막은 교통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 

사실을 왜곡하거나 명예훼손 및 모욕성 내용을 담은 현수막과 띠지 등은 기업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국가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막무가내 시위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기업과 일반 시민들의 불편을 볼모로 대기업 겨냥한 무분별 시위 만연

삼성 서초사옥이 위치한 강남역 주변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진행되는 집회 시위로 인해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고음의 장송곡 등 집회 소음은 기업은 물론 불특정 다수 시민들에게 불편을 넘어 불쾌감까지 주고 있다. 

강남역 인근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매일 반복되는 스피커 소리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시위 대상이나 내용과 상관이 없는데 왜 시달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집회 소음으로 인한 근처 어린이집의 피해는 특히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이들이 낮잠을 자지 못하고 있는가 하면 장송곡을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일부 어린이는 큰 소리가 날 때마다 놀라는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교육시설인 초·중·고등학교 주변서 집회로 인한 학습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으면 집회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어린이집은 교육시설에 포함되지 않아 집회로 인한 소음 피해를 막을 방법이 없다. 

‘흉물 현수막’ ‘고성능 확성기’ 등 동원한 무분별 시위로 폐해 심각 
“매일 반복되는 집회 시위, 노이로제 걸릴 지경” 등 극심한 피해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주변서 진행되고 있는 시위도 기업과 일반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끼치고 있다. 

판매대리점과 판매용역 계약을 맺고 신차를 판매하다 계약 해지된 A씨는 본인 계약 해지와 무관한 기아를 향해 복직을 시키라며 10년 이상 막무가내식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현대차그룹 한 직원은 “10년 이상 매일같이 소음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 스트레스는 겪어본 사람만 안다. 주변에 식욕부진, 불면증, 신경쇠약 등을 호소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A씨가 인도에 설치한 천막과 도로 옆에 세운 배너형 현수막 등은 인근 사거리를 운행하는 차량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고속도로에서 진출한 차량이 전방에 위치한 사거리서 우회전할 때 불법 시위 천막과 배너형 현수막 등이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교통사고를 유발할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서울시의 한 택시기사는 “운전자 시야를 방해하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의 시위에 누가 공감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KT, 쿠팡 등 다수 기업들의 사옥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에도 소음과 현수막, 천막 등이 등장해 기업과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 

일반 시민들과 기업의 불편을 볼모로 한 시위가 일반화되고 있는 셈이다.

막무가내 시위는 개별 기업 신뢰도 저하는 물론 국가 이미지에도 악영향 우려

기업들은 막무가내식 시위로 인한 신뢰도와 기업 이미지 하락이라는 피해도 입고 있다. 기업 사옥 앞에서 벌어지는 시위는 자극적 상황을 연출해 기업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때문에 시위자들은 사실을 왜곡하거나 모욕적인 내용이 담긴 형형색색의 현수막을 내걸고, 심할 경우에는 상여나 감옥 모형 등의 소품을 동원해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한다. 

기업을 강하게 압박하면 이미지 훼손을 우려한 해당 기업으로부터 유리한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에 근거한 것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신뢰도와 이미지 하락이라는 피해를 입고 있다. 기업들이 자구책으로 사실 왜곡과 명예훼손 등에 대응해 법적 해결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법적 절차 진행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기업이 승소하더라도 피해가 지속된다는 점이다. 

기업 압박용으로 자극적 시위 방법 동원 … 대다수 시민들 공감 못해 
혐오스러운 시위 행태는 개별 기업은 물론 국가 이미지 훼손도 우려 
기업의 법적 대응도 무용지물…법원 무시한 '꼼수' 시위는 현재 진행형 

반면 시위자는 패소하더라도 법원이 지적한 표현만 수정한 후 현수막을 새로 제작해 시위를 재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법적 집회 소음 기준으로는 현실적으로 규제가 어렵다. 공권력이 불법 시위를 제어하는 역할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A씨는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서 대부분 패소했지만 여전히 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무분별하고 자극적인 시위로 인한 신뢰도 및 이미지 하락을 근원적으로 방지할 수단이 없는 셈이다. 개별 기업들의 신뢰도 및 이미지 하락은 국가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 사옥은 해외 거래처 관계자들의 방문이 잦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도심지에 위치해 있어 무분별한 시위와 자극적 현수막 등은 해당 기업은 물론 국가 이미지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외국 파트너사 클라이언트들이 시위 현수막을 보면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묻는 경우가 자주 있다”면서 “상황을 설명해 이해를 시키지만 질문을 하지 않거나 외국 관광객처럼 설명할 기회가 없는 경우는 나쁜 인상을 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올바른 시위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현행 집시법 개정을 통한 규제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행법은 시위에 따른 피해자보다 시위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편”이라며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보장하되 이 과정서 기업이나 일반 시민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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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