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친노·친문 들쑤신 야인 이인규 전 중수부장 노림수

14년 만에…정치적 입김 들어갔나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3주기를 약 두 달 앞두고, 노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수부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리 혐의가 모두 사실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책임을 검찰이 아닌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돌렸다. 이 전 부장은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폭로에 나선 것이라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행보를 정치적 맥락과 연결 짓는다.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수부장의 폭로 후폭풍이 거세다. 이 전 부장은 이달 공개한 자신의 회고록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서 당시 노 전 대통령과 가족의 수뢰 혐의를 자세히 언급했다. 이 전 부장은 대검찰청 중수부장 재직 당시, 해당 혐의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가족 비리
사실이었다”

이 전 부장은 책에서 “권양숙 여사가 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피아제 남녀 시계 세트 2개(시가 2억550만원)를 받은 사실은 다툼이 없고, 재임 중이었던 2006년 9월 노 전 대통령에게 뇌물로 전달됐음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7년 6월29일 권 여사가 노 전 대통령과 공모해 청와대서 정상문 당시 총무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에게 100만달러, 그해 9월22일 추가로 40만달러를 받은 사실도 인정된다”면서 자금 용처는 아들 노건호씨의 미국 주택 구입이라고 지목했다.

2008년 2월22일 건호씨와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박 회장에게 500만달러를 받고 사업명목으로 사용한 것 역시 “다툼이 없다”고 적었다.


정 전 비서관이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을 횡령한 사건은 “노 전 대통령이 공모한 범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짚었다. 정 전 비서관 본인이 ‘단독 범행’이라고 밝힌 것과는 반대되는 주장이다. 

이 전 부장 설명에 따르면 당시 검찰은 이 같은 혐의로 노 전 대통령을 기소해 유죄를 받아낼 충분한 물적 증거를 확보했다. 그런데 기소 전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사건이 ‘공소권 없음’ 처리됐다는 것이다.

또 그는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 책임을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돌렸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던 문 전 대통령이 제대로 변호사 업무를 수행했다면, 노 전 대통령이 그렇게 큰 심리적 압박에 내몰리지 않았을 것이란 취지의 발언이었다.

노 전 대통령 검찰 수사 진두지휘
서거 13주기 앞두고 회고록 출간

그러면서 이 전 부장은 문 전 대통령이 발언을 뒤집고 검찰을 악마화해 대통령이 됐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회고록에서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해 “노무현의 주검 위에 거짓의 제단을 만들어 대통령이 됐다”고 적었다.

노 전 대통령 서거서 비롯된 검찰의 ‘가해자’ 프레임을 희석할 의도로 풀이된다. 이 전 부장은 지난 19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책은 고소도 각오하고 사실을 밝히기 위해 쓴 것”이라며 “인터넷상에 떠도는 각종 허위 사실과 억측을 바로잡으려 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이 전 부장의 발언에선 검찰 조직에 대한 각별한 인식과 자신의 검사 생활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인다.


이 전 부장은 1958년 1월22일 경기도 용인 출생으로 경동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 법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 14기를 수료했다. 

이 전 부장은 1985년부터 검사의 길을 걸었다. 초임지는 서울지방검찰청이었다. 그가 처음 두각을 드러낸 시기는 1990년 칠성파 두목 이강환 사건을 수사할 때였다. 당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수사 유공 표창을 받았다.

그 뒤에는 ‘특수통’으로서 검찰 요직을 두루 지냈다. 수사 역량 역시 인정받았다. 이 전 부장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찰연구관 등을 거쳐 1992년 미국 코넬대학교 로스쿨(LLM 과정)에서 유학했다. 워싱턴 주미 대사관 법무협력관으로 근무하던 1998년 6월에는 한미 범죄인인도조약 체결에 기여했다.

귀국한 후에는 법무부 검찰국 검찰4과장, 검찰2과장을 역임했다. 이때 2000년 12월 한미 SOFA 형사재판권 분야 개정 협상, 2001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입법 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거 떠민
수사 총책

최고 요직 중 하나로 꼽히는 검찰1과장 재임 이후에는 서울지검 형사9부장과 초대 금융조사부장을 지냈다. 금융조사부장 당시 SK 분식회계 사건 등 기업 수사에서 성과를 보이며 ‘재계의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중앙수사부 불법 대선자금 수사 기업수사팀장 시절에는 대기업의 불법 대선자금 제공 사실을 밝혀내 주목받았다.

노무현정부 때도 계속 승승장구했다. 2006년 서울지검 3차장검사로서 황우석 가짜줄기세포사건과 윤상림·김홍수 법조비리사건 등을 수사했다. 그는 당시 수사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12월 노 전 대통령에게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이듬해 2007년 검사장으로 승진한 이 전 부장은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거쳐 2009년 1월 중앙수사부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약 반년간 ‘박연차 게이트’ 사건을 수사했다. 회고록에 담긴 내용 중 대부분이 이 사건과 이에 얽힌 노 전 대통령에 관한 내용이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직후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을 떠났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과 주변인들의 구체적인 진술 내용도 공개했다. 그는 회고록에 “노 전 대통령이 중수부장실 면담에서 ‘이 부장, 시계는 뺍시다. 쪽팔리잖아’라고 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라 당황해 ‘수사 협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말만 했다”고 적었다. 

이 전 부장 주장에 따르면 당시 면담에는 노 전 대통령을 비롯해 홍만표 당시 대검 수사기획관과 변호인인 문 전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 등 5명이 참석했다.

또 검찰 조사 당시 박 전 회장이 “시계 전달 후인 2007년 봄, 노 전 대통령 부부와 청와대 만찬을 했고 노 전 대통령이 마치 시계를 찬 것처럼 왼손을 들고 ‘박 회장! 시계가 번쩍거리고 광채가 난다. 좋은 시계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면 노 전 대통령은 검찰조사에서 똑같은 시계 사진을 보고 ‘본 적이 없어 모르겠다’고 진술했고, 동석한 문 전 대통령 역시 ‘시계가 이렇게 생겼군요’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논두렁 시계
과연 진실은?

노무현재단과 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책 속에 등장했던 전해철 의원은 책에 대해 “무도한 거짓 주장을 좌시할 수 없다”며 “이인규 검사는 당시 거만하고 교만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재단은 “고인과 유가족을 향한 2차 가해”라며 “책 내용은 확정된 사실이 아닌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사실관계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재단은 이 전 부장 회고록 발간 뒤 입장문을 내고 ‘피아제 시계 의혹’을 해명했다. 재단은 입장문에서 “박 전 회장이 회갑 선물로 친척에게 맡겼고, 친척이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권 여사에게 전달했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야 시계 존재를 알고 폐기했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 부부의 노건호씨 주택자금 수뢰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재단은 “권 여사가 타향살이하는 자녀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해달라고 정상문 전 비서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 100만달러를 빌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노 전 대통령은 몰랐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부장은 재단과 민주당 측의 날 선 반응과 관련해 “저는 그분들이 그런 말씀을 할 수는 있다고 이해한다”며 “나라고 이런 걸 왜 쓰고 싶었겠는가. 조용히 살면 제일 좋다”며 “그렇지만 역사와 국민 앞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누군가는 얘기를 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털어놨다.


그는 “제가 거짓말한 것이라면 법정에서 수사 기록을 공개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검사가 작성한 것도 안 믿는다면 뭘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전 부장은 중수부 수사 당시 기록해둔 보고용 메모를 참조해 회고록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영구보존된 기록은 훨씬 더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며 “책으로 성에 안 차면 수사 기록을 공개하는 길밖에 없다”고 전했다. 

“혐의 사실, 입증 가능했다” 주장
노재단·민주당 “2차 가해” 반발

이 전 부장은 수사 이후 와전된 일화가 있다며 이를 바로잡으려 했다. 그는 “조사 시 우병우 과장의 (노 전 대통령을 향한)호칭은 일관되게 ‘대통령님’이었고 예우를 다했다”며 “인터넷에 우 과장이 ‘당신은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라는 모욕적인 말을 했다는 출처 불명의 이야기가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 

당시 노 전 대통령 수사팀에는 이 전 부장 외에도 우병우, 홍만표 등의 검사가 속해 있었다. 이 중 우병우 전 중수1과장은 훗날 박근혜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됐으나, 탄핵 정국 중 제기된 여러 의혹으로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다. 이때 우 과장의 노 전 대통령 수사 이력이 다시 회자되면서 이 같은 일화가 퍼졌다.

이 전 부장은 “문 전 대통령도 그런 발언이 없었다고 확인했는데 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지난해 2월 라디오서 또 같은 내용의 허위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온라인상에서 ‘대검에 도착하는 노 전 대통령을 내려다보며 웃고 있는 검사들’이라는 제목이 붙은 사진 은 “거짓 사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언제 어디서 찍은 사진인지 알 수 없으나 소환 당일 사진은 확실히 아니다”며 “왜 거짓 사진을 유포해 검찰을 악마화하는지 그 이유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논두렁 시계’ 보도 논란에 대해 “검찰이 허위 사실로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프레임으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논두렁 시계’ 보도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며 “‘논두렁에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 마치 금품을 받지 않은 근거인 양 교묘하게 논리를 조작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보도의 발원지로 국정원을 지목했다. 당시 국정원의 수장은 원세훈 원장이었다. 하지만 원 전 원장 역시 국정원 개입설을 전면 부인하면서, 진실이 끝내 밝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뒤늦은 결단
숨은 의도는?

정가에선 이 전 부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정치 입문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반 민주당적 발언과 과거 행보, 특수통 검사 출신의 이력 등이 현 정권과 여러모로 부합한다는 것이다. 다만 당사자는 일단 선을 긋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20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일각에서는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책을 출간했다고 하는데 분명히 말씀드린다. 정치할 생각이 없다”며 “공직도 다시 맡을 생각이 없으며 제의가 온다고 하더라도 거절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더 글로리’ 박연진 같다” 이인규 폭로에 발끈한 유시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20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북스>에 출연해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수부장이 공개한 회고록을 강하게 비판했다.

유 전 이사장은 “비평해야 할 정도로 가치가 있는 책은 아니다”라면서도 “형식은 회고록이지만, 내용은 정치 팸플릿이다. 529페이지 가운데 70페이지를 제외하면 전체가 다 노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인 이야기로 꽉 채워져 있다”고 평했다.

이어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는 제목은 형식상 붙여 놓은 것이고 부제가 진짜 제목이다.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나는 노무현을 안 죽였다’ 그게 부제”라고 주장했다. 

유 전 이사장은 “(이 전 부장이)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는 얘기를 일관되게 한다. 노무현을 죽인 건 누구냐고 물으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비롯한 진보 언론과 문재인 변호사가 죽게 했다. 이런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발언 중 이 전 부장을 학교 폭력을 비판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등장인물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박연진(작중 가해자)이 ‘걔 맞을 만해서 맞은 거야. 내가 죽인 게 아니고 평소에 걔랑 친하게 지내던 애들이 등 돌리고, 걔를 도와줘야 할 엄마가 모른 척하고 해서 걔가 죽은 거야’라고 말하는 거랑 비슷하다”며 “자신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면 억울하지 않을 텐데 내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몹시 억울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이 전 부장이)부당하게 빼앗긴 나의 글로리를 되찾으려는 의지를 가졌으리라 본다”며 “이제 검사 왕국이 됐지 않나. 검사 왕국의 완성을 향해 가고 있지 않나. 지금이야말로 나는 도도한 대세, 역사의 흐름에 동참할 때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겠나”라고 짚었다.

유 전 이사장은 재단의 향후 법적 대응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책 내용 대부분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다툴만한 가치조차 없다. 형사 고소를 하게 되면 윤석열·한동훈 검찰에 사건을 줘야 하기 때문에 고소는 없을 것”이라며 “이인규씨가 권력을 휘둘렀고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글로리를 지키기 위해 그런 방식으로 마감하셨다. 노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자신의 길을 간 것이고, 이인규씨는 자기 인생을 산 것”이라고 말했다. <운>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